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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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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38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17 19:00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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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6쪽

삶의 방식

DUMMY

패를 받기 전까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에 일찍 잠들었다. 다만 조그만 놈이 큰 침대를 차지하는 바람에 추가침대에 잠들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저씨, 안녕~.”

“안녕.”


내 뚱한 표정을 본 줄리엣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맘에 안 들었으면 한 침대에서 잤어야지.”

“네 몸부림 때문에 못 잤다, 못 잤어.”


당연히 거리낄 것도 없었기에 끝까지 비키지 않는 줄리엣 옆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자꾸 뒤척이는 줄리엣 때문에 추가침대로 쫓겨났다.


“아저씨, 나 배고파.”

“알았어, 가자.”


식당으로 나가니 어김없이 스테판 일행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줄리엣 씨는 뭘 하시나요?”

“으엑. 스테판, 그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 안 하면 안 돼?”

“얌마. 이런 게 사회생활이야. 보고 배워.”


오늘도 스테판과 노엘의 만담을 들으며 줄리엣이 답했다.


“나? 뭐, 내 몸 하나 정돈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네가? 근육도 없는 그 몸으로?”


전혀 못 믿겠는지 줄리엣의 몸을 훑어보는 노엘. 그에 줄리엣은 웃으면서 받아쳤다.


“너 정돈 이기겠는데?”

“뭐라고!”


둘이 싸우는 걸, 정확히는 노엘이 일방적으로 덤비려는 걸 스테판이 겨우겨우 뜯어말렸다.


“한스 씨. 같이 좀 말려주세요.......”

“다음부턴 말리겠습니다.”


성의 없는 내 답변에 스테판의 얼굴이 약간 흔들렸다.

근데 줄리엣이 싸움을 잘하던가? 물론 나를 암살한 전적이 있기는 했기에 약간 신빙성이 있었다.


“너 잘 싸웠었어?”

“아저씨, 내가 아저씨 목에 칼 꽂았잖아, 기억 안 나?”

“그건 기습이었잖아. 다른 부분은?”

“음, 적절히 잘 하지 않을까?”


그런 우리의 말에 스테판 일행의 안색이 굳었다.


“하, 하하. 좀 독특하시네요.”

“우리가 좀 끈끈하지. 그치, 아저씨?”

“나도 한 번 찔러봐도 되냐.”

“목은 안 되고, 배 정도면 봐줄게.”


스테판 일행의 안색이 더 나빠지기 전에 농담은 그만두기로 했다.

적당히 농담이라며 얼버무린 뒤 밥을 다 먹었다. 그리고 길드로 가서 라울에게 패를 받았다.


“라울, 괜찮은 의뢰 없습니까?”

“괜찮은 의뢰 말입니까? 음, 마침 적절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라울은 책상 안쪽 서랍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건넸다.


“최근 마수 둥지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중에 거미를 닮은 마수 아라네가 드코 산맥에 둥지를 틀었다고 합니다. 그 둥지를 파괴해주시면 됩니다.”

“아라네의 특성은 어떻게 됩니까?”

“독을 가지고 있으며, 거미줄로 만든 그물로 먹이를 포획해서 먹습니다.”

“알겠습니다.”


문서와 지도를 비교하며 대충 위치를 감 잡고 시장으로 가서 식량을 구매했다.


“아저씨, 그 의뢰 할 거야?”

“이미 받았잖아.”

“으.”


줄리엣이 늘 짓던 미소가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그녀의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기에 전체적으로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


“왜 그래?”

“사실 거미는 좀 싫어해.”

“그럼 숙소에 있을래?”

“그건 싫어.”


단호한 거 봐라?

시장에서 적당한 도구도 추가로 사니 정말로 돈이 다 떨어졌다. 빨리 벌어야 테네벨의 의뢰비를 줄 수 있는데.

숙소로 돌아와 배낭에 산 도구들을 넣으며 줄리엣에게 옷을 건넸다.


“자.”

“나 주는 거야?”

“그럼 계속 그런 헐렁한 옷 입으려고?”

“아냐, 고마워.”


약간 얼떨떨한 줄리엣의 표정을 보며 짐을 마저 쌌다. 짐을 다 싸고 등에다 배낭을 둘러매자 줄리엣이 옷을 다 갈아입었다.


“어때, 아저씨?”


나를 보며 한 바퀴 돌아보는 줄리엣. 그래 봤자 예쁜 원피스 같은 옷이 아니라 활동성이 좋은 옷이었기에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괜찮네.”

“그래? 그럼 가자.”


묘하게 발걸음이 가벼운 줄리엣과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 있던 스테판 일행이 떠날 모습의 우리를 보며 말을 걸었다.


“어디 가십니까, 한스 씨?

“의뢰하러 가.”

“의뢰요?”

“아라네 토벌 의뢰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스테판 일행이 표정이 좀 찡그려졌다.


“으엑, 그 새끼들 잡기 더럽게 힘든데.”

“어, 음. 힘내십시오.”

“여러분은 쉬실 겁니까?”

“우리는 며칠 전에 의뢰 하나 해서. 보통 의뢰 하나 하면 3일 정도는 쉬어.”

“그럼 가보겠습니다.”


떠나려고 작별 인사를 하자 스테판과 노엘, 그리고 여태 조용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모리스까지 살짝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또 봅시다.”

“또 봐.”

“또 보기를.”


또 보자. 언제 죽을지 모를 용병들의 작별 인사인가?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아가며 나도 대꾸했다.


“또 봅시다.”


* * *


산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쭉 걸었다. 금빛으로 빛나던 줄리엣의 머리카락이 다시 갈색으로 돌아오기까진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물은 물론 식량도 아껴야 했기에 몸을 씻을 수도 없었다. 간혹 가다 수원을 발견하면 씻는 정도?

그래도 줄리엣은 그런 일이 익숙한지 태연히 걸었다.

같이 돌아다니며 하나 알아낸 건 줄리엣이 사냥을 잘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식량도 꽤 아낄 수 있었다.


“내가 먹여 살려주는 거야.”

“아저씨는 이제 나 없으면 못 살겠네.”


날 놀리려는 건지, 다른 이유에선지 줄리엣은 종종 자신이 우리의 식량 사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성의 없는 감사와 함께 줄리엣의 머리에 혹시 있을지 모를 이를 잡아주었다.

그렇게 대략 15일쯤을 걷자 목적지인 동굴에 도착했다. 동굴에 다가갈수록 꿈틀거리는 줄리엣의 입술을 보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아, 아저씨!”

“왜.”

“나 여기서 기다릴게.”

“알았어.”


결국 줄리엣이 흰 티를 내던졌다. 혹시 몰라 줄리엣에게 단검을 건네주고 동굴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동굴을 미리 준비한 횃불로 밝혔다. 거미줄이 가득할 것 같은 내 예상과 달리 동굴은 깨끗했다.

왼손으로 횃불을 들며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캬앗!


내 무릎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미가 앞다리에 거미줄로 만든 그물을 든 채로 덤벼들었다.

오른쪽으로 뛰어 피한 뒤 배낭을 벗어 한쪽에 던져두고 주먹으로 거미의 몸통을 내려쳤다.


-콰직


푸른색 피가 튀어 올랐다. 발악을 하는 거미를 보다 뒤에서 그물을 들고 달려드는 거미를 옆으로 굴러 피했다.

아, 횃불.

땅에 떨어진 횃불은 밑에 고여 있던 물에 젖어 꺼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두운 동굴을 환하게 볼 수 있었다.

불이 사라지자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거미들의 붉은 안광이 반짝였다.

아까 달려오던 거미의 다리를 발로 밟으며 팔꿈치로 머리를 찍어 깨뜨렸다.

그런 거미의 사체를 집어 나에게 접근하는 거미들에게 집어 던졌다.

몇 놈은 깨지고, 몇 놈은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며 옆에서 달려드는 거미를 굴러서 피했다.

한동안 그렇게 싸움을 계속했다. 하지만 거미들은 끝이 없었고, 결국 물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거미줄에 몸이 묶이고, 다리가 물리며 거미 독이 주입되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꼼짝하지 않는 내 몸을 거미들이 거미줄로 칭칭 감았다.

앞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딘가로 질질 끌려갔다. 땅 감촉이 묘하게 기분 나쁘네.

한참을 끌려가다 어느 순간 몸이 멈추더니 반으로 끊겼다. 문제는 예전만큼 아프지가 않았다는 것. 이걸 기뻐해야할지.......


[부활하셨습니다.]


부활과 동시에 또 몸에서 활력이 솟았다. 독에 마비되었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움직였다.

자유로워진 다리와 허리로 반동을 이용해 일어서며 두 팔로 거미줄을 잡아 뜯었다.

트인 시야 앞에 있는 것은 내 키만한 크기의 거미. 한참 내 하반신을 뜯고 있다가 내가 일어서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당황하면서도 내 몸을 꼭꼭 씹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잘 씹으라고 주먹으로 큰 거미의 위턱을 내려쳤다.


“키엑!”


꿈틀거리는 큰 거미의 두 발을 꺾어서 날 쳐다보는 눈 중 맨 윗부분에 쑤셔 박았다. 이건 무기로 치지 않는지 힘이 빠지지 않았다.

밑에 다리는 뜯기가 힘들어 그저 발로 차서 꺾어만 두었다.

그제야 나한테 달려드는 작은 거미들. 다급한지 그물도 쓰지 않고 그저 물기만 반복했다. 하지만 부활해서인지 더 이상 독은 들지 않았다.

그걸 확인한 나는 거미에게 물리는 걸 피하지 않고 싸웠다.

강해진 힘으로 거미의 다리를 잡아서 검처럼 휘둘렀다. 하지만 같은 골격에 부딪혀서인지 얼마 못 가 다리는 꺾여버렸기에 다시 맨손으로 싸웠다.

작은 거미는 얼굴을 발로 걷어차고, 큰 거미는 주먹과 팔꿈치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간혹가다 그물로 날 묶으려는 거미도 있었지만, 이제는 손으로 잡아 뜯으면 그만이었다.

그 뒤는 그저 반복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신기하게 도망치지 않고 끊임없이 덤비는 거미들을 그저 밟고 차고 때리고 부수고.

다 잡고 나서도 문제였다. 큰 거미는 물론, 작은 거미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마석을 꺼내려고 일일이 손을 집어넣어 꺼내야만 했다. 당장 한 푼이라도 아쉬웠으니까.

하아.


* * *


상당한 양의 마석을 꺼내서 입구에 대충 던져두었던 배낭에 있던 자루에 담았다. 그 자루를 배낭에 넣고 배낭을 메고는 밖으로 나왔다.

잠시 눈 부신 빛에 적응하려 눈을 감는데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급히 눈을 뜨자 무기를 든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줄리엣이 보였다.

도적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줄리엣을 강간이라도 하려는지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구하려고 뛰어가려다 줄리엣의 얼굴을 보고 발이 멈췄다. 늘 웃던 줄리엣의 얼굴은 매우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공포라도 느끼는지 덜덜 떨리는 줄리엣의 몸. 하지만 곧 떨림은 멈추더니 줄리엣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줄리엣은 내가 준 단검을 한 바퀴 돌려보더니 바로 앞에 있던 사내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며 아킬레스건을 단검으로 베었다.

그러고는 고통으로 무릎 꿇은 사내를 타고 올라가서 목을 깊숙하게 베고는 발로 사내를 차서 뛰어올라 다른 자들과 거리를 벌렸다.

뒤늦게 경악하는 사내들이 줄리엣을 죽이려 달려들었다.

그때 줄리엣의 왼손이 손의 형체를 잃더니 길게 늘어나 사내들의 발목을 휘감아 들어 올렸다.

줄리엣은 버둥대는 사내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하나씩 공을 들여 죽였다. 마치 포를 뜨듯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알을 빼내고, 코를 베고, 귀를 자르고, 마지막으로 목을 자른다.

즐겁게 사내를 하나씩 죽이던 줄리엣은 사내가 다 죽자 왼손을 다시 원래대로 만들었다.

잠시 눈을 감던 줄리엣은 눈을 뜨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단검을 떨어뜨렸다. 두리번거리던 줄리엣의 얼굴이 내 쪽을 향했다.


“...봤어?”


딱딱한 목소리.


“응.”

“그래...?”


별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줄리엣.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주기적으로 피를 안 봐주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라구.”

“그래도 엉뚱한 사람은 안 죽였어. 아저씨 빼곤. 나한테 접근하려던 놈들은 죄다 날 강간하려고 하거나 노예로 팔아넘기려고 했던 놈들뿐이었으니까.”

“이게 내가 살아왔던 방식이야. 난 이렇게 살아왔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녀석이 그렇게 슬픈 미소를 지으면 누가 믿어주겠니.


“왜, 내가 싫어졌어? 괴물 같은 년이라서? 아니면 혐오해?”


한층 입꼬리를 올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줄리엣.


“정 싫으면 날 죽여도 돼. 목 찌르면 죽으니까.”

“네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나쁘지는 않아. 다만 좋지도 않지.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도 지쳤어.”


그러면서 단검을 내미는 줄리엣.

뭐가 문제일까. 언제나 웃던 소녀는 지금 나에게 죽여 달라며 눈을 감고 있었다.

키메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탄생한 인조 생물. 아마 줄리엣의 방금 행동도 키메라의 부작용일 것이다. 인간형 키메라는 나타난 적이 없었으니.

여태 사람을 죽여온 것은 적어도 정당방위가 아닐까? 죄라고 한다면야 죄겠지만 내가 무슨 성자도 아니고 자기 살겠다고 칼 휘두른 것까지 걸고 넘어갈 입장은 아니었다. 당장 복수에 반쯤 미쳐있는 게 난데 누가 누굴.

그럼 앞으로 죽일 사람은? 그건 다행히도 해결법이 있었다.

고민을 하는 동안 기시감이 느껴졌다. 지금 줄리엣은 나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했다. 마치 그때 내가 그녀에게 손을 뻗을 때처럼.

그때는 달빛이었지만 지금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태양과도 같았던 사람이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가슴이 쓰렸다.

내 가슴이 쓰렸기에 나는 줄리엣의 손을 잡고 싶었다. 나 또한 지금 줄리엣에게 기대고 있었으니까.

눈을 감은 줄리엣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며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악! 아저씨, 뭐해!”


평소에 장난스러운 목소리. 좋아, 역시 이거지.

내 입가의 미소를 보며 줄리엣이 물었다.


“안 죽일 거야?”

“내가 널 왜 죽여.”

“내가 여태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널 죽이려고 했다며? 그럼 정당방위 아닐까? 자기 몸 자기가 지키겠다는데 뭐라 할 사람 없어.”

“그래도 난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잖아.”

“나도 괴물이니까 괴물끼리 잘살아 보자.”


그런 내 말에 줄리엣이 약간 숨을 삼켰다. 내 말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약간 내려가던 입꼬리였지만, 어느 순간 다시 올라가 버렸다.


“하지만 난 앞으로 계속 누군갈 죽여야 해.”


늘 장난스럽게 누굴 죽인다고 말하던 줄리엣은 이런 자신이 웃긴지 자조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줄리엣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떨렸다.

포기해버린 미소. 그걸 바라보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에 들려있던 단검도 같이.


“아저씨?”


의아해하는 줄리엣을 무시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내 목을 찔렀다.


“아저씨?!”

[부활하셨습니다.]


줄리엣의 손을 내 목에서 뺐다. 급격히 재생되는 목의 감각을 느끼며 줄리엣에게 말했다.


“봤지? 난 안 죽어. 그러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날 찔러. 내가 대신 죽어줄 테니까.”


그런 내 말을 들은 줄리엣이 입으로 뭔가를 말하려다가 다시 다물고, 열고 닫고를 반복하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아저씨, 또라이야?”


아니, 얜 도와줘도 지랄이야.


“아니, 아저씨. 진짜 병신이야?”

“왜 또.”

“좀 정상적이게 말로 다독여줄 생각은 없어?”

“그럼 너도 죽여 달라거나 그런 말은 하지 마.”

“그건...알았어.”


잠깐 한숨을 내쉬던 줄리엣은 아까까지의 무거운 분위기가 날아간 것을 인지했는지 쑥스런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어쨌든, 고마워.”

“별말씀.”

“근데 아저씨, 궁금한 거 있어.”

“뭔데?”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줘?”

“뭐?”

“말했잖아, 나한테 접근하려던 놈은 날 강간하려고 하거나 노예로 팔아넘기려던 놈밖에 없었다고. 근데 아저씨는 둘 다 아니잖아.”

“그렇지.”

“근데 왜 이렇게 잘해줘?”

“잘해주면 안 되냐?”

“아저씨 그렇게 착한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아주 깊숙이 찔러드는구나. 자식아.

굳이 이유를 대자면 줄리엣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좀 쑥스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줄리엣의 미소를 따라 하며 말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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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아인의 마을 18.06.15 90 0 14쪽
41 탈퇴하겠습니다 18.06.14 108 0 13쪽
40 아르키 본부 18.06.13 9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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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슬럼가를 전전하다 18.06.09 115 0 14쪽
37 웃어줘 18.06.08 111 0 13쪽
36 즐거운 여행 18.06.07 119 0 14쪽
35 모르겠다 18.06.06 129 0 12쪽
34 각자의 목적지로 18.06.03 119 0 12쪽
33 도주 18.06.03 109 0 12쪽
32 난장판 18.06.01 125 0 13쪽
31 이제 그만 놔줘 18.05.31 130 0 18쪽
30 어벙한 암살자 18.05.30 124 0 14쪽
29 한밤중의 손님 +2 18.05.27 175 0 13쪽
28 만찬 18.05.26 140 1 15쪽
27 뜻밖의 조우 18.05.25 147 1 14쪽
26 마법사 알마 18.05.24 151 0 13쪽
25 유적 18.05.23 148 2 16쪽
24 새 출발 18.05.22 118 1 13쪽
23 짜잔~! 18.05.21 143 2 15쪽
22 녹스 18.05.20 170 0 14쪽
21 소집 18.05.19 168 1 14쪽
20 용병 생활 18.05.18 170 1 14쪽
» 삶의 방식 18.05.17 182 2 16쪽
18 용병길드 라스지부 18.05.16 165 1 14쪽
17 테네벨 18.05.15 161 2 12쪽
16 또라이 18.05.14 1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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