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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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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향
작품등록일 :
2024.02.16 17:04
최근연재일 :
2024.03.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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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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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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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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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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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빚지고는 못 산다 (2)

DUMMY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은 아이스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반갑네요. 잘 지내셨죠?”


민재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문을 열었다.


“저야 뭐 늘 똑같죠. 민재 씨는요?”

“저도 비슷합니다. 요즘 농번기잖아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반만 진실이었다.

농사가 마법 농사라는 얘기는 안 했다.


“지인의 가게에 들렀다가 뒷모습을 보고 혹시나 했죠. 핵을 사려던 거 같은데. 어디에 쓰실 겁니까?”

“마법 연구 좀 해보려고요.”

“핵으로 마법을 연구한다라.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하긴, 민재 씨는 여느 마법사와 달랐으니까.”


박인환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마법사는 호기심이 많았다.

핵을 연구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쉽지 않네요. 종자는 잘 알아도 핵은 초보라서요.”


민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 아르바이트 한번 해 보실래요? 안 그래도 연수 끝나고 말씀드려볼까 했는데.”

“무슨 아르바이트요?”

“배송 경호요. 아이템 거래소는 말 그대로 중개소거든요.”


몬스터 관리국(Bureau of Monsters and Management).

몬스터의 사체를 수거하고, 핵과 껍질 등 쓸만한 것을 해체하는 기관이었다. 정부에서 1차로 작업하고, 중개상들이 경매에서 사 오는 구조였다.

물론 경매 수익은 수수료와 경비를 제한 뒤 몬스터를 잡은 헌터에게 지급됐다.


“아이템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산이잖아요. 이걸 시장에 맡겼다간 통제가 안 될 겁니다. DNA 복제 기술에 변환이나 치환 같은 스킬이 결합해 가짜가 극성이고.”


박인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문제는 각성 범죄자들입니다. 갓 해체한 고급 재료는 노다지거든요.”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특수 기동대도 힘에 부친다고요.”

“맞아요. 놈들은 보통 재료가 경매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혹은 경매를 마치고 중개상으로 이동하는 도중을 노리죠. 언론에 안 나와서 그렇지,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뭡니까?”


민재는 대충 짚이는 바가 있었다.

각성자는 길드 소속 외에도 돈벌이 방법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용역이었다.


“지인이 작게 아이템 수송업을 하거든요. 민재 씨도 경호팀에서 일해 보실래요? 배송이 자주 있는 건 아니에요. 일이 있을 때만 서울에 오시면 됩니다.”

“저 같은 초짜 각성자가 해도 됩니까?”

“민재 씨 외에도 B급 각성자가 5명이나 있어요. 시간이 있을 때는 저도 동행하고. 보수도 좋고, 핵과 각종 아이템을 자주 접하면 안목이 높아질 겁니다. 다양한 각성자를 만날 수도 있고요.”


박인환은 계약 조건을 간단히 설명했다.


하루 경호로 오백만 원.

다른 각성자들과 팀을 이뤄 움직이며, 경험이 쌓이면 수입도 늘어난다.


물론 아무한테나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아니었다.

연수 때부터 민재의 성실한 태도를 눈여겨 봤다고 했다.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 역시 옛말이 틀린 게 없다니까. 종묘상에서 일하는 거잖아?’


민재는 내심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가 인정한 차세대 영농 인재.

종자 산업기사와 농기계 정비기능사 자격증도 갖추고 있었다.

그때 실습을 준비하며 읍내의 종묘상, 농기구 대리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돈도 벌고, 핵을 보는 안목도 키우고. 저에게 딱 맞는 부업이네요. 감사합니다.”


민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신성리로 돌아가기 전, 상점에서 트롤의 핵을 10개 샀다.

개당 248만 원이었지만 박인환이 중간에서 나서 개당 200만 원에 합의했다.


현금 계산에 부가세 10%는 별도.

상도의가 있어 현금영수증은 발행해 줬다.


‘트롤의 핵이 위력은 낮아도 산탄총처럼 한꺼번에 쏘면 무시 못 하지. 대량 재배도 편하고. 여러 번 사용해 본 덕분에 조준도 능숙하니까.’


현재 재배 면적은 5.

트롤의 핵은 하나가 1칸을 차지했다.

성장도 빨랐고 한 번에 5개씩, 총 다섯 차례 수확했다.

며칠만 뚝딱하면 원거리 물리 공격 마법을 250방이나 저장할 수 있었다.


다만 쿤 씨의 사진을 본 후로 마법 재배가 더 조심스러워졌다.


“해병대 영감님을 보면 각성자처럼 신체가 강화된 거 같아. 지금이야 좋은 현상이지만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몰라. 조금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가자.”


결계를 치면 좋겠지만, 그건 결계사가 전문이고 별도의 아이템이 필요했다.

대신 텃밭 구석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마법 작물 주위에 다른 작물들을 골고루 심었다.


‘두엄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수확 후, 야밤에 뒷산에 올라 테스트해 봤다.

퍼억, 낮은 파공음과 함께 아름드리나무가 움푹 파였다.

변종 쥐새끼도 못 잡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선명한 주먹 자국도 마음에 들었다.


중급 치료 마법 2방.

중상급 칼날의 돌개바람 마법 3방.

그리고 10미터 안에서 산탄총처럼 터지는 물리 공격 마법 249방.


F급 마법사의 수준은 진즉 뛰어넘었다.

언제, 어디서 누굴 상대하든 일인 분은 할 자신이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장을 누비는 마법 농부, 강민재.’


민재는 자못 비장하게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박인환에게서 일자리를 소개받고 일주일 후의 아침이었다.


***


(주) FS 시큐리티.

박인환이 소개해 준 곳은 직원 30명 안팎의 작은 회사였다.


먼저 강남의 사무실에서 임직원들과 인사했다.


“박 선생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잠재력이 대단한 마법사님이시라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강민재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은 50대 후반의 풍채 좋은 남성이었다.

은퇴한 B급 각성자라고 했는데, 각성 능력을 살려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


“주요 업무는 몬스터 관리국의 아이템 수송이에요. 국영이나 민간 연구소의 경호 업무도 처리했지만, 그런 건 일 년에 한두 번이죠.”


사장의 간단한 회사 소개가 있은 뒤.

민재는 회사 로고가 새겨진 강화복을 입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수송이라고 해서 택배 같은 걸 상상했는데. 엄밀히 말해 수송 경호에 가깝잖아? 별로 하는 일도 없고.’


상하차는 로봇과 관리국 소속 하급 각성자들이 했다.

FS의 직원들은 물건을 확인하고, 강북의 관리국에서 지역 거점까지 수송차에 동행하는 역할이었다.


“중간에 강도들의 습격만 없으면 세상에 이런 꿀 아르바이트도 없어요.”


박인환이 웃으며 말했다.


“각성자 강도가 많나요?”

“한 달이 한두 번 정도? 대부분 잔챙이입니다. 경호팀이 있는 걸 알면 도망치기 바쁘죠. 거물급 범죄자들이 노릴 만 한 물건은 애초에 우리한테 맡기지도 않거든요. 대현 같은 큰 회사를 이용하지.”

“그럼 저희가 할 일은 뭡니까?”

“잔챙이라도 각성자잖아요? 제일 중요한 임무는 수송차를 지키는 것. 그리고 수송 도중 아이템과 재료가 변질되지 않게 관리하는 겁니다. 안정화 작업을 거쳤어도 잔존 마기 때문에 아이템과 재료가 변질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박인환은 협회의 전문 강사답게 식견이 풍부했다.

군대의 사수-부사수처럼 민재를 데리고 다니며 하나씩 가르쳐 줬다.


“아이템과 재료도 종류가 많아요. 민재 씨는 핵에 관심이 많은 거 같던데. 오늘부터 핵을 관리하는 게 어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박인환의 호의가 새삼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민재는 환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했다.


***


FS에서의 두 번째 아르바이트.

수송을 나가기 전에 몬스터 관리국에서 핵을 공부했다.

관리국은 보안 등급이 1~5까지 있었는데, FS의 신분증으론 3급 구역까지 출입할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은 금지인 거 아시죠? 이건······.”


박인환이 앞장서서 설명해 줬다.


반도체 공장처럼 넓고 깔끔했다.

흰 작업복을 입은 각성자들이 수송에 앞서 최종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보던 것과 전혀 다르네. 역시 아르바이트하길 잘했어.’


민재는 내부를 둘러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 ······종자는 크게 일반, 호광성, 혐광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은 빛에 관계없이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벼, 보리, 밀, 옥수수 등이 있다. 호광성은 상추, 배추, 쑥갓 등 빛을 좋아하는 작은 종자이며, 반대로 혐광성은 호박, 오이, 참외 등 어두운 환경에서 발아가 잘 되는 종자들이다. 종자를 보관할 때는······.


종자 산업기사의 지식이 떠올랐다.


종자와 핵.

외형은 달라도 뭔가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동일했다.

‘종자’라는 단어만 ‘핵’으로 바꾸면 종류와 보관 방법도 비슷했다.


“아, 그럼 이건······.”


전문 분야가 나왔다.

모처럼 신이 나서 말이 많아졌다.


“혹시 전에 이런 일 해보셨어요?”

“네? 무슨 일이요?”

“핵을 관리하는 거 말이에요. 다른 각성자는 핵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만 몇 달이 걸리는데, 민재 씨는 며칠 만에 다 끝냈잖아요.”


박인환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농사 경험이 도움이 되네요.”


민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내부를 대충 둘러보고 나가는 도중이었다.


“이건 뭡니까?”


민재는 문 옆의 반투명한 상자를 내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두 개가 붙어 있는 핵이었다.

왼쪽은 붉고, 오른쪽은 회색인 걸 보니 서로 다른 몬스터였다.


“기형 몬스터의 핵입니다. 두 종류 이상의 몬스터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중첩이 일어나는 거죠. 물론 중첩된 몬스터는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죽습니다.”

“처음 보네요. 전에 간 아이템 상점에도 없었던 거 같은데.”

“상품 가치가 없거든요. 아이템은 보통 단일 속성, 순수한 상태의 핵을 사용해 만듭니다. 레인보우 소드처럼 7개의 속성을 지닌 특수 무기도 있습니다만, 그런 건 7개의 핵을 병렬 연결한 형태죠.”

“그래요?”


민재는 더욱 눈을 빛내며 핵을 응시했다.


“관심 있으세요? 붉은색은 붉은 고슴도치의 핵입니다. 가시를 우박처럼 쏘는 E급 몬스터죠. 그리고 회색은 슬라임 폭탄의 핵이에요. 외형은 평범한 슬라임이었지만 상대에 달라붙어 자폭하는 놈이죠.”


박인환도 고개를 내밀고 같은 곳을 쳐다보며 설명했다.


‘쌍구마늘 같은 건가?’


민재는 두 개가 붙어 있는 마늘 종자를 떠올렸다.


이런 종자를 심으면 육쪽마늘 두 개가 붙은 마늘, 일명 짱구마늘이 나왔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라 상품성은 떨어졌는데, 그가 재배하려는 건 작물이 아니라 마법이었다.


‘쌍구마늘. 아니, 쌍구마법인가?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나의 큰 나무.

두 개의 마법 열매가 겹쳐 있는 광경이 떠올랐다.


“이건 어디에서 살 수 있습니까?”

“왜요? 속성이 불안정해서 아이템에 못 쓸 텐데요.”

“핵을 분리할 수 있나 연구해 보려고요.”

“글쎄요. 분리하는 방법이 있으면 진즉 그렇게 했겠죠. 그리고 이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어요. 허가받지 않은 물품은 반출이 엄격하게 금지됐거든요.”


박인환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됩니까?”

“따로 모아서 폐기하거나 수습 연구원의 실습 자료로 쓴다고 합니다.”

“그래요? 아쉽네요. 한두 개만 가져가고 싶은데.”


민재는 한참 동안 입맛을 다시다가 나왔다.

관리국의 다른 시설들도 견학했지만, 관심은 온통 쌍구종자에 쏠려 있었다.


‘쌍구종자. 어떻게든 갖는다.’


좋은 종자를 탐하는 건 농부의 본능적인 욕심.

그리고 좋은 핵을 탐하는 건 마법 농부의 본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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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인공 (1) +1 24.03.01 19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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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히려 잘됐다 (1) 24.02.24 29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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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내가 있어야 할 곳 (4) 24.02.23 295 6 11쪽
8 내가 있어야 할 곳 (3) 24.02.22 323 8 12쪽
7 내가 있어야 할 곳 (2) 24.02.21 343 6 13쪽
6 내가 있어야 할 곳 (1) +1 24.02.20 388 11 13쪽
5 당신 누구야? (2) +2 24.02.19 429 8 12쪽
4 당신 누구야? (1) 24.02.18 479 12 13쪽
3 첫 재배 24.02.17 545 16 13쪽
2 농부는 농부다 24.02.16 659 17 13쪽
1 내 농지에서는 마법이 자란다 24.02.16 713 1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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