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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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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타
작품등록일 :
2022.08.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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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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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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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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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당신의 친구가 죽는다고!

DUMMY

35화.




금발의 간호사 이름이 안젤라였다.


술자리 내내 그녀는 로멜루에게 고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호감을 내비쳤다. 말미에는 은근슬쩍 서로 손을 잡았고, 귓속말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며 묘한 눈웃음으로 미소도 던졌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그의 방에서 사라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로멜루. 자신 있죠?”

“네.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오전엔 제가 보이지 않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하하하.”

“네 알겠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하하하. 염려하지 마세요. 저에게 넘어간 여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오늘 새벽. 술집을 나와 그녀를 부축해 택시를 태우기 전 나눈 대화였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 따봉을 보여주며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갈 때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정말 무슨 일이 생겨 한껏 축 처진 목소리로 이 새벽에 나를 깨운 것이다.


“당장. 병원으로 출발할 테니. 일 층 로비에서 봅시다.”

“... 네.”


급히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와 브라이언의 방 문을 강하게 두들겨 그를 깨웠다.


“브라이언. 급한 일이 생겼어. 얼른 나와!”

“아! 또 뭔데. 누가 도망이라도 간거야?”

“안젤라가 사라졌어.”

“뭐!”


새벽부터 눈알을 부라리는 그를 재촉해 곧장 로비로 내려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던 로멜루는 우리를 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라이올라.”

“지금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병원으로 갑시다. 택시부터 잡아요.”

“네.”


우리는 부리나케 호텔을 빠져나와, 빈 택시를 잡았고, 퐁피두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자마자 잠만 잤다고?”

“네. 죄송합니다. 그녀가 샤워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그만...”

“뭐! 이 사람이 진짜...”

“그만해 브라이언. 어제 모두가 많이 취했잖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자신만만하게 들어가더니, 아무 짓도 못 하고 잠만 쳐 잤다는 게 말이 돼! 그리고 새벽에 그녀를 놓쳐다고? 밤새 안 잔다며?”

“...죄송합니다.”

“그럼 그녀가 몇 시에 나갔는지도 모르겠네?”

“...네. 오줌이 마려워 눈을 떴더니 그녀가 보이지 않아 즉시 연락을 드린 겁니다.”

“아. 놔! 어젯밤 방으로 들어가면서 따봉은 왜 보인 건데?”

“죄송합니다. 예전엔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어젠 많이 취했나 봅니다.”

“앞으로 함부로 따봉을 했다간 손가락 분질러 버린다.”

“아. 네.”


결국, 로멜루는 브라이언의 눈총과 역정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깨를 움츠린 채 바닥만 내려봤다.


“브라이언 이제 그만해. 일단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실 근처와 병동 전체를 살피세요. 저는 3층으로 올라가 플로리안과 함께 수술실로 이동하겠습니다.”

“..네.”

“이번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막아야 합니다. 그녀가 보이는 즉시 강제로 끌고 나오세요. 애원하든, 협박하던, 모든 일은 제가 책임질 테니, 결코 수술실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브라이언.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그녀가 출근했는지, 간호사 대기실로 가서 확인 해줘.”

“알았어. 어이구. 내가 이 방법이 안 통할거라고 말했지!”

“... 죄송합니다.”

“기사님. 최대한 빨리 좀 가주세요. 요금을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아. 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컴컴한 파리 중심부를 달리던 택시는 다시 한번 괴랄한 엔진 소리를 내며 환한 가로등 사이를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차창 밖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자,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았던 플로리안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차민호 씨 꼭 그녀를 막아 주세요.”


아침 7시면 플로리안의 수술이 시작된다.


큰 구멍이 생긴 심장을 들어내고 인공심장으로 대체한 후, 혈관에 생긴 구멍도 인공 피부로 덧대는 수술이다. 시간만 10시간이 걸리는 길고 긴 생명의 사투가 벌어진다.


전생에서 그녀가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구체적인 정황을 알 수 없지만,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얼마나 위험한 수술인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손을 떨며 보조 스텝으로 참여한다는 건 살인 행위나 다름없었다.


‘절대로 놓치면 안 돼.’


아침 6시. 병원에 도착 후 3층 병실로 올라가자, 남자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플로리안은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네요.”


밤새 울었는지 그녀의 눈두덩이가 부어있었다.


플로리안의 푸르던 입술은 잿빛이 되어 곧 사그라지는 낡은 꽃잎처럼 보였다. 이제 그의 운명은 나와 수술실 의사만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이제 수술실로 이동하겠습니다.”


침대를 끌고 입원실을 빠져나가는 간호사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따르릉. 따르릉.


병실을 빠져 나올 무렵 병동을 뒤지던 브라이언이 연락을 취해왔다.


“라이올라. 1층부터 샅샅이 뒤졌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그리고 안젤라가 병원으로 출근한 건 맞아. 조금 전 간호사 대기실에서 확인했어.”

“오케이. 일단 수술실 입구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좀 더 확인을 해줘. 7시에 수술이 시작되니 그전에 로멜루와 함께 돌아와.”

“알았어.”


“지하 1층 좀 눌러주세요.”


지금 시각 6시 35분. 수술실 앞에 도착해 잠시 입구에서 우리는 대기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이 푸른 수술복을 입고 하나둘씩 비장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간호사들이 수술실을 들락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이자, 나의 눈동자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입구로 다가가 잠시 열린 문틈을 통해 내부를 훑으며 그녀의 모습을 찾았지만, 결코 보이지 않았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갈까 잠시 생각을 했지만, 괜한 오해로 소란이 발생한다면 이곳에서 머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시범수술을 앞두고 병원 관계자와 인공심장을 제공한 카르마 측 직원들이 수술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제는 번잡한 분위기 탓에 머리마저 혼란스럽다.


“이제 비키세요. 들어가야 합니다.”


수술 시작을 알리는 표시등이 점등되자, 남자 간호사들은 침대를 끌었고,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는 힘없이 놓아 주었다. 그리고 하얀 백열등이 환하게 비치는 그곳으로 침대는 천천히 입장했다.


“차민호씨 아디오스.”


‘...뭐! 마지막 인사라도 한 거야?’


생각지도 못한 그의 환청이 들려왔다.


숨이 턱 막히더니 입속이 바짝 말라 왔다. 저 문이 닫히면 더 이상 그를 구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제길.”


“라이올라.”


브라이언의 음성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은 지친 기색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 역시 수술실로 들어가는 플로리안을 보더니 끝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였다.


“라이올라. 어떡하지.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는데.”

“브라이언. 그냥 수술실로 들어가자,”

“뭐라고. 미쳤어? 들어갔다가 수술 방해로 쫓겨나고, 고소라도 당할거야?”

“그렇다고 저렇게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안돼!”

“당신의 친구가 죽는다고!”

“.....?”


그에게 큰소리를 외치며 몸을 돌이켜 수술실로 향하자, 브라이언이 급하게 나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놔!”

“라이올라! 잠시만.”


그 순간 브라이언의 눈동자가 한참이나 커지더니 나의 손목을 슬그머니 놓았다. 그리고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저기 있어. 저기 안젤라가 있다고!”


닫혔던 수술실 문이 기적같이 열리더니, 한 여자 간호사가 빠져나왔고, 그 순간 수술실 내부에 있던 안젤라를 브라이언이 목격한 것이다.


그는 급하게 몸을 움직여 닫히려는 수술실 문을 통과해 안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자신을 제지하는 간호사 몇 명을 밀치더니 결국 놀란 눈으로 멍하니 서 있는 안젤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안젤라!”

“아아아!”


브라이언의 육중한 몸에 밀린 그녀는 결국 약품이 올려져 있는 밧드를 허공 속에 날리더니, 불행히도 바닥으로 넘어지며 연약한 손으로 수술실 바닥을 짚었다.


“아앗!”



*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짓들입니까? 우리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요?”

“네. 안젤라를 불러서 확인해보시죠.”


병원 사무실로 끌려와 의사들과 병원 관계자에게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젤라는 결국 손을 다쳐 수술에서 빠졌고, 이제 그녀가 발뺌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잠시 후. 손목에 붕대를 감은 안젤라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흐릿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괜히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평생 마음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손목이 부러지는 게 낫을 것이다.


“안젤라 이 사람들의 말이 맞아요?”

“... 네. 죄송합니다. 그동안 많은 수술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


자신의 알코올 중독을 고백하자, 모두 입을 다물고 안타깝게 그녀를 쳐다봤다. 이후 죄송하다는 사과를 건네고 우리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한바탕 소란은 있었지만, 플로리안의 수술은 진행되고 있었다. 수술실 앞으로 돌아오자, 대기석에 앉아있던 플로리안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해요. 위험한 수술인데 알코올 중독이라니....”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잠시 1층 로비로 올라왔다. 아침 식사 대신 커피를 들고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새벽부터 시작된 긴장된 몸이 한꺼번에 풀리는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브라이언도 로멜루도 퀭한 눈빛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로멜루. 수고했어요. 나와 브라이언은 플로리안의 수술 결과를 기다려야 하니, 당신은 식사를 하고 지단의 에이전트를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가 병원에서 빠져나가자, 브라이언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왜?”

“내 친구라니? ... 플로리안이 내 친구야?”

“뭐. 우리는 다 친구지. 너랑 마크가 친구가 된 것처럼. 플로리안도 우리의 친구라는 말이야.”


엉뚱하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현재는 브라이언이 나의 친구지만, 전생에서 라이올라와 브라이언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브라이언. 어쨌든 네가 일등공신이다. 앞으로 플로리안의 모든 연봉과 이적 수수료는 회사가 아닌 너의 개인 몫이 될 거야.”

“뭐?”

“내 말을 믿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거니까.”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안젤라를 찾고 막은 건 브라이언의 공이 확실했고, 그걸 떠나 그는 나에게도, 라이올라에게도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이어진 대장정의 수술은 저녁 8시 무렵 끝이 났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이 환한 표정으로 나오자, 병원 관계자와 카르마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저녁 무렵. 수술실 앞을 가득 메운 신문사 기자들은 집도의와 인터뷰를 따기 위해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첫 번째 수술이 성공했다.


인터뷰에서 집도의는 수술 도중 두세 번의 호흡이 중단되는 위험한 상태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살겠다는 플로리안의 굳은 의지 덕분에 성공적인 수술로 마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앞으로 일 년 정도 몸을 회복시키고, 인공심장의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머니 이건 계약서입니다. 플로리안이 회복되고 본격적인 축구 선수로 복귀하면 계약 내용이 실행됩니다. 그리고 회사의 장학금 제도를 이용해 그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장학금요?”

“네. 매년 회사에서 우수한 유망주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플로리안이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꼭 저와 브라이언에게 연락을 주세요. 사소한 거라도 의논할 일이 있다면 꼭 연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플로리안을 좋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수술이 끝난 플로리안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나서 그의 눈과 입술을 보고 싶었지만 면회가 허락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는 눈을 뜨고 회복이 되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할지 궁금했다.


어쨌든 덕분에 다시 파리로 와야 한다. 그때는 아름다운 파리 거리를 원 없이 걷고 싶다.


지이잉! 지이잉!


“네. 라이올라입니다.”

[로멜루입니다.]

“네.”

[지금 지단의 로컬 에이전트 로우와 만나고 있습니다. 내일 오전에 호텔로 찾아오기로 했는데. 괜찮을까요?]

“좋습니다. 내일 봅시다. 점심 시간에 맞춰 오라고 하세요. 함께 식사나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영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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