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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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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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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협의(俠意)

DUMMY

40년 전, 재림천마의 등장으로 혈교와 포달랍궁을 병합하고 서양의 회랍인들과 동맹을 맺은 마교는 위풍당당한 군세와 어마어마한 수의 세작을 이끌고 중원을 침략했다.


단순히 감숙성과 사천성을 침략하는 것을 넘어, 동쪽의 왜구들과도 협력하고, 심지어 북쪽의 유목민들을 선동해 관군을 묶어놓기까지 하며 마교는 중원일통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다.


중원 무림은 전방위적으로 들어닥치는 마교의 압박에 감숙성을 지키랴, 왜구 토벌을 도우랴, 심지어는 몽골 평원에 나서 전쟁까지 도우랴, 정신 나갈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무림맹 내부까지 들어찬 세작과, 수십 년 동안 준비된 마교의 비밀 안가는 중원 무림의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단일 세력이 중원을 먹어치우고자 일으킨 전쟁은, 놀랍게도 팽팽한 힘겨루기를 거치며 마교의 승리로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천의 조부가 회자하길, 그 교묘한 침략 계획의 얼개를 짜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전 중원을 혼란에 빠뜨린 마뇌의 책략 중 가장 악독한 것은 바로 혈귀마굴이라 하는 동굴이었다.


혈교의 비술로 만들어낸 혈귀를 여인의 태에 넣고 숙성시켜 절정의 고수도 버거워하는 괴물을 만들어내는 곳.


마교의 세작들은 중원 곳곳에 혈귀마굴을 설치하곤 은밀히 화전민촌의 여인들을 납치해 혈귀를 길러 중원에 풀었다.


그런 혈귀마굴을 하루에 한 번 꼴로 부수고 다녔던 낭왕은 이곳이 평범한 혈귀마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마교대전 중에 설치됬던 혈귀마굴들은 이미 파괴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아직 혈귀마굴이 남아있다는 것은, 단 한가지를 의미한다.


혈교의 비술까지 알고 있는 마교의 잔당이 이곳에 혈귀마굴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최소한 장로급, 그 이하의 잔당들은 혈교의 비술을 익힐 깜냥이 되지도 않는다. 마교가 대전에서 지고 천산에서 쫒겨난 지금은 더더욱.


“천아.”


“예.”


“묘하게 침착하구나. 이 굴을 아느냐?”


“마교의 잔당들이 세웠다 하셨으니, 혈귀마굴이 아니겠습니까?”


“알긴 아는구나. 자세히 들었느냐?”


“아니요.”


둘은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서도 침착했다. 정천은 아직 이 혈귀마굴이라는 곳의 위험성을 잘 몰랐고, 낭왕은 혈귀마굴과 마교 장로 정도로는 허둥지둥거리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약간씩 짜증이 올라왔다.


마굴의 바닥이 달짝지근한 음식을 바른 것처럼 찐득거렸고, 예민한 무인의 코에는 수많은 시체와 구더기, 독충들이 썩어가는 냄새가 느껴졌다.


“걸음을 조심하고, 주위에 기감을 펼쳐라.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긴장해.”


낭왕은 혈귀마굴에 초입일 정천에게 주의했다. 낭인들은 마교대전 중 혈귀마굴을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초짜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굴 안에 들어오면 환각을 본다. 네가 무엇을 보건 간에, 그게 사실이 아니리라는 것만 알아둬.”


그 말과 함께 낭왕은 청심환을 하나 씹었고, 정천은 호심결을 운기했다.


“환각이... 좀 심하군요.”


하지만 호심결을 운기했음에도 기이한 환각들이 떠돌았다.


용봉지회에서 장원을 하는 자신, 참가하지도 않은 마교대전의 영웅이 된 자신, 다시 젊어진 할아버지와 함께 강호를 종횡무진하는 자신...


정양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전장호심결을 운기했음에도 미식거리는 감각과 환각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이곳을 혈귀마굴이라 부른다.”


혈귀마굴은 그 심장이 되는 혈귀가 성장함에 따라 더 기괴해지고, 악랄해진다.


혈귀가 모체의 태내에 있을 때는 그저 불길한 기운이 감돌 뿐이다.


하지만 모체의 태내에서 점차 커가고, 완전히 성장한 뒤, 모체의 배를 찢고 나온다면 그 때부터 혈귀마굴의 환경이 변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는 환각 성분이 떠돌고, 벽에서는 혈귀의 장에 서식하는 기생충들이 나와 들끓기 시작한다. 바닥은 분비물로 인해 찐득거리고, 동굴 안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면, 그 흙의 색이 붉어지고, 굴이 마치 창자처럼 변하는데 낭왕이 보기에 지금 이 혈귀마굴은 이미 마지막 단계까지 치달은 것 같았다.


‘혈귀도 깨어났나?’


혈귀마굴이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땅 속에서 모체의 음기를 빨아먹은 혈귀는 완전한 몸 상태로 나와 주변의 화전민촌이나 중소세가를 말 그대로 갈아서, 마셔버린다.


햝짝.


낭왕은 벽을 햝았다. 이전에는 보통 당가의 사람들이 많이 하던 방법이지만, 어지간히 독에 대한 내성이 강한 낭왕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다.


혈귀마굴의 벽을 햝은 뒤 얼마나 숙성된 마굴인지 눈대중으로 맞춰보는 것이다.


‘골 때리는 군.’


혀가 까끌까끌하다. 게다가 맛이 씁쓸한게 일반적인 흙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은 아니었다. 이건 최소한...


완전히 숙성된 헐귀가 깨어났다.


최소한 수십 명의 사람을 먹이로 주고, 열 달은 기다려야 깨어나는 것이 혈귀다. 게다가 혈귀는 깨어나면 시름시름 앓다가 제 새끼를 남기고 죽는다.


그만큼 깨어나기 어려운 혈귀가 깨어났다면, 그 원인은 간단하다. 낭왕과 정천을 제 목숨을 바쳐 죽여야 할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낭왕은 천천히 환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정천에게 일렀다.


“준비가 끝났으면... 따라와라.”


낭왕과 정천은 구불구불 꼬인 혈귀마굴을 달렸다.


중간 중간 떨어지는 핏방울을 재주껏 피하고, 벽에서 튀어나온 기생충들을 박살내며 몇 분간 달리자 혈귀마굴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뛰면서 듣거라. 일단 목적은 두 가지다.”


혈귀마굴에 들어선 이들은 생각보다 적다.


일단 혈귀마굴의 악명은, 그 둥지를 터트리며 개미떼처럼 튀어나오는 혈귀들에 있기도 하거니와, 혈귀마굴을 발견했다면 기본적으로는 당가에 연락하거나 사사로이 제조한 폭약으로 입구부터 터트리는 게 정석적인 대처기 때문이다.


결국 혈귀마굴에 들어섰다는 것은, 그 굴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 게 있다는 소리였다.


“첫 번째는 이미 깨어나버린 마굴을 닫기 위해서다. 마굴의 심장인 혈귀가 깨어나지 않았다면 굴을 터트리는 식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혈귀가 깨어나버렸으니,


최소한 혈귀의 목을 치고, 그 시체와 새끼를 조각내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단순히 굴을 무너뜨리는 것 만으로는 숨 쉬지 않고 땅을 파먹으며 살 수 있는 혈귀는 언젠간 땅을 뚫고 민가로 향하리라.


“두 번째는 이 굴을 만든 사람의 정체다. 마교의 장로 급인건 확실한데 과연 어느 정신나간 놈이 감히 내가 있는 산서성에 이런걸 만들었는지 모르겠구나.”


낭왕은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다 망해버린 마교의 잔당이면 그저 목 닦아놓고 제사상을 받아놓을 것이지, 자신이 관리하는 산서성에서 마굴을 키워?


낭왕의 분노로 주변의 공기가 들끓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정천은 침을 꿀꺽 삼켰다.


“크흐,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만 싸울 때 항상 등 뒤에 호신강기를 두텁게 두르고 있어야 한다.”


낭왕의 경험 상, 혈귀나 그것을 부리는 잡놈들은 기습과 등 뒤의 공격을 이상할 정도로 선호했으니, 준비해서 나쁠 것 없었다.


“준비해라. 이제 곧 혈귀가 나올게다.”


정천도, 낭왕도 멈춰섰다. 그들은 함부로 칼을 휘두르거나 하지 않았는데, 이 동굴에 깔리면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고 할 지라도 빠져나오기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게다가 챙겨야 할 것도 있고.


결국 그들은 최대한 이 동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싸워야 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자리에 있던 넷 모두 싸움 직전의 싸늘하게 식은 공기를 한 번 들이마시고는...


-키에에엑!


싹둑...!


벽을 뚫고서 튀어나온 혈귀의 목을 낭왕의 칼이 베어냈다. 하지만 혈귀의 목에서 진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금새 잘려나간 부분을 말끔히 고쳤다.


...피잇...!

그 사이, 정천에게 얇고도 긴 장침이 날아왔다. 끝에는 파란 색 염료처럼 보이는 독이 묻혀져 있었는데, 딱 봐도 맞으면 제 명에 가진 못할 거 같았다.


정천은 창을 크게 휘둘러 장침을 천장에 꽂았고, 장침이 날아온 쪽으로 가볍게 비수를 날리고 주위를 살폈다.


쿵!


그 사이 정천의 옆에서는 굉음이 들려왔다. 마굴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벽에서는 혈귀의 장에 살던 기생충들이 숙주의 뜻에 따라 낭왕을 덮쳤다.


혈귀도 놀고만 있진 않았다. 크게 뛰어 낭왕의 시야를 막으며 달려들었다. 전방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낭왕은 제 칼에 채찍같은 검기를 씌웠다.


일휘파천공(一麾破天功)

일섬(一閃)


낭왕의 칼이 긴 타원을 그렸다. 허공에 떠오른 검기의 원이 영원불멸할 것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새 푸른 검기가 만들어낸 타원이 터지며, 타원에 닿았던 모든 것들이 터져나갔다.


-키에에엑!


한 순간에 제 기생충들이 몰살당한 것을 본 혈귀는 잘릴 뻔한 제 팔을 스스로 잘라 낭왕에게 던졌다.


잘린 팔에서 샘솟는 혈귀의 피가 두둥실 떠오르며 날카로운 송곳처럼 변해서는 낭왕에게 날아갔다.


파바바바...


낭왕은 제 검에 내공을 남아 여러번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낭왕의 앞에 푸른 색 벽이 생겨났다.


절정의 경지에 달해야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검막이었다.


-피잇...!


하지만 혈귀의 핏방울은 검막을 투과하지 못하고 갈렸어도 여전히 날카로우며, 그대로 낭왕을 향해 날아왔다. 게다가 혈귀는 또 다시 제 혓바닥을 물어 낭왕에게 던졌다.


하지만 낭왕은, 짧게 웃으며 칼에 두꺼운, 아주 두꺼워서 이불로도 덮고 잘 수 있을 것 같은 검강을 쭉쭉 뽑아냈다.


그리고는, 가볍게 검강을 휘둘러 좁은 마굴 안에 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파다다다닥...!


피를 조종하는 혈귀의 힘은 억센 바람에 밀려 낭왕에게 닿지 못하고 마굴의 벽에 닿았다. 낭왕은 가볍게 몸을 놀려 팔과 혓바닥을 잃어 약해진 혈귀에게 다가갔다.


-끼이이익...! 끼에에에엑!


혈귀는 짧은 시간 동안 팔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어 냈지만, 본디 가지고 있는 팔로도 낭왕을 상대하기 버거워 팔을 잘라낸 혈귀는, 만들다 만 팔로 낭왕을 대적할 수 없었다.


속절없이 밀리는 혈귀는 마지막 꾀를 냈다. 싸우는 동시에 낭왕의 뒤편에 제 꼬리를 터트리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혈귀도 낭왕에게 먹음직한 미끼를 던져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결국 혈귀는 제 목을 베어내라는 듯 치명적인 검로를 막아내지 않았다.


휘익!


낭왕의 검이 혈귀의 목을 갈랐다. 이번에는 가르는 도중에 검강이 목과 목 단면 사이를 밀어내 쉽게 붙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것까지가 혈귀의 속셈, 한 쪽을 취했다면 다른 한 쪽을 내주어야만 하는 것이 세상이 이치인데, 큰 동작을 한 낭왕이 어찌 제 뒤에서 터져나간 꼬리를 막겠는가?


혈귀의 꼬리가 낭왕의 등 뒤에서 터져나갔고, 낭왕은 등 뒤에 성벽과 같은 두께의 호신강기를 둘렀다.


후두두두둑...!


“이 늙은이 체면을 세워주는군.”


혈귀의 피는 아무런 성과 없이 굴 속으로 스며들었다. 낭왕은 아까 자신이 예견한대로 일이 진행되어 꽤나 만족스러워졌다.


“그럼... 어디, 대자 놈을 좀 키워볼까?”


낭왕은 씨익 웃었다.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보내는 건 보내는 거고, 대자의 훈련은 훈련 아닌가.


마교의 장로급 인사? 절정과 화경 사이를 막고 있는 두터운 벽을 깨기 위한 아주 좋은 교보재가 아닌가.


정천은 제 뒤에서 혈귀와 싸우고 있는 줄 알았던 낭왕이 그저 웃으며 제 고생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채, 손이 거무튀튀하게 구부러진 마인을 상대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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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3 21.12.31 195 8 12쪽
11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1.12.30 213 9 9쪽
10 2. 기괴(奇怪) +1 21.12.29 230 11 14쪽
9 2. 기괴(奇怪) 21.12.28 22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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