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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초월 연금술 재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닥터하이츠
작품등록일 :
2023.04.04 20:05
최근연재일 :
2023.04.25 16:5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02,342
추천수 :
7,625
글자수 :
171,091

작성
23.04.23 16:50
조회
5,145
추천
132
글자
19쪽

[23] 회(回) 1

DUMMY

7장. 회(回).


“너 내가 곧 찾아가지.”


그 말과 날카로운 눈을 남긴, 남궁중천은 운행 종료 이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프리랜서 연합의 보호 사무소를 박차고 나온 건 그걸 확인한 직후.


기이잉!


상부 초고층 빌딩 그림자 아래.

스카이라인을 관통하는 도로의 밑.

광명시티 슬럼가의 한 골목.

쿵!쿵!

쿵쿵!

쿵!쿵!

익숙한 박자의 묵직한 울림이 위층이 얼마나 시끄러운 곳인지 알려주고 있었으며,

그 아래의 더 좁은 골목.

두 사람이 지나가면 어깨가 부딪힐 그곳으로 깊숙이 계속 들어갔다.

타박 타박 지나가는 발자욱마다, 위층의 창이 열리거나 혹은 닫힌다.


“주군 다 온 것 같습니다.”


강필성이 앞장서서 길을 열고 있었다.

별 기대 없이 상단에 접근했는데, 의외로 친절히 지역에서 가성비 좋다는 정보상을 알려준 것이었다.

오른쪽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하나의 작은 문이 있었다.

녹색의 문. 그 위엔 비둘기 그림.

입구 우측에 덩치가 하나 있었는데.

퉷! 침을 뱉고선 그대로 서서 빤히 쳐다본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의외로 사람들이 꽤 많았고, 왁자지껄했다.

문 아래로 계단을 몇 개 내려갔는데, 한 사내가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여기에 무슨 볼일이 있나?”


“우리 주군께서 의뢰를 하실게 있소.”


강필성이 질문에 답했다.

사내는 털복숭이에 살이 많이 찐 자였는데.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짓을 했다.


“따라오시오.”


벽을 따라 빙 둘러쳐진 계단으로 올라갔다.

입구에는 2미터30센티는 돼 보이는 시커먼 거한이 서 있었다.


“한사람만. 무기는 빼고.”


태현은 등에 메고 있던 대도를 강필성에게 맡겼다.

그러자 거한이 문을 열었다.


그 안쪽은 유리 같은 것으로 된 주발이 걸려 있었는데,

챠릉!

조심스레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초콜릿 향?

혹은 익숙지 않은 허브 향인가? 싶었는데 정면 책상에 사탕이 담긴 접시가 보이고, 그 건너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벽의 위층은 모조리 유리로 돼 있었고, 그 뒤로 인공지능 로봇들이 서 있었다.


녹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말했다.


“아. 위층은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은 가드니까. 방음 유리라 들리지도 않아요. 녹음 녹화 당연히 없지만 허튼 수작도 말아요. 리모트 컨트롤 웨폰 시스템이 있어서 머리에 구멍 나도 난 몰라요.”


로봇 가드들은 단기기억 조차 없이 프로그래밍 된 대로 대응만 할뿐으로, 저장되는 매체 자체가 없는 모델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주변 벽에 매달린 총구를 가리켰다.


방음벽 뒤의 로봇 가드들이 조종한다는 얘기군.


“의뢰할게 있소만.”


“말하세요.”


그녀가 녹색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벅벅 긁으며 지루하다는 듯 말한다.


태현은 고개를 살짝 갸웃 했다.

뭔가 이상하다.

기묘하게 어색한 느낌?

그래서 능력을 사용해봤다.


<이름 : 마리>

*근력 : 10-2 *민첩 : 12-2

*지능 : 10-3 *지혜 : 9-1

*HP : 180-55

*대상의 육체 및 의식에 손상이 있음.

-오른 쪽 다리 절단으로 기계 파츠 대체(5년전)(HP-55).

-심각한 자발적 기억 상실(4년전).


다리 절단.

자발적 기억 상실.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기억 구조체들을 띄워 봤는데 시커멓다.


오지랖은 그만.


태현은 분석 분해의 시야를 멈췄다.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두 가지인데, 먼저 남궁중천이란 자가 앞으로 1주일 이내에 돈을 많이 번 티가 나는지 알아볼수 있겠소?”


“간단한 일이군요. 1천만원짜리 최하급이에요. 그 다음은?”


“그리고 남궁취랑이란 자가 어떻게 처분 됐는지 알고 싶은데.”


“그것도 간단하군요. 하지만 남궁가 대외비는 프리미엄이 붙어요. 3천만원만 내세요. 합해서 4천만원.”


녹색 머리카락의 여인.

마리가 카드 결제기를 내밀었다.

태현은 그 슬롯에 하대소에게서 얻은 카드를 직접 꽂았다. 고작 4천만원. 하지만 실제 정보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일 거다.


띠링.


“됐어요. 의뢰내용은 3일후 공용 게시판 사서함 33029362번에 저장 될 거예요.”


마리가 작고 단단한 플라스틱을 하나 찍 뽑아서 내밀었다.

특정 공용 게시판에 접속할수 있는 암호화된 키가 들어있는 토큰이다.

사서함 번호가 기재돼 있으니까, 찾아서 토큰으로 접속하면 끝. 읽고 나면 기밀도 자동 파기 된다.


태현은 그 말을 들은 직후.

마리의 단기기억 구조체와, 의식 구조체 사이에 쇼크 구조체를 조합해 놓았다.

이번 일의 기억을 잊어버리도록.


정보 의뢰 자체는 하부 실행 조직에 넘어간 직후 이곳에선 파기가 되며, 이곳은 어떤 녹화 녹음 도청 장치도 없는 클린 룸으로 정보의뢰 자체의 완전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단 하나.

저 마리의 머리에게 남아 있는 기억을 제외하면.


그래서 기억이 떠오르지 못하도록.

얼굴을 떠올릴수 없도록 해 놓은 것이었다.


누가 남궁가의 뒤를 캐고 다니는지 아무도 모르도록.


이미 기억 상실로 고통 받는건 알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 기억상실은 스스로 닫아 버린 핵심적인 기억일 테고, 이번 일은 단순한 단편기억일 뿐이니까.

서로 영향을 줄수 없다.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럼. 이만.”


태현은 낮은 목소리를 남긴 채 그곳을 떠나갔다.


쿵!


문이 닫히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응? 나 지금 뭐했지?”


마리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방금 뭔가 거래를 한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


“윽!”


거기에 웬 두통?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이상해.

단말기에 카드까지 찍혀 있네?


‘4000만원?’


물론 알 수는 없다.

이미 정보계 조직으로 명령이 하달된 후 자동 폐기 됐으니까. 의뢰수준에 맞는 조직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시스템이다.


“피곤한가봐. 클로드 선배가 피곤할 땐 쉬라고 했어. 컨디션 유지 컨디션! 유지.”


마리는 버튼을 하나 눌러 휴식 상태임을 외부에 알리고는.

훌렁!

녹색 가발을 벗어 던지자, 갈색 단발머리가 나왔다. 그리고 목에서부터 얼굴을 감싼 가짜 피부도 벗어 던졌다.


“피곤할 땐 목욕이 최고라고 클로드 선배가 그랬어.”


누가 봐도 20대 초반에 불과한 마리.

하지만 그녀는 4년 전 선배의 뒤를 이어 정보상과 의뢰상을 상속 받아 운영하는 당당한 암흑상이다. 장래 소망은 원거리 저격수.

휙!

마리가 커튼이 드리워있던 벽을 드러냈다.


<RIP 클로드 2027-2076>


짧은 문구의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

마리가 클로드 품에 안겨서 찍은 유일한 사진. 아니 유일하게 존재하는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건 마리를 기분 좋게 하는 유일한.

그리고 마리를 힘들게 하는 유일한.

그러나 안볼 수 없는 유일한.

기억.


“기분이 좋아! 바보짓만 않는다면 죽이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금세 마리는 욕조에 머리를 담가 부글부글 거품을 만들어내다가 나왔다.

갈색 머리카락이 새하얀 피부에 드리워졌고, 비누거품과 물방울이 이마에서 눈을 거쳐 볼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클로드 선배만 살아 있으면 더 더 기분이 좋았을 테지만, 마리는 괜찮아. 선배가 남긴 일을 돌볼 수 있으니까. 괜 찮 아.”


좀 자고 나면 더 괜찮아 질 거야.


“그치?”


마리의 옆에. 냐옹.

노란얼룩 고양이 한마리가 빤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가 데리고 왔던 마지막 가족이.

냐옹. 냥! 냐옹!

고양이가 빨리 나오라고 머리 이마를 솜방망이로 뿅뿅 때린다.


“괜찮아. 난 오래 네 곁에 있을거야. 바보처럼 클로드처럼 하진 않을 거라구.”


냥. 냐옹!


*


“주군형! 부모님은 분명 계실거야! 걱정 마!”


도강빈이 운전 연습겸 K스페셜을 몰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강빈아. 너희 가족들부터 찾자.”


“아니야! 주군형! 난 집을 떠난지 13년 밖에 안됐다구! 형은 50년이나 지났는데 어디가 더 급하겠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도강빈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12살 때 잃어버린 가족을 13년 만에 찾게 됐는데, 안 그럴수가 없겠지.

끼긱!

결국 자율주행이 차량 이탈로 멈춰 섰다.

앞이 안보이니 운전이 안 되는 거다.


“강빈아. 50년이다. 늦었을수도 있다. 먼저 너희 가족들부터 찾자.”


하지만 도강빈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음을 터트렸다.


“형! 나 나쁜놈으로 만들거야? 안돼! 안된다구! 형네 부모님이 더 급하다구!”


주군형 가족이 먼저라고 50년만에 만나는걸 미룰순 없다고 우겨서, 결국 옛날 집을 찾아서 다시 이동했다.

대신 운전대는 강필성이 다시 잡았다.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어 어어.”


도강빈의 고개가 하늘 끝으로 올라갔다.

빌딩.

그것도 100층? 아니 200층에 1,000미터도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빌딩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론 주변도 모조리 거대한 빌딩들.


“주군형. 이 동네에 살았었구나. 나도 여기서 멀지 않은데 살았는데.”


당황스러운 얼굴인 게, 아무래도 둘 다 못 찾을 상황이다.


“네가 여기 살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지?”

“응. 그땐 주군형이 말했던 것처럼 그냥 빌라촌이었어. 저 앞에는 그때도 큰 빌딩이 있었지만.”


도강빈이 멀리 높이 솟은 스카이라인과 그 사이를 지나는 높다란 도로들을 가리켰다.

중심가 쪽인데 그쪽은 300층도 넘어 보였다.

원래 이쪽은 산이랑 가까운 빌라 촌이었는데, 위로 산까지 모조리 헐고 그 위로 초고층 빌딩들이 올라서 있었다.


넘어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광명 시티에서 평행차원을 뚫은 건 능력자 프리랜서 연합인데, 그 곳 차원문에서 막대한 규모의 시멘트 등의 건축 자재가 쏟아져 들어온다고 했다.

그 때문에 빌딩들이 끝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이었고.


“다시 가야겠다.”


그 정보상한테 가보는 수밖에.

주소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


사락!


그 유리 주발을 빠르게 제친 후 들어섰다.

역시 캔디 냄새가 맞다. 이번엔 딸기.


털썩.


태현은 테이블 앞 의뢰인석에 바로 앉았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름은 김동훈이고 광명시에 계속 사셨습니다.”


간단히 인적사항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녹색머리카락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본적 있었나요?”


“아니오.”


두 시간 전에 봤지만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고개를 더 갸웃 거린다.


“근데 코코 거기 왜 있어. 이리와! 코코. 낯선 사람한테 올라가는 거 아니야.”


냥!

이 녀석이 코코인가?

노란 얼룩 무늬 고양이가 무릎에 올라오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의뢰부터.”


태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고양이 때문에 실랑이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손은 고양이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음. 그런 간단한 신원조회는 우리한테 안맞아요. 그래도 왔으니까 기본 천만원만 내세요.”


그러더니 마리가 테이블 앞에 놓인 카드 결제기를 가리켰다.

띠링!

카드를 넣어 결제 뜨자마자, 다다닥 키보드 같은걸 두드리더니 찍! 곧바로 얇은 플라스틱 토큰을 하나 뽑아 내밀었다.


“간단한 정보지만 절차상 1시간 후에 공용 게시판에 접속할수 있어요. 근데 공용 게시판 사서함 조회법은 알고 계시죠?”


“모릅니다만.”


처음에 물어볼까 하다가 강필성한테 알아보라고 하려고 넘어갔었는데, 정곡을 찌른다.


“무선 단말기도 없죠?”


“....”


그게 뭔지 모른다.

라고 하기엔 민망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뭔가를 앞에 내밀었다.


“삼천만원이에요.”


태현은 결제슬롯에 다시 카드를 넣었다.

안살수가 없는 거다.


“이 무선 단말기는 다른 지역에서 쓰려면 통신칩을 사서 갈아야 해요. 그리고 게시판 접속만 되니까, 전화를 하려면 운송사업자용 무선 전화기도 있어요. 이것도 타지역은 통신칩 갈아 넣으면 되는 건데, 1억만 내셔요.”


뭔가를 또 하나 내민다.

운송사업자용 전화기라고 지역에서만 쓸수 있다지만, 통신칩만 바꾸면 다른 도시에서도 쓸수 있다니.

땡긴다.

띠링!

결국 긁었다.


“그리고 도상우란 사람도 찾고 있습니다....”


그것도 1,000만원.

띠링!

모두 1억5,000만원을 쓰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2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정보도 얻고 통신 수단도 얻었으니까. 라고 하기엔 너무 큰 지출이었다.

그래도 어쩌랴. 필요한 것을.


꾹!


태현은 무선 전화기와 단말기를 움켜쥔 채 일어났다.

동시에 고양이가 훌쩍 뛰어내렸고,

그 사이에 마리의 단기기억 구조체와, 의식 구조체 사이에 또 하나의 쇼크 구조체를 조합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번 일도 잊어버리도록.


냐옹.


고양이가 기억을 하는것 같지만.

고양이인데 뭐.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쿵!


“응?”


마리는 고개를 갸웃 했다.

뭔가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방금도 뭔가 거래를?


다닥!

단말기도 하나 없어졌고.

다다닥!

전화기도 하나 없어졌고!

역시!

카드 거래 내역도 추가 돼 있네?


“또 목욕 해야겠어.”


풀럭.

가발과 가짜 얼굴을 벗어던진 마리가 부재중 버튼을 누른 후 욕조에 물을 받으며, 벽의 커튼을 열어 ‘그 사진’을 드러냈다.


“괜찮아! 기분이 안좋을 땐 아아를 리필 해줘요~”


위이이잉!

하지만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이 미끄러져 캬라멜푸라푸치노가 뽑혀 나왔고, 그 위에 치이이익 휘핑크림 잔뜩 초코시럽까지 추가했다.


부르르르르!


하지만 딱 한모금 마신 후 바로 물거품 속으로 머리를 담갔다.


냥! 냐옹!


코코가 물에 잠긴 머리를 톡톡 친다.

그때 문득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


뭐지?

코코가 왜 낯선 사람 무릎에 올라가 있지?

기억?

아니면 꿈?

대낮에 무슨 꿈?


“너. 코코. 우리 사이엔 클로드 밖에 없는 거잖아? 처음 보는 아저씨한테 올라가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냐아오앙!

코코가 기다랗게 하품을 한다.


이게 뭐람.

코코한테 잠꼬대를 다 하고.


“알았어. 설교는 그만할게. 대신 앞으로 첨보는 사람한테 또 올라가지 않기다? 약속.”


먕!

코코가 알았다고 이마에 꾹! 도장을 찍는다. 그러고도 냥! 냥! 계속 찍는건 빨리 나오라는 것이지.


“괜찮아. 피곤할때 잠깐 쉬는것 뿐이야. 기다려 줄거지? 좀 이따 놀아줄게.”


머리가 아파.

오늘은 조금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


「김동훈 1970년생. 재개발 시점에 쫓겨나 산위에 토굴을 파서 거주. 실종된 김태현 김민국을 평생 찾아다니다 2079년 사망. 직전까지 살던 주소는....」


동생 김민국도 실종.

그리고 부친의 사망.


태현의 단말기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린다.

그럴거라 생각은 했지만 돌아가셨다.


‘이러면 부활을 시도해볼 수밖에.’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고.

먼 훗날에나 그것도 가능하지만.


가능은 했다.

되 살리는 것이.


‘그리고 민국이도 찾는다.’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다.


그리고 주소도 구했다.

주소라기 보단 가장 큰 도로에서 찾아가는 길. 그리고 간략한 지도 등등. 일종의 우범지역 체크리스트 수준이다.

이걸로 엄마랑 여동생은 바로 찾을 수 있겠지?


단말기에는 정보에 대한 주석들도 달려 있었는데, ‘토굴’에 대한 정보를 터치해보았다.


「토굴 : 지역 재개발 재건축이 완료된 시점에 보증금이나 매입자금, 재건축분담금 등의 부족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건축 자재들을 주워 산기슭에 만든 집들. 인스턴스 하이웨이를 타고 이주할 여건도 안 되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함. 우범 섹터.」


이사에도 수천만원씩 깨지니까 갈곳을 잃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저런 곳에서 살게 된다는 거였다.


「도상우 2031년생. 현재 위치 확인 불가. 실종된 아들을 찾다가 재개발 직전 입주권 딱지를 3억에 팔고 그 돈으로 부인, 딸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분석됨.」


그러니까 살던 빌라가 재개발이 될 시점에, 그 입주권 딱지를 그냥 팔고 그 돈으로 집도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얘기.


우드득!


같이 단말기를 보던 도강빈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전국을 돌아다닌다.

찾을 수 있을까?

가족이 셋인데, 부친이 일당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면, 온가족이 같이 도시를 넘어가 부친은 다시 일을 하고, 모친이랑 여동생은 알바같은 걸 하면서 찾아다니고 그런 상황인것 같았다.


“꼭 찾아주마.”


태현은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같이 돌아다니는 수밖에.

두 부부가 한달에 한번 꼴로 돈을 모으고 돌아다닌다면, 우리는 우리 차로 매일 돌아 다닐수도 있다.

그만큼 월등히 빠르게 그쪽에 접근할 수가 있다는 얘기.


‘정보상에 의뢰하면 될 거다.’


막연하긴 했지만, 다른 도시에 도착해서 또 의뢰를 하면 될 거다.

그래도 겸사겸사 방문할 지역에서 비싸게 거래 되는 것들을 사서, 초월공간으로 옮기면, 하이웨이 수수료 빼고도 돈을 벌 테니 일석이조다.


“형!”


도강빈은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지는 태현과 굳세게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강필성과도 굳게 주먹을 마주쳤다.

유일하게 가족이란 생각 되는 사람들. 애나까지 떠오른다.

그들이 있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지만, 이젠 진짜 가족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13년 만이야.’

13년간 꼼짝도 못하고 뒷골목에 갇혀 죽어가다가 이제야 빛이 보인다.


“가자.”


셋은 나란히 어깨를 모으고 K스페셜로 향했다.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차가 올라갈수 없는 지역.

그곳까지 올라가서야 주소지가 가리키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2080년에 이런 집이 있을수 있나?


다 깎은 산 아래.

그곳에 낡은 나무토막들을 쌓아 만든 집.

쫓겨난 사람들이 사는.

갈 곳이 없는.

힘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집.

공식 정부란 게 사라지고, 모든 게 힘의 논리로 귀결되면서 벌어진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꺄아아아악!


어디선가 비명이 터진다.

폭이 좁은 길가에 나와 놀던 아이들 일부는 빠르게 숨어들어갔지만, 일부는 숨지도 않는다.

태현은 강필성 도강빈과 함께 그 길의 끝까지 올라갔다.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백발의 할머니가 보였다.


하얀 눈.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은 그 눈으로 멀리 산 아래를 바라본다.


“엄마. 이제 들어와. 밥 먹어야지.”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여동생인가?


“오냐. 들어간다.”

“들어오라고. 밥 다 식어.”

“그래. 들어간다.”


둘의 대화는 한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반복.

어울리지 않는 투정.

그리고 다시 반복.


“엄마. 밥 먹어야지. 태현이 오늘 안 와.”


“아니다. 오늘 온다.”


“안 온대두.”


“아니다. 내가 꿈에서 봤다. 오늘 와.”


“아이고. 엄마 벌써 50년이야. 올래면 벌써 왔지. 어제도 그제도 50년 째 그 얘기. 이젠 그만 할 때도 됐어.”


“아이고. 벌써 그렇게 됐어? 아이고 세상에.”


50년간.

망부석처럼 서 계셨구나.


바로 앞에 서 있는 아들이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그렇게 서 계셨구나.


세월이 가는 것도 잊으시고 그렇게.


태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강필성도 도강빈도 골목에 기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게 다 내 잘못이다.’


힘이 없어서.


늦게 탈출한 내 잘못.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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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상단행 3 +6 23.04.13 6,434 141 15쪽
12 [12] 상단행 2 +7 23.04.12 6,880 147 17쪽
11 [11] 상단행 1 23.04.11 7,263 164 12쪽
10 [10] 정당거래 4 +2 23.04.10 7,569 172 15쪽
9 [9] 정당 거래 3 +8 23.04.09 7,600 163 15쪽
8 [8] 정당 거래 2 +6 23.04.08 7,801 170 15쪽
7 [7] 정당 거래 1 +4 23.04.07 8,679 168 17쪽
6 [6] 다운타운 3 +7 23.04.06 9,180 181 18쪽
5 [5] 다운타운 2 +8 23.04.05 10,015 197 16쪽
4 [4] 다운타운 1 +2 23.04.04 11,144 194 12쪽
3 [3] 그것은 기적처럼 2 +6 23.04.04 11,655 224 11쪽
2 [2] 그것은 기적처럼 1 +4 23.04.04 13,188 219 14쪽
1 [1] <Prologue> +10 23.04.04 17,658 2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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