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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톤의 서재입니다.

종말의 경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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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센스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10.04 22:00
연재수 :
2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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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33,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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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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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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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253화. 현자를 만나러 가다.

DUMMY

저녁달이 어스름하게 빛날 쯤 해서 아반가르로 가는 가도에서 숙영지를 만들고 하룻밤을 쉬어가기로 했다.

“어제까지는 편히 자고 먹었는데....내일까지는 야영을 해야겠네..”

제인이 숙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밑에 앉아서 그릿초와 밀크티를 마시며 아쉬운 듯이 말했다.


“하하...마스터 테베께서는 이런 야영이 불편하신가 보군요.”

이안나가 그런 제인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딱히 그렇지는 않아도 일부러 즐기지는 않지요...이안나 공작께서는 밖에서 보내는 야영을 즐기시는 모양이죠.”


“숲속에서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아난드라에 있을 때는 수련삼아 야영을 자주 하는 편이지요.”


“예전에 제가 아는 언니도 그러셨는데...아마도 공작께서도 엘프의 성향과 가까우시니, 숲을 좋아하시는 같네요.”

제인이 시아라를 흘깃 바라보며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이안나 공작께서도 나무의 현자를 같이 만나보실 생각이십니까?”

김태현이 그런 이안나를 보며 말했다.


“현자께서는 종파의 종주 이외에는 아무도 만나시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저도 같이 만나주실지 모르겠군요...단지 현자께서 엔닐게 전하실 말씀이라도 계실지 기대할 뿐이지요.”


“그런데 현자는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었을까요? 혹시 현자 역시 엘프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제인이 뜬금없이 이안나에게 물었지만, 루한과 김태현도 이안나가 뭐라고 할지 궁금해서 귀를 세웠다.

“글쎄요...에르피안들 사이에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현자께서 젊으실 적부터 예지의 능력으로 유명하셨다고 하더군요...그러다가 귀하신 분들과 인연이 닿아서 축복을 받았다는 말도 있더군요.”


“단지 축복만으로 그 정도의 수명을 누릴 수 있게 하다니...엘프의 능력이란 인간으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겠군요.”


“세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지라....그다지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안나가 요정같이 눈을 반짝이는 제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래 산다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어쩌면 죽지 못해서 사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루한이 유한한 인간이 천년이상을 살게 된다면, 정신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면서 엘프 역시 오랜 시간을 살다보니 인간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하룻밤을 더 야영을 하고 가도를 따라 말을 달린지 사흘째 되는 날의 오후에 드디어 말로만 들었던 아반가르의 성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겉으로 볼 때에는 프롤케 정도의 작은 성으로 보였지만, 다른 성들과 다르게 성밖으로는 빈민촌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잘 가꾼 숲에 둘러싸인 고적하고 운치 있게 보이는 성이었다.

‘말 그대로 세월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성이구나...성벽도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 그대로 쌓아올렸어... 지구에 있는 잉카유적의 성벽처럼 종이하나 들어갈 틈새도 없이 아귀가 맞게 쌓아올린 것을 보면...이런 것도 마법의 힘이겠지...’


루한들이 말에서 내려 매끈한 자연석 그대로 빈틈없이 쌓아올린 성벽을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김태현도 그런 아반가르의 성벽을 감상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주었다.

“아반가르가 비록 제국의 영역에 들어 있다고 하지만, 제국의 행정력과는 별개로 나무의 종파에서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도시로 알고 있네...주민의 대부분도 나무의 종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 이곳은 무력으로 위세를 가할 수도 없는 곳이니, 방문을 하려면 저들의 처우에 맡겨야 되겠군...”


일천의 기병여단과 수십여 명의 기사들이 고색창연한 아반가르의 성문 앞에 정렬하는 광경을 성문 앞의 수비병들이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에, 무장병력이 성 밖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왔는지, 회색 로브를 입은 중년의 마법사가 진중한 걸음으로 다가와서 마법사들이 하는 수인을 맺는 예를 취하며 말했다.

“나무의 종파에서 외당 소속으로 있는 히세리온이라 합니다...종주 어르신께서 귀하신 분들이 방문할지 모르신다며..저에게 실수 없이 맞으시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그런데 저희 성내에는 이렇게 많은 분들을 수용할 만한 시설이 없어서..죄송합니다만 성내로는 오십분 내외로만 방문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르마의 국왕 부처와 아난드라의 공작 그리고 마스터 테베와 테라의 테이렌인 나를 포함한 다섯 명과 수행원 십여 명 내외만 입성할 것이니...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김태현이 마법사에게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분의 전하와 마스터 테베님 그리고 루네시스 전하의 영명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종주께서도 귀빈 분들을 기다리고 계시니...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히세리온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다가 특히 시아라에게는 더한 공경의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기병들을 성문에서 떨어진 외곽에 주둔하라는 명령을 헤로트에게 내리고, 루한이 니아케와 파세토만 수행원으로 따라오라는 명령을 내리자, 김태현과 이안나도 두 명 정도의 보좌관만 데리고 입성을 하면서 아반가르로 같이 들어서게 되었다.

아반가르의 성내에도 자연적인 암석과 오래 된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친화적인 고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광경이 여태껏 보아 온 여러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풍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들어 와보니 자연 그대로의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군...”

김태현도 평화롭고 안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희 북국의 소성들과 비슷한 모습이군요...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이안나 역시 편안한 표정으로 성내를 둘려보며 말했다.


대부분 로브의 복장으로 거리를 거니는 주민들이 기사들의 복장을 한 루한 일행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선두에서 안내하는 히세리온과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일행들의 모습에 멀찍이 떨어져 조용히 묵례만 보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반가르 또한 광장의 끝에는 본관으로 짐작되는 삼층 건물이 서 있었지만, 그 보다는 그 뒤로 보이는 원형의 탑이 더 루한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뒤쪽에 보이는 저 탑이 마탑인가?...탑이라기보다는 원형 경기장처럼 보이는데..”

제인이 가는 길을 멈추고 원뿔이 중간에서 잘린 것 같은 모양으로 높이 서있는 마탑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구조로 쌓아올린 탑인데... 십층 높이는 되겠군.’

루한 역시 제인처럼 거대한 원형 구조물 같은 마탑을 눈여겨보며, 저곳에 현자가 있을 것 같았기에 세심히 살펴보았지만, 각층마다 수많은 사각의 창문들이 비스듬하게 올라가면서 연이어 나있는 구조가 특이하게 보이는 것 말고는 별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성내가 중앙의 저 마탑을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은데, 원래는 저 마탑만 있다가 나중에 마탑을 보호하기 위해 외성을 축성한 것 같군...”


“대공께서 한눈에 바로 파악을 하시는군요...일반 주민들은 구획별로 구분 된 거주지에서 자신들의 직종에 맞추어 근무와 거주를 하고 있고.. 마법사들은 마탑에서 숙식을 하며 연구를 하고 있지요...종주께서는 마탑과 본관에 번갈아 머무시면서 내외의 일을 보시고 계십니다.”

히세리온이 김태현의 말에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이며 대답해주었다.


본관의 입구인 육중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법사 두 명이 들어서는 히세리온과 루한들을 보고 정중히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종주께서는 중앙 홀에서 원로원 분들과 같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니아케와 기사들 여섯 명을 대기실에 남겨 놓고 루한을 포함한 다섯 명이 히세리온을 따라 복도를 지나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아치형태의 입구를 들어서자, 로브를 걸친 다섯 명의 늙은 마법사들이 루한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 중의 한명이 앞으로 나서며 루한들에게 말했다.

“나무의 종파를 대신해 세티오르가 귀빈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본인을 세티오르라고 소개하며 수인의 예를 취하는 마법사가 나무의 종파 종주인 것 같았고 뒤에 서있는 나머지 네 명은 종파의 원로들로 보였다.

세티오르를 포함한 다섯 모두가 똑같이 하얀 수염을 기르고 구불구불한 스태프를 바닥을 짚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처럼 다들 비슷하게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세티오르 종주가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고 그 눈빛 또한 깊어 보였다.


“테라의 대공.. 테이렌입니다...그 동안 종주께 수없이 방문첩을 보냈지만...오늘로서 드디어 종주를 만나게 되는군요.”


“그동안 대공께서 저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것을 알면서도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결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태현의 인사를 겸한 말에 세티오르가 그동안 김태현이 보냈었던 수많은 예물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답했다.


김태현의 뒤를 이어 루한과 제인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인사하자, 세티오르가 현유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인사했다.

“멀리서 오신 두 분을 뵙게 되어 귀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멀리서 왔다는 말이..서대륙을 뜻하는 말일까...아니면 진실을 알고 하는 말일까...’


루한이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이번에는 세티오르가 이안나를 보면서 먼저 말했다.

“아난드라의 공작을 뵙습니다...엔닐께서도 잘 계신지요?”


“아난드라의 이안나가 종주를 뵙습니다....엔닐께서도 종주께 인사말을 부탁하셨지요.”


세티오르가 이안나에게 엔닐의 안부를 전해 듣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나서, 마지막으로 시아라를 보며 말했다.

“루네시스 전하를 오랜만에 뵙는군요...이렇게 직접 뵙고 보니, 비로소 그 경지가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스승님께 인사가 늦었습니다...말씀을 편히 하시지요.”


“제가 비록 루네시스님을 저의 기명제자로 등록하기는 했었으나...그 또한 현자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따른데 불과하지요...이후에도 사제 간의 교류나 가르침도 없었으니..어찌 제가 루네시스님의 스승이라 함부로 칭할 수 있겠습니까...형식적인 그런 관계 또한 그 당시 루네시스님을 구하고자 명분을 가지기 위한 것임을 저 또한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지요.. 저는 현자의 말씀을 전하는 통로였을 뿐이니, 현자님이야 말로 루네시스님의 진실 된 스승님이 아니시겠습니까.”

세티오르가 말을 마치고 원탁으로 안내해 종파의 원로들과 같이 둘러앉으니, 여기까지 안내한 히세리온이 차를 따라 주고 나서 밖으로 물러났다.


‘그렇다면...시아라의 집안이 역모로 몰려 험한 일을 당하리라는 것을 미리 예지한 현자가 시아라의 구명을 위한 명분으로 그 전에 미리 시아라를 종주의 기명제자로 받아들이게 했단 말인가..’

루한 뿐만이 아니라 김태현을 비롯한 모두가 시아라가 종주의 기명제자가 되었던 연유를 알게 되면서 속으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저희 종파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다섯의 원로가 있고...그중에서 제가 연배가 높은지라 부득이 종주의 직을 수행하고 있지요....이제 몇 년 후면 저 또한 물러나서 다음대의 종주가 나올 것인데..다행히 그 전에 귀하신 분들을 뵙고 물러남을 저의 복이라 생각합니다.”


“현자께서는 우리가 이렇게 방문하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테라의 대공께서 예전부터 방문을 요청하셨고....이번에 아카디아까지 오셨다는 말을 들었으니...이곳으로 방문하시리라는 것 정도는 저 또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지요...하하..”

세티오르가 나직이 웃으며 김태현의 말에 대답하곤 차를 들었다.


“그럼...오늘 바로 현자를 뵐 수는 있는 것인지...”


“현자께서는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만 깨어있으시죠...어제 뵈었을 때...오늘 해가 지기 전에 손님들을 모시고 오시라고 하셨으니...차를 드시고 가셔도 되지 싶습니다.”

세티오르가 김태현이 연이어 물어보는 말에 답하곤 차를 들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만 깨어있다니....그럼 거의 대부분은 자고 있다는 말인가...’

루한이 세티오르의 말에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기에 긴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연유가 있었군요....그럼...저희들 모두 뵐 수는 있는 것입니까?”

김태현 역시 루한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가장 중요한 질문을 물었다.


“....아난드라의 공작께서는 자리를 같이 할 수가 없기에...제가 대신 공작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군요...현자께서 말씀하시길..다른 세계에서 오신 세분과 두 세계를 같이 걸쳐 계신 한분을 포함해 네 분만을 뵙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별 말씀을...제가 어찌 현자와 종주께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혹여 현자께서 엔닐게 전하실 한 조각의 말씀이라도 계실지 해서 동행했을 뿐이니...종주께서는 마음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놀랍군요...두 세계를 같이 걸쳐 존재한다는 그 말씀이...현자께서는 탑 내에 앉아 계시면서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 것 같군요...”

제인이 현자가 했다는 말을 듣고 시아라를 돌아보면서 놀라운 감정을 드러내었다.


“저는 수양이 옅은 관계로 현자의 말씀에 담긴 깊은 내막을 이해하지 못하고..나름대로만 짐작하고 있을 뿐이지요.”

세티오르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굳이 알아보겠다는 생각도 없이, 제인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티오르 종주 또한 수양이 보통 깊은 사람이 아닌 것 같군...마법의 경지 또한 엔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정도가 되니 제국의 간섭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었겠지...’

루한이 세티오르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차를 음미하는 모습을 보며, 나무의 종파라는 이 세력도 북국에 비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들 말없이 나무잔에 담긴 향긋한 이름 모를 차를 마시며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있을 때, 세티오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안나드라의 공작께서는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고...네 분께서는 저를 따라와 주시지요.”


이안나와 네 명의 원로들은 그대로 응접실에 기다리게 하고, 반대편으로 나있는 문을 열고 종주를 따라 본관의 뒤쪽으로 나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얼마 후면 서쪽의 하늘로 해가 질것 같은 시간이었다.

본관의 뒤쪽으로 나있는 호젓한 가로수 길을 따라 걸으니, 거대한 탑의 입구에는 마법사 두 명만이 한적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상상의 바벨탑이 있다면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루한이 속으로 상상하며 마탑의 입구로 들어서자, 안쪽에는 성벽같은 통로만이 왼쪽의 경사로처럼 길게 뻗어있고 희미한 마나등이 비치는 넓은 복도의 좌측면으로만 육중한 나무문들이 거리를 두고 나있었다.

‘안쪽의 벽은 창도 없이 막혀있고...달팽이처럼 돌아올라 가면서 바깥쪽의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구조인데...대체 이 벽 안쪽엔 무엇이 있기에.. .’


루한의 그런 의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처럼 세티오르가 오르막의 통로가 아닌,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안내하며 말했다.

“위쪽의 통로로 올라가면 수많은 연구실과 부속실이 있을 뿐이지요...현자께서는 이 벽 안쪽에 계십니다.”

세티오르가 완만하게 굽어진 내리막의 통로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입구의 문마다 어김없이 마법사가 한명 이상씩 경계를 하고 있었고, 마지막 세 번째 문을 통과해 드디어 구조물의 안쪽으로 나설 수 있었지만, 밖이라기보다는 둥근 성벽 같은 구조물 안에 있는 중정 같은 구조의 공간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안쪽의 공간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었다니....”

제인이 칠팔층 높이의 나무를 보호하는 것처럼 그 주위를 십여 층 높이만큼 쌓아올린 내측의 성벽을 보며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구실의 일반 마법사들도 안쪽의 공동으로는 들어오지는 못하지요...이 곳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사람은 아까 보았던 원로들 밖에 없지요...원로들의 가장 중요한 일이 이 신성한 나무를 가꾸는 일이지요...하하”

세티오르가 생각지 못한 광경에 놀라는 루한들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이 나무 또한 세계수일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구조물을 만든 것인지...아니면 나무를 감추기 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루한이 공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를 보니 대수림의 나무만큼 키가 높지는 않았지만, 마치 분재한 소나무처럼 비틀어지고 휘어진 커다란 가지가 얽혀있는 그 밑둥의 굵기는 커다란 집이 두어 채는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인 크기였다.


세티오르를 따라 거대한 나무뿌리사이로 난 소로를 걸으며 점점 나무의 본체로 다가갈수록 이 나무가 아무렇게나 자란 것이 아니라, 미리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자란 것처럼 뿌리가 계단처럼 적절하게 굽어 있었고, 담장 같은 한 겹의 가지를 지나니, 벽체 같은 구조가 마치 현관문 같은 이중 구조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눈치 채었다.

‘예전에 성령 누나가 나무의 형태를 변하게 만든 것처럼...변형을 한 것이겠지...’


다들 말없이 신기한 눈빛으로 보고 있을 때, 세티오르가 입구에 서서 말했다.

“저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시면, 현자를 뵐 수 있을 겁니다..”


루한이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시아라와 제인이 그리고 김태현이 마지막으로 뒤따르며 벽체처럼 늘어진 나무줄기들을 지나서 오두막의 중심으로 더 들어가자, 드디어 사람의 형태로 조각한 것 같은 나무의 모습이 루한의 눈에 들어왔다.

‘...애초에 사람이 나무로 변한 것인가...아니면 나무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 것일까...나무의 현자라는 말이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나무라는 뜻이었구나...’

루한을 따라 시아라와 제인 그리고 김태현이 마지막으로 나무의 방으로 들어서면서 기대어 앉은 자세로 조각한 것 같은 현자의 형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감겨있던 현자의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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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화. 돌아온 블루문 23.10.03 167 5 16쪽
275 275화. 성령의 목소리 23.10.03 156 3 16쪽
274 274화. 검은 악마를 마주하다. 23.10.02 158 4 16쪽
273 273화. 루한의 정체 23.10.02 160 4 15쪽
272 272화. 마인으로 변한 마스터 23.10.01 157 3 16쪽
271 271화. 불타는 아얀프라 23.10.01 155 3 15쪽
270 270화. 검은 악마의 진격 23.09.30 157 4 17쪽
269 269화. 검은 악마 23.09.30 174 4 16쪽
268 268화. 아누의 유희 23.09.29 167 5 16쪽
267 267화. 아누 23.09.29 160 5 15쪽
266 266화. 세계수와 아라트 23.09.28 171 5 17쪽
265 265화. 에리두의 결계 23.09.28 160 5 16쪽
264 264화. 북쪽의 여정 23.09.27 165 7 17쪽
263 263화. 영원한 이별 23.09.27 167 6 19쪽
262 262화. 운명에 따르는 결정 23.09.26 173 8 20쪽
261 261화. 스태프의 빛 23.09.26 173 6 17쪽
260 260화. 이엘라의 탄생 23.09.25 177 7 18쪽
259 259화. 왕의 귀환 23.09.25 187 6 17쪽
258 258화. 노비에타를 접수하다. 23.09.24 200 7 15쪽
257 257화. 운명의 흐름 23.09.24 196 7 15쪽
256 256화. 새로운 생명 23.09.23 198 7 15쪽
255 255화. 바깥의 존재 23.09.23 191 5 17쪽
254 254화. 엔키 엘 아시드 23.09.22 189 6 17쪽
» 253화. 현자를 만나러 가다. 23.09.22 196 5 18쪽
252 252화. 족쇄를 풀다. 23.09.21 196 7 17쪽
251 251화. 전쟁의 마무리 23.09.21 195 3 15쪽
250 250화. 감춰진 진실 23.09.20 189 6 16쪽
249 249화. 결투의 조건 23.09.20 19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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