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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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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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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무기

DUMMY

비무가 끝나고도 제 대기실에 돌아가 대기하지 않고 무림맹의 맹원을 기다리던 정천은 입구에서부터 자신을 안내해줬던 맹원을 보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정천 대협! 비무 너무 잘 봤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리 젊으신 나이에...”


정천이 가지고 다니던 무기 중 방울이 달린 무기는 없었음에도 자꾸 주위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천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말했다.


“괜시리 아부 떨 필요 없소. 이 정모, 입 발린 말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아니오. 그리고 우리는 아까 안면을 익힌 친우가 아닌가? 말 편하게 하시오. 편하게.”


그 말을 들은 맹원은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다가 물었다.


“아하하, 예 소협.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 사람들을 조금 물러 주었으면 좋겠소.”


다행히 맹원의 직급이 꽤 높은 편이었는지 사람들이 물러났다. 그를 본 정천은 아작난 채로 저 비무대 위에 흩뿌려진 쇄자겸의 추를 가르켰다.


“저게 한철이라 말이요. 최대한 잔해를 모아주면 좋겠소.”


“하... 한철? 저게 통째로?”


맹원은 대충 머릿속으로 주판을 두들겼다. 한철이라는 게 북해빙궁이나 그와 비슷한 극지방에서나 나오는 귀물이니만큼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명장이라 불리는 야장들도 보통 검을 만들 때도 날만 한철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였으니까.


“저게, 진정으로 한철이란 말씀이십니까?”


정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째로.”


꿀꺽.


맹원은 제게 꽤나 큰 기회가 왔음을 자각했다.


“최대한 온전히 모아다가... 저기 그 천회객잔에서 건네주었으면 좋겠소. 가능하겠는가?”


그 말을 들은 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에 천회객잔에서 봅시다. 좋은 하루 되시오.”


정천은 그대로 걸어가며 맹원에게 약간의 기세를 뿜어냈다. 명확히 느낄만큼 강하지도,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약하지도 않은 기세가 맹원을 눌렀고 그 심장 속에 있는 욕망에 불을 붙였다.


길다란 천룡비무장의 복도를 걸어가며 정천은 안심했다.


‘머리가 있다면 최대한 모아서 가져오겠지.’


한철이라는 게 워낙 귀한 재료니 북해 근처의 성이 아니라면 어디서 유통되었는지도 다 조사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저 맹원이 말단도 아니고 약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저 조그마한 한철에 한 눈이 팔려서 빼돌릴 염려도 없었다.


십중팔구 정천과 더 깊은 인연을 맺기를 기대하며 없는 한철 조각도 주워오리라... 정천의 눈 앞에 있는 이 사람들처럼.


“소협! 소협! 위가철방에서 왔습니다. 초대장 좀 받아 주십시오!”

“소협! 저희 천가장에서 광동 요리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용봉지회가 끝나면 저희 쪽에 먼저...!”


소협! 소협! 소협...!


스물이 넘어가는 인파가 정천의 대기실 문을 두들겼다. 대부분 중소세가의 초대장을 들고 온 하인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조금 더 위세 높은 이들도 있었다.


“정천 대협! 매분당에서 왔습니다. 초대장을 문 틈새에 꽂아두겠습니다!”

“소협! 저희 철혈방에서도 좋은 숙수를 준비했습니다. 문 틈새를 봐 주십시오!”


그저 문을 두들기거나 소리를 외치기만 하는 중소세가의 하인들과 다르게 그들은 고급스러운 초대장을 문 틈새에 꽂아놓고 소리 한 번 외친 뒤 돌아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군.”

아무리 정천이 혜성처럼 등장한 절정지경의 고수라고 해도 반응이 너무 과했다. 아마 그것은 정천의 나이 때문이리라.


젊은 나이에 성취가 깊다고 하여 나중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절정에는 빠르게 도달했지만 화경의 벽조차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무인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젊은 나이에 절경지경을 이뤘다는 성과가 빛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은 젊은 나이에 절정지경을 이룬 무인이 더 빠르게 화경의 경지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소협...! 소협....!


그렇다곤 해도 저렇게 달라붙는 것은 반응이 너무 과했다. 결국 정천은 나가서 외쳤다.


“여기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누구요?”


잘못 골랐다. 정천의 말을 듣자마자 모든 하인들이 떼거지처럼 달려들어 자신이 제일 먼저 왔다고 소리쳤다.


“좋소. 그러면 여기서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요?”


뚝.


하인들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굴러다닐 것 같은 호흡법과 약간의 외공을 익힌 이들로써, 그들의 강약은 사실 들고 다니는 무기에서 결정나는 경우가 잦았다.


“어... 저기 천가장 총관의 하인이 제일...”

“개 보다는 철혈방 쪽 사람이 더 강하지 않나?”


그들의 의견이 서로 분분했다. 그 모습을 본 정천이 말했다.


“바로 나요.”


“....”


하인들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아무리 젊은 천재들 중에 괴짜가 많다지만 이건 조금...


“그리고 자네들이 섬기는 분께서 초대장을 보낸 사람도 나지. 그러니 한 마디 하겠소. 돌아가시오.”


하인 중 하나가 반발했다. 사실 반발이라고 하기엔 말이 지나쳤다. 쥐가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소리가 작았으니까.


“소협, 아무리 그래도 저희들도 주인 나리의 명을 받고 온 것인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면 경을 치기 일쑤입니다요...”


하지만 작은 목소리는 모든 하인들의 공감을 샀다. 그 말을 들은 정천은 화답했다.


“그래? 그럼 내 여덟을 세겠다. 그 이후에도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속한 단체를 제외한 모든 단체와 만나 연회를 즐기겠다. 그리고 연회장에서는 항상 어떤 세력의 하인이 싸가지가 없어서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말해주지. 어떤가?”


그러자 쥐 구멍 속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처럼 하인들은 순식간에 흩어지며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바닥에 떨어진 초대장들과 정적만이 남았다.


턱...!


그제서야 안식을 찾은 정천은 쓰기만 한 용정차를 치우고 냉수를 들이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제 몸에 묶인 무기들을 풀고, 입고 있던 진청색 옷도 한 꺼풀 벗어던졌다. 그러자 안에 감추어져 있던 흑의가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영웅건을 쓰고 있던 머리도 한번 헝클어주자 어디 산에서 두목으로 군림할 것 같은 사내가 나타났다. 산적 두목은 작은 단검 세 개와, 길다란 칼 하나만을 빼들고 밖으로 나섰다.


놀랍게도 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 누구도 정천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정천이 하산한 지 얼마 안되어 얼굴을 외우기 힘들기도 했고, 정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등에 짊어진 무기더미인데, 그게 없으면 안그래도 험악한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천룡비무대에서 정천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천은 다음 비무를 지켜보기 위해 값싼 좌석들이 늘어져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사실 반만 맞는 말이었던게, 그곳은 값싸긴 했지만 좌석(坐席)은 없었다.


와아아아아!


그곳은 평범한 민초나 돈 없는 낭인들이 경기를 보는 곳, 좌석도 없이 서서 구경하는 곳이었다. 험악한 인상의 정천은 그곳에 아무런 위화감 없이 스며들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두 주먹은 컸기에 편하게 비무를 볼 수 있었다.


마침 당마휘가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남궁세가 출신의 남궁비천! 그 상대는... 섬서성 홍비아문 출신의 진서명!]


당마휘의 긴 잡설이 끝나자 두 무인이 서로 포권지례를 갖췄고, 비무가 시작되었다.


정천은 다음에 자신과 맞붙을 상대가 얼마나 잘 싸우는 지 한번 봐야겠다는 심보로 고개를 주억거렸고...


반 시진 뒤, 두 개의 비무를 본 정천은 엉덩이에 불이 붙은 소처럼 제가 묵고 있는 객잔으로 달려갔다.



****



개봉의 명물... 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30년간 장사를 하면서 꽤나 인지도를 쌓아온 천회객잔에는 요즘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객잔 주인은 뭐라도 씌인 것처럼 화들짝 놀라기 일쑤이고, 점소이는 넋이 나갔으며, 그 기이한 분위기에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숙수의 음식 솜씨도 조금 떨어진 것 같았다.


그 이상한 분위기의 근원지. 천회객잔의 삼층 가장 구석진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빌어먹을, 이게 진짜 용봉지회 맞나?”


정천은 제 방 구석에 꽂혀 있던 개방의 책자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용봉지회가 열리기 전, 정천이 개방에게 구매한 용봉지회의 정보에 대한 것이었다.


기본적인 규칙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잡설들이나 유래에 대한 것들도 적혀있었지만, 중간에는 약간의 특이사항들이나 가담항설들이 적혀져 있었다.


[근 10년 동안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의 무공 수위가 높아짐. 정마대혈전 이후 젊은 후기지수들의 실력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됨.]


그 증거로 역대 용봉지회의 본선에 올라온 무인들의 평균적인 경지와, 요 10년 간 본선에 올라온 무인들의 경지가 비교되어 있었다.


일류가 아닌 자가 없었고, 개중 몇 명은 모용소준처럼 편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절정의 경지를 넘보고 있었으며, 이런 기조가 더 심화되고 있었기에 다음 용봉지회에서는 절정의 무인끼리 결승전을 치룰 수도 있다는 소리가 적혀져 있었다.


그를 본 정천은 코웃음을 쳤다.


절정지경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무슨 이립도 되지 않은 이들만 나오는 용봉지회에서 절정의 경지가 둘 이상 나올... 수 있었다.


방금 전 정천이 보고 온 두 비무 모두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승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자신의 앞 경기는 잘 보지 못했으나, 경기가 끝날 때 들려온 함성으로 봐서는 절정지경에 오른 참가자는 없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이 앞으로 치룰 두 경기의 상대가 모두 절정지경의 참가자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절정지경. 그 심오한 경지에 오르면 같은 경지끼리의 비무나 대련도 꺼리게 된다. 그게 같은 문파의 사형제간이라도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사형제간의 팔목이나 다리를 자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비무를 하겠는가. 결국 절정지경에 오른 고수들은 검강이나 호신강기를 제외하고 오직 초식만 놓고 논검을 즐길 수 밖에 없었다.


정천처럼 화경의 벽을 눈 앞에 두어 검기를 확연히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절정의 초입에 들어선 이들끼리는 서로 비무를 하면 제 자신도 모르게 검강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보통 핏줄기가 튀어나오며 비무가 끝나기 마련이었고.


"절정지경의 무인과 연전(連戰)..."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내일 있을 16강 전과 8강 전 둘 모두 절정지경의 무인과 한바탕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8강 전의 상대는 절정이 아닌 상대를 검강으로 도륙내고 몸과 마음이 온전한 상태에서 올라올 테고, 자신은 절정지경의 무인과 아득바득 싸우다가 올라올 테니 더 불리했다.


결국 정천은 물에 담긴 단검과 보석을 챙겨 들고 객잔을 빠져나왔다.


도저히 자정까지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객잔 주인에게 무림맹원이 자신을 찾는다면 내일 보자고 전해달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절정지경의 속도로 달려서 개봉을 빠져나온 정천은, 그대로 적당한 숲에 들어가서 초록색 광채를 뿜어댔다.



다음 날, 산에 올라간 사냥꾼은 기괴한 모습으로 비틀어진 나무와 다람쥐, 그리고 한 여름에 겨울잠을 자고 있는 두꺼비를 보며 깜짝 놀라 까무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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