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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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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2.16 17:04
최근연재일 :
2024.03.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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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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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히려 잘됐다 (2)

DUMMY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 6시였다.

핸드폰으로 대전행 고속버스 티켓을 예약한 뒤, 근처의 작은 호프집에 들어갔다.


초저녁부터 치맥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테이블이 다섯 개 중에서 하나밖에 안 남아 있었다.

둘은 구석의 남은 자리에 앉아 치킨과 맥주 3,000cc를 주문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상철이가 거품 가득 맥주를 따라주며 물었다.


“다음 주부터 교육받으러 오래.”

“예비군 훈련 같은 거야?”

“그거보다 좋지. 일 교육비 20만 원에 교통비 3만 원은 별도니까. 지방은 교통비를 실비로 정산해 준다던데?”


이번엔 민재가 상철이의 잔을 채워주며 대답했다.


훈련은 사흘 코스였다.

먼저 첫날엔 각성자의 책임감, 사회적 윤리 같은 따분한 강의가 있었다.

둘째 날 오전엔 각성자 선배의 특강. 둘째 날 오후와 셋째 날엔 능력구현 수업이 있다고 했다.


물론 높은 등급으로 측정된 사람은 추가 교육을 받았다.

아카데미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교육받고 수료 후 정부 소속으로 3년간 복무한다고 했다.


“은퇴한 헌터가 강사로 나온대. 전투의 승패는 단순히 등급의 높이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경험은 무시 못하지.”


이미 세 번이나 몬스터를 상대한 터.

민재의 경험은 어지간한 풋내기 헌터보다 위였다.


벽에 대형 TV가 걸려 있었다.

마침 헌터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금일 오전 10시. 안산에 출현한 B급 게이트를······.


긴박했던 전투 현장이 짧게 소개됐다.

에이스는 마법과 검술, 체술 등 다방면에 능통한 마검사 이성준.

그는 오른손의 장검으로 몬스터를 베는 한편, 왼손으로 아이스 에로우를 발사하며 몬스터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전투 종료 후, 이성준이 길드를 대표해 인터뷰했다.


“조국 수호를 위해.”


녀석은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것도 멋있었다.


“캬, 저 잘난 놈. 말도 잘하네.”


상철이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감탄사를 길게 내뱉었다.


“대단하네. 팀원도 죄다 A급이라지?”


민재는 TV 속 이성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S급, 국내 랭킹 8위의 절대강자.

10대부터 40대까지 4년 연속 선호도 1위.

아시아가 주목하는 차세대 헌터 10인에 선정.

······


이성준의 화려한 이력은 말 몇 마디로 부족했다.


“부럽다. 너도 저렇게 됐으면 좋았을 텐데.”


상철이는 쓰게 웃으며 민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난 안 된다고 생각하지? 이성준도 처음부터 S급은 아니었잖아. 각고의 노력으로 2차 각성을 돌파했다던데.”


2차 각성자.

각성자 중에 한 번 더 각성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다만 그 확률은 로또보다 낮았다. 대한민국에서도 2차 각성까지 한 사람은 이성준을 비롯해 다섯 명밖에 없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아니, 반드시 저렇게 되고 만다.”


편한 친구를 만난 탓일까?

민재는 오랜만에 말이 많아졌다.


“······.”


상철이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너 많이 달라졌다.”

“내가?”


민재는 뒤늦게 머쓱해 하며 자기 얼굴을 매만졌다.


“그래. 서울에서의 넌 주눅 들고 현실에 순응하는 순둥이였거든. 하지만 지금은 뭔가 목표가 생긴 거 같아. 느리지만 앞만 보고 꾸준히 전진하는 느낌이랄까? 비록 지금은 이성준에 비교할 수도 없지만 언젠가는······.”


상철이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하는 도중이었다.


“이성준? 꼴에 각성자인가 보지? 요즘은 개나 소나 이성준을 입에 담는다니까.”


옆 테이블에서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숫자는 넷. 아까부터 둘을 힐끔거리던 남자들이었다.

자기들끼리 농담하는 것 같아도 시선은 둘에게 향했다. 노골적인 비웃음이었다.


‘뭐야?’


민재는 인상을 찌푸리고 놈들을 바라봤다.


대낮부터 거나하게 취한 모양이었다.

테이블과 바닥에 빈 소주병이 널려 있었다.


상철이도 학생 때 운동 좀 한 친구였다.


“아직 대학생 같은데. 술집에서 괜히 시비 걸다가 피똥 싸는 건 공식인가?”


녀석은 민재와 잔을 부딪치며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벌써 취했어?”


민재가 녀석의 정강이를 툭 차고 눈치를 줬다.


슬쩍 왼쪽의 다른 테이블을 곁눈질했다.

남녀 한 쌍도 아까부터 언짢은 듯 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 가자. 슬슬 차 시간 됐다.”


그는 남은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일어났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맥주는 그가 거의 다 마셨는데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쳇.”


상철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일어났다.


“사장님, 계산이요.”


민재가 계산대 앞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도중이었다.


“아이고, 아재들 도망가네.”

“그만 해라. 아저씨 울겠다.”


놈들의 계속되는 시비.

비웃는 놈보다 말리는 척하는 놈이 더 얄미웠다.


“이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결국 상철이가 발끈하고 놈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야, 박상철!”


민재가 말릴 틈도 없었다.


“어른한테 교육 좀 받자.”


상철이는 비웃은 놈을 향해 솥뚜껑처럼 큰 손을 들었다.


“누구 맘대로?”


뺀질거리게 생긴 놈이 더 빨랐다.

놈은 앉은 채로 상철이의 오른손을 낚아채고 오른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큭.”


상철이가 비틀거린 순간, 놈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팔을 뒤로 꺾었다.


“어? 뭐야?”


민재는 당황해 눈을 끔뻑거렸다.


비쩍 마른 놈이 번개처럼 빨랐다.

완력도 상당한 듯 상철이가 힘을 써도 꿈쩍하지를 안 했다.


“아이고, 가게에서 이러시면 안 되는데.”


사장은 계산대 뒤에 서서 울상이 됐다.


“아재요. 아재만 각성자인 줄 알았어?”


다른 놈이 피식 웃으며 지갑을 꺼내 보였다.


‘각성자?’


민재가 받은 임시 신분증이 아니었다.

협회의 교육을 마친 정식 신분증이었다. 인증 홀로그램과 ‘D급’이라는 표식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


D급 대 F급.

고작 2단계 차이에 둘 다 하위 등급이었지만, 능력은 천지 차이였다.

보통 상위 0.1%가 S급, 3%까지가 A급, 10%까지 B급, 20%까지 C급, 30%까지 D급, 50%까지가 E급, 그 외에는 F급으로 구분됐다.

S급 위에 등급 외 존재인 EX급도 있었지만, 그건 논외였다.


“아저씨는 어쩔 거야?”


다른 덩치 큰 놈이 조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민재는 내심 마법을 떠올렸다.

원거리 물리 타격 마법, 트롤의 분노가 단전을 맴돌고 있었다. 무려 25방이나.


‘위력은 약해도 일반 마법사보다 훨씬 빠르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 몬스터를 상대할 때야 거리낌 없이 마법을 썼지만, 인간에게 써도 괜찮을까?’


잠깐 고민됐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법.


“말로 좋게 합시다.”


민재는 상철이를 곁눈질하며 억지로 웃었다.


“이놈이.”


상철이는 팔을 빼기 위해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썼다.

뺀질이는 빙글거리며 조소만 머금을 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 아저씨 쫄았네.”


덩치 큰 놈이 민재를 향해 왼손을 든 직후였다.


“각성자 신분증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 텐데?”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

파앗, 뭔가 날아와 놈의 손등에 박혔다.


“으악.”


놈은 손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테이블에 있던 나무 이쑤시개였다.

놈의 손가락 사이라 피가 흘러내렸다.


‘누구?’


그제야 민재는 다른 테이블의 남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자가 의자에 앉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년은 또 뭐야?”


다른 놈이 일어나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퍼억, 그녀는 구둣발로 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동시에 놈의 손목을 잡고 팔을 뒤로 꺾었다. 조금 전 뺀질이가 상철이를 제압했던 것과 똑같은 솜씨였지만, 훨씬 빠르고 정교했다.


완력은 뺀질이보다 몇 수 위였다.


“끄아아.”


덩치 큰 놈은 팔이 뒤로 꺾여 무릎을 꿇었다.


“이런 게 자랑인가?”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뺀질이에게 향했다.


“허, 헌터십니까?”


다른 놈이 엉거주춤 서서 물었다.


“왜? 더 해보시려고?”


그녀가 다른 손으로 테이블에 놓은 이쑤시개 통을 들고 흔들었다.


“히익.”


놈들은 사색이 됐다.

뺀질이도 눈치를 보며 상철이를 슬그머니 놓았다.


“병X들.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자에겐 덤빌 용기조차 없지.”


그녀는 놈을 일행에게 밀었다.


“가, 가자.”


놈들은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한 뒤 허겁지겁 가게를 나갔다.


“손님, 계산이요.”


사장이 따라가며 외쳤다.

한 놈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던지듯 내려놓았다. 물론 거스름돈은 없었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곧이어 그녀와 민재의 시선이 마주쳤다.


“감사합니다.”


민재는 멋쩍게 웃으며 인사했다.


“당신들 도우려고 한 게 아니에요. 그냥 시끄러운 게 싫었던 거지.”


그녀는 재킷을 챙겨 들고 그를 지나쳤다.

동행한 사내가 지갑에서 5만원 두 장을 꺼내 내려놓고 따라 나갔다.


그녀가 문을 나간 직후였다.


“이 시XX, 죽어!”


성난 욕설과 함께 누군가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도망쳤던 뺀질이들.

놈들이 가게를 나간 척 숨어 있다가 기습했다.


***


술에 취한 건지, 만용인지.

아니면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들이었지만 짧은 순간에 제법 준비했다.


한 놈이 쓰레기 봉투를 던져 남녀의 시야를 가렸다.

동시에 다른 두 놈이 좌우에서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다.


‘쯧쯧, 정신 못 차렸네.’


민재는 뺀질이를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트롤의 분노 세 방.

놈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퍼퍼퍽, 놈은 불시에 타격을 받고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컥.”


반대편에서 기습하던 놈이 거의 동시에 쓰러졌다.


‘뭐지?’


민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살폈다.


그녀가 언제 반격한 걸까?

놈의 오른쪽 가슴에 예의 그 이쑤시개가 박혀 있었다.


‘괜히 도와줬네. 기습할 것도 예측했잖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쓴웃음이 나왔다.


“마법사?”


이번엔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부축해 도망치는 뺀질이들은 안중에 없었다.


‘어쩐지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지?’


아, 뒤늦게 떠올랐다.


“202번 김혜연?”


아까 협회에서 검사받을 때 그의 앞번호였다.

지금은 얇은 재킷을 입었지만, 그때 티셔츠에 비친 탄탄한 등 근육이 인상적이었다.


“이혜연이에요. 이제 알겠어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없고요. 다음 주에 다시 봐요. 동기님.”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돌아섰다.


‘다시 보자고? 아, 다음 주에 의무 교육이 있지.’


뭐에 홀린 것 같았다.

그녀가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한 자가 아름답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옆에서 불쑥 멍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상철이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시작이야? 아서라. 너보다 훨씬 세다고. 여자 어쩌고 헛소리하면 바로 응징당할걸?”


민재는 피식 웃으며 녀석에게 핀잔을 줬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다.

상철이 아버지, 해병대 강 영감님은 유명한 로맨티스트였다.

그리고 그 피를 물려받은 상철이도 친구들 사이에서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넓다.’


그녀만 해도 이쑤시개 하나로 D급을 제압했다.

이성준 같은 절대 강자는 어떤 수준일지 감도 안 왔다.


‘나더러 기타 등등 F급이라고? 오히려 잘됐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풋내기. 도전자가 돼 하나씩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겠지.’


민재는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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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인공 (1) +1 24.03.01 19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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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신 누구야? (2) +2 24.02.19 430 8 12쪽
4 당신 누구야? (1) 24.02.18 479 12 13쪽
3 첫 재배 24.02.17 545 16 13쪽
2 농부는 농부다 24.02.16 659 17 13쪽
1 내 농지에서는 마법이 자란다 24.02.16 713 1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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