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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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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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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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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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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기괴(奇怪)

DUMMY

용봉지회, 무림의 여러 이권 단체들이 모여 만들어낸 전 무림의 축제는 주로 개최하는 정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사파와 신강의 무인들도 가끔 초대받는다.


저 먼 북적들의 나라가 망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 무서운 주원장의 시대를 거치며 용봉지회는 단순히 젊은 무인들의 축제가 아니라 무림 자치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용봉지회를 주관하는 무림맹에서는 작게는 같은 하남성에서 몰려오는 인파부터, 멀게는 저 곤륜과 해남에서 몰려오는 인파들까지 모두 수용할 준비를 마쳐야만 했다.


귀빈들에게 내어줘야 하는 전각과 비무가 열릴 장소, 그리고 그들에게 대접할 식사까지.


개중에서 용봉지회가 열릴 때 마다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것은 수십여 명의 숙수들이 한 공간에 모인 주방이었다.


사천 요리의 대가, 광동 요리의 신예, 호북 요리계의 제왕...


얼핏 들으면 무림의 별호보다도 더 멋 나는 별호를 가진 요리사들이 용봉지회를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그들에게 걸맞는 최고급 식재료들까지 준비했으니 무림맹의 장로들은 안심하고 주방 일에 대해서 신경을 껐다.


다만 작은 문제가 있었으니, 하다못해 요리의 기본인 밥을 짓는 법이나 면을 삶는 법부터 사천과 호북성이 차이가 나는데 많은 요리사들이 가득하고 주방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서로 작은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자리는 경력이 특출나서 존중을 받는 업계의 원로도 없었고 그들은 서로 자신의 조리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대가들이었기에 서로 충돌하면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림맹의 장로들이 조사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는, 사천 요리의 대가와 호북 요리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사이가 특출나게 안 좋았다는 것이다.


“허, 사천 그 촌동네에서는 음식을 그렇게 삶는가?”


“물 뿌연 니네 호북에서는 음식을 삶아 먹지도 못하고 계속 튀기기만 하면서 말은 많군.”


그 둘은 싸움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상대와 결단을 내려는 듯 싸우기 시작했다.


요리가 어쩌니, 지방이 어쩌니, 사람 인성이 어쩌니...


그런 싸움에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말을 던지다가 그 둘에게 욕을 먹자 분노해서 싸움에 끼고... 그렇게 싸움은 급속도로 심해졌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야! 이 빌어먹을 튀김 부각 같은 놈아! 니네 동네로 돌아가서 그 썩어빠진 머리나 튀겨라!”

“흥, 너는 무당파의 위명을 들어보지 못했느냐? 내 불도장(佛徒場)이면 무당파 장로님도 튀어나오신다!”


불도장, 수행하던 고승이 그 냄새를 맡고는 결국 허공답보를 통해 담벼락을 넘어서 먹어치웠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요리는 호북성의 대표적인 요리였다.


“무당파? 네가 믿는 게 그거냐? 그래봐야 독 때문에 민감한 코와 미각을 가진 당가의 사람들이 극찬한 내 요리를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더냐?”


“네 그 비린내 넘치는 요리를 먹고 토를 안하다니, 역시 당가가 독을 먹으며 수련한다더니 독하구나! 아니지, 너는 당가에 참 잘 맞는 인재로다. 매일 주방에 들어가면 먹지도 못할 극독을 만드니 어찌 당가가 눈이 돌아가지 않을까?”


“뭣이? 말 다 했냐?”


“오냐. 왜? 쳐보게? 쳐봐, 쳐봐 임마! 거 머리숱도 없는 놈이 그러면 요리라도 잘하던가, 아니면 성격이라도 좋던가!”


빠직, 사천성의 숙수는 머리숱이 적어서 그런지 더 돋보이는 태양혈을 자랑하며 옆에 꽃혀 있던 중식도를 꺼내들었고...


“오냐, 내 오늘 너와 사생 결단을 보겠다!”


결국에는 뻥 터져서 호북성의 숙수에게 칼을 던졌다. 당가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칼은 정확하게 날아서 상대의 미간을 노렸다.


팅...!


하지만 그 칼날은 상대의 머리를 쪼개지 못하고 무언가에 튕겨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무슨 소란입니까? 작은 다툼에 상대를 해하려 하다니요!”


그리고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를 뚫고 용을 새긴 보라색 장포가 잘 어울리는 소저와 흰 부채를 들고 선풍도골을 자랑하는 청년이 같이 들어왔다.


“이런 소란이 생겼으면 맹의 사람들에게 이르고 분쟁을 해결해야지 무슨 정신으로 함부로 칼을 날리는 것입니까? 예?”


호북성의 숙수는 의아했다. 저 사천 사는 망나니의 성격이라면 지금쯤 ‘아녀자가... 말대꾸?’로 시작하는 꼰대질을 시작할 차례였는데, 오히려 하늘 위의 수리를 본 쥐새끼처럼 굳어서는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도 잘한 것은 없습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인 것을 지적한다는 것은 작게는 저분의 양친부터 크게는 조상들까지 모욕한 것과 다름이 없어요.”


무공으로도 쉬이 고치기 힘든 탈모병을 앓던 청년은 저 사천성 숙수의 분노에 작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머리가 빠지는 것은 슬픈 일, 그렇게 놀려서는 아니됩니다.”


하지만 그 심리를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뭔가 애수에 찬 눈으로 두 사람을 중재하는 청년의 모습만이 보였다.


“보아하니 숙수는 많고 주방은 좁아서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로군요. 모두 와서 도와주십시오. 저 둘은 최대한 붙이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시면 될 일 아닙니까.”


보라색 장포를 입은 소녀의 말에는 뭔지 모를 위압감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장인정신에서 나오는 자존심과 똥고집으로는 절정의 무인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숙수들이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라 주방을 분할 통치했다.


“여러분은 이 무림의 큰 행사에 초청되어 오신 겁니다. 물론 이 무림의 기ㄷ... 말학으로써 감사드릴 일이나 이렇게 싸우신다면 현 무림맹주 창운검 대협의 명성에도 누가 되는 일이라는 것 이해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내자 두 사람은 천천히 떠나갔다. 하지만 주방에 남은 숙수들은 깊은 인상을 남겨준 둘에 대해서 수근대기 시작했다.


“거 무공 실력이 대단해 보이던데...”


“내 사실 산에서 호랑이를 본 적 있는데, 저 소저가 말할 때 딱 그 생각이 나지 뭐야.”


“이번 용봉지회는 볼 만 하겠는데?”


그렇게 그 둘은 많은 관심과 화제성을 남기고 떠나갔지만, 무림맹 안에서는 비슷하고도 기괴한 일들이 여럿 이어졌다.


개를 끓여 먹겠다고 화덕을 만들었다가 철거당한 소녀, 무림맹의 수목원 한 가운데서 잠들어버린 청년, 하인을 희롱하는 대주의 손목 관절을 끊어버린 처녀와 사건사고만 일어나면 부리나케 찾아가 중재와 설교를 일삼는 도인까지.


비무가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느꼈다. 무언가 기이한 기류가 이번 용봉지회를 휘감았다는 것을.


***


중화의 중심, 개봉에서 열리는 용봉지회는 이번으로 21회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지나가는 시골 동네 무관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명에서 고작 105년의 역사를 들이밀고 유구하다... 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약간 창피할 수도 있으나 용봉지회는 그 지독한 대원의 치세를 이겨내고 철혈의 황제였던 주원장의 치세도 버텨낸 자랑스러운 무림 자치의 상징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용봉지회는 처음 열렸을 때의 그 기상을 유지했다. 바뀐 것이라고는 매회가 지날 때 마다 주변에서 열리는 축제가 더 큰 규모로 열린다는 것과 전체적인 무림의 수준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점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의 용봉지회는 뭔가 이상했다.


먼저, 각지에서 사건사고들이 일어났다.


숙수들의 다툼, 상급자의 성희롱, 군기태만, 좀도둑질, 강도질...


사실 첫 번째 일 말고는 용봉지회를 할 때마다 가끔식 있는 사고였지만 보통 흐지부지 묻히는 사고들이었다. 이렇게 다수가 공론화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내리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 염치 없이 무림맹의 앞마당에서 개를 끓이려 했던 어린 거지부터, 분칠한 것처럼 피부가 괴상한 흰색을 띄는 여인과 피칠갑을 한 수투를 쓰고 9가지 무기를 등에 짊어진 괴인, 높은 전각의 위에서 잠자기를 반복하는 청년과 수상할 정도로 맹주를 피하게 하는 도인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괴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줄 모르고 있었으나, 무림맹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소수는 그들이 한 군데 집결했음을 깨닫고는 쓰린 위를 붙잡고 통곡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거지떼와 할 일 없는 노인들은 한 번 모이면 쉽게 떠나지 않는다.


결국 소수의 원로들은 통곡하는 한편 비무대회의 준비를 마쳤다. 일단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잘 끝내야지 뭐라고 항의라도 할 것 아닌가.


그렇게 거리의 축제가 점차 사그라들자 진짜 용봉지회 비무전의 시작이 다가왔다. 비무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무인들은 서로 긴장하며 몸을 풀고 곧 있을 비무를 기다렸다.


그들의 몸 풀기가 어느 정도 끝나고, 저 높은 창공의 중심에서 태양이 이글거리며 젊은 이들의 열기를 덥힐 때.


“무림의 사해 동도 여러분! 이번 21회 용봉지회는 모든 무림의 동도들이 어울리고 즐기는 축제입니다! 부디 즐기시는 와중에도 이 축제에서 사람이 죽거나 불구가 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 무림맹주 창운검(蒼雲劍) 남궁선무의 간절한 연설이 그 효시를 알렸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연설을 들어야만 하는 괴인들은 남궁선무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작가의말

사랑합니다. 근데 제 글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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