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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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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향
작품등록일 :
2024.02.16 17:04
최근연재일 :
2024.03.11 19: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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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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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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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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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당신 누구야? (2)

DUMMY

전투에 나선 헌터는 모두 24명.

12명씩 조를 이뤘다. 공격, 방어, 지원 등으로 조 안에서도 저마다의 역할이 있었고, 공격팀도 다시 원거리, 근거리 등으로 세분됐다.

그들은 북쪽 언덕에서 대기 중인 지원팀을 기준으로 좌우에서 대기했다.


끄아아악.

소름 끼치는 섬뜩한 울부짖기 들렸다.

상공의 거대한 눈이 천천히 열리고 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온다. 긴장하라.


민 팀장의 굳은 어조로 무전을 보냈다.

민재도 지원팀 뒤에 서서 스피커를 통해 들었다.


몬스터는 둘.

5톤짜리 거대한 남생이가 나풀거리듯 떨어졌다. 외형은 귀여워도 산 것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괴물이었다.

게이트에서 눈물처럼 흐르는 검붉은 빛이 놈들의 주위를 감쌌다.


퍼퍼펑, 원거리 공격팀이 일제 사격을 퍼부었다.

파란색의 반투명한 마법 화살이었다. 멀리까지 한기가 느껴졌다.


‘아이스 에로우?’


민재는 화려한 공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피키오(offícĭo).

놈들을 감싸고 있는 붉은빛이 공격을 반감시켰다.

총 같은 구시대 무기가 통하지 않는 것도 특수한 마법 방어막 때문이었다.


이윽고 몬스터가 저수지 위에 싸분히 내려앉았다.

외형만 남생이를 닮은 게 아니었다. 물에서 빠른 특성도 그대로였다.

놈들은 물에 몸을 담근 채 머리만 삐죽 내밀고 뭍을 향해 나란히 헤엄쳤다.


- 물 위를 걷는 전사들이여(angeli ambulantes super aquam), 천사의 날개로······.


후드를 눌러쓴 강화술사가 수인을 맺고 주문을 읊조렸다.


헌터들이 발목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멀리서는 안 보였지만 지면에서 1cm 정도 떠올랐다.


- 초반은 탐색전이다. 대형을 유지하라.


민 팀장의 명령과 동시에 헌터들이 저수지로 내달렸다.


뒤에서 버프를 거는 강화술사.

아이스 에로우를 날리는 마법사.

큰 방패를 든 대펜더와 장검이나 대검을 들고 돌진하는 어태커.


전투는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중세의 전투를 연상시켰다.


‘쉘터에서 모니터로 보는 것하고 실제 보는 건 전혀 다르네.’


민재는 전투를 보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풋내기 각성자라도 각성자였다. 전투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몬스터의 공격은 단순했다.

거대한 몸을 이용해 들이받기, 짧고 굵은 발을 휘두르기 혹은 길게 튀어나온 이빨로 물어뜯는 게 고작이었다.

다만 뇌 속성인 탓에 발을 슬쩍 휘둘러도 번개가 휘몰아쳤다.


“패턴은 단순합니다. D급답게 동작도 굼뜬 편이고요. 하지만 강한 내구력과 번개 속성은 좀 까다롭군요.”


오퍼레이터가 장비를 조작하며 설명했다.


- 약점 분석은 아직이야?


민 팀장이 들뜬 목소리로 재촉했다.


“안 그래도 거의 끝났습니다. 약점은······.”


오퍼레이터는 말을 하다가 굳어졌다.


“어?”


민재도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모니터를 보다가 멈칫했다.


모니터에 몬스터의 3D 구조가 나타났다.

약점은 붉은점으로 표시됐는데, 문제는 그 약점의 위치였다.


“약점은 미간. 마법으로 내부에 강한 충격을 주면 됩니다.”


오퍼레이터는 일단 자료를 전송했다.


놈의 주위에는 번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게다가 슬슬 전투에 익숙해졌다. 수세에 몰리면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 젠장.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고작인데, 물속에 숨는 놈의 머리를 내부에서 공격하라고? 지금 장난해?


누군가가 날 선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최악의 상성. 아이스 에로우로는 안 된다.’


민재도 대번 상황을 꿰뚫어 봤다.


아이스 에로우는 외부에서 충격을 가하는 마법이었다.

놈은 번개와 두꺼운 껍질로 방어하고 있는 터. 여차하면 물에 숨을 수도 있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기습적으로 타격을 주는 다른 마법이 필요했다.


‘가령 트롤의 분노 같은 마법 말이야.’


민재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였다.


그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군대 경험은 차고 넘쳤지만, 헌터의 전투는 전혀 달랐다.


“전투 장비 여벌 있습니까?”


결국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


“네?”


오퍼레이터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제가 공격해 보겠습니다. 마법 계통 각성자거든요.”

“청년회장님이요? 각성자라도 외부인에게 장부를 주는 건······.”


오퍼레이터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전투는 팀 워크가 중요했다.

외부인이 중간에 끼어들면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동선이 겹치지 않게 포메이션부터 다시 짜야 했다.


“이거면 될까요?”


민재는 10미터쯤 떨어진 나무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줄기를 노려보며 의식을 집중.

단전에 기운이 느껴지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줄기가 움푹 파였다.


“원거리 물리 마법? 어떻게 회장님이 이런 걸.”


오퍼레이터는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끔뻑거렸다.

다른 오퍼레이터도 하던 일을 멈추고 홀린 듯 민재를 쳐다봤다.


“이거면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민재는 주먹을 풀고 오퍼레이터를 마주 봤다.


그동안 두 번 수확했다.

첫 수확물은 전부 연습용으로 사용했지만, 두 번째 수확한 25방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론 위력은 약했다.

F급. 성인이 주먹을 날린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센 정도였지만, 어느 정도 연타도 가능했다.


- 지금 규정 따질 때야? 우리한테 딱 필요한 마법이잖아!


팀장의 호통이 침묵을 깨고 끼어들었다.

이쪽의 상황을 무전으로 들은 모양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오퍼레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겁지겁 일어났다.


***


파아앗, 놈들이 거대한 몸을 수면 아래에 숨겼다.

물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운데, 물기둥들이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며 솟아올랐다.


“어딜?”


민 팀장은 높이 솟구치며 검기를 날렸다.


한발 늦었다.

검기는 놈을 따라 물살을 가르고 날아가다가 스르르 약해졌다.

놈의 미간을 향한 아이스 에로우와 강기 십여 개도 물속에서는 위력이 반감됐다. 


- 끝이 없군요. 영악한 놈입니다.

- 이대로라면 우리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겁니다.


팀원들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놈의 약점은 알고 있었다.

객관적인 능력치도 헌터들이 위였다.

하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건 별개였다.


- 강 회장은 아직인가?


누군가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 누가 좀 도와줘!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왔다!


헌터들은 일제히 북쪽 언덕을 돌아봤다.


신성리의 자랑, 강 회장.

그가 위에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폼은 좀 엉성했지만 전투복과 헬멧은 제대로 착용했다.


- 물 위를 걷는 전사들이여······.


강화술사가 급히 물 위를 걷는 마법을 걸었다.


***


‘젠장, 내 몸이 아닌 것 같잖아?’


민재는 비틀거리며 언덕을 내려갔다.


“오, 제법 폼이 나는데요?”


멋모르는 오퍼레이터는 뒤에서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멋이고 뭐고 당사자는 곤욕이었다.


헌터의 강화복도 천차만별이었다.

민재가 착용한 건 제일 싼 보급형이었는데, 그래도 신체 능력이 30% 이상 향상됐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힘을 분배하고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다.


‘하긴, 그러니까 몇 달 동안 훈련받고 실전에 투입되는 거지.’


통신기에서는 계속 무전이 들리고.

헬멧의 유리에는 전투 정보가 시시각각 떠오르고.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무기와 각종 보조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낯설었다.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졌다.

붕 뜬 기분이었는데 착각이 아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보니 물 위를 뛰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처럼 발목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미치겠네.”


아차, 통신기가 켜진 걸 잊고 육성으로 중얼거렸다.


물속에서 고속 이동하는 몬스터.

놈이 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헌터들의 뒤, 민재의 앞이었다.


“크아아아!”


한 놈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헌터들을 향해 팔을 내저었다.


번개가 물보라와 섞여 휘몰아쳤다.


- D3!


디펜더들이 큰 방패를 앞세워 막았다.

초고온과 초저온, 전기 등에 내성을 갖춘 강화복이었지만, 정면으로 맞으면 위험했다.

파지직, 물과 번개는 불꽃놀이 같은 스파크를 만들며 튕겨 나갔다.


민재의 머리 위로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다른 한 놈이 그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입을 크게 벌렸다.


‘침착하자. 그래 봤자 D급. 동작은 굼뜨다.’


크게 심호흡하고 놈을 올려봤다.


놈의 머리가 내려오는 순간.

그는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번엔 놈의 거대한 앞발을 수평으로 쓸었다.

오른발 끝으로 수면을 찬 뒤 뒤로 스르르 이동했다.


- 처음 치곤 잘하는데요?

- 맞아. 균형을 잡기도 어려울 텐데.

- 하체가 튼튼해요. 밸런스를 타고났습니다.


고참급 헌터들이 그를 곁눈질하며 감탄했다.


‘점점 요령이 생기는데?’


발로 내려치기, 꼬리 후려치기, 박치기.

놈의 공격이 눈에 뻔히 보였다. 민재는 전후좌우로 움직여 여유 있게 피했다.

간혹 놈의 공격을 놓칠 때면 드론으로 지켜보던 오퍼레이터가 무전을 날렸다.


- 천상을 나는 새들이여(Aves in caelo volantes)······.


강화술사의 주문이 들렸다.

특정 대상에게 효능을 집중한 버프였다.

제자리에서 슬쩍 뛰어보니 몸이 한결 가벼웠다.


- 제가 놈의 주의를 끌겠습니다.


민 팀장이 우회해 놈의 뒤에 나타났다.

그사이 헌터들은 집중 공격으로 다른 놈을 붙들어 뒀다.


- 오케이.


민재는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솟구쳤다.


놈은 아직 고개를 드는 중이었다.

흩어지는 물방울 너머로 놈의 녹색 머리가 보였다.


- 조심!


민 팀장의 짧은 외침.

반투명한 검기가 놈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크아아아!”


놈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피부가 단단해 상처는 없었지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지금!

- 공격!


팀장과 오퍼레이터의 외침이 동시에 들렸다.


민재는 아직 공중에 뜬 상태.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10미터. 거리는 충분하다.’


놈의 미간을 노려보며 오른 주먹을 움켜쥐었다.

퍼퍼퍼퍼퍽, 놈의 머릿속에서 묵직한 타격이 연달아 터졌다.


***


콰아앙.

두 번째 몬스터의 거대한 몸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다.

부서진 머리와 뇌수가 둥둥 떠다니는 가운데, 잉크가 번지듯 검붉은 피가 퍼져나갔다.


민재는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물 위에 착지했다.

얼떨떨했다. 놈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계속 아른거렸다.


휘유, 헌터들은 헬멧을 벗으며 환호했다.


“이야, 강 회장님. 아까 그거 무슨 마법입니까?”

“마법 연사가 가능한 거 보니까 엄청난 고수 같은데. 왜 이런 곳에 계세요?”


몇 명은 강 회장을 연호하며 다가갔다.


“등급이 뭡니까? 언제 각성하신 거예요? 협회에서 검사는 받아 보셨어요? 혹시 지금 소속된 길드가 있습니까?”


민 팀장도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질문을 쏟아냈다.


“지원팀에서 약점을 다 알려줬잖아요. 운이 좋았습니다.”


민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질문이 많았다. 일일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물론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전투가 끝나자 마법 계통 각성자에서 농부로 돌아왔다.


뒷처리는 이제부터였다.


‘망했다. 물 다 빼야겠네. 몬스터 피 때문에 작물이 이상해지면 어쩌지? 농업 안전 보험으로 해결될까?’


저수지를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걱정은 나중에.

지금은 승리의 기쁨과 영광을 즐길 때였다.


‘내 마법이 몬스터에게 통한다는 게 확인됐어. 이 맛에 전투하는 건가?’


승리의 여운이 짜릿했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몸이 파르르 떨렸다.


‘두 놈이니까 핵 하나는 내가 가져도 되겠지? 트롤보단 덩치도 크고 상위 몬스터였는데, 이번 핵을 심으면 어떤 게 열릴까? D급이라도 뇌 속성 마법이 가능할 거야.’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 놈의 핵을 심어 보고 싶었다.


“당신 누구야? 시골 청년회장이 어떻게 마법을 쓰지?”


누군가가 그의 눈치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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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인공 (1) +1 24.03.01 19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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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거래 성립 (1) +1 24.02.28 21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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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히려 잘됐다 (1) 24.02.24 29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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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누구야? (2) +2 24.02.19 430 8 12쪽
4 당신 누구야? (1) 24.02.18 479 12 13쪽
3 첫 재배 24.02.17 545 16 13쪽
2 농부는 농부다 24.02.16 659 17 13쪽
1 내 농지에서는 마법이 자란다 24.02.16 713 1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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