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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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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84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21 19:00
조회
143
추천
2
글자
15쪽

짜잔~!

DUMMY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너져 내리는 성벽, 부서지는 성문, 그곳을 통해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

저 마수들은 용병과 병사들이 막아주어야 한다. 그들을 믿으며 몸을 뒤척이며 울부짖는 녹스에게 다가갔다.

오러 유저이니 그 정도 추락에 죽지는 않겠지만 마수에게 포위당하면 위험할 터. 주위에 밀려드는 마수를 하나 잡아 크게 휘두르며 앞길을 텄다.

한 대여섯 번 마수를 휘두르자 마수에 둘러싸인 크리스티나가 보였다. 간당간당하게 마수의 공격을 피하며 들고 있는 검으로 마수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다.

그런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쥐고 있던 마수를 크리스티나의 뒤쪽으로 집어던졌다.


-쿵.


그런 날 봤는지 크리스티나가 마수의 어깨와 등을 밟으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한스! 다시 날 녹스의 위로 던져라! 시간을 끌어야 해!”


다시금 손을 내밀고 그런 내 손에 올라탄 크리스티나를 던졌다. 녹스의 등을 타고 올라가는 그녀의 갑옷이 군데군데 부서져 있는 것을 보며 주위의 돌을 집어 들었다.

무기는 쓸 수 없지만 마수와 잔해는 이용할 수 있다. 마수의 공격은 무시하며 주위의 잔해를 양손으로 들었다.

크리스티나의 진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잔해를 얕게 박힌 작살 쪽으로 집어 던졌다.

와중에 날 물어뜯는 마수의 머리와 턱을 분리시켜주었다. 동시에 발로 작은 마수를 걷어찼다.


[부활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했다. 출혈로 빠지는 힘은 부활이 채워주었고, 주위에 가득한 돌들은 차례차례 말뚝이 되어 작살을 깊게 박아 넣었다.

고개를 들어 크리스티나를 보자 녹스를 자극해 성벽 바깥으로 머리를 돌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녹스는 고개만을 흔들 뿐 크리스티나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제자리에서 발버둥만 치는 녹스 덕에 용병과 병사들이 무사히 후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을 끌었을까. 크리스티나가 녹스 위에서 떨어지고 올라가기를 세 번쯤 반복하자, 라스 성 내부에는 우리 둘과 마수만이 남아있었다.

그걸 확인한 크리스티나가 녹스 머리에서 떨어지더니 내 앞에 착지했다.


“우리도 후퇴한다!”


그 말과 동시에 크리스티나가 날렵하게 성 바깥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도 뒤따라 뛰었으나 아무래도 좀 쳐졌다.

가진 힘 자체는 내가 더 세겠지만, 오러 유저 특유의 감각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다른 말로, 내가 힘을 다루는 능력이 매우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방도는 있었다. 오른 어깨를 내밀고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한 마리의 소처럼 시동을 걸던 나는 그대로 내 앞의 마수들을 어깨로 밀어냈다.


“끄어어어~.”


한 마리씩 날아가는 마수들. 크리스티나는 자신을 향해 뒤에서 날아오던 마수를 기겁하며 피하더니, 내 행동을 보곤 더욱 기겁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아슬아슬하게 마수 위를 줄타기하며 느리게 전진할 바에는 편안하게 나를 보조하는 게 나았는지 무식하게 돌진하던 내 뒤로 돌아왔다.


“대단하군. 한스.”


최대한 대형 마수는 피했다지만 어지간한 중형 마수조차 날리는 내 모습을 보며 크리스티나가 감탄했다. 조금 걸리적거리는 마수는 뒤에서 크리스티나가 베어준 덕에 우리는 수월하게 라스 성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크오오오!”


뒤에서 분노하는 녹스의 괴성이 들렸다. 녹스의 몸통이 요동치는지 땅에서 울림이 전해졌다. 그 소리에 입술을 깨물던 크리스티나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근데 몸은 괜찮은가? 온몸이 피투성인데.”


방어를 도외시하고 크리스티나를 조력한 대가로 온몸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온 것은 물론, 옷까지 다 해져버린 모습을 슬쩍 보다가 그녀에게 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래. 일단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도록 하지.”


* * *


라스 성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 이웃 성과 라스 성의 중간 거리쯤에 위치한 이곳에 대피한 사람들로 인해 슬럼가처럼 텐트가 들어섰다.

본래라면 크리스티나와 긴급회의를 하러 가야겠으나, 우선 줄리엣부터 찾고자 그것을 거절했다. 어차피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내가 회의에 참석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성에서 했던 회의도 조언이나 해달라는 의미로 합석한 거였으니.

약간 면식이 있는 용병들에게 줄리엣에 대해 물어보았다.


“줄리엣? 잘 모르겠는데.”

“우린 못 봤어.”

“다른 곳에서 싸워서.......”


치밀어 오르는 불안함을 접어두고 이 잡듯이 뒤진 끝에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행방은.


“그 아인 죽었습니다.”

“뭐라고요?”

“복부 깊숙이 마수의 팔에 찔린 걸 직접 봤습니다. 그 옆의 내 친구와 함께요.”


자신의 동료도 잃어버렸는지 슬프게 내뱉는 용병. 그런 용병을 보다 조용히 발을 돌렸다.

미안했지만 줄리엣의 경우엔 복부만 찔렸다면 가망이 있다. 사지조차 복구시켰던 놈이니까.

슬쩍 용병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다. 이런 건 계약 조항에 없었다며 당장 항의하러 가자는 용병의 말에 다른 용병들이 동조하고 있었다.

당연히 소집령으로 마수를 토벌하러 갈 때도 계약서를 작성했었다. 하지만 그 계약서에 적힌 토벌 대상에는 대형 마수까지만 기재되어 있을 뿐, 녹스와 같은 신규 마수는 적혀있지 않았다.

말장난 같았지만 의뢰라는 게 그랬다. 준 보수만큼 일하고, 적힌 내용만을 따른다. 그것이 용병의 철칙이었다.

주위가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라스 성으로 달려갔다. 줄리엣이 무사하길 빌며.


* * *


거의 반파된 라스 성 내부로 진입했다. 이곳에 남아있는 마수들은 의미 없는 파괴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녹스는 뭐가 그리 분한지 다리를 질질 끌며 가까운 건물부터 박치기를 먹였다.

그런 마수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남아있는 건물부터 뒤졌다. 멀쩡하다면 라스 성 외부로 도망쳤거나, 여의치 못하면 건물로 대피했을 테니까.

건물을 하나 수색하는 동안 녹스가 다른 건물 하나를 부쉈다. 라울의 집이 부서지고, 항상 가던 가게가 부서졌다.

남은 건물이 줄어들수록 내 심지도 타들어 갔다. 어디로 갔지? 어디로 갔을까. 답답한 마음에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니 숙소가 남아있었다.

그래, 가장 구조를 잘 아니까 저기로 가지 않았을까? 막연한 기대였지만 우선 숙소로 달려갔다.

숙소 입구를 박차고 들어갔더니 땅바닥에 혈흔이 가득했다. 급한 마음에 대충 앞에 보이는 탁자로 입구를 가로막고 내 방, 그러니까 우리의 방으로 달려갔다.

피는 끈기지 않은 채 방까지 이어져 있었다.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떠오르는 나쁜 생각들을 지우고 방문을 열었다.


“줄리...엣...?”


어느덧 져가는 햇살이 창문을 타고 넘어왔다. 언제나 반짝이던 줄리엣의 금발이 그 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위와 다르게 아랫부분은 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 피는 줄리엣의 목에서부터 흐르고 있었다.


“아, 아저씨. 쿨럭.”


쓰러져 있는 와중에 나를 봤는지 손을 들어 인사하는 줄리엣. 항상 짓던 억지스런 미소는 오늘따라 유난히 더 괴기스러웠다.


“줄리엣?”


서둘러 다가가 줄리엣의 상태를 살폈다. 깊게 뜯긴 목. 나도 모르게 손으로 막았으나 틈새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나도 목 찔리면 죽는데.’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그런 내 표정을 봤는지 줄리엣이 더욱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저씨, 나 여기까지 인가 봐.”

“야, 그런 말 하지 마.”


옆에 있는 이불을 찢어 목을 지혈하려 했으나 줄리엣이 거부의 뜻을 내비쳤다.


“됐어. 이미 늦었어.”

“아, 아니야. 안 늦었어. 안 늦었다니까?”


힘없이 가로막는 줄리엣의 손을 피해 어떻게든 지혈했다. 새하얗던 이불이 금세 핏빛으로 물들었다.


“아저씨, 여태까지 고마웠어.”

“그러지 마, 그러지 말라고.”


나도 모르게 안심하고 있었다. 그날, 사지가 재생되는 모습을 보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얘라면 그들처럼 쉽사리 가진 않겠구나. 그럼 마음을 조금 열어도 되겠구나.

처음부터 특이한 행동으로 내 빈틈을 찌르고 맘대로 들어왔는데,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멋대로 이러기 있어? 응?

아직 뿌리치지 못한 트라우마와 줄리엣의 모습이 겹쳐 마음이 들끓었다. 차마 감추지 못한 감정은 눈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줄리엣은 잠깐 멈칫하더니 일부러 짓던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저씨, 나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


마지막이라고 하지 마. 주먹을 꽉 쥐며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뭔데. 말해봐.”

“가까이 와봐. 꼭 기억해줘.”


줄리엣의 간절한 부탁에 그녀를 끌어안았다. 줄리엣이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조심스레.......


“사실 거짓말이야.”

“어?”

“목 찔리면 죽는다는 말. 거짓말이었다고.”


놀라서 줄리엣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라졌던 미소가 어느새 다시 자리 잡고 있었다.

멍하니 쳐다보는 날 보며 줄리엣이 자신의 목에 묶인 이불을 풀었다. 분명 큰 구멍이 나서 피가 철철 흐르던 그녀의 목에는 어느새 구멍이 사라져있었다.


“짜잔~! 마술~!”

“어?”

“사실 목이 찔리는 건 물론이고 목이 뎅겅 베여도 살아날 수 있답니다~. 어때요, 놀라셨나요?”

“...근데 왜 죽는 척 한 거야?”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목소리가 느껴지지 않는지 줄리엣은 신나게 이유를 설명했다.


“아니, 목 찔려서 일단 숙소로 도망쳤는데, 창문으로 아저씨가 보이잖아. 깜짝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재생 안 하고 기다렸지. 근데 설마 아저씨가 울 줄은 몰랐어. 아저씨, 안 그런 척하면서 실은 날 좋아했구나? 그치? 그치?”


툭툭 날 쳐대는 줄리엣.


“야. 난, 난 네가 죽는 줄 알고.......”


억울함과 안도감에 눈물이 보가 터진 것처럼 흘러나왔다. 내 눈물을 보자 줄리엣은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아저씨. 울지 마. 이러니까 내가 나쁜 년 같잖아.”

“나쁜 놈 맞잖아.”

“년이야. 아무튼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뚝! 응?”


잘못했다면서 실실 웃으면서 애기 다루듯 하고 있는 줄리엣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소중한 마음을 갖고 놀아?

왼손으로 줄리엣의 얼굴을 소중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의 엄지로 중지를 힘껏 눌렀다.


“아저씨?”

-딱!

“악! 아저씨, 뭐해!”

-딱!

“아악! 아저씨, 알았어. 알았다니까?”

-딱!

“으악! 항복! 항복!

-딱!

“윽! 환자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딱!

“억! 그만! 그만!”

-딱!

“앞, 앞으로 이런 장난 안 칠게!”


그 말에 딱밤을 멈췄다. 벌겋게 달아오른 줄리엣의 미간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저씨, 울다 웃으면... 아, 아니야. 그 손 내려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셨다. 약간 차분해진 기분으로 다시금 줄리엣을 끌어안았다.


“줄리엣.”

“왜, 아저씨.”

“죽지 말아줘. 부탁이야.”


줄리엣이 살며시 내 등에 손을 얹었다.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던 줄리엣은 이내 활기찬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응, 약속할게.”

“진짜? 약속 어기면 알지?”

“물론이지.”


불안하게 떨리는 내 몸을 따스한 줄리엣의 체온으로 진정시켰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줄리엣과 떨어졌다.

다시금 줄리엣의 얼굴을 드러다 보았다. 그런데 붉게 타던 노을빛 위로 어둠이 들이닥쳤다. 그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줄리엣을 안고 뒤로 굴렀다.


-쿠우웅!


벽이 부서지며 시커먼 주둥이가 보였다. 다급히 줄리엣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도망칠 수 있지?”

“싫어.”

“뭐?”

“아저씨도 저 새끼 상대하다간 죽을걸?”


날 걱정해주는 줄리엣에게 감동할 틈도 없이 녹스가 주둥이를 벌리고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느낌상 그냥 내 손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이 직감을 따르라고 속삭였다. 그런 속삭임을 따라 앞으로 나섰다.


“아-저-씨-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옆에서 경악하는 줄리엣 소리가 느리게 들렸다. 줄리엣의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느려졌다.

주마등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탐욕스럽게 주둥이를 다무는 녹스의 입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이윽고 녹스의 입천장과 내 손이 접촉했다. 그러자 내 몸속에 넘치던 활력이 손을 통해 녹스에게로 넘어갔다.

곧 넘어갔던 활력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활력이 꿈틀거리며 손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뇌로 기어갔다.


“컥.”

“끼에에에에엑!”


기억. 기억이다. 마수의 기억.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용. 오만하게 천하를 오시하던 용은 나에게, 아니 마수들에게 명했다.


(모든 것을 부숴라.)


담담하게 내뱉는 그 한마디에 용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모든 마수가 괴성을 내지르며 뿔뿔이 흩어졌다.


“크헉!”


내 뇌를 주물럭거리던 활력이 다시 심장으로 내려갔다. 그 탓인지 머리가 터질 듯 뜨거웠다.


[<객체번호 115>의 정보를 흡수하셨습니다.]


눈 앞, 그리고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지껄였지만 뭐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머리를 지배하던 열기는 곧 온몸으로 뻗어 나갔다.


“으, 억.”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점점 캄캄해지는 시야 일부분에서 줄리엣의 모습이 보였다.


* * *


-톡. 톡. 톡.


비라도 내리는지 물방울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살짝 눈을 뜨자 텐트처럼 보이는 천장이 보였다.


“아저씨? 일어났어?”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줄리엣이 옆에 앉아있었다.


“줄리엣?”

“응, 왜 아저씨.”

“어떻게 된 거야?”

“그보다 아저씨, 할 말 없어?”

“응?”

“나보곤 죽지 말라고 하면서, 본인은 무턱대고 괴물 아가리로 들어가 버리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내 사과에 살짝 올라갔던 줄리엣의 눈썹이 도로 내려왔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 나?”

“응.”

“아저씨가 녹스 입안으로 들어갔는데, 좀 있다가 아저씨랑 녹스 둘 다 비명을 지르더니 녹스가 아저씨를 뱉어내곤 숲속으로 도망쳐버렸어.”

“그래?”

“응, 그리고 지금은 성 복구 작업이 한창이야.”


우리가 대화하는 소리에 밖에 있던 용병이 텐트 안쪽을 흘끔 보더니 어딘가로 달려갔다. 좀 더 기다리자 크리스티나가 텐트 입구를 손으로 들며 들어왔다.


“일어났나, 한스?”

“예.”

“네가 녹스를 물리쳐줬다고 들었다. 어떻게 한 거지?”


그 말에 곁눈질로 줄리엣을 쳐다봤다. 그러자 줄리엣이 슬며시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니, 어쩌라고.

최대한 그럴싸한 말을 쥐어짜 내어 힘겹게 내뱉었다.


“하다 보니 됐습니다.”

“뭐라고?”

“대충 부러진 왼 다리에 잔해를 집어던지다 보니 도망쳤습니다.”


영 믿을 수가 없는지 미심쩍은 얼굴로 날 쳐다보는 크리스티나였으나, 어쩌겠는가?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는데.

잠시 생각하던 크리스티나는 곧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어쨌든 고맙다. 네 덕분에 마을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티나는 밖으로 나갔다.


“와우, 아저씨 이제 영웅이야?”


신명 나게 놀려대는 줄리엣의 소리를 피해 꿈나라로 도피했다. 내가 이 마을을 구했다니 잠시 누워 자는 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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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전쟁 전의 축제(수정) 18.06.17 104 0 12쪽
43 적일 뿐이다 18.06.16 91 0 12쪽
42 아인의 마을 18.06.15 91 0 14쪽
41 탈퇴하겠습니다 18.06.14 109 0 13쪽
40 아르키 본부 18.06.13 99 0 14쪽
39 독특한 만남 18.06.10 132 0 12쪽
38 슬럼가를 전전하다 18.06.09 116 0 14쪽
37 웃어줘 18.06.08 112 0 13쪽
36 즐거운 여행 18.06.07 119 0 14쪽
35 모르겠다 18.06.06 130 0 12쪽
34 각자의 목적지로 18.06.03 120 0 12쪽
33 도주 18.06.03 110 0 12쪽
32 난장판 18.06.01 126 0 13쪽
31 이제 그만 놔줘 18.05.31 130 0 18쪽
30 어벙한 암살자 18.05.30 124 0 14쪽
29 한밤중의 손님 +2 18.05.27 176 0 13쪽
28 만찬 18.05.26 141 1 15쪽
27 뜻밖의 조우 18.05.25 147 1 14쪽
26 마법사 알마 18.05.24 152 0 13쪽
25 유적 18.05.23 149 2 16쪽
24 새 출발 18.05.22 118 1 13쪽
» 짜잔~! 18.05.21 144 2 15쪽
22 녹스 18.05.20 171 0 14쪽
21 소집 18.05.19 169 1 14쪽
20 용병 생활 18.05.18 171 1 14쪽
19 삶의 방식 18.05.17 182 2 16쪽
18 용병길드 라스지부 18.05.16 165 1 14쪽
17 테네벨 18.05.15 162 2 12쪽
16 또라이 18.05.14 1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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