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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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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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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등용문(登龍門)

DUMMY

개봉의 무림맹은 마교대전이 끝나고 20년이 지난 지금, 한 세대 동안 전쟁의 상흔을 회복하면서 고금제일의 위상을 누리고 있었다.


마교대전이 끝나고 망해버린 중소세가를 집어먹으며 막대하게 부풀어오른 세력들은 무림을 수상할 정도로 좋아하는 현 황제의 총애를 뒷배 삼아 무림맹을 초법적인 무인들을 관리할 기구로 성장시켰다.


보통 각 문파의 골칫덩이 원로들이 서로 모여 앉아 차나 한잔 마시는 선에서 할 일이 끝났던 무림맹이 사라지고, 각 문파들의 무력대가 와서 거대한 세력을 이루는 복마전이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무림맹은 온 강호의 중소문파에게 가입을 강요했다. 대놓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입한 문파와 가입하지 않은 문파가 있다면 막대한 무력을 지니게 된 무림맹이 누구의 편을 들어줄 지는 뻔했다.


온 강호의 중소세가들이 무림맹에 가입하거나 최소한 협정을 맺었고, 그 결과 마교대전 이후에 살아남은 중소세가들이 기대했던 폭발적인 성장은 없어졌다.


무림의 세력이 성장하려면 필연적으로 커다란 무력 충돌이 일어나야 하는데, 무림맹이 막아버리면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국법에 맡기거나 무림맹도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규모 다툼 밖에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대문파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도 마교대전에서 멸문당한 문파의 유산을 먹어치울 수 있었으며, 밑에서 올라오는 신흥 세력들의 사다리를 손 쉽게 걷어치울 수 있게 되었고, 황실은 무림맹을 조율하는 것으로 무림의 목줄을 움켜쥘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전전대의 초고수들을 생각해서인지 무림의 대세가들은 서로 싸우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전쟁을 겪으며 성장한 당대의 가주들은 그들의 가공할 무력을 알고 있었고, 대문파들끼리 싸우기 시작한다면 그 여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무림이 반 쯤 거세당한 상태로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용봉지회는 그저 어린 후기지수들의 축제에서 무림 최고의 관심사로 거듭나 있었고, 그에 걸맞게 용봉지회의 본선은 대진국에서 영감을 얻은 거대한 건축물에서 이루어졌다.


-와아아아아아!!


마교대전 시절 인연을 맺게 된 양이들이 말하길, 대진국에서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들어가 동물과 사람의 비무, 사람과 사람과의 비무를 보는 건물이 있다 하였고, 그 말을 들은 당시 무림맹주, 파두철권 장복칠은 거대한 대진국식 투기장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공사 기간 2년, 자신이 스스로 공사장의 인부가 되어 만들어낸 대진국식 투기장에 장복칠은 ‘대진불비십만정관천룡비무장’이라는 긴 이름을 남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천룡비무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나.”


정천은 천룡비무장의 압도적인 풍경에 어젯밤 당한 사기와 작살이 난 앵앵이의 얼굴이 잊혀져가는 것을 느꼈다.


당시 무림맹 예산의 3할을 이 천룡비무장을 짓는 데 사용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는지 천룡비무장에는 십만의 관중이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았고, 거대한 비무대에는 수십명의 무인들이 들어가서 난전을 벌일 수도 있어 보였다.


거대한 기둥은 저 하늘과 땅 끝을 이어놓았다는 거인의 형상을 띄고 있었고, 그 곁에는 부처와 신선들이 내려오는 그림이 음각되어 있었다.


웅장하면서도 기이한 형상의 조각상들이 그 주위에서 비무장의 위엄을 돋궜다.


거대한 활을 구부린 것 같은 구멍이 곳곳에 나 있었음에도 천룡비무장은 그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천장에는 대해에서 헤엄치던 고래가 하늘에 뜬 것처럼 길쭉하고도 거대한 유선형의 구조물이 띄워져 있었다.


정천은 그제서야 전직 무림맹주 씩이나 되어서 이 공사에 끼어든 이유를 깨달았다.


철권 장복칠이 푼수였던게 아니라 화경의 무인이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이 천룡비무장이 지어졌을 즈음,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세월에 무너졌으리라.


‘싸워보고 싶다.’


철권 장복칠을 향해 한 말이 아니었다. 정천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인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과 겨뤄보고 싶다는 감상이 들었다.


“저... 하남성 정가장에서 오신 정천 소협 맞으십니까?”


내심 어떤 부분을 부숴야지 단번에 이 건축물을 부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정천에게 젊은 무인이 다가왔다. 일류도 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참가자는 아니었다.


“네. 맞습니다. 혹시 제 차례입니까?”


“아 그게 아니라 혹시 다른 분들을 놓치셨나 해서 안내를 도와드리려고...”


정천이 천룡비무장을 보며 감탄을 하던 사이에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대기실로 향한 뒤였다. 정천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예. 도움을 받아야겠네요.”


천룡비무장의 거대한 위용은 장식이나 비무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히 참가자들을 한 방에 몰아 놓는 것은 이 거대한 비무장에게는 모욕에 가까웠다.


“아니 이게...”


그 자부심의 결과가 정천의 눈 앞에 나타나 있었다. 난잡하지 않게 화려한 장식들과, 정천을 위해 준비된 간식들, 게다가 방 한 구석에는 마음껏 부리라는 듯 시녀도 있었다.


‘이 천룡비무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더니...’


이 천룡비무장에서 제대로 된 행사가 한 번 열리면 거대한 비무장의 구석구석까지 사람으로 가득했다. 사람 5명 중 한 명만 무림맹과 연계하는 상단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를 먹어도 한 번에 만 개의 음식이 팔린다.


음식의 값을 비싸게 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가져다 놓으면 웃돈을 주고 되파는 종자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무림맹에서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용봉지회를 1년에 한 번 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무림맹의 금력을 목도하게 된 정천은 잠시 경탄하며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이내 익숙해졌다는 듯 바닥에 깔린 비단 방석에 앉았다.


옥으로 만든 주전자에서 금으로 장식된 찻잔에 귀한 용정차를 따라 마시다가 흘려, 백단목으로 만들어진 탁자를 적시고 있자니 정천은 의문이 들었다.


‘이 방 하나를 파는 것 만으로도 지금 들고 있는 무기 중 하나를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자기가 무가의 자손인지 대부호의 자손인지 헷갈려가던 차에 아까 얼굴을 익혔던 무인이 들어와 정천에게 말했다.


“정천 소협, 이제 나가셔야 할 차례입니다.”


정천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몸에 여러 가지 무기를 돌돌 감아 말았다.


등에 감은 붕대에 꽂힌 것만 해도 검, 창, 도, 편, 궁, 다섯 가지 무기가 꽂혀 있었고, 오른손에는 정(政)자가 적힌 깃발이 들려져 있었으며, 다리와 가슴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잠들어 있었다.


무기의 무게 만으로도 사람 하나 무게와 비슷해질 정도로 정천이 온 몸에 무기를 두르고 있자, 무림맹에서 온 무인은 저 무기들의 역할이 사실 갑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자, 갑시다.”


“그런데... 그 깃발도 무기입니까?”


정가장주와 정천이 맺은 암약 중 하나는, 정천이 정가장의 영예를 드높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정천은 별 말할 것 없이 정가장의 깃발을 흔들었다. 깃발의 끝에는 무기의 역할도 맡을 수 있다는 듯 철추가 달려 있었다.


가슴에 있는 보주까지 잘 챙긴 정천은 정가장의 깃발을 들고 당당히 천룡비무장의 중심 비무대로 걸어나왔다.


관중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나온 정천에게 큰 환호를 들려주었다. 정천이 그 환호에 맞춰 정가장의 깃발을 흔들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더 격해졌다.


가문의 상징을 떼어놓고 제 순수한 무를 겨루는 용봉지회에서 저렇게 당당히 가문의 상징을 휘두르는 광인은 해마다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천의 상대가 시합 전 심판에게 저 짓거리를 멈춰달라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장로님. 저래도 되는 겁니까?”


하지만 장로도 뭐라고 할 껀덕지가 없었다.


“그럼 저게 무기라는데 어떻게 하나?”


정천의 상대, 모용세가의 은검룡(銀劍龍) 모용소준은 간신히 저 무식한 깃발 끝에 달린 철추를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살펴보자 등 뒤에 가득 실린 무기더미도 볼 수 있었다.


“저거 진짜로 되는 겁니까? 그럼 다음 회차부터 저희 모용세가도 칼에 대모용세가 쓰고 나와도 되는 겁니까?”


무림맹의 장로이자 이번 비무의 심판을 맡은 당마휘는 뭐라 답하기 애매한 상황에 빠졌다. 저걸 진짜 용납해야 하나?


“알겠네. 그럼 이렇게 하세. 저 무기가 비무에서 충분히 활약하지 못한다면 이번 비무의 승패와 상관 없이 맹의 장로원에 항의하겠네. 그럼 되겠나?”


모용소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에게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개중 하나는 무기의 속도다. 아무리 본선진출자라고 해도 저런 거추장스러운 깃발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용소준은 조용히 비무대 중심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정천은 한참 동안 깃발을 휘두르다 관객들의 반응이 약해졌을 때에야 비무대 위에서 상대를 마주봤다.


“자, 여섯 번째 비무를 시작하겠네! 참가자는...!]


당마휘의 목소리가 막대한 내공을 타고 크게 부풀어올라 저 하늘의 고래 구조물에까지 닿았다.


[모용세가의 은검룡! 모용소준!]


“깔끔한 비무를 바라오.”


[하남성 장가장 소속의 정-천!]


“명망 높은 모용세가의 은검룡과 비무하다니, 영광이오.”


정천은 은검룡 모용소준의 별호와 이름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어처피 자신이 이길 상대라면 한껏 띄워주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대명률에 따라, 용봉지회에서 열리는 모든 비무에서 사망을 비롯한 무인의 인생에 크게 지장이 갈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한다! 만약 독, 암기, 폭약 이외의 비겁한 수단을 써서 승리를 탐하였을 경우, 대명률에 따라 강상죄에 버금가는 처벌을 받으리라!]


당마휘의 목소리는 근처에서 듣기에는 너무 컸다. 정천은 내력으로 귀를 막아 평안을 얻었다.


[....무림의... 부끄럽지... 선대의.... 칠 하지 않는.... ]


정천의 판단대로 당마휘의 목소리는 끊길 생각을 하지 않고 이어졌다. 약간의 주의를 마친 당마휘는 제 손에서 내공을 충돌시키며 찢어지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비무! 시-작!]


쾅!


시작을 알리는 파공성이 공중에 터지자마자 모용소준이 달려들었다.


그의 전략은 간단했다. 저 망할 깃발과 깃대를 부러뜨리고 시작한다. 얼마나 자신을 우습게 봤으면 저런 애새끼 장난질 같은 무기를 들고 나온단 말인가?


“네가 자초한 일이다!”


섬광분운검(閃光分雲劍)

절명절초(絶命切初)


모용소준은 패도와 쾌속의 검술을 자랑하는 모용세가의 검법을 제대로 익혔다. 그가 내지른 검격은 그 흔한 바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귀신이 내뻗는 칼처럼 정천의 목을 조여왔다.


캉, 캉캉캉...!


정천은 깃발을 돌리고(亂), 꼬고(拏,) 휘돌려치며(擦) 모용소준의 검격을 최대한 막아냈지만, 시작 전에 모용소준이 예측한 것처럼 길다란 깃발이 흐느적거리며 경쾌한 움직임을 방해했다.


“흥.”


콰앙-!


결국 정천은 깃발을 던져 모용소준의 뒤에 꽂았고, 등에서 창을 꺼내 날렵하게 란나찰을 펼치며 공간을 만들었다.


창과 검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 창수의 숙련은 그 거리를 얼마나 수월히 벌리는 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정천의 창은 모용소준의 검과 비슷한 숙련도를 가지고 있었다. 정천과 모용소준 사이의 거리는 쉽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줄어들지도 않았다.


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짧은 간격, 창수와 검사의 싸움에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언제나 검사였다.


섬광분운검(閃光分雲劍)

유수단석(流水端石)


모용세가의 대표적인 검법 중 하나, 섬광분운검은 대다수가 아주 날카롭고 경쾌한, 살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 어 하는 사이에 기세를 빼앗고 상대의 목 위에 달린 수급을 빼앗아내는 경쾌한 살검.


하지만 경쾌하다는 것은 무겁고 거세게 압박해오는 중검이나 비슷한 무기에 대해서 대처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했고, 모용세가의 중진들도 그 단점을 알고 있었기에 섬광분운검을 가문의 중요한 무공으로 생각지 않았다.


모용소준의 아버지 모용각을 빼고는.


화려한 섬광분운검의 초식들 사이에 길고 부드러운 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통의 섬광분운검이라면 절대로 생기지 않았을 기이한 선은 점차 이어지기 시작해서는... 찰나, 선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카가가가강...!


부드러웠던 선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자, 신목으로 이루어진 창대를 깍아내려는 날카로운 흐름으로 바뀌며 창대를 감았다.


물 흐르듯 창대를 타고 올라오기보다 창대를 넘어 제 목을 찌르려 하는 검을 상대로 정천은 무기를 바꾸지 않았다.


콰가각...!


뱀처럼 무기가 얽히고 설킨 싸움이라면 정천이 쥐고 있는 창도 그닥 꿀리는 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육합개천공(六合開天功)

창위우(槍爲雨)


끄드득... 끄득...!


내공을 가득 머금은 신목은 날카로운 모용소준의 검을 상대로도 쉽게 잘리지 않았고, 오히려 겉에 상처만 나는 수준으로 버텨주며 정천이 기술을 걸 시간을 벌어줬다.


정천은 한 쪽 손을 뒤로 쭉 빼고는 모용소준과 가까운 손을 중심축으로 하여 창날을 한 바퀴 돌렸다. 창의 수실이 부드럽게 흐르며 그 원을 따라 춤췄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창은 어떨 때는 큰 원을 그리고, 작은 원을 그리며 모용소준의 흐름과 어우러졌다. 비가 오면 빗방울 때문에 강물에 큰 파장이 일어나듯, 정천의 창은 고착화된 상태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며 모용소준의 흐름을 떨쳐낼 수 있었다.


파앙-!


점차 흐름이 다시 선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정천은 진각을 밟고 창을 크게 휘둘러 마지막 남은 연결을 끊어냈다.


“대단하군.., 하남의 정가장이라고 그랬나?”


모용소준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는 행동은 낭인을 잡고 올라온 버러지처럼 행동하면서 실력 만큼은 대세가들의 후계자와 밀리는 기색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더...


쿵!


모용소준은 진각을 밟으며 헛된 잡 생각과 정략을 지워냈고, 그 빈 자리에는 오롯이 눈 앞의 상대와 자신의 무리(武理)만이 남았다.


그 모습을 본 정천은 또 다시 창을 던지고 검을 꺼내들었다.


휘익...!


그것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창이 날아들어 땅에 박히는 소리와, 창을 피하며 상대에게 날아가는 모용소준의 발소리는 누가 먼저라고 가릴 수도 없을 만큼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시금 거센 마찰음이 일어났고,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용소준의 검이 날카롭고 경쾌한 살검이라면, 정천의 검은 오직 전장에서 쓰이기만을 기다려온 교묘한 전검(戰劍)과 같았다.


비록 산 속에서 한 사람과 수행하였기에 응용은 쉽지 않았지만, 검을 다루는 실력 하나만큼은, 그리고 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의 이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다.


정천의 눈이 빛나며 모용소준의 검을 들여다봤다. 지금 펼쳐지는 싸움 뿐만이 아니라, 모용소준이 이 검식을 펼치기 위해 준비했을 그 노력까지 한번에.


모용소준의 화려한 검식을 보며 정천은 뼈를 깎으며 노력하는 소년을 보았고, 검에 숙달되기 위해 피를 토하는 청년을 보았으며, 자신의 눈 앞에서 능숙하게 검을 펼치는 상대를 보았다.


한 점에서 시작하여 상대의 모든 검식을, 그를 펼칠 때 나타나는 습관을, 자신이 노릴 빈틈을 엿보던 정천의 검이 모용소준의 옆구리를 노리고 쏘아져나갔다.


‘막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무인의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막지 못한다.


쾅!


정천의 칼 끝에 모용소준의 살점이 묻었다. 깊지는 않았다. 찔리는 것과 동시에 모용소준은 제 몸을 튕겨서 빠져나왔으니.


하지만, 정천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정천은 검을 모용서준에게 날리고, 다리와 허리에 묶여 있던 쇄자겸(鎖子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하늘의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쇄자겸보다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모용세가의 은룡검 모용소준, 쇄자겸은 익숙한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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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등용문(登龍門) +1 22.01.03 194 14 16쪽
13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2.01.01 187 11 15쪽
12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3 21.12.31 195 8 12쪽
11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1.12.30 213 9 9쪽
10 2. 기괴(奇怪) +1 21.12.29 230 11 14쪽
9 2. 기괴(奇怪) 21.12.28 224 8 10쪽
8 2. 기괴(奇怪) 21.12.27 242 9 12쪽
7 2. 기괴(奇怪) 21.12.25 25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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