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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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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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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20.06.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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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추천
4
글자
16쪽

(34막) 너는 만용을 부렸다 (9)

DUMMY

“적습, 적습!”


“대열을 갖춰라!”


마른 가지들의 그림자가 어지러운 밤. 이리저리 갈라져 내려오는 달빛은 무언가를 확인시켜주기엔 너무도 희미했지만, 베르달의 용사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들의 숙련도, 받은 훈련의 강도가 빛을 발해야 할 순간. 그러나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몰아치는 제국군의 맹습은 조금씩 조금씩 베르달 용사들의 눈에서 생기를 앗아가고 있었다.


“망할, 틈을 안 주네 틈을.”


이쪽의 진을 빼려는 제국군의 목적이 분명한 만큼 ‘베르달의 늑대’ 크라트 또한 전투조, 휴식조의 교대운영을 통해 최대한 용사들의 체력을 안배하려 했다. 그러나 매번 요란하게 포격을 일삼는 제국군의 공격은 휴식조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도록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뭐야, 너 쉬는 시간 아니야?”


“저렇게 대놓고 뻥뻥 터트리는데 잠이 오겠냐? 개새끼들, 분명 일부러 저러는 거겠지.”


“당연한 거 아니냐. 도이란 걔 얘기 못 들었어? 양말 찢어서 귀에 처박았는데도 5일 동안 잠을 못 자서 전투조 때 멍때리다가 머리에 화살 박혔잖아.”


“아, 진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몰라, 후송된 뒤론 소식 못들었어. 의무병 말로는 힘들 것 같다고 하던데.”


“.......망할, 차라리 제대로 싸우다 죽는 게 낫지. 이건 뭐 그냥 가만히 앉아서 개죽음 당하는 것도 아니고.”


“.......”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숲의 어둠. 바로 옆 아군의 얼굴조차 달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두 부관은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의 대장이 대화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해.”

두 부관이 터덜터덜 전선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후, 올리가 아버지를 향해 쓴소리를 씹는다. 마찬가지로 어둑한 그림자에 파묻혀 있었지만, 그 노골적인 불만을 통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쉽게 유추가 가능했다.

“오스타이나의 왕국군이랑 통합군도 발이 묶였다고 하고, 마즈다힐의 줄리아도 붙잡혔다며. 여기서 그냥 죽치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정면 돌파해서 두 곳 중 하나라도 빨리 구원을 해줘야할 거 아냐.”


“적이 우릴 각개격파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을 거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걸 보면, 놈들의 목적이 통합군, 마즈다힐, 우리, 이렇게 세 군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게 맞았다는 거겠지.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먼저 움직이면 결국 균형이 무너지는 셈이다.”

그러나 전투의 흥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딸과는 달리, 크라트의 푸른 안광은 밤하늘만큼이나 차갑고 냉정했다.

“아마 놈들은 이쪽에 가장 많은 정예병력을 투입했을 테지. 만약 이 균형이 뒤틀리게 되면, 이번 전투를 이끌 주공이 우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즉, 지금 우리가 취해야할 태도는 대규모 교전이 아니라, 전력을 보존하여 다가올 주력싸움에 대비하는 거다.”


“맞는 말이야.”


어느새 다가온 새로운 목소리를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부녀. 그곳엔, 달빛을 등진 새빨간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당신, 또 출진인가?”


“놈들이 왔으니까, 나가야지?”


“엄마, 너 일주일 동안 잠 조금도 안 잤잖아.”


“잠은 집에 가서 실컷 잘 수 있어.”


여느 때와 다름없는, 가벼우면서도 잔혹한 목소리. 그러나 표정을 직시할 수 없음에도 크라트는 아내의 미소 아래 숨겨진 무언가를 놓치지 않았다.


“엘라.”


“으응~?”


“로즈는 어때?”


짧은 침묵. 엘라는 어둠 속에서 웃었다.


“응, 잘하고 있어. 아직 기사랑은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구.”


“아니, 내 말은 ‘기사’로서가 아니라-”


“괜찮다니까. 정말로.”


엘라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전방에서 폭음이 공기를 뒤흔든다. 그 찰나의 불꽃을 통해 크라트는 엘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간신히 흔적만이 남아있는 제복과 전투복, 피가 덕지덕지 엉켜있는 기계식 검집, 군데군데 그을린 머리카락. 그리고 메마른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까지.

한때 단신으로 베르달의 숲을 돌파하던 ‘광기의 꽃잎’, 그 모습을 대신하고 있는, 차분한 ‘어머니’의 그림자.


“.......알았다. 조심해라.”


“응~.”


결국 최대한 용사들의 목숨을 보존시키기 위해서는 기사들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은 크라트도, 엘라도, 그리고 쥬넨도 알고 있었다. 엘라를 중심으로 한 베르달 기사들의 기력이 다하는 순간이야말로 크라트가 어쩔 수 없이 돌파를 강행해야 할 때.


“올리.”


“예이.”


“넌 최대한 체력 아끼면서 엘라랑 다른 기사들의 상태를 확인해. 조금이라도 무리한다 싶으면 네가 대신 전열을 이끌어라.”


“알았어.”


짧은 대답과 함께 사라지는 올리의 그림자. 크라트는 푸른 시선을 하늘 위로 올린다.

쥬넨의 제국군에 의해 매복공격을 당한지 일주일.

유독 깊은 밤의 시작이었다.







“커흑!”


비탈길을 따라 기세 좋게 돌진하던 제국병 하나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손에 목을 잡히며 절명한다. 검조차 쓰지 않고 최소한의 완력만으로 생명을 하나 취한 엘라였지만, 밤하늘 그 자체를 담아낸 그녀의 먹색 눈동자는 이미 다음 희생자를 향해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듀라! 적의 규모는?”


“아까보다는 많은 것 같은데요. 엘라론님, 휴식조를 투입하는 게 나을-”


“일단 막아봐. 우익으로 30명 더 붙여줄게.”


어느 진영에서 쏘아 올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조명탄이 폭음을 내며 빛을 내뿜었고, 엘라는 정면의 언덕 위에서 새롭게 등장한 먹색의 물결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기계식 검집의 단추를 눌러 세 자루의 검 중 가장 긴 태도를 뽑아드는 ‘광기의 꽃잎’.


“여기는 괜찮겠습니까?”


엘라가 걱정된 듀라의 질문이었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것은 오만에 가까울 정도로 확신에 찬 엘라의 미소였다. 그제야 자신이 누구를 걱정한 것인지 깨달은 듯, 듀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로즈.”


“우웅?”


엄마의 부름에, 말라비틀어진 수풀 사이에서 자신의 몸보다도 커다란 검을 들고 땅을 파며 놀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이곳이 사방에서 피가 튀고 비명이 흐르는 전장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의 평온함, 아니, 지루함이 소녀의 입가를 적시고 있었다.


“영력 감추고, 엄마 잘 따라와.”


“아야는 안 해?”


“응, 하지 말고, 따라오기만 해.”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먹색의 무리. 엘라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정면을 향해 도약하며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


제한된 시야 탓에 멋도 모르고 그 검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병사도 있었고, 닿지 않은 병사도 있었지만, 그들이 맞이한 운명은 모두 똑같았다. 목이 베였냐, 복부가 베였냐의 차이였을 뿐.

세 번의 커다란 검짓만으로 십여 명의 제국병사를 무너트린 엘라의 목표는 다름 아닌 언덕 위였다. 그녀는 위에서 내달리는 검은 물결을 차례차례 찢어발기며 맹렬한 속도로 비탈길을 치고올라갔고, 모든 전선이 고착된 와중, 이러한 송곳과도 같은 찌르기는 단연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자! 배신자 엘라론 드리브달이 여기에 있다! 제국의 기사 나부랭이들은 다 어딨냐?! 배짱도 없냐!”


거기에 영력이 담긴 우렁찬 목소리의 울림까지. 결국 엘라의 ‘도발’은 한 남자의 시선을 빼앗는 데 성공한다.


“저기 있군.”


“예, 하지만-”


“내가 상대하겠다고 했잖나. 게다가 보고에 따르면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전투에 임했다면서.”


“.......”


대답이 없는 부관을 향해 쥬넨은 코웃음을 뱉었다.


“비겁하다고 생각하나? 전투에 앞서 적을 지치게 만든 뒤에 싸우는 건 당연하다고 얘기하면서, 기사와 기사의 싸움에서는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바로 그런 오만함이 ‘붉은 장미’를 시들게 만든 것이고, 거꾸로 그럴 수 없다는 조급함이 스이바노 브란트를 파멸로 이끈 거다. 난 그들처럼 되려고 모든 걸 버리고 조국을 등진 게 아냐.”

천천히, 회색빛의 검을 뽑아드는 쥬넨.

“어차피 ‘검성’의 피는 정해져있다. 내가 ‘델핀 드리브달’과 같이 강한 기사는 되지 못하더라도, 스이바노 브란트처럼 허망하게 역사의 급류에 휩쓸리진 않을 것이다. 승자로 남아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그게 내가 이곳에 서있는 이유.”

그리고 그가 거센 도약과 함께 내뱉은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향해 있었다.

“이게 내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


소수의 병력으로 언덕 위를 점거, 모여드는 제국군을 도륙하고 있던 엘라는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영압에 미소를 지었고, 그 영압의 주인을 확인하는 순간 미소는 환희가 된다.


“꺄하핫! 이게 누구야?! 니바르토가의 도련님 아니신가?”


곧바로 새롭게 소태도를 뽑아 이도류로 전환하는 엘라.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쥬넨은 앞을 막아서는 베르달 용사를 베어넘기며 엘라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그들의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주변의 병사들은 새로운 조명탄이 터진 것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꽃잎이 꽤나 시들해졌군.”


자신의 목을 노리고 파고들던 소태도를 빗겨낸 쥬넨의 여유로운 목소리. 엘라의 미소가 짙어진다.

“진짜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온 거야? 진짜루? 일주일 좀 굴렀다고 내가 지쳐빠졌을까 봐? 꺄핫, 이걸 어쩌나? 난 이제야 조금 달아올랐는데?”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던 입가를 요망스레 핥으며 소태도의 손잡이로 사타구니를 문지르는 ‘광기의 꽃잎’. 물론 이 정도에 현혹될 쥬넨은 아니었다.

태도로 베어내고 소태도로 찌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엘라는 먼저 작은 검으로 쥬넨의 검을 밖으로 쳐내고 태도를 찔러넣는다. 육중한 태도를 마치 장난감처럼 가볍게 다루는 엘라의 완력에 쥬넨은 활처럼 허리를 비틀어 가까스로 심장을 지킬 수 있었다. 그는 자세를 바로하는 반동을 이용하여 태도의 손잡이를 공격했지만, 그의 검은 피를 맛보지 못한 채 다시금 섬광같은 불꽃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하핫, 제국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나봐?”


“그거에 비해 당신은 처음 베르달에 쳐들어왔을 때랑 비교하면 많이 무뎌진 것 같은데.”


“너도 애낳고 살아봐. 제국에서 널 거들떠볼 여자가 있기나 하면 말이지.”


“아이라......., 보통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는데, 당신은 반대였나보군.”


“아앙?”


태도를 들어올리고, 제 2격을 준비하는 엘라였지만,

주위를 잠식한 어둠은 눈앞의 상대가 무엇을 주시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터지는 조명탄.

드리워지는 그림자.

희미하게 드러나는 쥬넨의 얼굴.

마주치지 않은 시선.


엘라의 미소가 사라진다.




“로즈!”




쥬넨은 전투 첫날, 전장 외곽에서 제국군을 사냥하고 다녔다는 기묘한 소녀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함께 그 보고를 들었던 부관들은 전투에 예민해진 병사들이 무기를 주워가는 민간인을 보고 착각한 것이라 여겼지만, 쥬넨은 알고 있었다.

‘드리브달’이라는 이름에 흐르는 저주의 피를.


“으응?”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흙놀이를 하던 소녀는 묘한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도약하는 남자를 바라본다. 그러나 아이는 자세를 바로잡거나,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짧은 인생 동안 수많은 악의를 받아본 소녀였지만, 다가오는 그림자에게선 그 어떠한 악의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일주일간 이어진 전투와 어둠에 신경이 잠식당하지 않았다면,

전선에 나오기 전 크라트의 걱정이 없었다면,

엘라도 그 사실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기의 꽃잎’은 쥬넨이 일주일에 걸쳐 공을 들인 작전, 바로 그 예측 그대로의 반응을 하고 있었다.


‘기사’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그녀.

그 한순간의 빈틈.


쥬넨은 소녀의 바로 앞에서 뒤틀릴 정도로 발목을 꺾어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지른 검.

그 앞에는,

그제야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의 일그러진 표정이 검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표는 베르달군의 전력을 깎아내는 것.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베르달군의 전력을 깎아내는 것.

간단하다.


쥬넨은 확신의 미소를 지었다.





-우득.-






묘한 위화감이,

그의 손목을 감싸기 전까지는.



통증이 빠르게 팔을 따라 올라왔기에 쥬넨은 손목이 완전히 박살나기 직전 가까스로 물러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받아들이질 못하고 있었다. 모든 신경이 엘라의 목을 꿰뚫는 것에 집중되어있었다고는 해도 접근조차 알아차리질 못하다니? 영력이 모여있는 자신의 손목을 부러트릴 정도의 실력자인데? 영력이 존재하지 않고서야 가능할리 없는-


“.......”


.......영력이 존재하지 않는.



쥬넨은 마침내, 조명탄 아래서 환하게 빛나는 은빛의 머리칼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지러운 그림자 사이에서 휘몰아치는, 화염과 바닷빛의 소용돌이 또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엘라도 마찬가지였다.


“.......하핫. 그때 베르달 숲에서의 나와는 다르다고? 미안한데, 얘는 그때랑 별로 달라진 거 같지가 않네.”


엘라가 광기 어린 미소와 함께 소태도의 끝으로 가리킨 또 다른 ‘소녀’, 이리스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로즈를 뒤로 감싸며 도약을 위한 자세를 잡는다. 그러나 회심의 일격이 실패한 쥬넨은 이미 한참이나 물러난 상태였다.


“.......”


“왜, 도망치려고?”


대답은 하지 않는다.

쥬넨은 엘라의 비웃음을 정면으로 삼키며, 서서히 언덕을 등지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새로운 함성이 측면에서 솟구친 것은 그 직후였다.







“좀 늦었군, 변수.”


정말로 꼽을 주는 건지, 아니면 감사와 칭찬을 돌려말하는 건지, 벤은 달빛 아래 ‘늑대’의 무표정을 좀처럼 해석할 수가 없었다.


“네, 모든 진입로가 막혀버려서요. 산타고 나오느라 좀 늦었네요. 죄송.”


“산을?”

씰룩이는 크라트의 눈썹.

“그럼 병력은 몇이나 데리고 나왔지?”


“3천 정도요. 나머진 오스타이나에 다 묶여있고요.”


“할라시드는?”


“로쿠베는 북쪽으로 우회한 적군을 막기 위해 요격나갔어요.”


“.......”


크라트의 푸른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서쪽을 향한다. 이미 전투는 제국군의 퇴각으로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벤은 그의 시선이 전장보다 더욱 먼 곳을 향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왜 그러시죠?”


“.......변수, 지금 마즈다힐군도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라는 건 들었나?”


“네.”


“나나 그쪽이 왜 전면전을 피하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네에, 뭐. 전력을 최대한 보존시켜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시간에 봉쇄를 뚫기가 힘드니 너는 3천의 병사를 먼저 데리고 우회해서 나왔지.”


“대장님, 뭔가 문제가 있다면 말씀을 해주셔야-”


“변수, 방금 이곳에 있던 제국군은 쥬넨이 이끌던 약 1만5천의 군세였다. 마즈다힐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놈들도 아마 비슷한 규모의, 쥬넨 휘하의 병력이겠지. 지금 퇴각한 놈들은 당연히 마즈다힐 쪽으로 합류할 거다. 그럼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어. 당연히 그들을 구원하러 가야겠지. 문제는, 우린 아직 베이어가 이끄는 2군단 본대의 위치도, 목적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


벤은 숨을 멈춘다.


“변수, 네가 베이어라면, 지금 어떻게 움직일 것 같나?”



마침내,

벤은 어째서 크라트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세스퍼입니다.

계속된 휴재로 인하여 업뎃을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비록 유료연재는 아니지만 제 말을 제가 지키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기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입원연장, 17년을 함께 보냈던 강아지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 일, 뒤이어 코로나로 인한 형편 악화까지...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계속해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여 자연스럽게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울감도 서서히 극복이 되다보니 키보드를 다시 찾게 되었네요. 때마침 공모전도 시작되었겠다, 예전만큼 성실하게 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조금씩이나마 이 이야기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0 이내.
    작성일
    20.06.23 01:10
    No. 1

    고생 많으셨어요... 올해는 여러모로 너무한 해였네요... 강아지 17년 동안 받은 사랑, 추억 가지고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천천히 조금씩 오셔도 돼요. 작가님이 글을 쓰실 때 즐거우시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벤, 올리, 크라트, 로즈, 엘라, 이리스를 봐서 좋았습니다. 이리스 부분은 초반에 48편 엘라가 투항하던 전투가 생각나는 대목이에요. 영력이 없는 인형이라 이렇게 기사들 깜짝 놀라게 하면서 등장할 때마다 왠지 대견하네요ㅋㅋ
    아이올라->이내 닉변했어요. 그리고... 사실 ㅈㅇㄹ에서 옮겨 왔습니다. 은정은 이에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20.06.25 21:24
    No. 2

    아 은정은 님이셨군요 ㅠㅠ 감사합니다 오랜만입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홀어스로스
    작성일
    20.07.06 01:05
    No. 3

    한동안 문피아 말고 카카오 보다 간만에 왔는데
    세스퍼님 글 올라와 있으니 기분이 매우 좋네여..
    그리고 정말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그 누구도 탓 하지 않아여.
    이겨내시고 그래도 감내하시는듯 보여 다행입니다. 아버님의 쾌유를 빌어요 정말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20.07.10 15:35
    No. 4

    와 푸르니모님 오랜만입니다 ^^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흑흑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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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6) 19.07.13 136 1 15쪽
363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5) 19.07.07 139 2 13쪽
362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4) 19.06.16 131 1 12쪽
361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3) +2 19.06.09 122 4 11쪽
360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2) +1 19.06.02 166 4 15쪽
359 (33막) 겨울이 끝나도 봄은 오지 않는다 (1) 19.05.26 155 3 17쪽
358 (막간) 만년설을 녹이는 방법 19.05.18 161 4 14쪽
357 (32막) 갈림길 (10) +3 19.05.12 139 5 15쪽
356 (32막) 갈림길 (9) +2 19.05.07 168 7 15쪽
355 연재 관련 +5 18.11.28 318 7 1쪽
354 (32막) 갈림길 (8) +2 18.11.20 285 5 13쪽
353 (32막) 갈림길 (7) +2 18.11.15 187 4 11쪽
352 (32막) 갈림길 (6) 18.11.10 181 6 14쪽
351 (32막) 갈림길 (5) 18.11.05 193 6 12쪽
350 (32막) 갈림길 (4) +1 18.10.31 227 7 12쪽
349 (32막) 갈림길 (3) 18.10.26 202 5 11쪽
348 (32막) 갈림길 (2) 18.10.21 205 6 14쪽
347 (32막) 갈림길 (1) +1 18.10.16 232 6 13쪽
346 (막간) 자격 18.10.11 213 5 13쪽
345 (31막) 방관의 의도 (11) 18.10.06 206 8 15쪽
344 (31막) 방관의 의도 (10) +1 18.10.01 23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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