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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79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21 00:00
조회
1,321
추천
102
글자
11쪽

무역상인

DUMMY

세드나의 숲속을 헤쳐나가던 론멕은 이내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피해! 이런 제기랄!]


그녀의 등 뒤를 주시하던 위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론멕에게 들려왔다. 수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하늘색의 엘프는 론멕의 어깻죽지로 들어가 그녀의 오른 손을 빼앗으며 소리쳤다.


[<베리어>!]


그러자 론멕의 눈 앞에 굴곡진 하늘빛 장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그녀의 귀에 무엇인가 산산조각이 나는 듯 한 쨍그랑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론멕은 그녀의 몸이 강하게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힘 없이 앞으로 고꾸라진 수녀는 잡초가 우거진 흙바닥 위에 무릎꿇었다.


론멕은 벌벌 떨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에서 무엇인가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졌다. 가볍고 얇은 막대의 끝을 더듬던 그녀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새하얀 깃털이 달린 화살이 그녀의 어깨 위로 우뚝 솟아나 있었다. 그것의 끝을 시작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그녀의 온 몸으로 물밀듯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론멕은 어깨를 부여잡은 채 몸을 앞으로 숙이며 비명을 질렀다. 검붉은 피가 축축하게 스며든 그녀의 검은 후드 위에서, 위니가 말했다.


[론멕! 괜찮아?]


“아으윽··· 끄으···”


론멕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다는 듯 쳐다보던 위니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걸을 수 있겠니?]


검은 후드의 수녀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위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행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으아아악!”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신음하던 론멕의 곁에서, 위니가 이를 갈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다가 화살 한 대 더 맞을래 아니면 도망칠래? 정신차리고 뛰어 이 멍청아!]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악을 쓰던 엘프의 몸이 갑자기 깃발처럼 휘날리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론멕은 등 뒤에 위니와 화살을 매단 채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찔끔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닦아낼 새도 없이, 수녀는 숲 속의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론멕을 추적하기 시작한 성기사들의 고함 소리가 세드나의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 = = = =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어두운 숲 속의 나무들 사이를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으···으으···”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숲 속을 달리던 론멕은 잠시 멈추어선 채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런 그녀의 등 뒤에서 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속도 향상 마법의 지속 시간은 이걸로 끝이야. 다시 걸기엔 마나가 모자라니까, 이젠 네가 스스로 뛰어야 해.]


고개를 숙인 채 헐떡이는 론멕의 등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며, 하늘색의 엘프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화살 말이야. 쇠뇌용 화살이라 그런지 걸리적거릴 정도로 커 보이진 않아. 그렇긴 해도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나겠으니, 화살을 부러뜨리자.]


론멕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으으··· 안 돼요···”


[날 믿어. 이렇게 뒀다가 어디에 걸리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란 말이야. 천천히···]


그 말을 들은 론멕은 그녀의 어깨에 박힌 화살에 슬며시 손을 가져다댔다. 화살을

거머쥔 채 서서히 힘을 가하던 그녀는 이내 몸을 바들바들 떨며 위니에게 말했다.


“못하겠어요··· 못 해요···”


[아니야. 넌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잠시만···]


위니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론멕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침묵을 지키던 하늘색의 엘프는 순간 돌변하여 소리질렀다.



[···왁!!!]


수녀의 귓속에 엘프의 고함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무엇인가 부러지는 소리가 세드나의 숲 속에 울려퍼졌다.


깜짝 놀라 얼떨결에 화살을 부러뜨린 론멕은 이내 눈을 뒤집은 채 차가운 흙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를 보던 위니는 깔깔 웃으며 론멕에게 말했다.


[내가 뭐랬어. 넌 충분히 할 수 있댔지? 좀 괜찮아 졌어?]


그 말에 론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늘색의 엘프는 그녀의 곁을 서성이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론멕? 괜찮아?]


한참동안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녀는 이내 눈물을 흘리며 위니에게 말했다.


“아파···”


흐느끼기 시작한 론멕을 보던 위니는 이내 피식 웃으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는 말했다.


[고작 화살 하나에 찔린 정도로 엄살 부리기는.]


“···고작? 지금 고작이라 하셨어요?”


론멕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그녀의 어깨를 더욱 거세게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으윽··· 이게 고작으로 보이세요?”


위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석궁을 정통으로 맞았다간 팔이 송두리째 뜯겨나갔을 거야. 내 보호막 덕분에 그나마 박힌 정도인 거라고.]


“보호막이요? 화살도 못 막는 게? 차라리 가방을 방패 삼는 게 낫겠어요!”


[···너 지금 내 마법을 무시하는 거야? 완벽하게 막아내다 못해 반사시킬수도 있었어! 그리고 그랬다간···]


위니는 론멕이 달려온 숲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쯤 마나 고갈로 기절한 채 저어기 누워 있었겠지.]


“당신이 지켜 주신다면서요!”


다리를 덜덜 떨던 론멕은 깨진 안경을 힘겹게 고쳐쓰며 말을 이었다.


“제가 기절하면··· 그 뒤엔 위니 당신이 대신 뛰었으면 됐잖아요!”


하늘색의 엘프는 그 말을 듣고는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이젠 한계란 말이야. 여관에서 그 미친 대머리를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그보다, 이렇게 따질 시간이 있으면 한 걸음이라도 더 뛰는 게···]


순간, 피로에 눈매가 축 쳐진 엘프의 뾰족한 귀가 쫑긋거렸다. 그러자 위니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올리며 론멕에게 말했다.


[쉬이잇! 조용히 하고 일단 숨어!]


그 말을 들은 검은 후드의 수녀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치켜올려 위니를 쳐다보고는, 이내 어깨를 부여잡은 채 엉거주춤 풀숲으로 몸을 뉘였다. 아픔에 신음하던 그녀는 마음 속으로 위니에게 말했다.


‘으으윽··· 아파 죽겠는데 갑자기 왜요!’


[소리가 들려.]


고통으로 몸을 바들바들 떠는 론멕의 옆에서, 위니는 여전히 귀를 쫑긋거리며 말을 이었다.


[발 소리는 아닌데··· 말발굽 소리인가···?]


그 말을 들은 수녀는 피가 묻지 않은 손으로 입을 막아 숨을 죽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따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비교적 잘 닦인 숲 속의 흙길 위에서 마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적이 덮인 마차의 마부석에는 꽁지 머리를 한 노인이 고삐를 쥔 채 앉아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위니는 이내 론멕에게 말했다.


[마차다. 계속 숨어 있도록 해.]


론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그녀에게 점점 다가오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위니와 마차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속마음으로 위니에게 말했다.


‘왜요? 우리 그냥 저기에 얻어타면 안 될까요?’


위니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굴 믿고? 여관에서의 일을 생각해봐.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생기면 어떡···]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론멕은 수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이내 비교적 말끔히 닦인 숲길로 걸어나오며 입밖으로 말했다.



“실례합니다!"


“워! 워!”


갑작스레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론멕을 발견한 마부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세웠다.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론멕을 응시하던 그는 마차에 걸린 등불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거기 누구요?”


론멕은 두 손을 모아 쥐며 다급하게 말했다.


“저는 테플로의 수녀인··· 위니··· 라고 해요. 도적떼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론멕을 바라보던 위니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검은 후드의 수녀를 바라보던 마부는 등불을 마차에 다시 걸며 말했다.


“아니, 이런 새벽에 도적떼가요?”


꽁지머리 노인은 마차에서 내려와 론멕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괜찮으십니까? 어서 마차에 오르시지요. 제가 안전히 국경 지대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론멕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론멕은 이내 당혹스럽다는 듯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론멕의 앞에 선 마부는 미소지으며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아들고는 말했다.


“···라고 아무런 대가없이 말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의 그 거짓말에 허점이 몇가지나 있는 줄 아십니까?”


사색이 된 론멕을 앞에 둔 마부는 이내 단도를 한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그를 보던 위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탄식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치즈만도 못한 거짓말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것도 성기사단의 화살이 어깨에 박힌 채 말입니다. 이건 대담한 건지 멍청한 건지···”


론멕은 서서히 뒷걸음질쳤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위니는 침을 꼴깍 삼키며 론멕에게 말했다.


[마나가 아직 모자라. 여차하면 도망칠 생각을 해야겠어.]


검은 후드의 수녀는 대답 대신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에게, 단검을 쥔 마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수녀라기보단 모험가에 가까운 복장이시군요. 성기사의 화살을 맞은 채 땀과 피에 젖어있는 걸 보면 교단에 쫒기는 중이시겠고··· 당신 죄목이 뭡니까?”


론멕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에게서 차츰차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마부는 여전히 손에 단검을 든 채 그녀에게 말했다.


“하긴, 물어봤자 소용 없겠군요.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을 테니까··· 으흐흐..”


꽁지머리 노인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은 채 단검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론멕은 그만 깜짝 놀라 다리가 풀린 채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의 귓속에 위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론멕! 일어나! 빨리!]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마부는 끔찍한 웃음소리를 내며 높게 치켜든 단검을 내리찍었다.




“어디 보자··· 목적지는 테플로 왕국이라 하셨고···”


마차의 벽면에 단검으로 무엇인가를 새기던 마부가 말했다.


“야간 할증에··· 범죄자 할증에··· 밀입국 서비스까지 하면··· 어디보자···”


한참동안이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단검을 끄적이던 꽁지머리 노인은 이내 론멕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금화 열 닢 되시겠습니다 손님!”


론멕과 위니는 마부의 계산과정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보았다.


하늘색의 엘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수녀는 가방을 열어 묵직한 동전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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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성국의 흉악범 +15 20.05.20 1,377 101 12쪽
16 두 번의 살인 +26 20.05.19 1,450 101 14쪽
15 13일의 금요일 +14 20.05.18 1,466 102 14쪽
14 세드나의 정오 +11 20.05.17 1,459 103 11쪽
13 광대와 여관 +13 20.05.17 1,556 111 14쪽
12 등불과 불운의 도시 +16 20.05.16 1,811 119 11쪽
11 항해의 끝 +19 20.05.16 1,875 122 11쪽
10 미소짓다 +22 20.05.15 1,877 137 11쪽
9 바다 위에서 +28 20.05.15 1,961 129 12쪽
8 지평선호 +12 20.05.14 2,124 126 11쪽
7 항구와 시작의 도시 +10 20.05.13 2,557 122 7쪽
6 돌격 앞으로 +18 20.05.12 2,625 145 9쪽
5 탈출 +16 20.05.11 2,611 150 8쪽
4 심연 속에서 +18 20.05.11 2,858 161 9쪽
3 그녀와의 첫만남 +15 20.05.11 3,019 159 9쪽
2 목걸이의 목소리 +19 20.05.11 4,012 182 9쪽
1 이야기책. 그리고 론멕 +29 20.05.11 8,123 29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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