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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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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향
작품등록일 :
2024.02.16 17:04
최근연재일 :
2024.03.11 19: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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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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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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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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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빚지고는 못 산다 (1)

DUMMY


- 충청도 시골에 괴상한 마법사가 숨어있더라.


소문이라는 게 참 빠르고 무서웠다.

고라니 사냥을 하던 날, 선글라스를 낀 낯선 사람들이 슬쩍 마을에 다녀갔다.


누군지는 대충 짐작이 됐다.

레드 이글과 화이트 울프에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다.


‘귀농하러 온 사람은 아니야. 이혜연이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아마 그쪽이겠지?’


주인공이 될 이혜연을 대신해 싱쿠스를 때려잡았다.

다른 길드나 단체의 타깃이 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겐 모른 척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아침, 읍내의 종묘상 강 사장님한테서도 전화가 왔다.


“어제 오후에 읍내에 이상한 외지 사람들이 다녀갔어. 잘은 모르겠는데 강 회장에 대해 조사하는 눈치더라고.”


읍내라고 해도 손바닥만 했다.

낯선 이는 아무리 조심해도 눈에 띄었다.


“이상한 외지인이요? 어떻게 생겼습니까?”

“한 무리가 아니었어. 최소한 두 패거리 이상인 거 같아. 한쪽은 일남일녀였는데, 여자가 줄담배를 피워 기억해. 얼굴은 예쁘장한데 보통내기가 아닌 거 같아.”

“다른 사람들은요?”

“그쪽은 무슨 회사원 같았어. 언뜻 들었는데, 책임자를 무슨 이사라고 부르더라고.”


종묘상 강 사장님은 호들갑스럽게 한참 이야기했다.


농기구, 중국집, 치킨, 마트 등.

읍내의 강 사장님 대부분이 그들을 목격했다.

공사다망한 파출소 강 순경, 새마을금고 강 대리, 면사무소 강 주사도 그들을 봤다고 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강 회장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냐, 언제부터 농사를 지었느냐, 서울에 있을 때 무슨 일했었느냐. 시시콜콜한 걸 다 묻더라고.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똥개 이름까지 물어보던데?”

“감사합니다.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 주세요. 그리고 누렁이는 똥개가 아니라 진돗개라니까요, 진돗개.”


민재는 진돗개를 강조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서울 촌놈들인 건 확실했다.


“회사원 같은 놈들은 이혜연의 배후 같고. 여자는 어디기? 레드 이글? 화이트 울프? 아니면 다른 길드?”


역시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무슨 꿍꿍이인지는 대충 짐작이 됐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거부하지 못할 제안으로 유혹하려는 게 분명했다.


‘섣불리 계약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네. 난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지.’


내심 웃음이 나왔다.

물론 당분간 길드에 속하지 않겠다는 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약하게 된다면, 상대의 애간장을 녹이고 최고의 조건으로 계약하고 싶었다.


‘당장 길드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나에 대해 조사해도 달라질 건 없고. 일단 눈앞의 것부터 충실하자.’


단순하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은 마법 재배가 우선.

길드가 어쩌고, 계약이 저쩌고 하는 건 나중 일이었다.


***


다음 날 정오.

콜루베르의 수확이 끝났다.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사용하고 남은 건 두 방.


“아쉽네. 트롤의 마법도 다 썼는데.”


민재는 재가 돼 사라지는 덩굴을 내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쉽지만 실망은 일렀다.

교육 후 받은 새로운 종자, 싱쿠스의 핵이 있었다.

던전과 전투는 가짜였어도 그 안의 몬스터는 진짜였다.


‘진짜 몬스터와 환술의 혼합이라. 전투 시뮬레이션은 맛보기일 테지? 진법에 특화된 적을 만나면 내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진법은 마법의 꽃.

환각계, 심령계, 수호계 등 종류도 다양했다.

마법 외에도 각종 보조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만큼 구현도 어려웠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자. 지금은 새 마법을 심는 게 먼저니까.”


그는 품에서 야구공 크기의 핵을 꺼냈다.

재배를 떠올리자 맑은 알람과 함께 상태 창이 나타났다.


# 4. 농부의 마음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

- B급 싱쿠스의 핵

- 재배 규모 : 4

- 재배 현황 : 0/5

- 난이도 : D

- 보상 : ??? 마법 획득

- 실패 시 : -

- 특이 사항 : 새싹 보리 수경 재배


컹컹, 마당 구석의 누렁이가 핵을 알아보고 짖어 댔다.

전처럼 마법 작물을 경계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낯선 모양이었다.


“자꾸 이러면 저녁에 커피 안 준다.”


역시 똑똑한 진돗개.

중얼거리듯 말하자 대번 조용해졌다.


“다른 개는 카페인 중독이 위험하다던데. 쟤는 반대네. 정체가 뭐야?”


민재는 피식 웃고 재배 현황을 주목했다.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3에서 5로 증가했다.


“영약을 복용한 보람이 있네.”


문제는 인벤토리 사이즈 같은 재배 규모였다.

B급 몬스터라 그런지 핵 하나가 4칸을 차지했다. 


기존 콜루베르의 재배 규모는 2.

콜루베르의 수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도 재배 현황의 제약 때문이었다.


며칠 전, 남는 재배 면적이 아까워 인터넷에서 핵을 사 봤다.

해외 직배송이란 말을 들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복제 스킬로 만든 정교한 레플리카였다.

핵의 표면에 깨알같이 적힌 메이드 인 차이나.


당연히 협회에 신고했다.


“······솔직히 그런 놈들은 못 잡습니다. 한둘도 아니고,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요. 민재 씨만 그런 게 아니고 신규 각성자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거든요. 일종의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세요.”


돌아온 건 담당자의 씁쓸한 웃음뿐이었다.


능력치를 빨리 올리고 싶다.

신규 각성자의 조급함을 이용한 사기였다.

오히려 백만 원이면 적게 털린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리뷰도 많아서 사 봤는데, 설마 정품 인증서까지 위조할 줄이야.”


메이드 인 코리아. 정품이 최고다.

거금 100만 원을 들여서 배운 교훈이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민재는 크게 도리질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특이 사항을 검지로 눌러 구체적인 재배 방법을 확인했다.


“몬스터 등급에 비해 재배 난이도는 낮네. 보리 수경 재배는 쉽지.”


먼저 종자를 하루 정도 물에 불린다.

그다음 배수구를 뚫은 플라스틱 팩에 종자를 넣는다.

물티슈와 검은 수건으로 햇빛을 못 보게 덮으면 끝. 사흘쯤 지나면 싹이 나온다.


마법 핵은 종자보다 훨씬 생장이 빨랐다.

한 시간 동안 불리고, 다시 3시간쯤 기다리니 바로 싹이 돋았다.


“싱쿠스는 물리 공격이 특기인 몬스터. 그렇다면 마법도 공격 계통이 나오겠지?”


힐링과 물리 공격.

구현할 수 있는 마법은 두 개뿐이라도 조합이 좋았다.


“어떤 마법이 나올까?”


민재는 텃밭에 쪼그려 앉아 싹이 자라는 걸 지켜보다가 돌아갔다.


사흘 후 아침.

언제나처럼 이른 식사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려는 찰나였다.


# 재배 성공

- 보상 : 검은 돌개바람

- 수확 : 0/4


상태 창이 나타나 재배가 끝났음을 알렸다.


“검은 돌개바람이라.”


이름만 봐도 알 것 같았다.

싱쿠스의 고유 스킬, 칼날 같던 바람의 막이 떠올랐다.


‘내가 당했던 스킬을 마법으로 익힌다. 이거 참 얄궂네.’


위력은 그가 제일 알고 있었다.

치유 마법이 아니었다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난도질 됐을 테니까.


누렁이와 모닝커피를 나눠 마신 뒤.

텃밭에 가 느긋하게 마법 작물을 수확했다.

네 개의 굵은 줄기에 깨알 같은 낱알이 수십 개씩 달려 있었다.


“줄기 하나가 마법 한 방. 작은 열매마다 놈의 칼날이 스며 있는 건가?”


낱알을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훑었다.


칼에 베인 듯한 통증.

검은 기운이 손가락을 타고 스며들었다.


이젠 마법 구현에 능숙했다.

전처럼 구현 방법이나 위력을 시험해 볼 필요는 없었다.


“좋았어. 수확도 다 끝냈고. 나도 슬슬 다음 단계로 나가 볼까?”


민재는 단전의 낯선 감각을 느끼며 빙그레 웃었다.


그가 굳이 각성 검사를 받고 연수를 수료한 이유.

좋은 마법 작물을 재배하려면 먼저 좋은 종자를 구해야 했다.


***


다음날 오전.

민재는 모처럼 말끔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서울은 언제나 정신 사나웠다.

일단 시골과 달리 공기부터 탁했다.


‘시간이 남으면 상철이하고 저녁이나 먹을까?’


삼성역 코엑스.

상철이가 일하는 광고회사 근처였다.

동시에 K.I.E.(Korea Item Exchange), 한국 아이템 거래소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몬스터와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을 허가된 장소에서만 거래하도록 제한했는데, 그곳이 바로 K.I.E.였다.


‘물론 법을 어기고 짝퉁을 파는 사기꾼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새삼 쓴웃음이 나왔다.


민재가 각성자 교육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거래소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길드의 확인서나 각성 신분증이 필요했다.


‘전투에서 얻는 핵만으로는 마법 재배에 한계가 있어. 핵을 사서 본격적으로 재배해 보자.’


듣던대로 입장이 까다로웠다.

무기는 당연히 반입 금지. 신분증을 제시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 한국 아이템 거래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정문을 지나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거래소 전체를 감싸고 있는 특수 결계.

도심형 아웃렛처럼 산재해 있는 화려한 상점들.

그리고 진열대를 차지한 드래곤 하트나 성검 같은 특급 무기들.

한쪽에서는 마법사와 대장장이가 맞춤형 장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촌놈이 이런 데에도 다 와 보네.’


민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일 낮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지만, 그편이 혼자 쇼핑하기엔 더 좋았다.


- 약은 약사에게 포션은 마녀에게.

- 대장장이의 숨결, 최강의 무구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유리문 앞에서 멈췄다.


- 노르드의 눈물. 각종 핵 팝니다.

“노르드가 뭐지?”


민재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래소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어서 옵쇼.”


뺀질거리게 생긴 사내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내부는 금은방 같았지만, 귀금속 대신 다양한 핵이 진열돼 있었다.


‘제대로 찾았다.’


민재는 눈을 빛내며 진열장을 둘러봤다.


“못 보던 얼굴인데, 새로 각성한 분인가 봐요?”

“각성한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이야, 부럽네요. 적성이 뭐예요? 아이템 제작? 주술?”

“아이템 제작은 아니고요. 마법사라 한번 배워 보려고요.”

“오, 마법 도구를 직접 제작해 보시려고요? 최상위 마법사이신가 보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푸른 전갈의 B급 핵인데, 독성 아이템을 만드는 데 제격이죠.”


주인이 주먹만 한 푸른 핵을 내밀었다.


4,000만원.

가격표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큰데요.”


민재는 핵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작정 큰 걸 심는다고 좋은 열매를 맺는 게 아니었다.


“아, 작은 걸 찾으시는구나.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C급 쌍두 딱정벌레의 핵인데 싱싱합니다.”

“그건 너무 납작해요.”


민재는 종자 고르듯 핵을 살폈다.


너무 크고 단단한 것은 제외.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상처가 있는 것도 제외.

색도 중요해서 일관되고 고운 빛깔을 띠어야 했다.


“손님이 핵을 볼 줄 아시네.”


가게 주인은 물건을 계속 내왔다.


“인터넷에서는 백만 원도 안 하던데.”


앓는 소리로 떠봤다.


“싸구려 레플리카가 아니에요. 사냥하고 얻은 진품입니다, 진품. 여긴 정부가 통제하는 곳이라 장난치면 큰일 나요.”


주인은 손사래 치며 품질 보증서까지 보여줬다.


레플리카.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돈이면 누렁이 사료가 몇 포대인데.


‘정품인 건 좋은데,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잘못하면 호구 되겠어.’


민재는 보증서를 훑어보며 고민했다.


- 가게는 많아. 다른 데에도 가 볼까?

- 여긴 정부가 보증하는 곳이잖아. 다른 곳도 가격은 비슷할 거야.

- 이왕 왔으니 한두 개만 사자. 나중에 돈이 생기면 더 사고.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명의 민재가 옥신각신했다.


“어렵죠? 뭐가 좋은지, 시세가 대충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덤태기를 쓸까 불안하기도 하실 거예요.”


뒤에서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핵에 정신이 팔려 누가 들어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어?”


민재는 뒤를 돌아봤다가 멈칫했다.


박인환.

각성자 연수 때 만난 강사가 생글거리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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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인공 (1) +1 24.03.01 19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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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거래 성립 (1) +1 24.02.28 21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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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잡초 제거 (1) +1 24.02.26 23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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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히려 잘됐다 (1) 24.02.24 29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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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내가 있어야 할 곳 (2) 24.02.21 343 6 13쪽
6 내가 있어야 할 곳 (1) +1 24.02.20 389 11 13쪽
5 당신 누구야? (2) +2 24.02.19 430 8 12쪽
4 당신 누구야? (1) 24.02.18 479 12 13쪽
3 첫 재배 24.02.17 545 16 13쪽
2 농부는 농부다 24.02.16 659 17 13쪽
1 내 농지에서는 마법이 자란다 24.02.16 713 1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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