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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66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23 19:00
조회
148
추천
2
글자
16쪽

유적

DUMMY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줄리엣을 따라갔다. 삼일에 한번 줄리엣에게 목숨을 내주며 걸어가기를 석 달하고도 반. 줄리엣은 산길에서 상당히 멀어진 곳에 있는 벽으로 날 안내했다.


“여기라고?”

“응. 잘 봐.”


그러더니 줄리엣은 벽 어딘가를 퉁퉁 쳤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줄리엣의 미소가 짙어졌다.


“? 뭐야?”


이제는 발길질까지 날리는 줄리엣. 발이 일렁거리며 촉수로까지 변했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돌 저편에서 마치 스피커에서 트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치...치직.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


웅웅 울리는 소리. 상당한 미성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남성의 목소리 같았다.


“시몬?”

<왜 이제 와서 돌아온 거야!>

“장난하지 말고 문 열어. 빨리.”

<시끄러! 난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꺼져!>


흥겨운 대화를 나누던 둘을 잠시 보다가 줄리엣에게 물어봤다.


“누구야?”

“아, 시몬이라고 내 친구야.”

<친구는 빌어먹을 친구! 친구라면서 버렸던 놈이 누군데!>

“하지만 넌 여기서 못 나가잖아.”

<그건.. 그렇지.>


한참을 문을 열라고 실랑이를 벌이던 줄리엣은 지쳤는지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거 부숴줘.”

<뭐? 무슨 소리야. 미카엘이 만든 문이 그렇게 쉽게 부서지지 않는 거 너도 알잖아?>

“아저씨, 어서.”


부숴도 되는 건가? 잠깐 고민하던 나는 줄리엣의 재촉에 오른손을 거머쥐었다. 오른손의 피부가 녹스의 가죽처럼 검은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다 그대로 돌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산산조각이 난 돌 저편에는 금속 재질의 통로가 있었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그 통로를 줄리엣은 서슴없이 들어가 안내를 시작했다.


“여기는 침실이고, 여기는 재료 저장고, 여기는 실험실, 그리고 여기는.......”


한창 신나게 줄리엣이 안내를 하는 와중에 통로에서 스피커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 무슨... 저 문은 내가 보강까지 한 건데...>


한동안 시몬이 중얼거리다 정신을 차렸는지 나지막이 말했다.


<제길. 아무튼 난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오지 마!>


그 후에 시몬이 무언가를 조작했는지 통로가 덜덜 떨렸다.


“아, 시몬이 방위 시스템을 작동시킨 모양이네. 아저씨, 잘 따라와.”


줄리엣이 내 손목을 붙잡고 달렸다. 옆을 흘끔 보자 통로 벽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오른쪽. 왼쪽. 아래. 직진. 망설임 없이 달리는 줄리엣을 따라가자 가로막 길이 나타났다. 살짝 생각하던 줄리엣이 나에게 말했다.


“부숴줘, 아저씨.”


아까처럼 벽을 부수자 폐쇄 벽 여러 개가 내려오고 있는 통로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여기서부턴 쭉 직진이야.”

“알았다. 잘 따라와.”


마수를 날려버렸을 때처럼 온몸에 힘을 주면서 어깨로 벽을 날려버렸다. 그러자 통로에서 시몬이 절규를 내질렀다.


<이게 무슨.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금속들인데.>

<줄리엣! 무슨 괴물을 데려온 거야!>

<으악! 내 소중한 집이! 이거 지금 강도 짓이야, 알아?!>


한참을 벽을 부수고 나아가자 상당히 넓은 부분에 도착했다. 커다란 비커에 담겨 있는 여러 생물체. 키메라를 제조하는 공방이었다.

그리고 그 공방 한가운데에서 쭈그려 앉은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금발의 남성. 그 남성은 우리를 보더니 소리 질렀다.


“너네가 부숴 먹은 금속값이 얼만 줄 알아!”

“어차피 이제 훔쳐갈 것도 없잖아.”

“없긴 뭐가 없어! 아직 여러 자료가 얼마나 남아있는데!”

“그따위 자료 필요 없어.”


딱딱하게 뱉어져 나온 줄리엣의 말에 시몬의 말문이 막혔다. 그런 시몬의 어깨에 줄리엣이 손을 몇 번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줄리엣이 뒤를 돌아 나를 보며 말했다.


“어쨌든 아저씨, 난 내 방 좀 가서 들고 올 게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그 말을 끝으로 줄리엣은 공방에 나 있는 방 중 하나로 들어갔다. 방문 틈새로 검은 무언가가 보였지만 이내 방문이 닫혀버렸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시몬은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확인할 게 있어 의도적으로 시몬의 눈을 보았다. 역시나, 푸른색이구만.


“넌 누구야...?”

“한스입니다.”

“이름을 물어본 게 아냐. 무슨 생물체야? 아니면 초인? 마수? 도대체 뭐야?”


내가 사람 맞냐고 물어보는 시몬. 하긴 나도 의문스러울 정도니까. 내가 정말 사람인가? ...정말 사람이 맞는가? 난, 난. 난. 나는.


.......

.......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인지. 적당히 대꾸해줬다.


“사람입니다.”

“그럼 초인?”

“그냥 사람입니다.”


단호한 내 말에 시몬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슬며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줄리엣은 어쩌다 만난 거야?”

“어쩌다 보니 만났습니다.”

“장난쳐, 지금?”

“진짭니다.”

“하아. 너도 줄리엣과구나.”

“내가 뭐 어쨌다고?”

“힉. 아, 아니야. 아무것도.”


어느새 방에서 나온 줄리엣이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자. 아저씨, 선물!”


줄리엣이 내민 것은 건틀렛이었다. 녹스와 싸우며 어느새 부서졌던 건틀렛을 보기라도 한 건지,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 놈을 나에게 건네는 줄리엣.


“그전에 있던 건틀렛은 부서졌지? 이거 써.”

“고마워.”

“뭘. 히히.”

“너, 너! 그건 미카엘의.......”

“내 거야.”


단호한 줄리엣의 의지에 시몬이 다시 깨갱거렸다. 살짝 찜찜했지만, 자꾸 차보라고 재촉하는 줄리엣에게 떠밀려 건틀렛을 차보았다.

상당히 커다래서 괜찮을까 했는데 알아서 내 팔에 맞게 조절되는 건틀렛. 심지어 건틀렛의 구조상 굉장히 불편해지는 손가락 마디조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와. 진짜 좋다.”

“그치? 소중히 간직해.”

“응. 고마워.”


환해지는 줄리엣의 얼굴을 보며 시몬이 옆에서 살며시 끼어들었다.


“그래서 줄리엣, 이제 갈 거야?”

“음, 오늘은 자고 갈 거 같아.”

“진짜?”

“진짜야. 괜찮지, 아저씨?”


이곳에 들어올 때 노을이 지고 있었으니 지금은 아마 밤이 되었을 터. 우리 둘 다 밤길을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기왕이면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게 좋았다. 어차피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여행이니까.


“응, 괜찮아.”


그 말에 시몬의 얼굴이 살짝 환해졌지만, 줄리엣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잠자리로 나를 안내했다. 상당히 푹신해 보이는 침대에 내가 눕는 것을 확인하곤 줄리엣이 조용히 속삭였다.


“잘 자, 아저씨.”


* * *


“...째........죽인....?”

“......살.......”

“하지만 그는 우리를 만든 자였어! 게다가...!”

“쉿. 아저씨 들을라.”


희미하게 들리는 대화 소리. 대화 소리는 조금 더 희미하게 이어지다 사라졌다. 곧 발걸음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살며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각종 비커에 담겨있는 기괴한 생명체들. 하지만 누구 하나 움직이는 자가 없었다.


“시체야.”


옆에서 들려온 줄리엣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평소 이상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줄리엣. 그녀는 비커에 손을 뻗어 살짝 유리를 어루만졌다.


“다 시체들이야. 내가 떠나오기 전에 이미 다들 죽었어.”


항상 그랬지만, 그녀가 이렇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비커 안을 들여다보았다.


“난 이제 자러 갈게. 아저씨도 얼른 자.”

“잘 자.”


줄리엣이 들어가자 잠시 후 뒤에서 조심스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시몬이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줄리엣 갔지?”


고개를 움직여 수긍해주자 시몬이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나에게 권했다.


“앉아. 할 얘기가 있어.”


의자에 앉자 시몬이 미성을 낮게 깔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한 거야?”

“뭘 말입니까?”

“줄리엣 말이야. 그녀랑 오래 다녔다고 하니까 알겠지. 살의에 젖어 눈에 띄는 모든 사람을 죽이게 되는 현상. 어떻게 해결한 거야?”

“욕구를 해소시켜줬습니다.”


그런 내 말에 시몬의 얼굴이 매우 일그러졌다. 시몬이 분노의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도 미카엘이랑 똑같은 놈이야. 빌어먹을. 그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의 말에서 줄리엣을 생각하는 마음이 잔뜩 묻어났다. 하지만 착각은 바로잡아 줘야지.


“착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죽이게 한 적은 없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날 죽이게 했습니다.”


시몬의 눈썹을 보니 굉장히 의아해하고 있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내 손가락을 목에다 쑤셔 넣었다.


“무, 무슨..!”

[부활하셨습니다.]


내 목에 생긴 커다란 구멍과 철철 흘러넘치는 피를 보고 경악하던 시몬은 이내 그 구멍이 사라지고 피가 멎자 아예 턱이 나간 듯 입을 쩍 벌렸다.

정신이 나갔던 시몬은 곧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생각하던 시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확실히 특이하지만 해결법이야. 그런데 줄리엣이 싫어하거나 그러지는 않아?”

“싫어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기면 즐겼지. 줄리엣은 나와의 이런 행위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내가 아파하지도 않으니 더 거리낄 것도 없었고.


“그래? 그럼 됐어. 그건 그렇고 평범한 사람이라며?”

“예, 사람입니다.”

“아, 그래. 알았어. 내가 졌다. 넌 평범한 사람이야.”

“볼일은 다 끝났습니까?”

“응.”

“그럼 뭐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좋아.”

“줄리엣은 왜 굳이 사람만을 죽여야 합니까?”


살의가 차오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키메라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데 굳이 사람만을 골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 그건 줄리엣을 만든 미카엘이 사람이라서 그래. 줄리엣의 몸의 바탕이 되는 마수가 자기를 죽인 미카엘을 증오해서 그게 본능적으로 남아서 그렇다나? 미카엘의 말로는 말이야. 뭐, 결국 그 본능이 적당히 인간 같다고 생각하는 놈을 죽이면 된다고 하더라고.”

“그렇군요. 그런데 줄리엣이랑 많이 친합니까?”


내 말에 시몬이 살짝 젠체하며 말했다.


“물론이지!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친구였는걸.”


태어났을 때부터. 주위에 잔뜩 굳어있는 피. 넘치다 못해 산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시체들. 그러한 공방에서 친구라. 언뜻 순수해 보이는 미소 안쪽에 숨겨진 일그러짐이 약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잠깐 생각을 해봤으나 더는 물어볼 게 없었다. 공방 주인인 미카엘은 줄리엣이 죽였다고 했고, 굳이 더 파고들 필요가 없었다.


“근데 줄리엣 키가 좀 줄어든 거 같던데?”

“예? 아, 중간에 목이 찔렸습니다.”

“뭐? 아니, 아니다. 난 이제 자러 갈게.”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가는 시몬. 슬쩍 앞을 보니 방문 틈새로 줄리엣이 보였다. 얼른 자러 가라는 듯 손을 휘젓는 줄리엣에게 손을 약간 흔들어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다시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 우리 곁을 시몬이 윙윙 배회했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가.”

“이제 가야 해.”

“그러지 말고, 응? 내가 많이 손 봐서 은근히 아늑해졌어.”


피가 가득 묻어있는 이 공간이? 하지만 시몬은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는지 온갖 이유를 대가며 머물고 가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줄리엣이 팩트를 날렸다.


“우린 갈 거고, 넌 여기서 못 나가. 알겠지?”


그 말에 시몬이 줄리엣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성인 남성이 자그마한 소녀를 붙들고 늘어지니 약간 보기가 좀 그랬다.


“정 그러면 같이 가는 게 어때?”

“안 돼, 아저씨. 저거 시몬의 본체가 아냐.”

“뭐? 그럼 뭔데?”


궁금해하는 나에게 줄리엣은 어딘가로 들어가더니 커다란 기계를 들고 나왔다.


“으악! 줄리엣! 조심해! 떨어뜨리지 마!”


기겁하는 시몬. 줄리엣은 아량 곳 하지 않고 기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바닥에서 상당히 묵직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시몬의 몸이 휘청거렸다.


“줄리엣! 겉보기엔 투박해도 굉장히 정교하다고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이게 시몬의 본체야. 지금 옆에서 떠들고 있는 건 분신? 뭐 그런 거야.”

“그럼 분신이 본체를 업고 다니면 되는 거 아냐?”

“안 돼. 시몬 말로는 굉장히 정교해서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줘야 한데. 게다가 마석도 많이 잡아먹고. 아, 그러고 보니 시몬, 마석은 좀 남아있어?”

“...아니. 그러니까 네가 좀 살려주라. 나 좀 있으면 죽어.”


그 말에 줄리엣이 허리춤에서 본인이 여태 잡아 왔던 마석 중 일부를 시몬에게 건넸다. 가끔 본인 몫의 마석을 빼달라고 하길래 어디에 쓰나 싶었더니 여기다 쓰네.

시몬은 마석을 땅에 놓인 기계 어딘가로 쏟아 넣더니 몇 가지 손을 봤다. 이후 한숨 돌린 시몬이 줄리엣에게 말했다.


“휴. 항상 고마워.”

“그럼 이제 갈게.”

“아니, 잠깐만!”

“왜 또.”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될까? 나도 이제 여기가 지긋지긋해.”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해결방법이 있어!”


그러면서 시몬은 안쪽에서 네모난 상자를 들고 왔다. 상당히 거대한 상자 안을 시몬이 열어 자신의 본체를 그 안에 넣으며 우리에게 설명했다.


“자동으로 운반해주는 기계야. 상당히 튼튼하고, 정비 도구를 넣을 공간도 충분해. 심지어 산도 타고, 바다도 건널 수 있지.”


신명 나게 설명하는 시몬에게 줄리엣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그거 가동할 마석은?”

“...어. 그건 네가 어떻게 안 될까?”

“나도 이제 없어, 아저씨도 없지?”

“어, 하나 있어.”


그러면서 배낭에서 아직도 처박아둔 디나스의 마석을 꺼냈다. 자꾸 깜빡해서 여태 남아있던 건데 이렇게 쓸 일이 있을 줄이야.


“와! 이렇게 순도 높은 마석이라니! 고맙다! 흐하하!”


시몬은 내게서 받은 디나스의 마석을 기계 어딘가에 있는 엔진부분에 설치했다. 시몬이 일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줄리엣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아저씨, 사람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뭔데?”

“눈치야. 이 눈치 없는 사람아.”

“왜 그래?”

“하아, 난 몰라. 아저씨가 알아서 해.”


줄리엣의 한탄을 나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와! 저 발자국이 뭔지 알아? 이 근처에 서식하는 프록스라고 하는 마순데, 저놈은 특이하게도 마수 중에서 유일하게 채식만을 하는 마수야. 애초에 육식을 하지 않는데 마수라고 부르나 싶겠지만, 마수라는 건 체내에 마석이 있는 생물을 뜻하는 말이니 프록스는 마수라고 불리는 게 바람직해. 그래서 그 프록스라는 놈이 가장 좋아하는 게.......”


어느새 분신은 사라지고 기계만이 바퀴로 지면을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장된 스피커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시몬. 마석을 건넨 게 약간 후회되기 시작했다.


“오호, 저놈을 봐. 언뜻 보기엔 버섯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수의 일종이야. 이름은 톡스라고 하는데, 특유의 마비 독을 이용해서 다가오는 생물체를 잡아먹지. 저 버섯 자루 부분이 벌어지면서 톡스의 입이 나오는데, 이빨은 하나도 없어서 그저 먹잇감을 삼키기만 할뿐이지. 게다가 항문이 따로 없어서 배출구도 그 입뿐이야. 그걸 입으로 볼지 아니면 그냥 구멍으로 볼지에 관한 문제는 학계에서도 굉장한 논란거리 중에 하나야. 톡스의 또 다른 특징이 뭐냐면.......”


귀를 막으며 가는 줄리엣을 보며 나도 귀를 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에게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알면 해결하세요.”

“미안합니다. 어떻게 방도는 없습니까?”

“없어. 그냥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려야지.”

“얘들아! 내 말 듣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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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전쟁 18.06.20 89 0 14쪽
44 전쟁 전의 축제(수정) 18.06.17 104 0 12쪽
43 적일 뿐이다 18.06.16 91 0 12쪽
42 아인의 마을 18.06.15 90 0 14쪽
41 탈퇴하겠습니다 18.06.14 109 0 13쪽
40 아르키 본부 18.06.13 98 0 14쪽
39 독특한 만남 18.06.10 132 0 12쪽
38 슬럼가를 전전하다 18.06.09 116 0 14쪽
37 웃어줘 18.06.08 111 0 13쪽
36 즐거운 여행 18.06.07 119 0 14쪽
35 모르겠다 18.06.06 129 0 12쪽
34 각자의 목적지로 18.06.03 119 0 12쪽
33 도주 18.06.03 110 0 12쪽
32 난장판 18.06.01 126 0 13쪽
31 이제 그만 놔줘 18.05.31 130 0 18쪽
30 어벙한 암살자 18.05.30 124 0 14쪽
29 한밤중의 손님 +2 18.05.27 176 0 13쪽
28 만찬 18.05.26 141 1 15쪽
27 뜻밖의 조우 18.05.25 147 1 14쪽
26 마법사 알마 18.05.24 152 0 13쪽
» 유적 18.05.23 149 2 16쪽
24 새 출발 18.05.22 118 1 13쪽
23 짜잔~! 18.05.21 143 2 15쪽
22 녹스 18.05.20 170 0 14쪽
21 소집 18.05.19 168 1 14쪽
20 용병 생활 18.05.18 170 1 14쪽
19 삶의 방식 18.05.17 182 2 16쪽
18 용병길드 라스지부 18.05.16 165 1 14쪽
17 테네벨 18.05.15 162 2 12쪽
16 또라이 18.05.14 1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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