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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69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23 00:01
조회
1,535
추천
105
글자
11쪽

모험의 왕국

DUMMY

짙은 어둠이 내린 자그마한 마을에는 그 누구의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울타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갈길 위에는 그저 귀뚜라미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국경선에 인접한 이름모를 마을에 하늘색의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금씩 크기를 넓혀가더니, 이내 자갈길 위에 하늘빛의 오망성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돌며 기묘한 소리를 내는 마법진 위에는 어느새 검은 후드를 쓴 여성이 어깨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아 있었다. 의문의 여성이 고개를 젖혀 후드를 벗어내자 그녀의 짧은 빨간색 머리칼이 허공으로 솓구쳤다.


“으윽··· 아파라.”


론멕은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길 위에 흩뿌려진 자갈이 부시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귀에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어깨를 치료할만한 곳을 찾아보자. 이 새벽에 뭐가 있겠냐마는···]


하늘색의 엘프는 론멕의 머리위로 날아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퍼뜩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너 안 어지러워?]


론멕은 하늘에 둥둥 떠있는 위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전보다는 조금 견딜만 해요.”


그 말을 들은 하늘색의 엘프는 흥미롭다는 듯 그녀의 갸름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주 못 써먹을만한 몸은 아닌 것 같다 너? 마법을 견뎌낸지 얼마나 됐다고 마나 그릇이 커진 거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위니는 머리를 긁적이는 론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운동을 하면 체력이 늘어나는 것 처럼, 마법을 많이 쓰다보면 마나 그릇의 크기도 늘어.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날 만한 게 아닌데··· 흥미롭네.]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 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법 공부는 나중에 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의사부터 찾아봐요. 어깨가 찢어지는 것 같단 말이에요.”


말을 마친 론멕은 자갈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위니는 발걸음을 올기는 그녀의 곁으로 살며시 내려와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자갈이 부시럭대는 소리가 길 위를 가득 메꾸었다.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고통에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이곳 저곳을 살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달 아래를 지나가며 그녀가 있는 주변을 더더욱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게슴츠레 뜬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론멕은 이내 한 숨을 쉬며 위니에게 말했다.


“제기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이대로 가다간 의사를 찾기는 커녕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어요.”


위니는 론멕과 마찬가지로 미간을 찌푸린 채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동감이야. 그래서 네 늘어난 마나 그릇에 더욱 감사하게 되는걸.]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하늘색의 엘프는 그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론멕의 어깻죽지로 들어가 그녀의 왼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론멕의 손이 멋대로 움직여 그녀의 깨진 안경을 벗겨냈다. 안경을 주머니에 쑤셔넣은 위니는 이내 론멕의 눈을 가리며 주문을 외웠다.


[<다크사이트>]


그러자 오른손으로 틀어막힌 론멕의 눈에서 초록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는 눈을 끔벅이던 론멕은 그녀의 어깻죽지를 빠져 나오는 위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또 무슨 마법이죠? 엇···”


위니가 무어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론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 뜬 채 이곳 저곳을 돌아보았다.


어둠이 깔린 그녀의 주변은 어느새인가 환하게 밝혀져 그 윤곽을 드러내었다. 새하얀 흑백의 세상을 보기 시작한 론멕은 눈을 끔벅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맙소사. 이런 게 가능하다니.”


위니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 이게 바로 꽉 틀어막힌 성국 놈들이 말하는 ‘사악한’ 마법이라고.]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콧대가 높아진 엘프를 신경조차 쓰지 않은 론멕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울타리 사이를 가르며 길게 늘어진 자갈길의 끝에는 세드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마을이 있었다. 말끔한 목조 건물들이 한 군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발견한 론멕은 이내 그것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입을 열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네요. 마법이란 건··· 애초에 이런 먼 거리를 순식간에 올 수 있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 된단 말이에요.”


[마법이 신기한 것도 있지만, 내가 그걸 아주 잘 다루는 것도 있지. 너는 지금 대마법사의 마법에 도움을 받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 알아?]


말을 마친 위니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나풀거리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본 론멕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래요. 위대한 대마법사 위니시여. 어깨가 아파 죽겠는데, 우리 그냥 저기까지 순간이동하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엘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장거리 순간이동 마법은 그렇게 막 쓸 수 있는게 아니야. 너 아까전에 여관에서 내가 한 말, 기억나?]


위니는 검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마법이란 묶여있는 매듭을 잠시 푸는 것. 그리고 그 매듭을 풀어내면, 그것이 다시 꼬여서 원 상태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해. 그 시간동안엔 다시 풀어내지 못 하는 거고. 장거리 순간이동 마법 같은 복잡한 마법은 특히 그 시간이 더 길지.]


론멕은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마법 공부는 나중에 하자니깐··· 좀 더 쉽게 설명해 봐요.”


그 말을 들은 위니는 한 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시 쓰려면 이틀 남짓은 지나야 한다고.]


“아하!”


녹색의 안광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인 론멕이 말했다.


“생각보다 별 거 없네요. 당신 대마법사 맞아요?”


[네가 뭘 안다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거든?]


“그래요 뭐. 대마법사 나으리의 말씀이신데 어련하시겠어요?.”


[··· 네가 환자라 참는 줄 알아.]



= = = = =



자갈길 위를 걷는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녹색의 안광을 번득이며 연신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했다. 론멕은 고개를 들어 아치형 입구에 못박힌 큼지막한 간판을 야간 투시를 통해 바라보았다.



(레이븐 ㅏ을)



글자 하나가 떨어져 나간 듯 한 마을의 간판을 멍하니 쳐다보던 론멕은 이내 고개를 돌려 위니에게 말했다.


“적어도 성국에 레이븐이란 마을이 있단 이야기는 못 들어 봤어요. 그렇다면 이곳은···”


하늘색의 엘프는 미소지으며 론멕의 말을 이었다.


[어딘진 몰라도 성국의 밖이라는 건 확실하지. 내 기억상으로는 토툽스 제국의 영토인 것 같은데.]


"말했잖아요. 토툽스는 아주 옛날 옛적의 나라라고. 이곳은 테플로 왕국이에요."


[맙소사... 그 테플로가 이제는 왕국이라니. 그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네가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간판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선 론멕은 주변을 기웃거리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위니. 그러고보니 당신 몇 년 전의 사람··· 아니, 엘프라고 하셨죠?’


쥐죽은 듯이 조용한 레이븐의 밤거리를 떠다니던 위니는 론멕과 마찬가지로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560년 전. 그건 갑자기 왜?]


'그러면 다리온이란 용사를 알고 있으시겠네요?'


말끔한 목조 건물을 조사하는 데 여념이 없던 론멕을 뒤로 한 채, 위니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러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여전히 건물의 간판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위니? 왜 갑자기 말이 없으세요?'


[아··· 아냐. 물론 다리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그 말을 들은 론멕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위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은 안광과는 별개로 초롱초롱 빛이 나고 있었다.


'정말요? 어떻게요? 실제로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세상에! 어떻게요?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떻게 생겼어요?’


론멕은 어찌나 흥분했는지, 그녀의 어깨에 박힌 화살촉의 존재조차 잊은 채 두 손을 모아쥐고는 위니를 바라보며 정신없이 말을 이었다.


‘정말 그렇게나 검을 잘 다루던가요? 아니 그것보다도, 궁금한게 정말 많아요! 그 거대한 토툽스 제국을 위협하던 드래곤이나··· 겁을 내던 사람들이나··· 그 중에서도 용기를 내어 기적 같은 원정을 성공시킨 다리온의 원정대나··· 알고 계시다면 전부··· ···?“


쉴 새 없이 말을 퍼붓던 론멕은 이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슬며시 팔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위니?'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무척이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위니의 눈매는 전과 달리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론멕이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위니?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한참동안이나 말 없이 론멕을 노려보던 위니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세드나에서도 느낀 건데. 너 그 이야기를 되게 좋아하는구나.]


급변한 위니의 태도에, 론멕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정말 좋아해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줬다고 할 만큼.‘


[···책에서 봤다 했나?]


‘네. ‘용사 다리온의 모험‘ 이라는 책이에요. 그것 말고도 다리온의 일화를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저는 그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말을 마친 론멕은 그녀의 눈을 의심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론멕은 분명 위니의 텅 빈 하늘빛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론멕은 확신했다. 이 기묘한 여행의 동반자에게서 정체모를 무엇인가가 느껴진다는 것을. 그녀는 분명 이전에도 비슷한 시선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것을.


창살을 사이로 마주한 성 제이드 성당의 수호기사단장, 퍼밋 호프송과


그녀의 목을 조르던 세드나의 조련사, 제르니모가 그러했다.


살기. 위니는 살기로 가득 찬 눈으로 론멕을 노려보고 있었다.


[론멕.]


기나긴 침묵 끝에, 위니는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론멕이 말했다.


‘네‘


[···그 책의 저자 이름을 혹시 알고 있니?]


그 말을 들은 론멕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머뭇거렸다. 그녀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거기 대체 누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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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의 왕국 +15 20.05.23 1,536 10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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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3일의 금요일 +14 20.05.18 1,465 1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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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다 위에서 +28 20.05.15 1,961 129 12쪽
8 지평선호 +12 20.05.14 2,124 126 11쪽
7 항구와 시작의 도시 +10 20.05.13 2,557 122 7쪽
6 돌격 앞으로 +18 20.05.12 2,625 145 9쪽
5 탈출 +16 20.05.11 2,611 150 8쪽
4 심연 속에서 +18 20.05.11 2,858 161 9쪽
3 그녀와의 첫만남 +15 20.05.11 3,019 159 9쪽
2 목걸이의 목소리 +19 20.05.11 4,012 182 9쪽
1 이야기책. 그리고 론멕 +29 20.05.11 8,123 29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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