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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書友)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서우(書友)
작품등록일 :
2017.09.03 20:15
최근연재일 :
2017.10.26 14:3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6,691
추천수 :
295
글자수 :
165,961

작성
17.09.26 07:35
조회
884
추천
7
글자
12쪽

산속에서 만난 아이 (1)

DUMMY

한참을 산길 속을 헤매고 있던 우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때, 일 리 정도 앞에서 무언가 타고 있는 듯 희뿌연 검은 불길이 보였다.


"킁! 킁! 저건 뭐지? 타는 냄새 같은데?"


하루 내내 굶어서 그런지 우서의 눈빛은 흐리멍텅했으며, 구불구불 끝도없이 이어진 산길에서 사람 한 명이라도 어떻게든 꼭 찾겠다는 의지와 함께 청각과 후각은 극도로 예민해져있는 순간,무언가 타는 냄새와 구수한 냄새가 기묘하게 섞이며, 침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 순간 우서의 신형은 촌각도 안돼서 연기가 피어 나오는 자리에 도착했다.


꽈당!


"... 누.. 구... 세요...?"


모닥불 앞에서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혼잣말 해대며, 연신 벽곡단을 굽고 있던 열 살이나 되었을만한 남자아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우서의 신형에 귀신이라도 본 듯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산도적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부들 부들-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만독문은 독에 관한 문파답게 문주를 포함한 문도 모두 검은색 무목을 입고 있었고, 지금 우서가 입고 있는 옷 또한 검은색 무복이었기에, 모닥불 속에 비치고 있는 우서의 모습은 누가 봐도 도 강호에 몸담고 있는 무림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디서 훔쳐 왔는지 어깨에는 빛바랜 봇짐과 등 뒤에 삼척만한 묵빛 몽둥이까지 더해있으니, 열 살 정도 되는 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무서웠을지는 짐작조차 안 갔다.


덜덜 덜.


자신을 바라보며, 얼마나 무서운지 두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아이의 두 눈에서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우서는 태어나서 자신의 입이 이렇게 컸는지 모를 정도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어린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어당겼다.


"아악!"


"꼬마야! 나 나쁜 사람 아니니깐 안심해!"


우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듯 봇짐과 묵강봉을 모닥불 옆에다 내려놓고 자기 얼굴에 엄지손가락은 턱에 받히고 검지 손가락을 눈 밑에 잡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크큭_"


우서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덜덜덜- 떨리던 다리는 차즘 가라앉았고, 두려움에 가득했던 두 눈은 호기심으로 점점 바뀌고 있었다.


"하하하!- 꼬마야, 내 이름은 진우서라고해!


"네..."


"근데 너는 이름은 뭐니?"


쭈뼛쭈뼛하며 서있던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줘도 되나라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윽고 결심했는지 고개를 허리까지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제 이름은 이호진이라 합니다."


강직한 말투로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아이의 행색은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밥은 거의 굶다시피 했는지 아이의 얼굴은 야위어있었으며, 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나이에 뭐에 그리 많이도 찔리고 긁혔는지 얼굴이고 손이고 다리고 온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안쓰러움을 뒤로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서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오-호!- 이름 한번 멋지네? 그럼 호진이라 부르마!"


"네! 아저씨!"


"음... 아저씨는 아니고... 솔직히 너한테만 말해주는데..."


"......"


"난 무림에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지고 나온 영웅이랄까...?"


"허걱"


영웅이란 소리에 호진이는 너무 놀랐는지 토끼눈을 하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그럼... 저... 위에서 오신 거예요?"


'가만 보자... 할아버지께서 천공산이 중원 무림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했으니깐... 뭐, 위에서 내려온 건 맞는거지!'


호진이가 물어보는 뜻하고, 우서가 생각하는 뜻하고는 분명히 다르건만, 우서는 제멋대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갖다 붙였다.


"설명하기는 길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위에서 내려오긴 내려왔지!"


"그럼!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오신 영웅이신 거죠?"


영웅이란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우서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영웅이란 단어를 힘주며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근데 이 늦은 시간에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아! 맞다!"


우서의 말에 굽고 있던 벽곡단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지 모닥불에 앉은 채 꼬챙이에 꽂아진 벽곡단을 연신 호-호- 불어댔다.


"이런... 다 타버렸네..."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 나오는 말과 함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빛으로 꼬챙이에 꽂아진 다 타버린 벽곡단을 한참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음... 미안한데 들고 있는 게 뭐야?"


"벽곡단이요..."


"벽곡단??? 그게 뭔데?"


중원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안다는 벽곡단을 영웅이란 형아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기에 정말 모르는 거냐는 듯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영웅 형아! 정말 벽곡단을 모르세요?"


"실은... 내가 강호에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어린아이도 아는 벽곡단을 이십 년넘게 살아온 자신이 모른다는 게 조금 창피한지 말하는 도중에도 머뭇머뭇 거렸다.


꼬르륵.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천둥 번개가 치는 것만큼 큰 소리에 호진이는 깜짝 놀라며, 소리의 근원지인 우서의 배를 쳐다보다가, 다 타버린 꼬챙이 옆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벽곡단 한 개를 짚어들며 우서에게 넘겨줬다.


"영웅 형아, 이건 아까 구워놓은 거라 조금은 딱딱하지만 이거라도 드세요!"


호진이가 건네준 벽곡단은 딱 어린이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못했기에 한 입에 집어넣으며 우걱 우걱- 씹기 시작했다.


약간 타버린듯한 맛과, 누룽지 같은 구수한 맛이 교묘하게 섞여있어서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먹는 도중에도 만독문의 소면이 몹시 그립긴 했지만...


"하- 이거 생각보다 먹을만하네! 근데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부모님이 걱정 안 하셔?"


아까 물어봤던 말을 재차 다시 한번 물어봤다.


"아 , 그게... 실은 아버지께서는 지금 좀 편찮으셔서 집에 누워계시는데요.

매일 같이 벽곡단만 드리기가 그래서 토끼라도 한 마리라도 잡으려고 산에 올라왔다가..."


힘이없는 목소리로 말을마치는 호진이의 얼굴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의 저녁 식사를 벽곡단으로 드려야 한다는 자책감에 휩싸인듯했다.


호진이의 말을 듣고 모닥불 사이를 둘러보니 토끼가 뭔지는 모르지만 아까 다 태워버린 벽곡단 한 개와 구우려고 동그랗게 말아놓은 벽곡단 한 개가 전부였다.


"토끼라...? 그건 먹어도 되는 거야?"


벽곡단에 이어 토끼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은 호진이는 우서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저기... 영웅 형아? 정말 토끼도 모르시는 거예요?"


"......"


천공산에서 나올 때 할아버지께서 적어주신 서찰에는 돈이라는 개념과 물건을 팔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상단,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전장, 음식과 술을 파는 객잔, 풍삼촌이 돈만 많다면 평생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기루...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벽곡단, 토끼 이런 거에 대한 설명은 없었기에 호진이의 말 하나하나가 우서에겐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동굴 안에서 사는 동물이라고는 영물밖에 없었으며, 그나마 동물 비슷한 걸 대라고 하면 독수(纛獸)들뿐이 없었기에 동물을 먹는다는 인지 자체를 하지 못하였다.


호진이는 하늘에서는 이런 게 없을 테니 당연히 알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산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과 생김새, 먹을 수 있는 종류 등등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니깐 귀는 크고 길며 앞발은 작고 뒷다리는 조금 큰 게 토끼라는 거구나?

오늘 하루 종일 달리면서 엄청 많이 봤는데...저기 저기 저것 봐봐! 저게 토끼 아니야?"


우서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자신을 왜 찾고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토끼는 이내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획! 하고 돌리고는 깡충깡충_ 앞으로 뛰어갔다.


그 순간, 우서의 손에서 투명한 빛이 넘실거리며,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는 토끼를 어루만질 듯이 감싸 안으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호진이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고 토끼 또한 자신이 땅 위에 떠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지 디디지도 못하는 땅을 향에 헛발만 연신 구르고 있었다.


"헉"


"말도...안돼!!!

영웅 형아 저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흥분했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이거? 이거야 쉽지!"


투명한 기운을 감싼 체 바닥에서 일장 정도 높이 떠있던 토끼는 서서히 우서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잡았다! 으하하하!"


'와...진짜 하늘에서 내려오셨나 봐...'


옛날이야기처럼 신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것 같은 모습을 본 호진이는 진심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이라 생각했다.


토끼의 생김새를 실제로 확인한 우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잽싸게 열 마리를 잡아왔다.


무얼 그리 생각하는지 멍하고 있는 호진이를 향해 소리쳤다.


"아! 배고파서 다시 위로 올라갈뻔했네!"


위로 올라간다는 우서의 말에 정신을 차린 호진이는 토끼 열 마리를 꼬챙이에 꼽고 잽싸게 굽기 시작했다.


쩝 쩝-대며, 개걸스럽게 먹어대던 우서는 한 마리도 먹지 않은 호진이를 보며 의아한 듯 물어봤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호진아 배 안고파? 어서 먹어!"


왜 안 먹고 있냐는 우서의 말에 호진이는 머뭇거리며 쥐구멍에 들어갈 거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아... 그게... 영웅 형아 다 드시고 혹시 남은 거 있으시면 그거 집에 가져가도 될까요?"


말하는 도중에도 노릇노릇- 잘 구워진 토끼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는 호진이의 모습을 보고 봇짐과 묵강봉을 허리에 둘둘 말아 넣고, 왼팔로 호진이를 감싸않으며, 오른팔로 모닥불 위를 휘이-저어 불을 꺼트리고,

잘 구워진 토끼 일곱 마리를 손에 쥐고 난 후 밑으로 내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자!"


"어... 디.루.. 요?"


"너네 집에 가자면서?"


"네...? 근데 이쪽이... 아닌..."


호진이의 말에 황급히 옆으로 길을 바꾼 우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하하 하하! 순간 깜빡했네! 이쪽이었지?"


"아... 그게... 이쪽도 아닌..."


호진이는 반대 방향 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이... 쪽..."


"하하 하하!"


우서는 머쓱한 듯 큰소리로 계속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며 달리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우서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메아리쳤는지, 산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그 소리에 너무 놀라 하루 동안이나 쥐 죽은 듯 숨어있었다.


산에서 내려와보니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이 보였다.

우서는 왼쪽 팔에 안긴 호진이를 내려놓고서 어깨가 찌푸둥한지 기지개를 힘껏 펴댔다.


으랏차차!


"호진아 너네 집은 어디야?"


가파른 산속을 우서의 팔에 거의 매달려있다시피 했기에 속이 거북한지 헛구역질을 몇 번 하다가 조금 괜찮아졌는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대답했다.


"휴..."


"영웅 형아 이제부터는 제가 안내할게요! 잘 따라오셔야 해요!"


호진이는 아버지께 토끼를 드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앞에서 총총걸음으로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비록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관심과 추천 한번은 글 쓰는 이에게 소중한 기쁨을 느낄수 있습니다.

많은 추천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비방이나 문제점도 부탁드립니다.

처음 글을  쓰는것이다보니... 초보티가 많이나는것 같네요... 서슴없는 비방이나 문제점을 알려주시면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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