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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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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778

작성
21.12.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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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기괴(奇怪)

DUMMY

용봉지회는 총 6일 동안 열린다.


초반 3일 동안 최대한 등용패를 많이 얻기 위해 죽을둥살둥 발버둥치며 비무를 해야하는 것을 생각하면 6일이라는 일정은 생각보다도 더 빡빡한 일정임에 틀림 없었다.


만약 예선 3일 동안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무인이 본선 32강 탈락자가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비무를 하는 동시에 그 체력을 잘 안배해 놓아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명가의 자제들이라면 용봉지회에 나가기 전, 가문의 어른들에게 이런 조언을 듣고 온다. 긴 세월을 통해 노하우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명가의 강함이었으니까.


그리고 명가의 자제가 아닌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 있다.


“승자. 인급 낭인 상문호!”


우우우우...!


첫 번째는 정치, 모략, 뒷공작 등 온갖가지 쓸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비겁해지는 것이다.


물론 명가의 자제들에게는 쓸 수 없는 방법이었으니 뒷배가 없는 사람들끼리 먹고 먹히는 아귀도가 이루어졌다.


개봉 근처의 숲에서 상황개금버섯이라는 특이한 독버섯을 갈아 제 팔에 묻혀 놓은 인급 낭인 상문호는 그런 비난을 모두 웃어넘기며 패자에게서 두 개의 등용패를 뺏었다.


“하나만... 하나만 남겨 주시오.”


기본적으로 한 번의 비무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등용패의 수는 최대가 둘. 매번 예선 마지막 날에 이뤄지던 승부 조작을 막기 위해 생겨난 규칙이기도 했지만 한 번에 참가자들이 쓸려나가 쭉정이가 운 좋게 32강에 가지 못하도록 막는 규칙이기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등용패를 몇 개 가져갈지는 승자의 권리였다는 것이다.


“흐, 내가 후환을 살려둘 정도로 자비로웠으면... 크흠, 그 썼겠나?”


“안돼...!”


슬픈 아귀도의 광경이었지만 대문파의 사람들은 그저 쉬쉬하고 넘어가는 편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비겁하게 올라온 놈들은 저 시골의 소와 같았기 때문이다.


줘 패면 환호성이 나오고, 정상적으로 올라온 놈들에 비해 실력도 부족하며, 무엇보다 등용패를 얻기가 이렇게 쉬울 수 없었다.


사실상 방치를 해 놓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알이 꽉 들어찬 농어보다 달달한 것이 이런 비겁한 낭인들이다.


그런 묵인 아래 본선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첫 번째 부류다.


“승자! 하남성 정가장 소속의... 정-천!”


와아아아!


정천은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을 주우며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그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는 항상 뒤가 없는 것처럼 화끈한 싸움을 보여주는 정천에 대한 열광과 무언가 주책바가지를 보는 듯한 한심함이 섞여 있었다.


정천은 두 시선 중 어느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상대였던 인급 낭인에게 다가가 가차 없이 등용패 두 개를 뺏었다.


“좋은 비무였소.”


두 번째는 그냥 뒤가 없는 것처럼 오늘만 보고 사는 것이다.


정천은 용봉지회가 시작하기 3일 전, 정확한 용봉지회의 규칙을 듣고 이런 광경을 예상했다.


대문파들은 서로 사리면서 절기는 보여주지 않고 약식이라고 불려도 좋을 법한 비무를 하며, 낭인들은 제 이름을 따라 이리(狼)처럼 행동하고, 실력을 감춘 은거기인의 제자나 진짜 개천에서 튀어나온 용들은 제 힘을 적당히 감추고 있는 그러한 광경을.


그런 광경 속에서 정천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가 수레에 끌고 다니던 24개의 무기들 중 딱 검, 창, 부(斧) 세 가지만 들고 비무장에 임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날 때마다 전신에 피칠갑을 하며 비무를 끝냈다. 물론 그 피는 상대의 피가 아니라 정천 자신의 것이었다.


검으로 상대를 재다가, 창으로 바꾸어 미친 듯이 돌진하고, 도끼를 들어 상대와 혈전을 벌이는 방식의 싸움. 정천에게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졸업한 전투방식을 통해 참가자들의 방심을 유도하고, 그대로 비무대 위에 올라온 상대를 잡아먹었다.


정천은 적당히 핏자국을 지운 뒤 다다음 비무가 이어지고 있는 비무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더 악귀나찰같은 도를 쓰는 무인과 제갈세가 출신 참가자와의 비무가 펼쳐지고 있었다.


“끼에에에엑!!”


고라니나 멧돼지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비명이 사람의 성대에서 갈라져 나왔다. 칼과 철선이 부딪쳐 갈리지도 않았건만 쇠 갈리는 굉음이 비무대 위에 울려퍼졌다.


오죽하면 정천은 저 남자가 쓰는 무공에 마기가 묻어 있지 않은지 유심히 살폈어야만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기는 없었다. 저 남자는 무공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미쳐버린 것이다.


챙챙챙챙...

끼에에에엑!!


제갈민은 저 괴물같은 놈과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저 빌어먹을 비명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무슨 목구멍에 사교의 방울이라도 집어 넣었는지 비명을 지를 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도 멍해졌다.


촤악!


제갈민은 철선을 펼치고 거리를 벌리는 동시에 전신의 내력을 끌어모아 한 수를 준비했다.


제갈세가의 무공은 유(誘)와 유(柔)를 섞어낸 미혹적인 무공. 자신이 준비한 판에 올라온다면 저 광인도 한낱 바둑돌처럼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는 무언가 꺼내기 쉽게 제작된 호주머니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들을 재빨리 꺼냈다. 주석, 벽조목, 흑요석, 감의 씨.


특별한 주술적 의미가 담긴 물건들은 제갈민의 손에서 달라붙으며 동그래졌고, 제갈민은 바닥에 그것을 뿌렸다.


제갈민의 부채가 조금 더 벌어지며 그 끝에 달린 암기가 튀어나왔다. 제갈민의 내공은 그 암기를 감싸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동시에 부채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갈민의 팔이 기이할 정도로 굽혀졌다가, 펴졌다.


천명팔선공(天命八仙功)

곡격호우(轂擊豪雨)


파사사사...!


그러자 부채가 끝부터 부서지는 것과 동시에 공중에 기이한 것들이 떠 다녔다. 제갈세가의 암기와 제갈민의 내공으로 만들어 낸 길다란 채찍이 공중에서 넘실거렸다.


“파(把)!”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며 채찍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저 하늘 위에서 기류를 타고 섞이다가...


“박(搏)!”


스스스스...!


비가 내리듯 땅으로 떨어졌다. 부채 조각은 내공에 젖어 그 조그마한 조각이 떨어진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날카롭게 땅에 떨어졌다.


“이야아아아! 너 좋은 거 할 줄 아는구나!”


정천은 저 남자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제 조부에게서 듣기로 미친 놈이 사람 말을 할 줄 알면 그때부터는 일이 진짜로 심각해진 것이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남자의 칼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갈민이 보여준 광경은 마치 호풍환우를 부린다는 제 선조와 같았지만 결국 그 원동력은 주술적인 힘. 저 이적을 유지하는 매개체만 파괴한다면 끝날 일이다.


“좋은거!”


남자의 칼날에 주홍빛 번개가 일렁였다. 번개는 본디 자연에서도 가장 이리저리 움직이고 퍼지기를 좋아하는지라, 남자의 도는 번개가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번개보다도 더 빠르게 이리저리 깜빡였다.


칼날이 깜빡였다. 그렇게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잔상도, 하다못해 검이 휘두르며 나야 할 소리도, 그 무엇도 나지 않은 채 검이 깜빡이며 허깨비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할 줄 아는데!”


그것은 뇌전에 휩싸인 광인의 춤이었다. 뇌전, 제 생각보다도 빠르기에 무엇보다도 빠른 이치를 모시는 제사장의 춤이었고, 일개 무희의 춤이었다. 분명 저 춤을 추는 작자는 남자였지만 정천의 오성은 저 무공의 창시자가 여성일거라 확신했다.


광인의 제사가 번개를 부른다. 번개가 온다. 번개가...


콰앙!


왔다.


“와하하하!”


번개는 여러 자연의 이치들과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태풍처럼 강력하고, 죽음처럼 공평하며, 지진처럼 그 주위에 있는 이치를 모두 뭉뚱그려서 박살냈다.


“커헉...!”


제갈민도 예외는 아니었고, 저 광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제갈민과 저 광인의 차이점은 단 하나.


“그러길래 나처럼 좋은 거 신었어야지!”


그는 옷부터 신발까지 모두 다 이 상황을 대비했다는 점이다. 고급스러운 옷가지는 몸 안에 들어간 번개가 자연적으로 빠져나가도록 도왔으며,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신발은 몸을 돌아다니는 전류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했다.


게다가 번개가 떨어질 때를 맞춰서 몸에 내력을 돌려 대비를 하고 있었으니, 저 광인과 단 둘이 번개를 맞는다면 저 광인 혼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승자! 청해성에서 온 주관후(壴寬厚)!”

“아- 재밌었다!”


광인은 제갈민에게 다가가 허리춤에 달려 있는 등용패 2개를 갈취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웅얼거렸다.


“... 겨우 이딴... 더럽게... 잔하네... 망할...”


화경의 벽을 눈 앞에 둔 정천도 간신히 몇 단어 정도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천의 호기심은 오래갈 수 없었다. 뭐라고 웅얼거린 광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무대에서 내려와 정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정천은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광인은 상관 없다는 듯 계속 정천을 쫒아왔다.


턱.


“야! 한 판 붙자!”


주관후의 눈에는 일말의 억울함과, 그걸 무시할 만큼 커다란 호승심이 잠들어 있었다. 나름 제갈세가의 비기에 오를 수 있을 법한 선술을 깨고서 제갈민을 박살냈음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호승심이 그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정천은 그걸...


“싫소.”


거절했다.


완전히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 싸울 수 없었다. 게다가 제일 무서운 것은 아직 저 주관후란 광인이 쓸 수 있는 수법은 저렇게 번개를 불러들이는 동귀어진에 특화된 수법 하나뿐만이 아니리라는 것이다.


저 광인과 붙으려면 최소한 8강. 그 이전에 싸운다면 둘 다 공멸하는 동귀어진의 수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저 광인이 아니더라도 노려볼만한 등용패는 많았다. 괜시리 위험한 결정은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상책이리라.


“그래?”


정천의 괜시리 허리춤으로 향했다. 싸우는 방식을 보고 나서야 저 주관후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익힐 때부터 감전의 고통을 감수해야 익힐 수 있을 법한 무공을 저리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쉽사리 무언가를 참아내지 못한다.


잘못하면 비무대 밑에서 아무런 대가도 없는 칼부림만 일어나리라. 정천의 왼손은 도끼로 향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놀랍게도 광인은 싱글생글 웃으며 순순히 뒤로 돌아섰다. 정천의 손아귀가 저렸다. 잠시나마 저 광인과 같이 있었기에, 그리고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리라.


그 다음 날에도 주관후는 비무를 신청했고, 나는 거절했다. 이번에야말로 달려오리라 걱정했던 것이 우습게도 주관후는 웃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예선의 마지막 날, 피칠갑을 한 나에게 주관후가 다가왔다.


“야! 이젠 피할 구멍도 없겠구나! 비무하자.”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거절했다.


“하남성 장가장 소속의 정천! 그리고 청해성에서 온 주관후! 비무대로 올라오십시오.”


와아아아!


하지만 관객들은, 그리고 심판 역할을 맡은 무림맹의 대주는 나와 저 미친놈을 불렀다.


“아니, 무슨 소립니까.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무림맹의 청빈대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내게 죽간을 들이밀었다. 그 겉에는 정덕 8년, 용봉지회 규정... 개(改)라고 쓰여져 있었다.


“가장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바로 5년 전에 생긴 규정입니다. 특정 참가자는 같은 참가자에게 하루 두 번 비무를 권할 수 없다. 그리고 특정 참가자가 한 참가자의 비무를 거절할 수 있는 횟수는 2회로 제한된다.”


다시 말해, 정천이 주관후의 비무를 거절할 수 있는 횟수 3회가 끝났으니, 이제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마지막 날, 정천의 순위는 무려 28위였다. 그리고 여기서 등용패 2개를 잃는다면 45위. 안전한 탈락권이다.


벼락 맞는 것을 즐기는 광인과 용봉지회의 본선 진출을 앞둔 비무를 치루게 생긴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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