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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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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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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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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이무기

DUMMY

온 강호의 행사인 용봉지회를 맞아 무림맹의 갑급 무사로 고용된 맹악은 짧은 기간 동안 술잔을 나누며 친해진 상사를 보며 의아해했다.


“형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느냐?”


“좋은 일? 그래. 어찌 보면 좋은 일이지.”


술자리에서 맺은 호형호제만큼 무른 것이 또 없다지만 남만야수궁 출신이었던 맹악은 자랑스러운 밀림의 전사로써 한 번 내뱉은 말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제 눈 앞의 형님, 천맹원은 자신이 형님으로 모실만한 주량을 가지고 있는 사나이가 아니었던가.


자고로 남자가 무공 열심히 하고, 술 잘 마시고 입이 무거우면 절정 고수도 부럽지 않은 상남자가 되는 법이다.


“이 아우에게만 좀 말해달라. 무슨 일 있길래 밀림 속 바위 닮은 형님의 얼굴이 그렇게 헤실거리나?”


천맹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흔쾌히 말 해줬다.


“허허, 오늘 밤 귀한 손님을 맞으려 하니 웃음이 끊이질 않는구나.”


“손님? 형님 손님 없다. 친구 나 말고 없다. 나 다 봤다.”


“갈!”


맹악은 여태껏 봐온 형님의 행실 중에서 친구라고 할 만한 이들이 있는지 천천히 고민해봤다.


떽떽거리는 말괄량이 하나,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상관 하나, 그리고 말을 듣는 척만 하는 부하들.


저 형님한테 손님... 이 올 수 있나? 맹악은 의구심이 들었다.


“너도 이 큰 대회를 준비하면서 몇 번 소문도 듣고, 어? 운 좋으면 한 번 봤을 수도 있는 참가자와 오늘 밤 약주나 한 잔 하기로 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


천맹원은 실실거리며 웃더니 맹악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형이 잘 되면 너도 잘되는 일이니 어찌 좋지 않겠느냐? 그러니 괜시리 묻지 말고 저리 가서 애들 감독이나 하거라. 요즘 을급 무사 놈들이 빠져가지고 원...”


맹악은 어처피 이 용봉지회가 끝나고 1년만 지나면 저 형님은 자신을 다시는 못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 불타버린 시체가 어떻게 사람을 보겠는가.


혀를 쯧쯧 차며 돌아간 맹악은 조용히 제 형이 단꿈에 젖어있길 바랬다.


아니, 저 형 뿐만이 아니라 이 중원이라는 넓은 땅을 차지한 이들이 모두 오만하고, 물에 불린 짐승처럼 둔하게 성장하길 바랬다.


그리하면 세외의 숙원이 이뤄지는 일도 손 쉽게 진행될 것 아닌가? 맹악은 조용히 떠나가 눈 앞의 을급 무사들을 족쳤다.


맹악이 을급 무사들을 이 잡듯이 잡는 것을 본 천맹원은 저 야만인이 무얼 알겠느냐며 혀를 찼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절정의 무인, 잘 하면 5년 내에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를 수도 있는 무인과 친해진다면...


무림맹에 숨어들은 마교 출신 첩자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살길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제발... 제발 이겨다오...”


거기에 더해 정천이 만약에라도 우승을 한다면? 화경이 되기도 전에 자신은 멀쩡히 살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용봉지회의 우승자와 친해진다면 저 해남으로 발령 받는 것도 쉬울 터고, 그렇다면 조용히 양이들의 배에 타서 머나먼 세계를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천지를 비추시는 ..마.의 빛이시여... 제발 저와 그 꼬맹이에게 빛을...”


그러나 천맹원, 아니 1001호의 무의식 어딘가에서는 불길함이 치솟았다.


그것이 절정지경을 앞두는 무인의 감인지, 아니면 매 회차마다 수준을 높여가는 용봉지회의 본선 수준 때문인지, 1001호, 천맹원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번 용봉지회를 중심으로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무림맹에 잠입한 두 첩자와, 그들을 감시하는 한 말괄량이는 서로의 생각을 읽지 못한 채로 긴 웃음을 머금었다.



****



와아아아아아!!


용봉지회의 일정은 꽤나 빡빡한 축에 속한다.


제일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32강전을 치루는 데 하루를 주고, 나머지 16강전과 8강전, 4강전과 결승전에 각각 하루를 주는 일정은 살인적인 축에 속했다.


그러한 살인적인 일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림맹의 중진들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기 속에서, 후기지수들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벽이 조금이라도 깨어지길, 그리고 이 용봉지회 속에서 등용문을 너머, 진정한 용봉으로 거듭나길.


관중들에게 점심 뿐 아니라 저녁까지도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긴 했지만, 뜻 있는 무림맹의 중진이라면 이것이 무림맹을 향해 걸려온 악질적인 중상모략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거대한 천룡비무장을 둘러싼 관중들은 무림맹에서 판매하는 벽곡단 튀김과 조금의 국물을 받아들고는 서로 대화를 나눴다.


“야 대단하다 대단하다 말로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니까?”


생에 처음으로 볼만한 비무를 계속 관전하며 무공과 무림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 무림맹이 세 번째로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니가 운이 좋은 거야. 저번에는 이 만큼 실력자들이 안 나왔어. 아무래도 요즘 그 대전이 끝나고 꽤 실력이 올라오나봐.”


계속해서 용봉지회를 관람하면서 열정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이들. 무림맹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허허. 참 고된 폭우를 맞았으니 그 이후에 자라는 죽순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게 분명하지 않겠나.”


용봉지회의 가장 큰 후원자들, 하남성 뿐 아니라 중원의 전체에서 몰려오는 용봉지회의 후원자들. 무림맹이 가장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저... 그 누구신지.”


“아! 나온다! 나와! 명아야! 이 아비가 여기 있다!”


제 나이값을 못하고 아들을 향해 반가이 손짓하는 중년의 남성을 향해 수십 명의 무사들이 달려왔다.


“집법당주님! 거기서 그러시면 안됩니다!”


“남궁가의 체면을 지키십시오!”


이렇게 무림맹이 연 가장 성대한 행사를 즐기며 반가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 반대도 있었다.


“흥, 빌어먹을 늙은이들. 확 망해버리라지.”


천룡비무장에서 터져나오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일어난 청년은 술기운을 빼내려는 듯 손가락을 툭툭 털었다. 그러자 순수하게 농축된 주정이 그 손 끝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알뜰하게 제 손에서 나온 주정을 조그마한 병에다가 담았다.


저 먼 서양에는 고양이의 똥을 우려먹는 병신들도 있다는데 이리도 고강한 무인의 몸에 들어갔다가 나온 주정을 희석한 술도 팔리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젊은 청년은 자신을 강제로 알뜰하게 만들어버린 무림맹을 향해 이를 갈았다.


무림맹을 시기하고 그 아성을 넘보는 이들. 무림맹이 세 번째로 싫어하는 이들이었다.


“허허허, 그래. 아직도 1001호의 답변이 없다?”


“예. 아무래도 연락책이 전부 망가진 것 같습니다.”


“별 수 없지. 일단 고(蠱)는 멀쩡하니 천천히 기다려야겠구나... 이 상흔을 고치려면 급진적인 것보다 우리처럼 은밀해야 되는 법이지.”


다 썩어빠진 관제묘의 지하에서 조그마한 불빛에 의지해 두 남자의 이야깃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야! 한 시라도 빨리 흩어진 세력을 모아야지! 남은 동지들마저 잡히기 전에!”

“어리석은 소리.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다가 저잣거리에 목이 걸린 동지들은 보지 못했나?”


아니, 그들은 하나의 목구멍과 머리로 수십 마디의 말을 해대며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제 눈 앞에 부복하고 있는 흑의인에게 말을 걸었다.


“제일 시급한 건 저 먼 광동에 있을 동지들이다. 잘못하면 저 무림맹의 잡것들보다도 더 큰 걸림돌이 될 터이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무림맹의 치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들. 무림맹 뿐만 아니라 모든 무림의 잡것들을 밀어버리려는 이들. 무림맹이 두 번째로 싫어하는 이들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우드득...!


젊은 스님의 손아귀에서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청옥석이 두부처럼 으깨졌다.


“경지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놈들만 셋, 경기 시간을 개 밥으로 줘버린 놈은 셀 수도 없고, 아예 거리에서 난장을 피운 놈들은 넷?”


젊은 스님의 몸에서 휘몰아치는 기운은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용오름처럼 솟아 주위를 띄웠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용봉지회를 조금 삼가야겠어. 아무리 관심이 필요한 놈들이 넘친다지만야... 이건 좀.”


그것은 스님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비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도 가장 많이 사고를 치고, 심지어는 영약까지 먹어가며 반 시진의 명승부를 벌인 놈은 너 하나지.”


스님은 놀랍게도 관중들의 눈이 닿자마자 제 몸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기운을 감췄다.


일부 관중들도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눈을 비비던 사이에 젊은 스님은 웃으며 주위에 예를 표했다.


"하남성 정가장 소속의 정천."


“소림의 속가제자. 행운.”


아드득...!


스님의 발 밑에는 청강석이 깔렸다. 그리고 청강석 밑에 놓인 흙이 위에서 전해지는 분노 섞인 기운 때문에 이리저리 어그러졌다.


골칫덩어리, 제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들. 명분이고 실력이고 제재할 수가 없는 이들.


무림맹이 가장 싫어하는 이들 중 협상, 사후처리, 장소 협찬을 주로 맡은 중이 이를 포권지례를 마쳤다.


비무대 위에서 서로 포권지례를 하다 상대의 정수리를 보게 된 정천은 입술을 꽉 깨물고 웃음을 참기 시작했다.


제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골칫덩이들의 뒤늦은 일탈을 정리하는 동안 다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땡중이 이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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