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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59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13 03:15
조회
2,556
추천
122
글자
7쪽

항구와 시작의 도시

DUMMY

골목에서 나온 론멕은 새로운 풍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도심의 사이로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발걸음으로 분주히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연기가 피어나오는 대장간에서는 아직 채 식지도 않은 쇠사슬을 망치로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저 멀리의 항구에서는 성당의 것과는 많이 다른, 가볍고 경쾌한 종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여기는...”


론멕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역시 모르겠어요. 여기가 어딜까요?”


위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주변에 어떤 도시들이 있는 지도 몰라?]

“그러게요. 저도 감회가 새로워요.”

[그러게. 나도 감회가 새롭다 야.]


하늘색 엘프의 형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인간들도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온통 신기한 것들 천지네.]


항구에 정박한 거대한 배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던 위니에게, 론멕은 의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까 토툽스 제국 이야기도 그렇고, 엘프란 것도 그렇고. 당신 대체 몇 살이길래 그러시는 건데요?"


그 말을 들은 하늘색의 엘프가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적어도 네 생각보다는 훨씬 옛날 사람... 아니, 엘프란 것만 알아 둬. 그보다 너 입으로 말하는 것 좀 어떻게 해봐.]

“그건 갑자기 왜요? 아...”


머리를 행주로 묶은 한 남자가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광경을 보고 나서야, 론멕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내 말소리와 모습은 나와 결속된 네게만 보여. 그렇게 혼잣말을 계속 했다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거나... 의심받기 딱 좋다고.]

“그럼 어떻게 당신에게 말을 걸죠?”


위니가 손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간단해.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할 말을 상상해봐.]


론멕은 골목의 입구에서 오도카니 선 채, 집중하려는 듯 지긋이 눈을 감았다.


‘... 이렇게? 들리세요?’


위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론멕은 그런 위니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말하기’ 를 계속했다.


‘그러면 이제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확인해 보죠. 그런 다음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제게 알려주세요.’


무엇인가를 생각해내려는 듯, 텅 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엘프의 형상이 론멕에게 말했다.


[아마 서쪽으로 가야 할 거야. 정확한 건 네 말마따나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보고 나서 이야기해보자고. 그리고 그 전에··· 중요한 할 일이 하나가 있어.]


론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니에게 말했다.


‘중요한 일이라뇨?’

[그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정말 오랜 시간동안 잠들어 있었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하늘색의 엘프가 몸을 배배 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쌓인 욕구가 많단 말이야··· 그러니까 잠시만 네 몸을 빌려서··· 헤헤···]

“안 돼. 절대로!”


몇몇의 행인들이 론멕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그녀의 곁을 지나쳤다. 얼굴이 홍당무가 된 수녀는 부끄럼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위니에게 말했다.


‘용납할 수 없어요. 절대 안 돼.’


행인들과 마찬가지로, 질색을 하는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던 위니가 말했다.


[나는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단 이야기를 하려던 거였는데,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너 수녀 맞냐?]


그 말을 들은 론멕은 고개를 숙여, 폭삭 익은 얼굴을 애써 감추었다. 위니는 그런 론멕을 바라보며 혀를 차고는, 이내 도심의 한 식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다! 나 저거 먹어볼래!]



= = = = =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피해가며, 론멕은 말끔하게 포장된 돌 길 위를 걷고 있었다.


위니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입을 삐죽 내민 채 론멕에게 말했다.


[거지.]


론멕은 애써 그 말을 무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깍쟁이. 짠순이.]


참다 못한 론멕이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어쩔 수가 없잖아요. 성당에서 돈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상황이 여비를 챙길 만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흥!]


팔짱을 낀 엘프가 론멕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수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당신이잖아요.’

[나를 주운 건 너잖아.]

‘참 내, 어이가 없어서. 생각해보니 큰일이네.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이제 어쩌죠?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요.’

[거지.]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던 그 둘은 이내 동시에 옆을 바라보았다.


론멕은 커다란 나무 판자에 붙여진 대형 지도 앞에 멈춰섰다. 지도에는 도시의 이름과 함께 휘갈긴 글씨체로 무엇인가 적혀 있었다.


(항구 도시 유베르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유베르논은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항해사이자 성직자, 성 유베르논의 이름을 딴 도시로서 성국의 주요 무역 요충지중 하나이자 항해술의 선지자들이 모인··· ··· ···)


(*소매치기 조심)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소유의 이전에 대해 유베르논 당국은 일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나무 판자를 보던 론멕은 금이 간 안경을 고쳐쓰며 위니에게 말했다.


‘유베르논···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아마 큰 항구가 여기 어디에 있을 거에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위니는 그녀의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항구라··· 그럼 일단 배를 타고 최대한 서쪽으로 가 보자.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에르딘이란 도시야. 그곳은···]


아는 이름이 나오자, 론멕은 눈을 반짝이며 위니의 말을 가로챘다.


‘아, 지리 시간에 배운 적이 있어요. 대륙 극서단에 위치한 에르딘··· 그곳은···’


위니와 론멕은 동시에 말했다.


[환상적인 마법의 도시지.]

‘악으로 가득 찬 이단의 도시죠.’


위니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너 정말···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갖는 게 얼마나 멍청한 건 지 알아?]

‘끔찍한 마법 목걸이에 몸을 뺏길 뻔한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늘색의 엘프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꾹 닫은 위니는 머쓱하다는 듯 그녀의 텅 빈 눈동자로 그저 바닥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 한 채, 론멕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튼··· 결국 배를 타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제가 한 푼도 갖고있질 않단 거에요. 대체 어떻게 배를 타야···’


팔짱을 낀 채 난처하다는 듯 지도를 바라보던 론멕은, 순간 어깨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의 감촉에 몸을 움찔했다.


등돌린 론멕의 눈에는, 어느새 누군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지저분한 더벅머리, 터질 것 같은 팔근육에 닻 모양의 문신을 새긴 남자가 론멕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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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환자의 협박 +8 20.05.24 1,212 90 10쪽
20 모험의 왕국 +15 20.05.23 1,535 105 11쪽
19 떠나다 +27 20.05.22 1,802 98 14쪽
18 무역상인 +18 20.05.21 1,321 102 11쪽
17 성국의 흉악범 +15 20.05.20 1,376 101 12쪽
16 두 번의 살인 +26 20.05.19 1,449 101 14쪽
15 13일의 금요일 +14 20.05.18 1,465 102 14쪽
14 세드나의 정오 +11 20.05.17 1,458 103 11쪽
13 광대와 여관 +13 20.05.17 1,555 111 14쪽
12 등불과 불운의 도시 +16 20.05.16 1,810 119 11쪽
11 항해의 끝 +19 20.05.16 1,875 122 11쪽
10 미소짓다 +22 20.05.15 1,877 137 11쪽
9 바다 위에서 +28 20.05.15 1,961 129 12쪽
8 지평선호 +12 20.05.14 2,123 126 11쪽
» 항구와 시작의 도시 +10 20.05.13 2,557 122 7쪽
6 돌격 앞으로 +18 20.05.12 2,625 145 9쪽
5 탈출 +16 20.05.11 2,610 150 8쪽
4 심연 속에서 +18 20.05.11 2,858 161 9쪽
3 그녀와의 첫만남 +15 20.05.11 3,019 159 9쪽
2 목걸이의 목소리 +19 20.05.11 4,011 182 9쪽
1 이야기책. 그리고 론멕 +29 20.05.11 8,122 29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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