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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書友)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서우(書友)
작품등록일 :
2017.09.03 20:15
최근연재일 :
2017.10.26 14:3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6,696
추천수 :
295
글자수 :
165,961

작성
17.09.27 07:32
조회
712
추천
10
글자
12쪽

산속에서 만난 아이 (2)

DUMMY

잠시 후 우서가 도착한 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을씨년스러운 문파 앞이었다.


만독문보다 사분에 일정도로 작았으나, 이 마을에서는 제법 큰 축에 속해있었고, 대문 입구 위에 걸려있는 현판에는 현무장(賢武章) 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현무장의 현판은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게 붙어있었고, 몇 개 있지 않는 방문에는 얼마나 들어간 적이 없는지 거미줄만 잔뜩 쳐져 있었다.


우서의 당혹한 얼굴을 보고, 호진이는 자기가 무슨 죄를 진 것처럼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많이... 누추하죠? 그래도 예전에는 이렇지는 않았어요..."


말을 하는 호진이의 눈빛에서 예전 모습이 떠올랐는지 눈에서 잠시 빛났다가 이내 어두워졌다.


우서는 여기 오기 전에 만독문에 머물다 와서 그런지 강호의 문파들은 당연히 그 정도 일 거라는 생각했으나 그런 문파와는 너무 동떨어졌기에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얼굴을 뒤늦게 파악했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잠시 들렸던 곳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만 실수해버렸네!"


"아니에요, 저도 가끔씩 이런 모습이 낯설은데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호진이였기에,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너네 아버지께 드릴 토끼다 식겠다!"


구워온 토끼가 생각이 났는지 호진이는 급히 우서 손을 잡고 왼편에 있는 조금 큰 방으로 같이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어요!"


방으로 따라 들어간 우서는 누워있는 사람 보고 흠칫 놀랐다.


얼마나 야위었는지 온몸의 핏줄이 살갗을 삐져나올 만큼 피골이 상접했으며, 기침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입가에는 많은 양의 핏물이 튀겨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누워있는 사람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얼마나 정성을 다해 극진히 간호했는지 얼굴에는 핏물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그 모습과는 다르게 누워있는 자리는 너무나도 깨끗했으며, 얼마나 매일같이 깨끗하게 정리정돈했는지 누워있는 사람만 아니였으면, 새색시 댁이라 할 정도로 정갈하였다.


"내.. 새... 끼... 호.. 진이 왔느... 냐...

쿨럭_쿨럭_

근.. 데... 옆..에. 계.. 신... 분... 쿨럭_"


마을 하는 도중 내내 기침이 얼마나 심한지 기침과 함께 검은 핏물이 입가를 타고 내려오며, 내장까지 썩어 들어가고 있는지 내장 조각들과 시큼한 냄새가 동반되어 지독한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생각보다 더 위중한 상태에 한껏 놀란 우서는 봇짐과 묵강봉을 급히 풀어 바닥에 내려놓고 황급히 누워있는 사람의 가슴 오른 편에 자리 잡고 앉아 오른쪽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보았다.


'흠... 생각보다 상태가 너무 위중하신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조 섞인 혼잣말과 함께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우서의 머릿속은 빠르게 흘러 돌아가다 문득 할아버지가 예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근데 사람의 몸속에 모든 기혈이 반대로 뒤틀릴 경우도 있나요?


-에끼 무식한 놈아! 기혈이 반대로 뒤틀릴 경우가 왜 없어! 가장 흔한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화입마(走火入魔) 가뭐냐? -


그야! 주화입마는 기혈이...


-에그 멍청한 놈! 그래 그럼 주화입마에 걸렸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더냐-


그건... 주화입마에 당한 사람보다 더 큰 내력을 가진 사람이 기운을 불어넣어야죠!


-그건 기본 상식이고 이놈아! 기운을 어떻게 불어 넣어야 하냐고 묻고 있잖냐! 에끼 이런 아둔한 놈 같으니라고...-


그야 정심한 기운을 기혈이 뒤틀린 사람에게 천천히 불어넣고, 최대한 조심히 일주천 시켜야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에휴... 이런 바보 같은 놈 일단 모든 기혈이 반대로 뒤틀렸을 때 기를 운집시켜 평소처럼 기를 일주천 시키는 일은 그 사람을 바로 죽이는 일이다 이놈아!

기혈이 반대로 뒤틀려 있는데 그걸 바로잡는다고 회음 혈(會陰穴)에서 시작해 명문(命問)..............기해(氣骸)를 지난 후 회음혈로 일주천 시키면 꼬인 기혈을 풀리는커녕 한번 더 뒤틀어버리는 꼴이지 않느냐!

그럴 때는 반대로 기해(氣骸),중완(重完),단중(袒中),천돌(川突), 인당(絪黨)으로 상단전을 지나 백회혈(百會),뇌호(腦護),대추(帶追),영대(永帶),명문(命問),회음 혈(會陰穴)로 반대로 역주천 시켜야 반대로 꼬인 기혈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느니라!

그리고 살아가면서 네 앞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굳이 어렵게 풀어나가려 하지 말고 단순히 단조롭게 생각하면 그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올라 누워계신 호진이의 아버지 단전에 손을 얹고 천천히 기를 운집시켜 반대로 조심히 역주천 시켰다.


잠시 후, 우서의 손바닥에서 너무도 투명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넘실거리며 흘러나오던 기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서의 머리부터 시작해 가슴, 등, 다리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가 곧이어, 새하얀 기운들이 흘러나오며 너풀너풀- 피어 오르다가 누워있는 사람 곁으로 스멀스멀-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단전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의 몸속에 있는 영(靈)이 빠져나가 누워있는 사람에게로 스며드는 것처럼 보였을 만큼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지금 우서가 행하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중요한 일을 행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호진이는 알 수 있었다.


서늘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비라도 흠뻑 맞은 사람처럼 흥건히 젖어있었으니...


우서의 조심스러운 행동 앞에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호진이는 초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반 시진 후, 우서의 행동이 점차 사그라지다 모든 것을 끝마쳤는지 가쁜 숨을 내쉬면서 호진이를 쳐다보았다.


"휴..."


어린 나이에 이런 일까지 겪으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장 노릇까지 하는 것이 대견한지 우서는 오른손을 들어 호진이 머리에 올려놓고 쓰다듬어주었다.


"아고고... 오래간만에 힘 좀 써서 그런지 배고파 죽겠다."


"아 맞다! 잠시만요 수건 먼저 갖다 드릴게요!"


"아니야, 그런 거 필요 없어"


우서는 손을 들어 수건은 필요 없다는 듯이 표현을 하고 난 후, 삼매 진화(三昧眞火)를 일으켜 땀에 흠뻑 젖어있던 검은 무복을 서서히 말리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스스.


검은 무목에서 아지랑이가 점차 피어오르더니 젖어서 볼품없던 옷가지는 서서히 제 옷 모양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일류 고수 정도만 하더라도, 삼매 진화 일으키는 일으켜 옷 따위를 말리는 것은 별것도 아니건만, 어린 호진이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우서의 말에 점점 신빙성을 더해가며 혼자만의 생각하고 있었다.


꼬르륵.


"저기... 호진아?"


우서의 물음에 상념에서 깨어난 호진이는 정신을 차리면서 급하게 방문을 열고 뛰어나가다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우당탕탕!


"아이 아파라... 영웅 형아 저는 괜찮으니 걱정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말을 마친 호진이는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며 아까 구워온 토끼 세 마리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토끼 죽을 가지고 항상 그 자리에 펼쳐져 있었다는 듯한 밥상 위로 조심히 올려놓았다.


"아버지 식사......"


호진이의 말에 우서는 황급히 손을 잡으며 고개를 가고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식사하시는 것보다 아마 편하게 주무시는 것이 좋으실 거 같으니 토끼 죽은 여기 두고 나머지는 옆방에 가서 먹자!"


우서의 말을 듣고 누워계신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평소에 기침 때문에 잠도 못 이루시던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아주 평온한 듯 곤히 주무시고 계셨고, 촌각마다 그렇게 괴롭히던 기침 또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 가득 자라난 검버섯 모양의 괴사된 피부들이 혈색을 찾으며 돌아온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호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릎 꿇고 손은 앞으로 고이 모은 상태로 절을 하며 말했다.


"영웅 형아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흐르는 눈물은 닦을 필요가 없다는 듯 기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호진아 일단은 임시방편만 해놓은 상태니, 며칠 동안은 계속 살펴드려야 해! 그때까지 뭐...

여기서 며칠 묵어야겠다"


"며칠이 아니라 푹 평생 묵으셔도 돼요! 히히"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옆방으로 넘어가 토끼 세 마리를 후딱 해치운 후, 하루 종일 산속를 헤매느라 기운이 다 빠진 우서는 이불을 깔고 덮으며 내일을 기약했다.


"아흠- 졸리다 졸려! 나 먼저 잔다!"


"네! 주무세요 전 아버지 곁에서 잘게요!"

.

.

.

다음날 아침


쿵쿵 쿵! 끼이익.


"쉿! 조용히 좀 해! 영웅 형아 깬단 말이야..."


"아라 떠, 근데 여웅 혀아가 느구야?


"어제 하늘에서 내려오셨거든! 그래서 엄청 피곤하실 테니깐 조용히 해야 돼"


우서는 아침에 일어나 떠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조용히 속삭일 만큼 작은 목소리로 호진이와 다른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방문을 얼마나 사용하지 않았는지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우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우서의 눈에 비친 것은 나무 의자 위에 올라서서 위태로운 모습으로 반쯤 떨어져 나가려는 현판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으며, 다른 어린아이는 그런 호진이가 떨어질까 염려해 의자를 꽉 잡고 있었다.


"헉!"


"벌써 일어나셨어요?""


자신들의 목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둘이 서로 쳐다보며 '조용히 좀 하라 했잖아!'라고 속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응? 나야 진작에 일어났지! 다만... 생각할게 많아서 명상을 하느라..."


여태 컷 남들보다 열심히 코 골며 깊은 숙면을 취했지만, 반짝반짝 빛나며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 때문에 그런지, 평소에 하지도 않는 명상을 한다고 선 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우서였다.

우서 입장에서는 자는 것 또한 명상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호진아 근데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구니?"


우서의 말에 인사시켜드리는 것을 깜빡한 듯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참! 기태야 영웅 형아한테 얼른 인사드려!"


"아녀하세요"


어딘가 말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우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을 본 호진이는 우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듣고 설명하였다.


"아! 영웅 형아 기태는 저하고 같은 열 살인데요. 아직 말이 조금 어눌한 것뿐이지. 어디 가 이상하거나 그런 애는 아니에요...

그리고 기태는 겁도 많고요 ..........."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을 처음 본 우서는 아주 잠시 의아해했던 것뿐이었는데 그런 의중을 알지 못하는 호진이로써는 혹여라도 기태를 안 좋게 볼까 봐 열심히 두런두런- 설명을 해대는 도중.


쾅! 쾅! 쾅!


"씨발! 이건뭐야!"


대문에 연신 발길질하며, 쌍스러운 욕과 함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다섯 명이 허리춤에는 기다란 장검을 차고 들어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비록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관심과 추천 한번은 글 쓰는 이에게 소중한 기쁨을 느낄수 있습니다.

많은 추천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비방이나 문제점도 부탁드립니다.

처음 글을  쓰는것이다보니... 초보티가 많이나는것 같네요... 서슴없는 비방이나 문제점을 알려주시면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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