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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통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43
최근연재일 :
2022.0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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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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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등용문(登龍門)

DUMMY

한 쪽 끝에는 길다란 낫, 한 쪽 끝에는 둔중한 추. 쇄사슬로 엮여 있는 두 무기를 본 정파의 거두들은 입가에 거품을 물었다.


”신성한 비무장에서 쇄자겸이라니!“


”진정 명예를 알긴 하는 것인가?“


갓 무림에 출도한 대문파의 무림초출들이 죽는 이유 세 가지를 물어본다면 누구나 이렇게 대답하리라.


첫 째는 비겁한 독이요, 둘 째는 간교한 수병(水兵)이요, 셋 째는 빌어먹을 쇄자겸이라고.


평범한 길가의 낭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위를 지닌 대문파의 무림초출들은 여간한 합공으로는 죽지도 않았다.


혼자 내려보내는 것도 아니고 같은 기수의 사형제들과 같이 가는 것이기에 산적이 협공을 한다면 그들은 방진을 짠 뒤, 산적을 도륙냈다.


그러나 명망 높은 문파의 후기지수라고 해도 식사 중에, 산의 샘물에, 혹은 그저 바람에 실려오는 독을 주의하지 못한다면 죽었고, 물 위에서 수적들의 수병을 상대하다가 죽었으며, 땅 위에서 이 쇄자겸을 능숙히 다루는 산적을 만나면 죽었다.


그만큼 쇄자겸이란 무기는 무림초출, 혹은 경험 없는 무인들이 대처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물론 대처할 줄 안다면 무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승부가 결정났지만.


”네 눈에는 내가 접시에 코 박고 죽을 얼간이처럼 보였나? 아니면 대모용세가가 우습게 보였나보지?“


마교대전부터 이어져온 그 악명이 높아지자 대문파의 원로들은 무림에 출두하려는 말학들에게 짧게나마 쇄자겸의 대처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모용소준도 그러한 교육을 받았고, 쇄자겸의 특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거침없이 정천의 왼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의 왼손에는 둔중한 추가 들려 있었다.


”하앗!“


섬광분운검(閃光分雲劍)

창연단익(蒼燕斷翼)


모용소준의 칼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는 쇄자겸을 든 상태로 막아내기 힘든 방향을 공략했다.


무거워서 쉽게 날리거나 견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쇠사슬을 걸어 막아내기도 힘든 방향.


그게 바로 쇄자겸의 추를 든 손의 다리였다.


모용소준의 검이 은룡검이라는 제 별호를 말해주듯 형체가 보이는 정도가 아닌, 그 잔상만이 남아 색깔만이 보이며 날아갔다.


'옳거니!'


촤르르륵...!


기다렸다는 듯이 정천의 사슬이 움직였다. 정천이 왼손의 추를 위로 띄우는 동시에 오른손의 낫으로 모용소준의 허리를 노리자, 두 무기가 서로 엇갈리며 모용소준을 향해 날아갔다.


촤악!


하지만 이번에는 모용소준의 검이 더 빨랐다. 모용소준의 검이 정천의 옷을 찢는 것을 너머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단검과 부딪쳤다.


모용소준의 황당하다는 눈이 정천을 바라봤다.


”내 경험이 부족하여, 이보다 더 좋은 수를 생각하지 못하였소.“


쾅!


정천의 추가 모용소준을 강타했다. 그는 추와 낫이 동시에 자신을 노리는 절체절명의 순간, 제 몸을 한껏 비틀어 간신히 낫은 피해냈지만 추는 피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모용소준은 한껏 공중에 날라가며 제 부상을 생각해봤다. 일단은 허리, 그리고 폐, 그 충격으로 흔들린 목까지.


그에게 보이지 않는 모래시계가 흐르기 시작했다.


”커헉...!“


입에서는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왔다. 허리는 간신히 움직였고, 폐도 약간 다쳤는지 쌕쌕거리며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은 잡을 수 있었다.


모용소준은 담담히 검을 잡았다. 많이 부딪쳐 봐야 두 수, 아니면 세 수. 상대와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예를 표함이 옳다.


스으으윽...!


모용소준의 주위로 어떠한 기파가 응어리지는 것을 본 정천은 감탄했다.


모용소준이 섯부른 판단으로 기습을 당해 몸 상태가 나빠졌지만, 그럼에도 명가의 자제라면 넘치도록 쌓아온 내공을 이용하여 1각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모용소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정천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감탄이 활활 타오르며 또 다른 무언가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척...!


모용소준이 깔끔한 기수식을 잡았다. 검을 높게 들어올리고 한 발을 앞으로 뻗은 형식, 누가 본다면 모용세가의 검술이 아니라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으로 오해할 법한 기수식이었다.


그 말을 들은 모용세가의 가주는 이렇게 말해주리라.


‘틀리지 않았다.’


모용소준이 펼치려고 하는 검술은, 남궁의 제왕검형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 낸, 모용세가만의 검형이기도 했으니까.


가한정남검(可汗征南劍)

쇄옥살왕(碎玉殺王)


그 시작은 모용소준의 앞에 놓여져 있던 청옥석이었다. 후기지수들의 비무 속에서도 깨지지 않고 안정적인 비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청옥석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으직...!


모용소준이 한 발짝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자, 모용소준의 앞에 있던 청옥석과 정천의 뒤에 있던 청옥석 사이의 모든 것이 부서져 내렸다.


쨍...!


놀라운 속도로 휘둘러지는 검을 보자마자 옆으로 나려타곤을 펼친 정천이었지만, 그럼에도 왼손에 들려 있던 추를 지켜내지 못했다.


‘한철로 만든 추를 으깨다니, 미쳤군.’


모용소준은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정천은 제 손에 들려 있던 낫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활을 뽑아들었고, 모용소준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대충 겨냥하고 세발 쏘았다.


으직...!


하지만 모용소준은 제게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제 주위로 들어온 화살촉이 압착되는 것을 무신경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인상적이야...“


정천은 모용소준의 무위를 과소평가 했음을 깨달았다.


모용소준은 일류와 절정 사이의 높고 높은 벽에 끼어 있던 것이 아니다. 24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언제든지 기회만 준다면 절정의 경지를 밟을 수 있는 인재였던 것이다.


모용소준의 주변을 둘러싼 호신강기와, 빛나는 검이 그 증거였다.


비록 저게 정상적인 호신강기가 아닌, 내공을 압착해서 만들어낸 모조 호신강기라고 할 지라도 호신강기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감탄할 법한 일이었다.


정천은 그 모습에 씁쓸하게 웃으며 칼을 잡았다.


‘벌써 드러내면 안 되는데...’


그는 한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용봉지회의 예선전과 본선 초반에는 제 무위를 숨기고, 상대와 아슬아슬한 싸움을 하다가 준결승 정도 올라와서 막 절정에 도달한 척 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 생각이었던 것이다.


절정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현에 군림하는 하나의 절대자. 비록 전쟁이 끝나고 그 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 위상만큼은 아직도 업신여길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예선전, 주관후와 싸웠을 때는 아슬아슬했다. 주관후가 스스로 포기하고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정천의 계획이 꼬일 뻔 했었다. 그 뒤로 정천은 계획이 꼬일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렴, 이립이 되기 전에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면 대문파에서도 그만한 대접을 해주는데, 20 초중반의 무인들 중에서 절정의 경지를 내보여야만 상대할 수 있는 강자가 또 있겠는가?


또 있었다. 지금 정천의 눈 앞에.


한 번 꼬일 뻔한 계획이 두 번이나 꼬였음은, 정천이 계획을 잘못 세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정천은 고민 끝에 절정의 무위를 드러내기로 마음먹고는 등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제 눈 앞에 또 다시 검식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한정남검(可汗征南劍)

위당랑검(爲螳螂劍)


먼저 막대한 기파가 정천을 덮쳤다. 조부에게 말로만 듣던 제왕검형에 휩싸이면 이런 기분이 들까? 마치 제 자신이 수세를 막아서는 당랑이 된 것 같았다.


정천의 몸이 둔해진 틈을 타서 모용소준이 피가 흐르는 제 몸을 신경쓰지 않고 다음 검식을 날려댔다.


가한정남검(可汗征南劍)

쇄옥살왕(碎玉殺王)


모용소준은 이때 이상함을 느꼈다.


제 눈 앞의 청옥석부터 상대의 뒤에 있던 청옥석까지 일자로 으깨졌지만, 으직, 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하던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귀에서는 삐- 하며 이명이 울렸다.


마치 저 높은 산에 올라가 압력이 빠진 것처럼, 무언가가 모용소준의 머리 주변에 있던 공기를 날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천의 유형화된 살기였다.


콰앙...!


막대한 내공이 실린 칼과 검이 서로 힘싸움을 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모용소준은 기겁을 하며 피를 바닥에 뿌리고 뒤로 물러났다.


허어어억...!


”이게, 말이나 되는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기겁하고, 당마휘가 허탈하게 읖조렸다.


제 외조카가 방금 내보인 신위는 분명 제 몸 상태를 악화시키는 대가로 절정의 경지를 엿보게 해주는 비법이었다. 그렇다. 제 외조카는 방금 절정의 경지에 닿아 있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과 검을 맞대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한 조건이 필요했다.


검을 맞대는 자신도 절정의 경지에 올랐을 것.


그렇지 않다면 절정의 경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 빛나는 검기. 검강(劍剛)이 특유의 빛을 내뿜으며 상대의 검과 함께 목숨을 앗아간다.


그렇기에, 확연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킬에는 분명 신(神)이 깃들어 있었다.


”이립의 나이도 되지 않아 절정이라니... 그것도 저렇게 완숙한 절정이라니! 세상에 어떻게!“


정천은 주위의 반응을 신경썼다. 이 비무대를 둘러싼 수만 명의 관중들과, 흥미롭게 지켜보는 강자들의 시선이 제 몸을 빼곡하게 채웠다.


그를 느낀 정천은 힘겨루기를 하다 다친 폐가 눌려 튕겨나간 모용소준을 뒤로하고, 비무를 시작할 때 쯤 자신이 던진 정가장의 깃발을 다시 거머쥐었다.


절정의 경지를 너머 화경의 경지를 목전에 둔 무인은, 그 무위만큼이나 귀가 밝았다. 10장은 되는 거리에서 젊은 무인과 늙은 심판이 하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을 만큼.


정천이 깃발에 내공을 불어넣자, 깃발은 막대한 내공을 받아 멋지게 빛나며 휘날렸다. 정천은 그 깃발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당마휘처럼 증폭도니 목소리가 비무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모용세가의 은검룡 모용소준! 대단한 실력이었소!“


쾅...!


모용소준은 다시금 제 검을 부여잡고 검식을 펼치려 하였으나, 다친 몸으로 절정의 경지를 넘보며 검강을 날려대는 것은 체력의 소모가 컸고, 무엇보다도 매우 느렸다.


그것보다야 정천의 깃발에 달린 추가 모용소준의 검파두식과 함께 그 몸을 비무대의 저편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더 빨랐다.


심판인 당마휘가 그 예상을 벗어난 결과에 입을 쩍 벌리고 있자.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아챈 정천이 스스로 승리를 선언했다.


”하남성 정가장 소속의 정천! 모용세가의 드높은 검을 보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었소!“


빛나는 깃발을 옆에 꽂아두고, 흐트러진 영웅건을 다시 바로 쓴 채로 포권지례를 올리는 정천을 보며, 관객들은 미친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당마휘가 뒤늦게 승자를 알리는 선언을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낫 놓고 장정 정(丁)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민초들의 눈에도 보였던 것이다.


저 정가장이라는 개천을 벗어나,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한 정천이라는 용(龍)이.



정천은 비무대를 내려가면서까지 깃발을 흔들지는 않았다. 멋 없어 보였으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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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 구주팔황 복잡기괴(九州八荒 複雜奇怪) 21.12.30 213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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