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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타 님의 서재입니다.

구단주가 된 슈퍼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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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타
작품등록일 :
2022.08.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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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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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루드를 스트라이커로 1

DUMMY

29화.




덜덜거리는 중고차 한 대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우리 차를 앞서 나갔다. 출발 전. 큰 키에다 허리를 바짝 숙이고 운전석에 앉은 루드를 보자, 당장 차부터 한 대 사주고 싶었다.


“들어오세요.”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고풍스러운 집 외관에 이어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실내였다. 그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자, 티브이를 보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우리를 보고 얼른 일어섰다.


“아버지. 손님이 왔어요.”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올라입니다.”


경기장을 떠나기 전 미리 전화를 드려 방문 요청을 드렸기에 별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당신을 모른다면 축구선수 가족이 아니죠.”

“아. 네.”


똥개가 퍼트린 소문을 이미 접했는지 걱정이 되었다. 오베르마스씨처럼 탐탁지 않다거나, 아니면 아예 싫다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혹시 저의 소문을 들으셨다면, 이 자리에서 변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아니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쁜 소문이든 좋은 소문이든 별 관심이 없으니까요.”

“.....”

“근데 무슨 일로 오셨죠?”


딴 얘기 말고 용건만 말하라는 뜻이니 굳이 둘러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직진이다.


“루드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이전 에이전트와 결별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저희가 루드를 맡고 싶습니다.”

“조건은요? 아니 아약스 1군으로 이적할 수 있을까요?”


아들이 아약스 1군으로 이적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조건을 내민 것이다. 그 정도 제안 조건이 아니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는 엄포이기도 했다.


아약스 1군 정도면 프랑크 회장과 딜만 해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 루드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보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조건은 루드를 훌륭한 스트라이커로 성장시켜 드리겠습니다.”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나름 예측을 하자면 아버지는 에이전트의 생뚱맞은 말에 놀랐을 것이고, 아들은 그동안 간직한 속내를 들켜 놀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브라이언도 딸꾹질이 나오는 걸 억지로 입을 막고 참고 있었다.


“혹시 선수를 착각하고 오신 건 아닌가요. 루드의 포지션은 미드필더이지 센터포워드가 아닙니다.”

“아버님. 루드는 미드필더보다 골 게터로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드의 표정에 나름 기대감이 보였다. 긍정적인 신호다. 지금까지 다른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는 미드필더로 루드를 찾아왔겠지만, 스트라이커로 변경을 제안한 에이전트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실제 그의 축구사를 보면 덴보스와 비슷한 기량의 헤이렌베인팀으로 이적 후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감독 덕분에 스트라이커로 변신했고, 에인트호번의 영리한 스카우트에 의해 그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맨유와 레알을 거쳐 그의 명성은 완성된다.


“아약스와 에인트호번 그리고 페예노르트로 이적보다,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더 큰 리그로 이적하는 건 어떻습니까.”

“음... 글세....”


“지금은 미드필더지만 루드는 스트라이커로 충분히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을 키우고 포지션을 바꿔 전문 골게터 훈련을 받는다면 천재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루드는 나름 기대을 갖는 듯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믿기지 않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만 저었다. 아들의 미래와 관련된 결정이다.


처음 만난 에이전트의 말을 믿고 아들의 포지션을 바꾼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덴보스에서 미드필더로 주전 자리를 겨우 잡은 아들이기에 포지션 변경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거실에는 브라이언과 나만 남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며 다른 방으로 옮겨갔다. 지루한 시간이 또 흐르기 시작했다.


휴대폰은 생겼지만,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인터넷 검색이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미래의 휴대폰은 아니었다.


‘십 년이 지나면 아이폰이 생기겠지. 반드시 그래야 하고.’


“저기. 라이올라”


잠시 후 이야기를 끝낸 두 부자는 무거운 표정으로 거실로 돌아왔다. 나의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예상은 했다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입속이 씁쓸했다.


“스트라이커 포지션 변경요청은 저희에게는 놀라운 제안입니다. 사실 루드도 원해 왔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덴보스에서 주전으로 뛰려면 미드필더 자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었다. 구단에서 포지션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입으로 떠드는 에이전트 말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나 역시 미래를 몰랐다면 이런 제안은 개소리라고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준비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다음 주. 이번 시즌 덴보스 마지막 경기가 있습니다. 이 경기에 루드가 스트라이커로 나선다면 저의 말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뭐!”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이번엔 같은 의미의 놀라움이다.



*



터엉!


브라이언은 문을 강하게 닫고는, 안전벨트를 매기도 전에 눈알을 부라리며 쏘아붙였다.


“미쳤어. 덴보스의 스쿼드를 어떻게 움직이려고 그런 말을 한 거야! 뭐 아약스를 인수하겠다더니 벌써 덴보스라도 인수한 거야?”

“잔소리 그만하고, 지금 바로 데히어 감독 집으로 가기나 해.”


북유럽이라 그런지 6시를 훌쩍 넘었는데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은 따가웠다.


오늘 오후 경기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 룸으로 향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지만, 입구에서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얼굴에는 미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창문에 데히어 감독의 얼굴이 떠올랐다.



똑똑똑!


“누구시오?”

“안녕하세요. 라이올라입니다.”


데히어 감독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예상치 못한 나의 방문에 살짝 당황스러웠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이젠 햇볕도 사라져 집 주변은 어두워졌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비치는 불빛들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들어오세요."

“여긴 브라이언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칠십을 바라보는 감독이지만, 오래전 네덜란드 국가대표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다. 그에겐 세 아들이 있었고, 그중 늦둥이 막내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근데 무슨 일인가요?”


테이블에 놓인 찻잔에서 향기로운 향이 올라왔다. 맛이 궁금해 한 모금을 마시고 내려놓았다.


“한 달 전 경기에서 후반전이긴 하지만 루드가 스트라이커 위치로 이동해 경기를 마친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아. 네. 그런데....”


데히어 감독의 눈빛에 살짝 실망감이 맴돌았다. 아들 니콜라이가 아닌 루드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루드의 센터포워드 잠재력을 알고 계시죠?”

“......”


잠시 대답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지만, 부정적인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소, 루드의 신체 조건이나, 골 게터로써 감각은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미 팀에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와 유스팀에서 올라온 후보 선수가 존재합니다. 그가 최전방 공격수로 뛸 스쿼드 여유가 없다는 말이죠. 그리고 팀의 미드필더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고요.”


잠재력을 물었더니 팀 사정까지 말해줬다. 뭐 그렇다면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니콜라이가 아약스 유스팀에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젠 나이도 많아 더 이상 유스팀에 머물기도 힘든 상황이죠. 게다가 2부리그 입단은 꺼리고 있고, 타 구단이나 아약스는 그에게 어떤 제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니콜라이의 에이전트가 되어 책임지고 아약스 1군으로 입단시키겠습니다.”

“.....”


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경기장에서 나에게 보낸 그 미묘한 표정에 대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죠?”



*



따뜻한 거실에서 든든한 차 한잔을 마시고 나오니, 차가운 밤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감독님.”

“네. 니콜라이와 루드를 잘 부탁합니다.

“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가운 포켓에 손을 넣고 배웅하는 데히어 감독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라이올라 덴보스 마지막 경기와 니콜라이의 아약스 입단을 바꿔? 그리고 루드는 미드필더야. 그가 하루 만에 스트라이커로 뛴다고 달라질 게 있냐고?”

“하나씩 풀어가자, 루드에게 스트라이커로 마지막 경기를 뛰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에게 니콜라이 아약스 입단을 약속했으니 약속만 지키자.”

“아. 몰라. 알아서 해!”


데히어 감독과의 딜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다행히 주전 스트라이커 한 명이 타 팀으로 이적을 준비하고 있기에 루드의 포지션 변경도 문제가 없었다.


니콜라이는 프랑크 회장을 설득하면 된다. 루드의 이적을 위해선 그도 흔쾌히 허락할 것이다.



*


일주일이 지나, 나와 브라이언은 FC 덴보스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 또 다시 더빌러르트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오늘은 모처럼 프랭키와 차수현도 동행했다. 두 사람은 프랑크 회장과 미팅을 끝내고 일주일간 밤을 꼬박 새우며 서류작업을 했기에 바람이나 쐬자고 제안했다.


할렘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주변 환경이 한국과 틀려서인지 차수현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바깥 구경하기에 바빴다.


“한국이랑 많이 다르죠?”

“네 신기해요. 여긴 높은 산은 없고 대부분 평지예요.”

“네. 바쁜일 끝났으니 주말에 프랭키랑 이곳저곳 구경도 하세요. 나름 가볼 곳이 많을 거에요.”

“네.”


“라이올라.”


뒷좌석에 앉아 있던 프랭키는 할 말이 있는지 대화를 끝내자 곧장 나의 어깨를 짚으며 불렀다.


“검토가 완료되면 보고하겠지만, 프랑크 회장의 투자금액은 우리 회사 지분의 25퍼센트를 차지해.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금액치곤 제법 큰 돈인데 사전에 조율한 거야?”

“네.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영에 위협을 가할 수가 있을 텐데.”

“괜찮습니다. 그에 따른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 참 한 가지 더. 이번 투자금액은 프랑크 회장의 비자금이라 투자자는 제삼자의 명의로 하기로 했어.”

“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삼자가 누구죠?”

“베슬리야. 몰랐어?”

“... 네?”


정면을 주시하며 운전하던 브라이언이 급히 고개를 돌려 뒷좌석 프랭키를 쳐다보더니 짧게 소리를 외쳤다.


“뭐. 베슬리?”


나도 브라이언도 잘 아는 베슬리는 바로 프랑크 회장의 비서였다. 홍삼 세트를 받고 좋아하던 바로 그 비서.


경기장에 도착하자 벌써 부터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홈 경기라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몰렸다.


복잡한 인파를 뚫고 경기장 관중석으로 올라가자, 피치 위에는 덴보스 선수와 상대 팀 NEC 네이메헌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벤치에서 앉아 있던 데히어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훑어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담담한 표정을 보니 다행히 나와의 약속이 지켜진 모양이다.


“라이올라. 저기.”


아랫층 관중석에 앉아 있는 루드의 아버지가 보였다. 누군가를 찾는지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내걸고 사라졌던 에이전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갔다 올게. 인사라도 해야지.”


눈치 빠른 브라이언이 얼른 뛰어가, 그와 악수하고는 우리 쪽을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손을 흔들고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약속이 지켜졌는지 속으론 궁금해 할 것이다.


몸을 푸는 시간이 끝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했다. 잠시 후 정식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이 피치 위로 뛰어 들어오자, 더욱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커졌다.


“라이올라. 선수들이 입장해요. 근데 루드가 누구죠?”

“저기 하얀 얼굴에 아주 키가 크고 마른 친구가 루드입니다. 백 넘버 13번이에요.”

“어머. 잘 생겼네요.”


식전 행사가 끝나고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소개가 이어지자, 살짝 긴장감이 올라왔다. 정말 루드가 오늘 경기에서 맨 꼭대기 스트라이커 자리에 호명될지 궁금했다.



“넘버 13 루드 반니스텔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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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결국 아르센 뱅거를 잡았다. 22.09.24 189 9 14쪽
39 저 친구를 꼭 잡아야 합니다. 22.09.23 193 8 13쪽
38 당신은 프랑스 축구의 미래입니다. 22.09.22 196 8 13쪽
37 반갑습니다. 지네딘 지단입니다. 22.09.21 231 10 12쪽
36 지단의 앞길을 막을 셈인가요. 22.09.20 22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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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꼭 그 방법밖에 없어? +1 22.09.17 212 9 13쪽
33 거래의 첫번째 조건 2 +1 22.09.16 211 9 14쪽
32 거래의 첫번째 조건 1 +3 22.09.15 237 9 13쪽
31 이제 당신은 저의 선수입니다. +1 22.09.14 229 9 13쪽
30 루드를 스트라이커로 2 +1 22.09.13 240 10 14쪽
» 루드를 스트라이커로 1 +1 22.09.12 236 11 13쪽
28 투자 제안을 받아드리다. 그리고 +1 22.09.10 242 12 14쪽
27 프랑크 회장의 투자 제의 +1 22.09.09 248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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