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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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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65
글자수 :
166,778

작성
21.12.2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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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기괴(奇怪)

DUMMY

남궁선무의 힘 없는 연설이 그렇게 끝나자 전 중원에서 온 참가자들 중 어중이 떠중이들을 가리는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쿵!


“와아아아!”


지친 거한이 땅바닥에 칼을 던졌고, 거한의 덩치에 걸맞는 칼이 땅에 꽃히자 그 비무대를 둘러싼 모두가 승패를 깨닫고 환호성을 질렀다. 젊고 의기양양한 청년이 주위의 환호에 화답하며 검을 휘둘렀다.


“경인(庚寅)조 승자! 귀주성 개양에서 올라온 독고혁!”


예선전을 치루는 방법은 단순했다.


일단, 다섯 명이 모여 한 조가 돼서 비무대 위에 올라가고,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운다. 이를 보통 5인 비무라고 하는데 5인 비무의 패자들은 다시 5인 비무를 치룰 수 없었다.


그렇게 남은 한 명은 등용패라는 것을 얻었는데, 등용패는 5인 비무에서 살아남거나 등용패를 가진 사람끼리 비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기에 가장 직관적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등용패를 가장 많이 가진 32명의 진출자들. 3일 동안 열리는 예선전 동안 미친 듯이 싸워야만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실력자는 이름이 밝혀질 수 밖에 없었고,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용봉지회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누가 본선에 올라갈지 내기를 두곤 했다.


이 때 조그마한 문제가 있었는데. 5인 비무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은 남겨질 수 밖에 없었다.


한 눈에 봐도 거대 세가의 사람이란 걸 알아볼 수 있는 강자나, 굉장히 특이해 보여서 실력을 알기 어려운 괴인들, 그리고 딱 봐도 사람 자체가 강해보이는 놈들이 주로 그렇다.


마치 송사리들이 거대한 교어(鮫魚)를 피하듯 그들은 따돌림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등용패를 얻기 위해서는 5인 비무를 해야만 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했다.


“계축(癸丑)조! 사천에서 온 당가휘, 하남 정가장 소속의 정천, 갑급 낭인 천명명, 청해방 소속의 진무! 그리고 감숙성 건온에서 온 주청!”


결국 대문파 소속의 무인이나, 실력 있는 낭인, 속가문파 소속의 후계자와 같이 딱 봐도 보통 무인들보다야 강해보이는 이들끼리 조를 이뤄 5인 비무를 치룰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무가 시작되는 순간, 그들은 서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견제를 날린다.


펑!


먼저 사천당문의 방계가 제 품 속에서 암기를 꺼내 던졌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사각을 노리는 암기는 해남파 속가제자의 허벅지를 찔렀지만 동시에 낭인의 편에서 날아온 비도와 감숙성의 주청이 날린 접표가 그의 뺨을 스쳤다.


그리고 각자 견제를 준비하던 무인들의 눈 앞에 큼지막한 화살이 날아왔다.


피융...!


거대한 체구에 온갖 무기로 치장해 기괴한 모습을 만들었던 괴한, 정천이 제 등에서 활을 꺼내 순식간에 화살을 날린 것이다.


“하앗...!”


순간적으로 몸을 튕겨 날아오는 화살을 피한 사내들이 합심했다. 정천에게 암기와 남은 비도가 쏟아졌고, 순간적인 빈틈을 노리고 해남파의 속가제자가 당문의 방계에게 칼을 뻗었다.


화려하다기엔 너무 진중하고, 패도적이라기엔 너무 유한 검로가 마치 물결을 그려내듯 부드럽게 흘러가 바위를 가르는 하천의 물줄기처럼 당문의 방계에게 날아들었다.


정천은 화살로 비도를 튕기고 날아오는 암기는 그냥 몸을 비틀어 피해냈지만 당문의 방계는 짧은 단검으로 해남파의 속가제자가 펼치는 파랑유천검(波浪柳川劍)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팔죽지에 긴 검흔이 남았다.


하지만 다른 무인들보다 암기를 쓰는 무인들은 상대적으로 팔의 중요성이 덜했다. 손목과 내공만 있다면 얼마든지 위협적인 절기를 날릴 수 있었으니까.


해남파의 속가제자 진무는 승기를 잡은 김에 더 몰아부쳐 이 자리에서 가장 위험한 상대를 끝장내고자 했다. 어처피 정가장 출신의 무인은 일급 낭인과 감숙성의 무인이 시간을 끌어줄 터이니 당문의 방계를 먼저 처리하고 그 셋을 노리면 큰 문제는 없다.


판단이 서자 진무는 큰 동작들로 이루어진 절초를 꺼냈다. 해남파의 속가제자가 익힐 수 있는 검술 중 가장 위협적인 검술을.


파랑유천검(波浪柳川劍)

무풍기란(無風起亂)


바다에는 가끔 아무런 바람 없이도 파도가 친다. 그 물 밑에 모든 생태계를 먹어치우는 거대한 해수가 조용히 숨쉬며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무의 검이 수십 갈래로 나뉘어지며 파상공세를 날렸다. 하지만 그 정교함이 약하고 노릴 법한 부분이 많아 당가휘의 눈에도 여럿 빈큼이 보였다.


금새 당가휘의 단검이 녹색으로 물들었고, 독사같은 단검이 빈틈을 향해 칼을 뻗었다.


콰앙!


그리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흔들리는 파상공세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고래가 몸을 드러내 독사를 집어삼켰다.


진무의 검에 숨겨진 막대한 양의 내공이 푸르른 하늘 아래에서 제 색을 드러냈다. 보석같은 쪽빛의 검기가 상대의 진록색 내공을 깨트리곤 상대의 손목을 아작냈다.


와아아아!!


단검이 하늘 높이 날았고, 부러진 손목을 부여잡은 당가휘는 항복을 선언했다.


당문의 방계를 생각보다 손실 없이 치워버린 진무는 고개를 돌려 난장판을 쳐다봤다. 세 명이서 서로 싸워 큰 손실을 입었을 테니, 어촌에서 살았을 때처럼 어부지리를 취하면 손 쉽게 등용패를 얻을 수 있을...


“그쪽은 이제 끝났나?”


언제였지? 언제부터 저 뒤에서 들려오던 활소리,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


피가 묻은 칼을 허리에 걸고, 쓰러진 무인들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린 정천이 천천히 활을 당겼다.


그리고 진무의 허리도 활처럼 휘었다.


“으아아아!”


먼 거리에서 날라오는 화살을 검으로 흘리고, 손바닥으로 쳐내고, 몸을 크게 꺾어 간신히 피하자, 진무의 눈 앞이 깜깜해졌다.


깡!


정천의 손에 들린 둔기가 긴 파공성을 내며 진무의 머리를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으윽...!”


압도적인 실력차. 진무는 저 괴한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뚜렷한 실력차가 보인다고 해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부상을 추리면서 한 방을 노린다면...


까앙-!


진무가 원하는 한 방이 튀어나왔다. 물론 그의 손에서는 아니고 정천의 손에서. 청량한 타격음이 승부의 끝을 알렸다.


“계축조! 승자, 하남 정가장 소속의 정천!”


와아아아!


정천은 진행자에게 검붉은 주철로 만들어진 패를 받았다. 그 검붉은 색이 이 패를 두고 이루어질 검붉은 모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화려한 용이 양각되어 있는 패에는 등용패라고 적혀져 있었다.


등용패를 든 정천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들이 쏟아졌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본선에 나가려면 결국 등용패를 건 비무를 이겨야만 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등용패를 건 비무는 두 당사자가 모두 동의해야만 치러진다.


결국 용봉지회의 본선은 무력만 강하다고 쉬이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 실력에 맞는 심계도 본선 진출에 꼭 필요한 재능 중 하나였다.


눈초리들은 벌써부터 정천이 가진 등용패를 빼앗아보기 위해 심계를 꾸미고 있는 독사와 사갈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정천도 그다지 시선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당히 그 시선과 마주하며 제 자신을 드러냈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이 강호에서 제일가는 노괴는 이런 자리에서 자신이 어깨를 굽히길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


"배당률 나왔다!"


용봉지회에 가장 진심인 사람들은 출전한 문파의 사람들도, 그 당사자도 아니다.


도박꾼.


그 승패 하나에 제 땅문서를 걸고, 집을 담보로 잡은 도박광들이야말로 이 용봉지회에서 가장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뭐야! 이 빌어먹을 거지들아! 제갈세가를 뭘로 보고 배당을 이 따위로 줘!"


"하하하! 당가! 당가는 무적이고 당룡은 신이야!"


개중 조금의 안전성을 찾는 이들은 거대세가의 후보들에게 돈을 던졌다. 보통 배당은 1.3, 1.5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32명 안에 들게 확실시되는 후기지수의 경우에는 돈을 무조건적으로 불리는 수준이었으니까.


"자네 이번에 좋은 원석은 좀 봤나?"


"하하, 개수작 부리지 말고 자네가 본 원석이나 방문에 붙이시게."


그에 비해 진짜 중의 진짜. 야수의 심장을 가진 도박꾼들은 배당이 1로 시작되는 후기지수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감숙성이나 복건성, 더 멀면 마교와 가깝다는 신강이나 길림성의 후기지수들이어도 상관은 없었다.


오직 배당, 오직 수익.


이득을 위해서 승부조작을 청탁하는 건 물론이고 가끔식은 거대한 세력이 참가해 민초들의 돈을 다 쓸어담기도 하는 곳이 바로 개방이 주관하는 도박장.


용문객잔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용문객잔에 실로 왜소하고 구부러진 척추를 가진 꼽추가 찾아왔다.


얼굴에는 곰보가 나 있고, 팔이나 다리는 어디 한 군데가 구부러져 있는 것이 도박할 돈은 있을 지 걱정될 지경이었지만 꼽추는 힘겹게 돈 주머니를 저 책상까지 옮겼다.


"악...!"


심보가 고약한 도박꾼 중 하나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했지만 꼽추는 낑낑대며 개방의 오결개가 졸고 있는 탁자 위에 올라갔다.


와르르르...!


그는 탁자 위에 자랑스럽게 주머니에 든 보석들을 쏟아냈다. 그 환한 금은보화의 물결에 깜짝 놀란 오결개는 잠시 꼽추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보석을 들고 이리저리 만지며 진짜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괜히 거지 손 때 묻히지 말고 이걸 확인하시오."


거기에는 하남성 최고의 금은방을 운영하는 정씨의 수결이 있었고, 모든 금품이 진짜임을 확인한 오걸개는 실실 웃으며 꼽추에게 굽실거렸다.


"헤헤헤, 혹 누구에게 거실 생각이신지...?"


주위의 사람들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저 정도의 금은보화라면 배당금 비율이 휘청일 수도 있는 거금이었기 때문이다.


스윽...


하지만 꼽추는 이 많은 금액을 한 사람에게 걸 만큼 담대한 심장을 가지진 못했다. 그는 보석을 이리저리 나눠 8등분 했다.


"이건 호북성에서 온 현천이라는 도사에게, 이거는 아미의 속가 제자인 유영명 소저에게... 그리고 이거는..."


도박꾼들은 귀를 기울였지만 그닥 익숙한 이름은 몇 없었다. 하지만 꼽추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돈을 걸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하남 정가장에서 온 정천 소협께 걸겠소. 다 적으셨는가?"


꼽추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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