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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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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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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0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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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테네벨

DUMMY

다음 날 아침, 여지없이 아기 새마냥 날 향해 입을 벌리는 줄리엣에게 육포를 욱여넣고 나서야 내 몫의 육포를 먹을 수 있었다.

분명 넉넉히 챙겨왔던 것 같은데, 왜 벌써 바닥을 보일까.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사러 가기로 했다. 아직 시간이 하루 남았으니까. 부지런히 배낭을 챙기는 날 보며 줄리엣이 물어보았다.


“아저씨, 어디가?”

“식량 사러.”

“흐음. 도망치는 건 아니고?”

“도망치고 싶다.”

“그럼 쫓아갈게.”

“아니야. 미안해.”


내 말에 푸훗 웃던 줄리엣은 다시 자려는지 몸을 뒤척였다. 그런 줄리엣을 보다가 빨리 가려고 일어섰다.


“아저씨.”

“...왜.”

“지금이 훨씬 좋아.”

“뭐?”

“억지스러운 존댓말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구.”


...이게 어제 서로 죽이겠다고 칼부림 친 사람 사이인가?


“어쨌든 맛있는 거로 사와~.”


그런 느긋한 줄리엣의 말을 뒤로하며 슬럼가로 향했다.


* * *


슬럼가를 둘러보며 적당한 식품을 사려고 했으나 역시 슬럼가라 그런지 위생이 쓰레기였다. 어쩔 수 없이 줄리엣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식량은 라스 성안으로 들어가서 사야지.


“내놔!”


줄리엣 앞에 있는 사내. 모포를 노리는 건지 손이 줄리엣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줄리엣은 돌아온 날 봤는지 빙긋 미소 짓고 있었다.

젠장. 궁금하다고 사람 뒷목 찌르는 놈이다. 그런데 자기를 건드리는 놈은 당연히 죽이겠지.

서둘러 사내에게 접근해 목을 움켜쥐었다.


“컥!”


버둥거리는 사내가 의식을 잃어버릴 때쯤, 목을 놓았다. 사내는 땅에 떨어져 한동안 켁켁 거리더니 내 눈을 보고는 겁에 먹고 도망가버렸다.


“아, 안 도와줘도 되는데.”

“죽이려고?”

“응.”


태연하게 수긍하는 줄리엣. 하아.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

“그래.”

“그래서 먹을 건?”

“못 샀어.”

“나 배고픈데.”


칭얼대는 줄리엣에게 배낭에서 늘 먹던 육포를 꺼내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맛있게 씹어대는 줄리엣.


“아저씨, 이제 뭐 할 거야?”


밥을 다 먹고 나서 줄리엣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보니 내가 라스 성으로 가면 줄리엣은 뭘 할까.


“넌 뭘 할 거야?”

“아저씨 따라갈 거야.”

“...집은?”

“없어.”

“널 만들어준 사람은?”

“계속 날 가지고 놀길래 죽였어.”


그 말을 하면서 평소보다 더 크게 미소짓는 줄리엣. 무심코 그녀의 푸른 눈을 보자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는 게 보였다.


“난 라스 성으로 갈 거라서 넌 못 따라올 거야.”

“걱정 마. 어떻게든 따라갈게.”


약간 소름이 돋는데. 사지가 박살 나도 재생되는 놈이 이런 말을 하니까 신빙성이 가득해졌다.


“...따라와.”

“응? 어디 가는데?”

“일단 따라와 봐.”


잠자코 따라와 주는 줄리엣을 데리고 사내의 집으로 향했다. 어제와 같은 리듬의 노크를 하자 어제처럼 수염 가득한 사내가 나왔다.


“누구... 엉? 손님? 이야, 씻으니까 못 알아보겠네. 근데 왜 벌써 왔습니까?”

“추가로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뭐요? 그건 좀 힘든데.......”


잠시 고민하던 사내는 내 옆의 줄리엣을 바라보더니 다시 나에게 말했다.


“저 아이를 데려갈 겁니까?”

“그래.”

“으음, 다행히 적당한 자리가 있으니 돈이나 주십쇼.”


어제와 같은 돈을 주자 사내가 소리를 내며 돈을 세더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같이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그 말을 하고 사내는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잤던 곳으로 걷는 내 옆으로 줄리엣이 걸음걸이를 맞추며 걸었다.


“데려가 줄려고?”

“그럼 데려가야지.”

“아쉬워라.”


뭐가 아쉬운데.

한숨을 쉬며 잤던 곳으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아침, 줄리엣과 함께 사내의 집으로 향했다.


“오, 손님들! 빨리 오십시오.”


집 안으로 우릴 불러들인 사내는 옷 두 개를 건넸다.


“같은 상단 사람들로 변장해서 들어갈 예정이니 갈아입으시고 나오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어딘가로 나가는 사내. 잔말 않고 사내가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왠지 모르게 상단 느낌이 나는 옷. 줄리엣이 입은 옷은 그냥 평범한 옷이었다.


“이제 이 분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랑 거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오자 사내는 옆에 있는 멋들어진 콧수염이 난 남자를 가리키며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따라오게.”


콧수염 남자는 가면서 지켜야 할 점들을 말해주었다. 기껏해야 한, 두 시간이면 검문을 마치니 마차 옆에 붙어서 조용히만 있으면 된다고.

남자를 따라서 마을 밖으로 나가 조금 걷자 검문을 받고 있는 줄이 보였다. 남자는 그중 마차가 여러 대 모여 있는 곳으로 가더니 조용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을 가리켰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은지, 일행은 우리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다행히 줄리엣도 눈치 있게 조용히 있어 주어 검문은 손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상단을 따라 여관까지 간 뒤에 거기서 헤어졌다.


“에게. 이게 끝이야?”


아쉬워하는 줄리엣. 뭔가 큰 사건이라도 기대했니?


“일단 여관방은 잡았으니 거기서 기다려줄래?”

“싫어.”


매우 단호하게 거부하는 줄리엣. 어쩔 수 없이 줄리엣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카를로의 말을 따라 몇 번 길을 꺾으며 걷자 술집이 보였다. 색바랜 간판을 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손님이 조금 있고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바텐더처럼 술잔을 닦고 있었다.


“늘 마시던 걸로 세 잔.”


그 말을 들은 주인은 옆에 있던 종업원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따라가십시오.”


무뚝뚝한 주인의 말을 들으며 종업원을 따라갔다.


“쥐는 벌레를 먹는다.”


걸어가며 나지막이 암호문을 외는 종업원. 다행히 카를로에게 들은 암호문과 동일했다.


“뱀은 쥐를 먹는다.”

“독수리는 뱀을 먹는다.”

“돈은 모든 것을 먹는다.”


마지막 암호를 들은 종업원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회원님.”


종업원은 상당히 직급이 있어 보이는 사내에게 우리를 안내했다.


“반갑습니다. 우선 추천장을 볼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카를로에게 받은 카드를 건넸다.


“오! 이 카드는 간부밖에 소지할 수 없는 카드인데. 대단하십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옆에 분은 안 주십니까?”

“나? 그런 거 없는데.”


그 말에 사내의 인상이 약간 찡그려졌다.


“...추천장이 없으시면 나가셔야합니다.”


그 말에 줄리엣이 내 옷을 끌어당기며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아저씨, 얘 죽여도 돼?”

“미쳤냐?”

“알면서 왜 물어?”


어쩌면 줄리엣은 죽인다와 죽이지 않는다라는 두 가지 사고방식만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정 안되시면 잠시만 밖에 있어 주십시오.”


그런 우리의 대화를 엿 들은 건지 사내가 굳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독촉을 하자 그제야 줄리엣은 혀를 차며 밖으로 나갔다.


“반갑습니다. 저는 프랑코입니다. 테네벨 라스 지부의 총 책임자입니다.”

“한스입니다.”

“우선 저희 테네벨 라스 지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로 당신은 테네벨의 회원이 되셨습니다. 이것부터 받으십시오.”


프랑코가 건네는 패를 받았다. 황금이 아름답게 새겨진 패였다.


“그리고 저희 테네벨에서 회원님의 등급을 결정하기 위해서 일종의 시험을 치르려고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시험 말입니까?”

“네. 손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물품을 가져와주시면 됩니다. 그건 무력이나 재력, 권력. 어떤 형태로든지 가능합니다. 기한은 사흘 드리겠습니다.”


물품.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산맥을 넘으며 잡았던 마수의 마석뿐이었다. 딱히 다른 방도도 없었기에 배낭에서 마석을 꺼내서 건넸다.


“이거면 됩니까?”


내게서 마석을 받은 프랑코는 마석을 둘러보곤 잠시 숨을 집어삼키더니, 입가에 지은 미소를 더욱 키우며 내게 말했다.


“충분합니다! 세상에. 디나스의 마석이라니. 사냥하신 겁니까?”

“네.”

“하긴 매물도 없지요. 상급 용병이 여럿이서 사냥해야 하는 디나스를 잡으시다니, 대단합니다. 아마 회원님은 높은 등급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다시 받으십시오.”


그저 확인만 하면 되는 거였는지 프랑코는 마석을 다시 돌려주었다.


“다른 용건은 없으십니까?”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두 개.”


슬럼가에서 노숙이나 하던 줄리엣도 당연히 신분증이 있을 것 같진 않아서 미리 두 개를 달라고 했다.


“하나는 한스님 것일 테고, 하나는 방금 나간 분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첫 방문이시니 특별히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아, 밖에 계신 분의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줄리엣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다른 용건은 없으십니까?”

“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 말을 하자, 프랑코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참으로 빌어먹을 상황일세.

과연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는가 가만히 쳐다보았다.


“데쿠스 왕국과 스트라스 왕국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정보 : 전쟁 징조>를 획득하셨습니다.]


“파피리오족 급진파 부족장 올렌티아가 족장 자리에 올랐다.”

[<정보 : 파피리오족 족장 교체>를 획득하셨습니다.]


한 사람이 두 가지 말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정보를 곱씹고 있자니 프랑코가 정신을 차렸다.


“예, 말씀하십시오.”


원래라면 마을을 습격한 단장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물어볼 게 늘었다. 하나씩 물어보면 되겠지.


“요새 데쿠스 왕국과 스트라스 왕국 간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데쿠스 왕국과 스트라스 왕국 말입니까?”


내 말에 프랑코가 책상 밑 서랍에서 이것저것 서류를 뒤지며 나에게 말했다.


“원래라면 이것도 가격을 받아야 합니다만, 한스 님은 장래가 유망한 분이시니 특별히 무료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옛날에는 두 왕국의 사이가 매우 나빴습니다만, 최근에 와서는 두 왕국 모두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교역도 활발해져 물가도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그럼 시스템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한 가지 더 확인해 봐야 했기에 배낭에서 돈을 꺼내 프랑코에게 말했다.


“이번엔 값을 지불해 드릴 테니 물어보겠습니다. 최근 도적떼가 늘어났습니까?”


이 정보는 알고 있는지 프랑코가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답해주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최근 드코 산맥 부근에서 도적에 의한 상단 피해가 늘어났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도 골치를 앓고 있죠.”


드코 산맥은 세 왕국의 경계 역할을 해주는 산맥이었던가.

그보다 도적떼 또한 실제로 늘어났다. 결국 시스템은 숨겨진 저의나, 정보를 일부부만 공개할지언정 거짓을 얘기하진 않는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런데 더 물어보실 건 없으십니까? 정보에 비해 주신 금액이 조금 많으시군요.”


돈을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정보를 더 주려고 한다. 프랑코의, 정보 길드의 실태를 약간 엿본 것 같았다.


“파피리오족이 무엇입니까?”

“파피리오족 말입니까? 여기서 대륙을 벗어나 바다를 건넌 곳에 인간과 흡사하다고 해서 아인이라 부르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새로운 대륙들이 있습니다. 그 아인 중에 굉장히 폐쇄적이고 모두가 미인인 종족을 엘프라고 하는데, 그건 우리가 부르는 말이고 본인들끼리는 파피리오라고 부르더군요.”


파피리오라. 지금 당장 신경 쓸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다 물어보셨습니까?”

“한 가지 의뢰를 해도 됩니까?”

“의뢰 말씀입니까?”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고 우리 마을의 이름을 불렀다.


“세투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해주십시오.”

“세투스 마을이요? 음, 그 드코 산맥 안쪽에 있다는 세투스 마을 말씀이십니까?”


보아하니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배낭에서 정말 하루 이틀 살 돈을 제외한 모든 돈을 꺼내서 프랑코에게 주었다.


“선수금입니다. 무조건 찾아내 주십시오.”

“아니, 이 정도나....... 알겠습니다. 맡아보겠습니다.”


이제 볼일은 끝났기에 술집을 빠져나왔다. 얌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리엣과 여관으로 가서 밥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웠다. 잠을 잘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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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적일 뿐이다 18.06.16 90 0 12쪽
42 아인의 마을 18.06.15 90 0 14쪽
41 탈퇴하겠습니다 18.06.14 109 0 13쪽
40 아르키 본부 18.06.13 98 0 14쪽
39 독특한 만남 18.06.10 132 0 12쪽
38 슬럼가를 전전하다 18.06.09 115 0 14쪽
37 웃어줘 18.06.08 111 0 13쪽
36 즐거운 여행 18.06.07 119 0 14쪽
35 모르겠다 18.06.06 129 0 12쪽
34 각자의 목적지로 18.06.03 119 0 12쪽
33 도주 18.06.03 109 0 12쪽
32 난장판 18.06.01 125 0 13쪽
31 이제 그만 놔줘 18.05.31 130 0 18쪽
30 어벙한 암살자 18.05.30 124 0 14쪽
29 한밤중의 손님 +2 18.05.27 175 0 13쪽
28 만찬 18.05.26 141 1 15쪽
27 뜻밖의 조우 18.05.25 147 1 14쪽
26 마법사 알마 18.05.24 152 0 13쪽
25 유적 18.05.23 148 2 16쪽
24 새 출발 18.05.22 118 1 13쪽
23 짜잔~! 18.05.21 143 2 15쪽
22 녹스 18.05.20 170 0 14쪽
21 소집 18.05.19 168 1 14쪽
20 용병 생활 18.05.18 170 1 14쪽
19 삶의 방식 18.05.17 182 2 16쪽
18 용병길드 라스지부 18.05.16 165 1 14쪽
» 테네벨 18.05.15 162 2 12쪽
16 또라이 18.05.14 1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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