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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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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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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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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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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 이무기

DUMMY

어릴 적의 일은 그게 큰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기억 깊숙한 곳에 남아 사람의 성격이나 목표에 관여한다.


별 거 아닌 일로 부모에게 혼난 일, 검술 사범에게 칭찬 받은 일, 혹은 어릴 적 친구와 풋풋한 연애를 했던 일...


사람의 목표는 어떻게 보면 과거 있었던 일들이 뭉쳐진 덩어리와 같았다. 그것은 정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모님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절정지경에 오르고 기억력이 올랐음에도 그랬다. 그러나 정천은 부모님의 빈 자리를 잘 느끼지 못했다. 그의 조부, 탕마검노 정명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탕마검노는 참으로 호되고 엄한 무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손자를 걱정하는 한 명의 할아버지였다.


그 혹독한 교육은 어린 몸으로 버티기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마교대전 시절에나 쓰던 약초와 비방들을 동원해 정천의 몸을 회복시켰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탕마검노는 화경의 무인이었다. 절정의 무인이 삼일을 노력하면 산 하나를 뒤엎을 수 있던 만큼, 화경의 무인이란 어린 아이가 보더라도 경외감이 드는 천외천의 존재였다.


어린 정천에게 탕마검노는 말 그대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상징과 같았다. 그 스스로 집안의 가주이자, 아버지이자, 스승이었으니까.


하지만 정천이 생각했던 것보다 탕마검노의 명성은 드높지 않았다. 혹독한 수련 끝에 한 무기를 대성하면 가끔씩 산 아래로 내려갈 기회가 주어졌는데, 정천이 처음 산 밑의 마을로 내려왔던 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탕마검노...? 누구지 그게?’

‘그런 사람이 있었나?’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가장이야 태상가주이기도 했으니 그 성명별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탕마검노가 활동하던 신강과 천리도 더 떨어져 있는 호남성의 촌민이 10여년 전 무인의 별호를 기억할 리 없었다.


그러나 어린 정천에게는 생각보다도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제 등에 꽃힌 목검을 들고 길길이 뛰며 조부의 이름을 알릴 수는 없었다. 그건 조부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똥칠을 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결국 정천은 터덜터덜 산을 오르며 한 가지를 다짐했다.


‘내가 하산하는 날, 세상은 새로운 신성과 그를 키운 위대한 무인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다.’


어린 치기에 한 다짐이었지만 정천의 마음은 탕마검노의 방대한 무학을 배우며 더욱 커지기만 했다.


그랬기에 정천은 질 수 없었다.


무림맹으로 인해 세가 간의 대규모 항쟁이 거세된 지 20년. 조부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동시에 드높일 수 있는 기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용봉지회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천은 자신이 조금 지나쳤던 게 아닌지 돌아보고 있었다.


제 몸을 둘러싼 수십 가지의 무기는 그닥 과한 준비가 아니었다. 절정지경의 고수를 상대하는 데 그 정도 예는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거... 진짜 그렇게 나갈 생각인가?”


하지만 이 천룡비무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심판과 중계를 맡은 무림맹의 장로. 심지어는 눈 앞의 상대까지 제 꼴을 해괴망측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자 정천도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렇게 이상한가?’


정천은 아직 제 모양새가 얼마나 괴상한 지 알아채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근육의 주위로는 끝 없이 샘솟는 기파가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을 휘날리고 있었고, 몸 밖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는 혈관이 불끈거렸으며, 눈은 정광이라고 해도 부족할, 기이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영약을 먹다가 주화입마가 걸려도 저 모습보다는 단정하리라. 장내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저번 마교대전의 참전용사들 중 하나는 ‘저거 생강시 아닌가?’하며 헷갈리고 있을 즈음. 16강 전의 심판을 맡은 황보운진은 그냥 생각하길 포기하고는 시합의 시작을 알렸다.


[청성파의 속가제자. 청운!]


“무슨 수를 쓰고 나온 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규칙을 어긴 거는 네 쪽이니 후회하지 말거라.”


[하...남성 정가장 소속, 정천!]


“참 말이 짧구려, 내 그 혀를 붙여 드리겠소.”


인사말도 32강 전의 그 예의바른 헌양장부와는 크게 달랐다. 듣자하니 어딘가 오래된 친구끼리의 언사같기도 하고, 그냥 시정잡배 끼리의 시덕거리는 말 같기도 했다.


[비무- 시작!]


둥....!


정천이 먼저 창을 뽑아들어 내질렀다. 기본적으로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창은 언제나 그 값을 다한다.


파바바박...!


섬전같은 창질이 청운의 신형을 꿰뚫었지만, 그곳에는 일절의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허공답보!’


절정지경의 고수답게 창에 꿰뚫린 청운의 신형이 한 순간 사라지고, 정천의 옆에서 강기에 휩싸여 빛나는, 올곧은 검로가 그를 덮쳤다.


‘창으로 막기에는 늦었다. 그렇다면...’


째앵...!


정천은 가볍게 빼어들 수 있는 도끼를 꺼냈다.


이미 어젯밤 치른 대법으로 강화된 신체에 도끼의 마성이 깃들어 그의 몸을 도는 혈류가 더 빨라지고, 도끼의 끝에는 거력이 실렸다.


괴력이 담긴 도끼에 무인의 별이 깃들어 빛났다.


하지만, 정천의 도끼와 청운의 검은 만난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멈췄다. 정천은 내공을 이끌어 도끼를 떼어내려 해봤지만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저 정천의 검과 도끼는 그 자리, 그 시간에 멈춰서기라도 한 듯 가만히 있었다.


쿵!


이상함을 깨달은 정천이 무기를 바꿔보려 도끼에서 손을 떼었을 때, 청운이 진각을 밟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아까 보여줬던 이형환위의 수법을 써서 정천의 머리 위로 올라간 청운은 정천이 반응하지 못하도록 강기마저 지우고는 사뿐히 검을 내질렀다.


그것은 살기를 아에 떼어내기라도 한 듯 조용히 정천의 머리를 향해 다가갔다.


곤충이 다른 곤충을 잡아먹으려 할 때처럼, 그 칼끝은 미세한 움직임도 없이 바람의 틈세에 끼어서는 조용히 정천의 머리를 베어냈다.


화악...!


정천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인체의 한계를 넘은 속도로 간신히 몸을 빼낸 정천은 허리에서 채찍을 꺼내 맞대응했다.


촤악!


채찍의 속도를 희생한 대신 채찍에 강기가 내려앉았다. 빛나는 채찍을 본 청운은 웃으며 다가와 채찍을 맞이했다.


쫙...!


정천의 채찍과 청운의 검이 만나자, 그 둘은 아까 그랬던 것처럼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신에 퍼진 기운을 눈에 집중한 정천은 눈을 부릅뜨고 검 안에 섞인 묘수를 관찰했다. 제 채찍과 저 검이 맞닿아 있는 그 단면에서 생겨나는 일을 관찰했다.


하지만, 청운은 제 친구가 당한 것과 똑같이 제 무공 보따리를 빼앗길 마음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다.


정천은 청운의 검에 담긴 복잡하고도 오묘한 이치를 보며 마음을 빼앗겼으며, 청운도 간신히 제 검에 새로 만든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내력 만을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청운의 일검은 비무대의 구도를 바꾸어 놓았다.


청홍일휘검(靑紅一麾劍)

만상귀일성(萬象歸一星)


청운의 검에 숨겨진 애매모호한 비의를 다 깨닫기도 전에 정천의 눈이 찌푸려졌다. 청운의 검 속에서 흐르는 내공이 새끼줄의 형태로 복잡하게 꼬이며 제 눈을 어지럽힌 것이다.


정천이 신음을 내뱉을 때가 돼서야 얽히고 설킨 내공들은 한 점으로 모여 터져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터져나가지 않았다.


파앗...!


그것은 그저 빛났다.


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은 즉시 피부가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웠다. 청운의 검에는 별빛이 담긴 것이 아니라, 별의 막대한 열기가 담겼다.


“아악...!”


정천은 제 살가죽에 급히 호신강기를 둘렀으나 청운의 검에 깃들은 열기는 빛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 정천의 호신강기보다 빨리 그의 살갗에 도달했다.


결국 정천은 몸 곳곳에서 흐르는 진기 중 대부분을 쏟아 제 몸 상태를 회복할 수 밖에 없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불판에 물방울을 놓으면 들리는 소리가 정천의 몸 곳곳에서 들렸다. 요상한 냄새의 수증기가 비무대를 덮었고, 울룩불룩 발광하던 정천의 근육이나 혈관이 점차 가라앉았다.


휘익...!


청운이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비무대의 모든 수증기를 치워내자, 그곳에는 평소보다도 조금 더 키가 커진 것 같은 것만 빼면 멀쩡한 정천이 검의 기수식을 잡으며 청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이제 조금 익숙해지나?”


“그닥.”


둘은 짧은 말을 나누고는 서로 달라붙었다.


청홍일휘검(靑紅一麾劍)

청운적하(靑雲赤霞)


육합개천공(六合開天功)

천지교합(天地交合)


서로 펼친 검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그 둘 모두 상대의 검과 달라붙어 끈덕진 내공 싸움을 유도하는 방향의 검. 그렇다면 관건은 둘의 기교 밖에는 없었고...


쩌억...!


놀랍게도 정천의 검예는 청운의 검예에 비해 약간 우세를 잡았다.


“거 참... 붙기 싫어지는데, 오히려 더 붙고 싶어지는군.”


하지만 제 마음대로 입을 열 수 있는 청운과는 달리 정천은 지금 입도 뻥끗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간신히 상대의 균형을 다시 읽어 미묘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한치라도 긴장을 늦춘다면 상대의 검강이 자신의 목을 베어내리라.


정천은 다시금 상대의 기교를 배우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다.


그 모습을 본 청운은 정천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제 만상귀일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음을 깨달았고 팽팽하던 균형을 깨버렸다.


그 순간 정천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검과 검의 균형을 깬다는 것은 자신이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고, 정천의 검은 패자의 목을 베러 가야함이 마땅했다.


하지만 힘 겨루기를 끝낸 청운의 검은 정천의 검 한 가운데를 쿡 찌르는 것만으로 그의 검을 멈춰세웠다.


검의 무게 중심을 아는 것 만으로는 이렇게 오래 검을 멈출 수 없었다.

상대의 검에 실린 내공을 아는 것으로는 이렇게 가볍게 검을 멈출 수 없었다.

상대의 검로를 읽은 것 만으로는 이렇게 완벽하게 검을 멈출 수 없었다.


무공의 경지와는 상관 없이, 그 셋 모두를 꿰뚫어본 검의 명인만이 이렇게 검을 멈춰세울 수 있었다.


‘천외천이구나...’


정천은 바로 그 전날 모용소준이 자신을 상대로 느꼈을 심정에 동감할 수 있었다.


어제의 비무대에서는 경지가 그 높고 낮음을 갈랐다면 오늘의 비무대에서는 기교. 압도적인 기교의 차이가 그 높고 낮음을 갈랐다.


“어때. 보니까 조금 눈이 트이나?”


그럴 리가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주관후의 날카로운 도법을 훔쳐낸 정천이었으나, 청운의 저 귀신같은 검은 단기간에 훔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천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저건 오직 세상에 단 둘도 없이, 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기예라는 것을.


“에잉 쯧, 거 눈 하고는, 아무래도 나만 손해 본거 같으이...”


정천은 청운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 안에는 자신의 눈이 비춰 보였다. 그 어떤 구김도 없이, 그저 선명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눈이.


그 눈은 마치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나 즐거운 비무를 더 이어가고 싶다면, 네 호주머니를 빨리 털어보라고.


정천은 어제 모용소준이 그랬던 것처럼, 검을 부여잡았다.


스으으...


코와 입으로 동시에 주변의 기류가 빨려들어갔다. 천천히, 그리고 가득 숨을 들이마신 정천의 몸이 두꺼비처럼 부풀었다.


쾅!


그리고는 아까 전 청운이 그랬던 것처럼 복잡하게 꼬인 내공이 검 끝에서 터져나가며 두 검 사이의 균형을 깨뜨렸다.


그리고 정천은, 기수식을 취했다.


일류에 이르면 제 검형을 굳히고, 절정에 이르면 제 검형을 버리며, 다시 화경에 달하면 제 검형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천은 기수식을 취했다. 그것은 저 검귀에게 제 모든 밑천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였다.


그리고, 정천은 창을 내지르듯 검을 뻗었다.


휙...!


도로 베어내듯 검을 휘두르고, 편으로 쳐내듯 한 순간 검 끝을 저 멀리까지 날려버렸다가 도로 주웠다.


그 주위로 아까 정천이 마셨던 바람보다도 더 거친 기류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편안하고도 익숙한 공간 속에서 정천은 도끼로 내리찍듯 검 손잡이로 내리찍었다.


단검을 내뻗듯이 교묘하게, 그리고는 다시 도로 베어내듯 거칠게, 어떤 때는 활을 당길 때처럼 탄력있게, 그러면서도 채찍을 휘두를 때처럼 간결하게...


정천이 익힌 모든 무기의 특징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정천이 배워온 모든 무리가 검 한자루에 깃들어 그 형체를 띄우고 있었다.


그것은...


쾅!


육합(六合)이라는 말로도 수식하기 부족한 다채로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수를 고안해내려는 그의 조부가 선물한 유산이었다.


일검에 태극의 이치를 담아보려는 거창한 뜻은 없었다. 제왕의 풍모를 담아보려는 야망도 없었다. 그렇다고 패도와 살인을 일삼는 거친 기세도 없었다.


그곳에 담긴 것은 그 모든 것이 섞여, 어떠한 기질도 보이지 않는 무채색의 검무였다.


정천의 맞은편에서 이 모든 검무를 맛보던 청운은 이 화창한 날, 제 뺨에 빗방울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렇게까지 제 무공을 버릴 수 있었던 제 친구에 대한 동경과 연민이자, 자신을 먹고 성장해나갈 대붕을 보는 어미의 심정이었다.


검과 전쟁에 제 한 평생을 바친 검귀는, 새로운 검귀의 탄생을 축복하며 반 시진 동안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에게 무당이 방울을 흔들어주며 금실을 쳐주듯, 청운은 흡족한 마음으로 검을 휘두르며 정천의 기색을 살폈다.


이제 자신도 팔이 점점 지쳐왔기 때문이다.


쫘악...!


하지만 청운은, 정천의 눈, 무릎, 어깨, 그 어디에서도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시작할 때보다도 더 활기 넘치는 기색으로 다음 검식을 펼쳐보이려는 정천의 모습만 지켜볼 수 있었다.


“어?”


가슴 속의 녹색 보옥을 통해 끝 없는 활력을 선물받는 정천과는 달리, 청운은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다 기진맥진해져 있었다.


“어? 어어?”


청운은 당황했다.


‘이거 지금 절정으로 낼 수 있는 힘은 이미 한참 지난 거 같은데?’


청운 자신도 그렇고 눈 앞의 상대도 그렇고 너무 오래 검강을 뽑아 놓고 싸웠다. 평범한 절정지경의 무인이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온 몸에 진이 빠져 쓰러져 있었으리라.


청운은 순간적으로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관객들도 심판도 한 마디 말도 없이 입을 벌리며 새로운 화경의 고수가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자신이 기적의 한 마디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기대하는 얼굴로 비무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도 거슬리는 열 두쌍의 시선이 자신과 비무대를 찢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청운은 급하게 정천에게 전음을 날렸다.


-야! 포기해! 너 지금 이 상태로 나 못 이기는 거 알잖아!


하지만 정천은 이미 무아지경에 돌입한 지 오래였다. 청운의 말은 정천의 무의식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야! 야! 이 비겁한 놈아!


청운이 아무리 전음을 날려봐도 정천은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바둑을 두다가 불리해지자 무승부라도 노리는 것처럼, 정천은 청운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며 계속 검을 휘둘렀다.


-야!


청운은 결국 선택을 내렸다.


오늘 저 비겁한 놈이랑 끝까지 가느니 그는 5년 뒤를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청운은 목에 내공을 실었고, 크게 외쳤다.


“아 분하다! 내 힘이 여기까지라니!”


청운은 그렇게 말하고 정천의 검을 교묘하게 유도해 제 어깨를 스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스친 상처였으나 청운은 몸의 혈관을 조종해 피를 한껏 터트렸다.


끄흑...!


“승자! 하남성 정가장 소속의 정-천!”


옆에서 심판을 맡고 있던 황보운진이 울먹이며 승자를 외쳤다, 그 누구보다 남자다운 비무의 끝에, 화경의 고수가 나오는가 기대했던 황보운진은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두고보자... 이 빚은... 꼭... 갚아주겠다...]


커다란 황보운진의 목소리에 화들짝 무아지경에서 깨어난 정천은 제 눈 앞의 검귀가 피 흘리는 모습보다도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고 있는 것 때문에 두 번 놀랐고, 수많은 관객들이 날리는 환호에 세 번 놀랐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정천은 검을 이리저리 들어올리며 관객들의 환호에 호응했다.


관객들은 용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전도유망한 후기지수의 화답에 더욱 열광하며 소리질렀다.



모든 일이 아름답게 끝났다.


그저 뒤에서 골 머리를 잡고 있던 젊은 도인의 머리에 깊은 주름과 한 줄기 혈관이 돋았던 것을 빼면 모든 일이 아름답게 끝났다.


작가의말

분량 조절... 대실패! 이번 5회를 합치면 4회를 더 만들어 낼 수 있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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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 등용문(登龍門) +1 22.01.04 164 11 11쪽
14 4. 등용문(登龍門) +1 22.01.03 194 14 16쪽
13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2.01.01 187 11 15쪽
12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3 21.12.31 195 8 12쪽
11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1.12.30 213 9 9쪽
10 2. 기괴(奇怪) +1 21.12.29 230 11 14쪽
9 2. 기괴(奇怪) 21.12.28 22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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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 기괴(奇怪) 21.12.25 254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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