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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톤의 서재입니다.

종말의 경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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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센스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10.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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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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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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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7쪽

264화. 북쪽의 여정

DUMMY

두 개의 달빛이 내려앉은 설원 위로 두 개의 인영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시아라...잠시 쉬었다 가는 게 어때...내일 정도면 스피트레 자작의 본영에는 충분히 도착하겠어...그래도 열흘 정도는 빨리 온 것 같네.”

루한이 커다란 나무가 서있는 언덕위로 바람처럼 날아올라서 시아라에게 말했다.


시아라가 부드럽게 언덕에 내려서면서 루한이 배낭에서 꺼내어준 찻잔에 나뭇가지의 눈을 쓸어 넣고 찻잎을 넣고 마법을 불어 넣자, 금세 그윽한 차향이 풍기는 뜨거운 한잔의 차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루한이 이어 말했다.

“잠시 들렀다가 얼굴만 보고가면 될 거야....노비에타로 혼자 가있는 힌센트라 경에게도 인사 한마디는 해주고 가야겠지.”


시아라가 찻잔을 루한에게 건네주고 또 한 잔의 차를 우리면서 말했다.

“엔닐께서는 우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계시겠지.”


“변동사항이 있으면 노비에타로 연락을 주라고 서신에 적어 두었으니, 힌센트라 경을 만나면 알게 되겠지...이정도 속도로 계속 올라가면 봄이 끝나기 전에는 나가슈로에 도착할거야...”

루한이 말을 마치고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시아라가 두 개의 달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한......만약에 우리가 아누의 본체를 가지고 화이트 홀로 들어가는 일이 성공한다면, 에우리아는 예정된 멸망에서 벗어나겠지만....아누가 사라지면서 지구와 연결 된 웜홀들도 같이 사라지게 될까?..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에우리아는 살아남겠지만, 하나의 세계를 구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다른 세계를 고통 속에 그대로 내버려두게 되는 것이라면...그 커다란 죄를 어찌 감당해야 할 지.....몇 일간 계속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시아라가 찻잔에 물든 달빛을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구차원 역시 아누와 같은 존재인 블루문이 존재하고 있으니....블루문이 생기면서 블루문 병이 퍼지고..그와 동시에 각성자들이 생긴 것도 블루문이 원인이었으니...분명히 그 종말의 의도는 시작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지만 웜홀로 인한 지구차원의 혼란은 블루문이 의도한 것이 아닐 거야...그렇다면 블루문의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을 것 같아...”


“두 가지라면....”


“자신이 가꾼 지구차원의 번성한 생명들이 웜홀로 인해 모두 사라지기 전에..종말의 수확을 앞당길지...아니면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웜홀의 연결을 끊어버리든지...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이니...그 존재조차 불가사의한 그런 존재들의 의도를 추측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겠지....그러니 우리의 선택이 결과에 그리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일지 몰라..”

루한이 힘들어하는 시아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 때문에...이렇게 괴로워하고 죄책감을 가지는 시아라에게 무슨 말로 위로한들....’


“그렇지만...나와 성령으로 인해 두 세계가 연결 된 것이 지구차원에서 종말을 앞당기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블루문이 자신의 세계에서 뭔가의 이상을 감지했기에 블루문을 터뜨리지 않았을까...어쩌면 지구차원의 종말은 아직 한참은 더 남아있었을지도 몰라...”


“시아라가 책임질 일이 아니야....에우리아를 구하고자 그런 시도를 했던 엘프들도 이런 결과를 생각하고 시도한 일도 아니었고...늦고 빠름의 문제일 뿐...어차피 지구차원 역시 그런 운명이 준비되어 있었으니...우리가 아누의 본체를 바깥의 세계로 가져가면 지구차원의 웜홀이 사라질지..그대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결국 그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어.....한 가지 희망이라면 화이트홀이 닫히면서 웜홀도 같이 닫히기를 바랄 뿐이지..”


시아라가 하얀 설원만을 쳐다보면서 석상처럼 서있었고, 루한 역시 시아라의 손을 잡은 채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틀 후에 로무스 성을 지나쳐 하루를 더 달리자, 그 전에 가 보았던 군영 요새에 도착해 루한이 언제 도착할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스피트레 자작에게 몇 가지 보고를 듣고 나서, 새벽의 달빛을 받으며 목책 문을 열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제국과의 전쟁에서 도와준 답방차원으로 아난드라에 가는 줄로만 아는 스피트레 자작이 자취도 남기지 않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먼 길을 떠나는 루한과 시아라의 노고에 감읍하는 인사를 올렸다.

“고귀한 자리에 계심에도...직접 이렇게 노고를 자초하시는 두 분을 뵈면서, 어찌 소관이 임무를 게을리 하겠습니까....비록 아카드가 황녀 전하께서 다스리는 나라라고 하지만, 이제 제가 지키는 나라는 카르마 말고는 없으니, 제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이곳을 지킬 것입니다.”


스피트레의 군영을 떠나 이십여 일을 더 올라가자, 커다란 노비에타 성의 외곽이 멀리서 드러났다.

루한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성주에게 듣고 몇일 전부터 성문의 입구에 나와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선임 기사에게 로브를 눌러쓴 루한이 국왕의 명패를 꺼내어 보여주자, 이미 루한과 시아라가 은밀히 방문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기사였지만, 면전에서 직접 두 사람을 대면을 하자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기사의 예를 취하며 말했다.

“...두 분 전하께서 도착 하실 것이라고...자작께서 몇 일전부터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히 모시도록 마차를 준비해 두었으니 오르시지요..”.


준비해둔 마차에 오르자, 선두 기병들이 길을 열고 선임기사와 몇 명의 기병들이 마차를 엄호하며 성내의 거리를 달려가자, 주민들이 어떤 대단한 귀족이 노비에타를 방문했는지 생각하며 호기심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중성을 거쳐 내성의 중앙도로 끝에 위치한 영주관 앞에서 마차를 내리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힌센트라가 이제는 영주에 어울리는 풍모로 루한을 맞으면서 말했다.

“국왕 전하와 비 전하의 존체를 뵈오니...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자네 얼굴이라도 보려고 잠시 들렀다네.”

영주관 앞에서 영문도 모르고 주위를 통제하고 있던 병사들이 근엄하기만 했던 영주의 공손한 모습에 신기한 눈빛을 하고 있다가, 마차에서 내리는 손님이 카르마의 국왕과 왕비라는 사실을 알고 기겁한 눈길로 긴장하며 바라보았지만, 기사들의 엄정한 명령에 고개를 돌리고 주위를 다시 경계했다.


“조용히 방문하신다는 전언에...이렇게 누추하게 모시게 되었습니다....안으로 드시지요.”


예전 루한이 홀로무스를 위시한 여러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던 커다란 홀을 지나, 응접실로 들어서자 힌센트라가 다시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층에 전하께서 쓰셨던 내실은 항상 그대로 비워두고 있었습니다...오신 김에 몇 일 쉬었다 가셔도...”


“아닐세...엔닐을 예방하기로 한 날짜가 촉박하여 잠시 차 한 잔만 들고 바로 일어날 것이네.....이곳에 부임한지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자리가 잡혀있는 것 같군.....일은 할 만 하던가?”


“그렇게 먼 길을 쉬지도 않으시고....저희들이 무능하여 두 분 전하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으니...그저 송구할 뿐이옵니다...제가 영주라기보다는 최전선을 지키는 군대의 부대장이라는 생각으로 전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을 따름입니다..그리고 아난드라에서 전하 앞으로 전서구가 왔었습니다.”

힌센트라가 품에서 봉인된 속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루한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다가 엔닐의 전서가 도착했다는 말에 잔을 내려놓고 봉인된 속지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어려운 일을 맡겨서 미안할 따름이네...이곳을 마지막 임직이라 생각하고, 이곳에서 가정도 이루고 마음 편히 지내는 것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니...내 마지막 명이라 생각하고 그리 따라주기를 바라겠네.”


힌센트라가 간단하게나마 저녁식사라도 하고 가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별실로 들어서자, 시중을 들 시녀 두 명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걸 보니, 힌센트라가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계속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면서 기다렸던 모양이군...’

식사 때문에 로브와 스카프를 내린 루한과 시아라의 모습에 시녀들이 말로만 들어왔던 루한과 시아라의 본모습에 경외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긴장된 눈빛으로 식사를 시중들었다.

루한이 음식 몇 가지를 들면서 오랜만에 포도주로 목을 축이며 말했다.

“힌센트라 경...이번의 여정은 예전보다 좀 길어질 것이니, 괜히 나를 기다리느라고 마음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군.”


“...무슨 일이기에...제가 알면 않되는 일이온지...”


“나중에 테베 공작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니...그동안 테베 공작과 이엘라 공주를 잘 보필해 줄 것을 부탁하겠네...그러고 보니 바이마르 경을 보고 오지 못했는데, 자네가 대신 이런 내 마음을 전해주길 바라겠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힌센트라가 눈을 크게 뜨며 루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루한이 손을 들어 막으며 이어 말했다.

“오늘은 이렇게 자네와 편하게 식사나 하면서, 그냥 말없이 보고 갔으면 싶네.”

루한이 빈 잔을 내려놓자 시녀가 다시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다.


“.....”


음식 몇 가지만 조금 먹고 마는 시아라가 다시 스카프로 눈 밑을 가리고 머리에 로브를 쓰자, 루한이 조금 남은 포도주잔을 마저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관 앞에서 시아라가 마차에 타고 루한이 뒤이어 마차에 오르자, 힌센트라가 말에 올라 기병들에게 명했다.

“앞장서서 길을 열도록 하라.”


외성 문을 빠져나와 도시의 건물도 보이지 않는 가도에서 루한과 시아라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지켜보며 힌센트라가 말했다.

“...감히 더 여쭙지 못하고 두 분 전하께서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날만을 기다리며, 노비에타의 망루에서 이곳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시아라가 힌센트라에게 묵례를 보내고 가볍게 발을 내딛자, 눈 위에 발자욱도 남기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달빛 속으로 사라져가고, 루한이 힌센트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곤 그 뒤를 이어 바람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신기 막측한 보법으로 유령처럼 사라져가는 둘의 모습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힌센트라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런 두 분의 앞길을 어느 누가 막고 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힌센트라가 한 쪽 소매를 밤바람에 펄럭이며 루한과 시아라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렇게 서있었다.


어둠속을 달려 산등성이에 오른 루한이 멀리 망루의 등불이 비치는 노비에타 성을 바라보며 품에 넣어두었던 엔닐이 보낸 속지를 펴자, 정갈한 필체가 달빛아래에 드러났다.

-두 분께서 아난드라로 방문하신다는 전서를 받기 몇 일 전에 엔키님께서 저를 직접 부르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이 세계의 진실을 엔키님에게 듣게 되었지요... 만약에 두 분께서 오신다면, 나가슈로 성이 아닌, 예전에 전하께서 방문하시어 저와 같이 차담을 가진 물의 사원에서 두 분 전하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아무래도 그곳이 번잡하지 않고 에리두와 가까워서 그러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엔닐 조차 이 세계의 진실을 확실히 모르고 있었구나...이안나도 내게서 들은 그 이야기를 비밀로 지켜주고 있었어...’

“엔닐께서 나가슈로 성이 번잡하니, 물의 사원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네...”


“예전에 루한이 말했던 그 곳이구나...호수가의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했었지.”


노비에타를 떠나 아카드의 땅으로 들어서면서, 숲속으로 길을 잡은 지 한 달 보름 만에 드디어 초봄의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좌측 산 아래로 멀리 아얀프라의 높은 첨탑이 루한의 눈에 들어왔다.

‘칼로스도 지금쯤은 저곳을 떠나서 대삼림으로 들어갔겠지....’

조금 전 트롤 두 마리를 베고 왔던지라, 마수들이 꼬이기 전에 조금 더 달려와 높은 산마루의 바위에 걸터앉아서 차와 그릿초로 식사를 하면서 루한이 멀리 떨어진 아얀프라 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한 달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하겠어....예전에 니아케와 파세토를 데리고 갈 때보다 배는 빠르게 도착하겠어.”


“노비에타를 지나고 나서는 거의 직선거리로 쉬지 않고 올라왔으니...”

시아라가 왼쪽에 찬 은색 팔찌를 쓰다듬으며 무심히 말했다.


“그 팔찌가 시공간이 틀려도 연결이 될까....”

루한이 자신의 팔찌를 이엘라에게 물려주고 왔지만, 이엘라가 그 팔찌를 사용하려면 마법의 경지가 상급이상은 되어야 했기에,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경지가 따르지 않는다면 단순한 유품의 가치 말고는 없겠지...’


“그럴 줄 알았다면 예전 지구차원의 웜홀을 지나면서 한번 시험을 해볼걸 그랬어...”

시아라가 루한의 말에 아쉬운 듯이 말했다.


“하하...그러네...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


“루한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괜히 두고 온 것이 아닐지 몰라...지금은 제인이 차고 있지만 카마프라의 궁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아...하루 종일 이엘라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겠지...제인을 통해 주변을 연결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까지는 무리인 것 같아.. ”


“나중에 이엘라가 커서 상급 이상의 마법사가 된다면...뭔가를 전해 올수도 있지 않을까....그 정도 기대라도 가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지 않겠어..”


“루한의 말이 맞아...그렇게만 된다면....아니 그런 기대를 가지는 것만으로 충분해.”

시아라가 은빛의 팔찌를 감싸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조금씩 황량한 대지로 바뀌는 것을 보니 북국에 접어든다는 것을 느끼며, 루한이 왠지 눈에 익은 듯한 느낌을 받으며 구릉의 언덕을 넘어서자, 첨탑이 여러 갈래로 서있는 나가슈로의 아름다운 흰색 대리석 성이 드디어 루한과 시아라의 눈에 들어왔다.

“저 성이 나가슈로 성이구나...이안나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성이네.”

시아라가 밝은 햇빛에 반짝이는 나가슈로 성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카르마의 큰 성들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아난드라를 인구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여기서 일주일 정도를 더 올라가면 칼리라는 요새성이 나올 거야...그 성이 카라트를 넘어오는 흑룡을 대비해서 지은 성이지.”


몇일 후 루한과 시아라가 칼리 성을 지나쳐 침엽수림이 거울처럼 비치는 호수가에 도착했을 때는 봄날에 어울리는 화사한 꽃들이 주변에 만발하는 사월의 중순경이었지만, 북국에 어울리게 아직도 쌀쌀한 날씨였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시아라가 아련한 눈빛을 하고 푸른 하늘이 비치는 푸른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개의 호수를 더 지나치자, 루한이 예전에 마인을 만났고 처음으로 엔닐을 조우했던 폐허의 사원을 지나서, 멀리 건너편으로 물의 사원이 나무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엔닐은 벌써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루한이 석조전에서 기다리고 있을 엔닐을 생각하며 조금 더 속도를 올렸다.


루한과 시아라가 사원의 입구에 도착하자 예전에 만났던 수석 마법사 하슬란이 은색의 로브를 걸친 차림으로 미리 마중을 나와 기다리다가 루한을 보고 수인의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카르마의 위대한 국왕전하와 무극의 경지에 오르신 루네시스 전하를 뵙습니다...엔닐께서 두 분이 곧 도착하실 것이라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하슬란 수석도 오랜만이군요...엔닐께서는 예전의 호수가의 석조전에 계신 모양이군요.”


하슬란의 안내를 받으며 사원의 안쪽으로 들어서자, 호수의 가운데 있는 돌섬에 지어진 석조전에는 예전처럼 바람에 하늘거리는 흰색 천이 둘러져 있었고, 그곳으로 건너는 석교의 입구까지 안내한 하슬란이 말했다.

“예전처럼 다리를 건너가시면 엔닐께서 계실 것입니다..”


루한과 시아라가 다리를 건너 장막을 거두자, 예전과 똑같은 엘프처럼 단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에리샤 엔닐이었지만,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석조전으로 올라오는 루한과 시아라에게 공경의 예를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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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277화. 창조 23.10.04 182 5 20쪽
276 276화. 돌아온 블루문 23.10.03 166 5 16쪽
275 275화. 성령의 목소리 23.10.03 156 3 16쪽
274 274화. 검은 악마를 마주하다. 23.10.02 158 4 16쪽
273 273화. 루한의 정체 23.10.02 159 4 15쪽
272 272화. 마인으로 변한 마스터 23.10.01 156 3 16쪽
271 271화. 불타는 아얀프라 23.10.01 154 3 15쪽
270 270화. 검은 악마의 진격 23.09.30 157 4 17쪽
269 269화. 검은 악마 23.09.30 174 4 16쪽
268 268화. 아누의 유희 23.09.29 167 5 16쪽
267 267화. 아누 23.09.29 160 5 15쪽
266 266화. 세계수와 아라트 23.09.28 171 5 17쪽
265 265화. 에리두의 결계 23.09.28 160 5 16쪽
» 264화. 북쪽의 여정 23.09.27 165 7 17쪽
263 263화. 영원한 이별 23.09.27 166 6 19쪽
262 262화. 운명에 따르는 결정 23.09.26 173 8 20쪽
261 261화. 스태프의 빛 23.09.26 173 6 17쪽
260 260화. 이엘라의 탄생 23.09.25 177 7 18쪽
259 259화. 왕의 귀환 23.09.25 187 6 17쪽
258 258화. 노비에타를 접수하다. 23.09.24 200 7 15쪽
257 257화. 운명의 흐름 23.09.24 196 7 15쪽
256 256화. 새로운 생명 23.09.23 197 7 15쪽
255 255화. 바깥의 존재 23.09.23 191 5 17쪽
254 254화. 엔키 엘 아시드 23.09.22 188 6 17쪽
253 253화. 현자를 만나러 가다. 23.09.22 195 5 18쪽
252 252화. 족쇄를 풀다. 23.09.21 196 7 17쪽
251 251화. 전쟁의 마무리 23.09.21 195 3 15쪽
250 250화. 감춰진 진실 23.09.20 189 6 16쪽
249 249화. 결투의 조건 23.09.20 19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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