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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80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26 00:00
조회
1,331
추천
102
글자
10쪽

석궁과 사냥꾼

DUMMY

“이 문 열어! 당장!”


굵직하고 다급한 목소리가 샬롯의 집 안에 울려퍼졌다. 그것을 들은 검은 머리의 의사는 다급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현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론멕의 귀에 들려온 것은 누군가를 다그치는 듯 한 샬롯의 목소리였다.


“아휴. 대체 몇 번을 더 말씀드려야 아시겠어요? 노크는 좀 살살 하시라고요.”


그러자 굵직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어. 오늘은 대박을 친 날이니까 말이다.”


말을 마친 덥수룩한 검은 머리의 남자는 벽난로가 놓인 거실로 들이닥치며 말했다.


“목표를 꿰뚫은 사냥꾼의 화살에 영광 있으리! 이 빌어먹을 여우놈을 드디어 잡았지 뭐냐?”


그런 그의 손에는 붉은 여우가 꼬리를 잡힌 채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여우를 손에 든 사냥꾼은 그의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보거라 샬롯. 이 나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증거를 말이다. 으하핫!”


안락 의자에 앉은 론멕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며 그저 사냥꾼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콧대를 높이며 웃기 시작한 사냥꾼의 등 뒤에서, 샬롯은 현관문을 닫으며 말했다.


“인사드려 론멕. 아까 너를 이곳에 업고 오신 에드 아저씨셔. 아저씨!”


샬롯은 사냥꾼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론멕에게 사과하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론멕? 그게 누군데?”


샬롯을 돌아본 사냥꾼은 이내 고개를 돌려 벽난로가 놓인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띈 것은 축축한 빨간 머리에 흰색 가운을 입은 한 앳된 얼굴의 모험가였다.


론멕은 안락 의자에 앉은 채 앞 뒤로 흔들리며 사냥꾼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냥꾼은 여우의 꼬리를 쥔 손을 슬며시 내리며 말했다.


“아. 안녕하시오 마법사 양반.”


그 말을 들은 론멕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와 사냥꾼의 어색한 재회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샬롯은 나지막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이 여자애의 이름은 론멕 데이드림이고. 아저씨 말씀대로 성국에서 넘어온 마법사에요. 그리고 아저씨는···”


검은 머리의 의사는 그녀의 팔꿈치로 에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론멕에게 사과할 일이 있죠. 제 말이 맞죠?”


옆구리를 찔린 사냥꾼은 몸을 움찔거렸다. 머쓱한 듯 머리를 긁던 그는 이내 론멕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마법사님. 제가 생각없이 행동하여 마법사님을 그만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화살을 뽑아낸 것에 대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공손히 사과하는 사냥꾼을 앞에 둔 론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아요. 사실 얼마나 아팠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뭘.”


그 말을 들은 하늘색의 엘프는 론멕의 귓가에 손을 대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물론 너는 기절해서 잘 몰랐겠지. 네가 정신을 잃은 뒤로 네 몸을 잠깐 썼었는데. 정말 저 남자의 몸을 네 조각으로 찢어 버려도 모자랄 법한 아픔이었어.]


빨간 머리의 모험가는 그녀의 옆에 떠오른 위니를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이내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오히려 화살촉을 제거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야말로 새벽에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에드라는 이름의 사냥꾼은 고개를 들어올려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뭐. 폐랄 게 있나. 그래서 우리 레이븐 마을을 없애버릴지 말 지는 결정 하셨소?”


그 말을 들은 모험가의 볼이 그녀의 머리칼만큼이나 붉어졌다.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던 론멕은 그녀의 옆에 떠올라 무엇이 문제냐는 듯 고개를 으쓱이는 위니를 째려보며 말했다.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에드는 탁자 위에 붉은 여우의 시체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얼마나 아프셨으면 그렇게 말을 하셨을까. 전부 이해하니 모쪼록 우리 레이븐 마을에서 편하게 쉬다 가시오.”


샬롯은 그녀의 탁자 위에 놓인 붉은 여우의 시체를 질색을 하며 바라보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붉은 색의 털뭉치를 툭툭 건드리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론멕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참. 론멕 너 심심하진 않니?”


흰 가운의 소매를 만지작거리던 론멕은 고개를 들어 눈을 끔벅거리고는 말했다.


“심심하달 게 뭐가 있겠어요? 너무 잘 대해주셔서 제가 심심한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빨간 머리의 모험가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레이븐을 조금 둘러보고 싶긴 해요. 제 어깨 상태로 둘러볼만 할까요?”


그 말을 들은 샬롯은 고개를 저으며 벽난로 옆에 놓인 바구니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니까 붕대를 묶고 나가렴. 아저씨!”


탁자 위에 놓인 붉은 여우의 시체를 감상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은 에드는 화들짝 놀라 샬롯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냐?”


샬롯은 바구니 속에서 둘둘 말린 붕대 뭉치를 꺼내들며 말했다.


“론멕에게 레이븐을 좀 소개시켜 주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에드는 모험가와 의사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레이븐에 대해 소개시켜 달라는 건··· 나의 사냥실력을 보고싶단 게로군! 사냥꾼 에드가 없다면 레이븐은 시체에 불과할 뿐이니까 말이지. 으하핫!”


샬롯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안락 의자로 다가와 론멕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저렇게 되는 거람? 가자 론멕. 옷 갈아입어야지. 아무래도 가이드를 구하는 건 글러먹은 것 같다.”


빨간 머리의 모험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샬롯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론멕은 안락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아까 새벽엔 삽을 들고 계시길래. 아저씨께서 사냥꾼이신 줄은 몰랐어요.”


그 말을 들은 에드는 그의 허리춤에서 장전되지 않은 석궁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여우 놈들이 어찌나 영리한지. 참외밭을 울타리로 막아뒀더니 그 밑으로 굴을 파 놓은게 아니겠소? 그걸 메우느라 어찌나 고생이었는지 모르겠군.


덥수룩한 검은 머리의 남자는 고개를 돌려 탁자 위에 몸을 뉘인 붉은 여우를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짓도 이제는 끝이다! 빌어먹을 여우여!”


에드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샬롯의 집 안을 가득 메웠다. 한 숨을 쉰 샬롯은 론멕의 가운을 잡아끌며 말했다.


“옷 갈아입으러 가자. 저 꼴을 더 보는 건 환자인 네게 안 좋을 것 같다.”


종종걸음으로 샬롯을 뒤쫓던 론멕이 말했다.


“괜찮아요. 사냥 구경도 정말 기대되는데요 뭘. 에드 아저씨는 상당한 실력의 사냥꾼이신가봐요?”


론멕의 옷가지와 붕대를 품에 끌어안은 샬롯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직접 보는게 더 빠르겠지만. 의사와 친한 사냥꾼이라면 안 봐도 뻔한 일 아니겠어?”


검은 머리의 의사는 이내 고개를 돌려 거실을 향해 소리질렀다.


“그 죽은 여우, 여기 놔두지 말고 가져가세요! 쥐 물어오는 고양이도 아니고··· 짜증나 죽겠어 정말!”




= = = = =




레이븐의 자갈길 위에서 누군가의 콧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석궁을 손에 든 채 흥얼거리는 에드를 뒤따르는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레이븐의 풍경을 살폈다.


울타리로 둘러쌓인 자갈길의 주변엔 잘 갈려진 밭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마치 체스판처럼 경계가 나뉘어진 밭에는 저마다 형형색깔의 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딸기밭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론멕의 콧등에 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나비를 쫓아낸 론멕은 이내 에드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밭이 정말 체계적으로 가꿔져 있네요?”


그 말을 들은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레이븐의 명물중 하나지. 작은 마을에 넘쳐나는 먹을거리는 모험가의 발을 하염없이 붙잡아 놓는다오.”


사냥꾼은 고개를 돌려 론멕과 마찬가지로 밭을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이 완벽한 밭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론멕은 울타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울타리를 넘을만한 동물들에겐 속수무책이겠네요. 덩치 큰 노루라던가···”


그 말에 에드는 고개를 돌려 론멕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잘 알고 계시는군. 마법사가 요즘엔 밭 일도 하오?”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저는 수녀였거든요. 한가할 땐 성당의 밭 일을 돕기도 했었어요.”


에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꾹 닫은 채 침묵하기 시작한 사냥꾼과 모험가의 사이에는 그저 자갈 밟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덥수룩한 머리의 사냥꾼이었다.



“이해가 잘 안 가는군. 성국과 마법은 서로 물과 기름 같은 존재라고 알고 있소만. 당신은 대체 어떻게 마법사가 된 거요?”


그 말을 들은 론멕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옆에 떠다니는 하늘색 엘프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엘프를 바라보던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그만 픽 웃어버리며 입밖으로 말했다.


“사람은 변하니까요.”


“그것 참···”


에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두루뭉술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그만한 대답도 없는 것 같군.”


손으로 석궁을 빙빙 돌리던 사냥꾼은 이내 말을 이었다.


“당신 말이 맞소 론멕. 사람은 변하지. 이 에드 스팅샷이 이런 촌구석에서 사냥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지 않을까 싶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부터 사냥꾼이 아니셨던 건가요?”


그러자 순간, 에드는 그의 덥수룩한 검은 콧수염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말했다.


“쉿. 저기 무엇인가가 보이는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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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궁과 사냥꾼 +16 20.05.26 1,332 10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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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두 번의 살인 +26 20.05.19 1,450 10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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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광대와 여관 +13 20.05.17 1,556 1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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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다 위에서 +28 20.05.15 1,961 129 12쪽
8 지평선호 +12 20.05.14 2,124 126 11쪽
7 항구와 시작의 도시 +10 20.05.13 2,557 122 7쪽
6 돌격 앞으로 +18 20.05.12 2,625 145 9쪽
5 탈출 +16 20.05.11 2,611 150 8쪽
4 심연 속에서 +18 20.05.11 2,858 161 9쪽
3 그녀와의 첫만남 +15 20.05.11 3,019 159 9쪽
2 목걸이의 목소리 +19 20.05.11 4,012 182 9쪽
1 이야기책. 그리고 론멕 +29 20.05.11 8,123 29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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