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6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0.31 11:00
조회
111
추천
0
글자
12쪽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DUMMY

스스로 재정립을 마친 탓일까. 제이드는 오늘따라 새벽 공기가 상쾌한 기분이었고.

아침 훈련을 위해 모인 기사단원들도 그러한 분위기를 느낀 듯했다.


“왜 이리 들떠 있어...습니까?”

“그런 게 있어. 지금은 훈련 시간이니까 훈련에 집중해.”


주위의 단원들의 눈치를 살살 보며 세실이 물었지만, 제이드는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홀가분해진 마음과 달리 그는 단련을 게을리할 생각은 없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힘이 부족한 상황을 되풀이하여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야, 이제 물어봐도 되냐.”


아침단련 시간이 끝나고 세실은 불퉁한 목소리로 제이드에게 묻는다.


“다같이 운동하니까 좋았을 뿐이야.”


제이드의 솔직한 답변에 세실은 징그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냐. 그래 많이 좋아해라.”


싫증난다는 듯이 말하지만, 이곳에 있는 기사들은 전부 제이드를 따라 빠짐없이 아침 단련을 하는데 익숙해진 인간들.

세실을 비롯해서 하나같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다.


‘뿌듯하네. 근데 어째 좀... 자리가 비는 것 같은데?’


제이드가 기사단장이 된 지 어언 5개월.

그 동안 같이 했던 부하들도 이제 어느덧 기사다운 모습을 지니면서, 제이드는 이들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길버트. 변동사항이 있었나? 수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지 않은 이들은 없었는데, 훈련장에 모인 수는 적어 보였다.

길버트가 표정이 어두지면서 이유를 말해주었다.


“네.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이 전부 소속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아, 개네들?”


제이드는 수련 내내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던 신참들이 떠올랐다.

그가 그들을 기억해내자마자 길버트가 과하게 용서를 구했다.


“저도 어제 갑자기 들었던 터라 죄송합니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잖아.”


기사단원들도 알다시피 제이드는 훈련 도중에 말하는 것을 싫어했으니까.

이제야 보고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제이드는 신입들이 조금 괘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보고도 없이 소속을 옮기려 할 줄이야.’


본인이 원하고 기사단의 합의가 있다면 소속 변경은 그다지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통보만 남긴 채 낼름 가버릴 줄이야.


“하, 웃긴 놈들이네. 어떻게 할까.”

“...”


길버트는 일의 배경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을 말해도 될지 고민이 되었다.

모든 게 파견대의 위상이 떨어진 탓이라는 걸 말해도 좋을까.


‘그것도 단장님의 잘못이 크지.’


거의 대부분이 제이드의 행보로 벌어진 상황.

그가 기사단장이 되면서, 로디니움의 기사단은 개편되기 시작했다.

길버트는 제이드가 이 사실에 충격을 먹을까 걱정하는 게 아니다.


‘단장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제이드는 좌절하지도, 자신에 대해 실망할 리도 없다.

그저 길버트는 제이드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짐작 못 하기에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으라고 했는데. 이제 나도 모른다.’


단체로 찾아와서 서류는 집무실에 책상에 올려두겠다는 소리를 듣고.

길버트는 후환이 두려워 정식으로 제이드에게 보고하라 했지만, 그들은 가지 말라고 붙잡고 애원하는 것으로 들렸나 보다.


-길버트 님, 튼튼한 줄이 남아있다지만 썩은 동아줄에 너무 오래 메달려있는 거 아닙니까.


헛소리에 기가 막혀서 멀뚱히 쳐다보는데 말문이 막혔다고 여겼는지 그대로 나가버렸다.

길버트도 내일의 나에게 떠넘기고 퇴근했었는데, 이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일단 찾아가 봐야하나. 왜 떠났는지 이유는 알아야 하니까.”


제이드는 예상보다 차분하게 반응했지만, 길버트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래놓고 찾아간 신입들의 얼굴을 뭉개버릴지도 모른다.


“괜히 욕봤네. 내가 너무 관심이 없었지?”


기대하지 않았던 제이드의 사과.

그는 길버트에게 과하게 업무를 분담한 것을 인정했고.


“이제 신경 좀 쓸 테니 부담 덜어.”

“...감사합니다.”


며칠간 초조해 보이던 표정에 잔뜩 여유가 묻어나온다. 제이드의 태도에 길버트는 약간의 희망을 품었다.


“우선 오늘 회의가 있다고 했지? 그것 마치고 보러 가자고.”


마탑에서 주관하는 대회의가 아니라 기사단끼리의 조율을 위한 소집으로.

본래 개인면담 형식으로 이루어지던 것을 이번 기회에 정기적으로 개최할 생각으로 보였다.


“조금 시간이 남긴 했는데. 먼저 가 계시겠습니까?”

“그래.”


제이드도 미운털 박혀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트집 잡힐 행동은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


로디니움의 기사단 중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건물을 지닌 호위대에 마련된 회의실.

그곳에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자.


“허 참, 제일 일찍 와서 기다려도 모자를 판에 가장 늦게 오다니.”

“크흠. 마저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미 안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콧수염 기사가 거드름을 피우며 제이드를 비난하고, 진행을 맡은 듯한 브라이언이 그를 무시했다.


‘내가 늦은 건 아닌데.’


제이드는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적어도 정해진 시각까지 십분이 넘게 남아있었다.

그래도 가장 늦게 온 것은 사실이니 딱히 변명하지 않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드 단장, 저기 지정된 좌석에 앉으시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며 어정쩡하게 문 앞에 서 있는 제이드와 길버트에게 스벤이 자리를 가리켜주었고.

제이드도 본격적으로 기사단장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채 시작한 건가.’


인원은 네 분류로 나눠져 있었으며 기사단의 단장들과 그들의 부관들까지 총 여덟 명.

그들의 대화와 분위기로 봐서는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는 차례로 보였다.


‘지루한 걸 안 봐서 좋네.’


제이드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았다.

다행히 들어가기에 앞서 길버트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제이드는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뻗대는군.’


무릇 프리지아의 기사들이라면 적어도 기사단장들에게 존경을 표하겠지만, 제이드는 존경심이란 단어는 산산조각이 난 지 오래.

단장들의 정치질이 우스울 뿐이었다.


“다음 안건은. 앞으로 신입기사들의 인원 배치에 관한 사항입니다.”


교육을 끝낸 신참들은 여태까지는 제이드의 파견대 쪽으로 저절로 배속되고 있었는데.

그의 기사단은 가장 인원이 적었기에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졌지만.

사절단 이후 최근 한 달간 지지부진한 실적에 딱히 인원을 늘릴 필요가 없음이 알려졌고.


[남들은 뼈 빠지게 일하는 데 삼십에 달하는 기사가 대기라는 명목으로 놀고 있는 게 말이 됩니까?]


감찰대의 단장 벤자민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마탑에 보고되었고.

이에 마탑은 먼저 기사들끼리 의견 조율을 해보고 안건을 올리라는 결론지었다.

전체적인 부분에서 기사들이 차지하는 업무 단위가 워낙 작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전에 말한 것과 같이 파견대의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발의자인 벤자민이 콧수염을 매만지며 논쟁의 포문을 열었다. 확실한 선제공격.

제이드 또한 지지 않고 바로 맞받아쳤다.


“더는 신입기사들을 받지 않겠습니다만 인원 감축은 거부하겠습니다.”


회의 내내 건성으로 듣고 있던 제이드도 이번만큼은 조용히 지나갈 수 없었다.

제이드는 기사단에 신참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는 것쯤이야 크게 괘의치 않았지만.


‘어디서 빼가려고 수작질이야.’


기존의 단원들이 나가는 것은 꽤 민감한 부분이다.

제이드가 어떻게 그들을 훈련시켰는가.

옆에서 직접 굴려서 겨우 기사라고 봐줄 만한 수준으로 만들었는데.


‘이걸 쓰지도 못하고 넘겨줄 순 없지.’


제이드의 단원들은 그가 데리고 다녀도 부끄럽지 않은, 적어도 기사 구실은 할 수 있는 정도에 올라섰다.


‘다시 병아리부터 키울 생각 없어.’


단호하게 태도로 거절하자 벤자민이 인상을 구기며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드와 기싸움을 벌이며 자신 또한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으음...”

“흠.”


브라이언은 정수리를 닦으며 난감하게 여겼고, 스벤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각기 다른 반응 속에서 부관들도 겉으로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내심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벤자민 단장님 힘내세요!’

‘저 버릇없는 놈이...!’

‘배고파.’

‘제발 칼은 뽑지 마세요.’


물론 제이드보다 벤자민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말이다.


“...마탑에 결정권을 넘기겠네. 이러면 만족하겠나. 제이드 경.?”


제이드의 불경한 태도에 온갖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언짢은 속을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타협점을 내세웠다.

벤자민은 마탑에서 제이드보다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한 모양.


‘오르빌 후작님께 잘 말씀 드리면 되겠지.’


만약 마탑이 제이드의 편을 들어주려고 한다 해도 망명자보다 자신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리라 판단했다.


‘너와 난 연륜이 다르다.’


벌써부터 승리를 확신한 벤자민은 마음속으로 데려올 기사들을 선별한다.


‘일단 파비앙을 빼오고, 그 다음은 클라크.’


지금은 삐딱선을 타고 있지만, 자신의 하나뿐인 애제자는 물론, 올해 신입 기사 중 독보적인 클라크는 가장 우선해서 선점해올 인재였다.


‘길버트도... 좋은 녀석이지.’


평소 티격태격하는 노인이지만 실력은 존경할만하고 안목도 인정해야 했다.

감찰관으로서 조사해본 결과, 파견대는 길버트가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래라면 존재의의를 제기해서 해체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든 실적을 쥐어짜 낸 덕분에 유지할 가치는 있다고 주장했다. 길버트의 업무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네 일단 그런 걸로 할까요?”


한편 제이드는 벤자민의 속셈을 눈치채며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인맥싸움하자는 거잖아.’


그도 문득 마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했다.


‘질 수도 있긴 한데...’


백퍼센트 이길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마탑에서 벤자민의 편을 들어준다 해도 상관없었다.

얼마든지 뒤엎을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리 생각을 마치자 제이드는 벤자민의 행동이 너무도 가소롭게 느껴졌다.


*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제이드가 길버트를 데리고 회의실에서 나간다.

문을 열고 한번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벤자민과 눈이 마주쳤다.


‘무슨 눈이...!’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몸이 얼어붙는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사방이 느리게 느껴지고 눈을 뗄수가 없었다.

잔뜩 굳은 신체는 제이드가 문을 닫고 나서야 풀어졌다.


‘허억.허.’


벤자민은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작고 천천히 숨을 쉬며 긴장을 떨쳐냈다.

그 눈빛을 자신만 본 것일까.

브라이언과 스벤은 편안한 얼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벤자민, 자네 욕심부리다가 큰일 날 수도 있어.”

“어? 내가 왜...?”


스벤이 진중하게 무언가 말해왔지만, 벤자민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귓등으로 들었다고 여겼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경고했네.”


벤자민은 말뿐인 그의 경고보다 제이드의 눈빛이 더 경고로 와 닿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변경 공지 22.11.16 54 0 -
공지 프롤로그 내용 추가 22.08.18 65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및 약간의 수정 22.08.11 125 0 -
113 112화 제국의 황제 (완) 22.12.02 131 2 11쪽
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1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98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2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7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2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7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100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5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7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7 0 11쪽
»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2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