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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72
추천수 :
9,715
글자수 :
1,573,623

작성
20.05.24 00:01
조회
1,212
추천
90
글자
10쪽

환자의 협박

DUMMY

“이 새벽에 거기서 뭐 하는 거요?”


론멕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온 몸이 새하얀 한 남자가 커다란 삽을 짊어진 채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깔끔하게 탈색된 듯 한 의문의 남성을 바라보던 론멕은 이내 급하게 눈을 가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아차!”


론멕의 손가락 틈새 사이로는 녹색의 안광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 허둥지둥 고개를 숙여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위니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냥 눈을 감아 이 멍청아!]


하늘색의 엘프는 말을 마치고는 론멕의 어깻죽지로 들어가 그녀의 오른손을 튕기며 야간 투시 해제 주문을 외웠다. 그와 동시에, 론멕은 고개를 올려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아···하하! 죄송해요. 잠시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서요”


[지금은 마법을 해제했으니 눈을 떠야할 거 아니야! 으아악!]


어느새 론멕의 몸에서 빠져나온 위니는 울부짖으며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론멕은 활짝 눈을 뜨고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저는 말이죠. 어··· 이 주변을 여행하다가···”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 론멕을 바라보던 삽을 든 남자는 이내 그녀를 향해 삽을 들어 겨누고는 말했다.


“당신. 마법사요?”


그 말을 들은 론멕은 입을 꾹 닫은 채 침을 꼴깍 삼켰다. 여전히 삽을 들어 그녀를 경계하던 남자는 고개를 흔들어, 그의 덥수룩한 검은 머리에 덮인 눈을 드러내고는 말했다.


“마법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니 성국에서 넘어온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도 되오. 우리는 성국마냥 마법사들을 싸그리 잡아들여 죽이는 짓은 안 하니까 말이지. 그래도 말이오···”


검은 머리카락과 수염에 얼굴이 뒤덮인 남자는 두 손으로 삽을 고쳐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 새벽에 모르는 얼굴이 마을 주변에 어슬렁댄다면 그건 문제가 있지 않겠소? 그게 마법사라면 더더욱 말이오.”


“···”


“이곳, 레이븐 마을에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시오?”


론멕은 그제서야 자신이 성국을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 론멕은 이내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치 대장간의 풀무처럼, 그녀의 어깨가 연신 욱신거리며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제는 다른 의미로 흐르기 시작한 식은땀을 소매로 훔친 론멕이 말했다.


“보는 눈이 정확하시네요. 제 이름은 론멕 데이드림이고, 성국에서 마법을 쓴 죄로 쫒기는 참이었어요. 도망치던 중에 화살을 맞았는데 혹시 치료받을 만한 곳이 있을까요?


“···”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론멕을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내 삽을 어깨에 들쳐매며 말했다.


“그런 거짓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겠소만··· 눈 먼 화살에나 맞고 다니는 마법사를 무서워할 필요도 딱히 없을 것 같구려. 어디를 다치셨소?”


위니는 깔보는 듯한 그의 말이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그녀에게 등 돌린 채, 론멕은 삽을 든 남자에게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보이며 말했다.


“...의사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론멕의 어깨에 박힌 부러진 화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나무막대의 끝은 그녀의 검은 후드에 파뭍혀 그 주변을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상처를 관찰하던 삽을 든 남자는 이내 고개를 들어 론멕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으론 어떻게 안 되는 거요?”


어느새 론멕의 옆으로 다가온 위니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입을 열어 말했다.


“일단 화살촉을 빼내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음···”


삽을 든 남자는 잠시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론멕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말을 마친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삽을 내려놓더니, 이내 론멕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박힌 화살을 어루만졌다. 론멕은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이셨군요.”


그녀의 말에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 난 의사는 아니고··· 끙차!”


순간, 레이븐의 점점 밝아오는 여명에 우두둑 소리가 울려퍼졌다.


피칠갑이 된 부러진 화살을 손에 든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론멕에게 말했다.


“취미로 사냥을 해서 말이요. 화살 뽑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지. 어허헛!”


론멕은 그의 손에 들린 피 묻은 화살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위니는 경악스럽다는 듯 입을 쩍 벌린 채 론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생각보다 별 거 아니···”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채 말을 잇기도 전에 기절하여 차가운 자갈길 위에 몸을 뉘였다. 그런 그녀의 어깨에서는 검붉은 피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갈길 위에 누워 몸을 움찔거리는 론멕을 바라보며,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이내 껄껄 웃고는 말했다.


“말끔히 해결됐군 그래! 이제 그 마법으로 뭐라도 좀 해 보시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자갈길에 고개를 파묻은 채 이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론멕을 보던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그제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는 황급히 자갈길 위에 무릎을 꿇어 그녀의 몸을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이보쇼? 이보쇼! 어이!”




= = = = =




“문 열어! 문!”


모두가 잠에 빠진 새벽, 레이븐 마을의 최외곽 지대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론멕을 등에 업은 채 짙은 갈색의 문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소리쳤다.


“어서! 이 문 열래두!”


그러자 누군가가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열린 문의 틈새에서, 부스스한 검은 머리의 여성이 눈을 부비적거리며 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지금이 새벽이 아니라고 말해 주세요...”


“대충 아침이다. 샬롯. 어서 이 여자를 치료할 준비를 해 다오.”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샬롯을 문에서 밀어내고는 그녀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샬롯은 그런 그의 등에 업힌 론멕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말했다.


“맙소사. 이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피범벅이 됐대요?”


요란한 발소리가 마룻바닥 위를 수놓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샬롯은 더벅머리 남자의 뒤를 따르며 그와 마찬가지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건진 알아요?”


“어깨에 화살을 맞았다는군.”


“설마 아저씨가 쏜 거에요? 어휴 정말! 사냥을 한답시고 이곳저곳 쏘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쏜 게 아니야! 빌어먹을, 이 내가 그런 실수를 할 것 같으냐?”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조심스럽게 론멕을 붉은 카펫 위에 뉘였다. 샬롯은 급하게 벽난로 옆에 놓인, 무엇인가로 가득 찬 바구니를 낚아채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상태가 정말 많이 심각해 보여요. 어디서 발견했죠?”


부스스한 검은 머리칼의 여자는 허겁지겁 바구니를 뒤지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나저나, 이 여자애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화살을 뽑아낸 거야?”


“화살은 내가 뽑아내긴 했는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샬롯은 고개를 돌려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를 경악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제정신이에요? 대체 왜 그런 거에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다··· 이 사람은 마법사인데, 화살만 뽑아내면 자기가 뭐라도 해보겠다는 식으로 말을 해서··· 내친 김에···”


“그렇다고 그걸 그냥 뽑... 마법사라구요?"


의료용 칼을 뽑아낸 샬롯이 한껏 겁에 질린 채 말했다.


“마법사가 왜 우리 마을에...?”


불행을 불러오는 마법사. 그녀의 출현은 물론 누구에게나 껄끄러운 것이었지만, 의사인 샬롯에게 그것은 큰 의미가 되지 않았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칼의 여자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옷을 잘라내기 위해 의료용 칼날을 론멕의 어깨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으아아아악!”


검은 후드의 모험가는 순간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샬롯은 그만 칼을 카펫 위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엄마야!”


“으아.. 으아아악!”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는 모험가의 눈에는 텅 빈 하늘색 눈동자가 번득이고 있었다. 론멕의 몸에 깃든 위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의 어깨를 으스러질 세라 붙들었다.


“으으··· 거 진짜 엄청나게 아프네··· 얘는 이걸 어떻게 참고 돌아다닌 거람?”


말을 마친 위니는 피범벅이 된 손을 튕기며 주문을 외웠다.


[<큐어>!]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 주변으로 하늘색의 빛이 일렁임과 동시에, 위니의 어깨가 연두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샬롯과 덥수룩한 머리칼의 남자는 넋을 놓은 채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니는 한결 낫다는 듯 한 숨을 쉬며 말했다.


“거기 검은 머리 여자애, 샬롯이라 했던가?”


샬롯은 여전히 휘둥그레 눈을 뜬 채 위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요?”


“그래 너. 행색을 보아하니 의술을 좀 아는 것 같던데···”


위니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상처에 간단한 조치를 하긴 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그러니 잘 부탁해.”


“네?”


“이 여자애··· 아니, 나를 잘 보살펴야 할 거야. 혹시나 다른 마음을 품었다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검은 후드의 모험가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샬롯의 귀에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마을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릴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구.”


작가의말



전개상 끊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오늘은 연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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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돌격 앞으로 +18 20.05.12 2,625 14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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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목걸이의 목소리 +19 20.05.11 4,012 1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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