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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타
작품등록일 :
2022.08.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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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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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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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꼭 그 방법밖에 없어?

DUMMY

34화.




그는 간호사의 정체를 상세하게 전해 주고는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며 하품을 연신 해댔다. 결국, 자야겠다는 말을 던지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한 쪽에 놓여 있는 이불을 끌어당겨 어깨까지 덮어주고는 차가운 두 손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누워있는 그를 보자, 착잡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모레 새벽이면 그동안 힘들어했던 심장을 새로운 인공심장으로 교체할 것이다.


이번 수술은 퐁피두 병원과 카르마 제약의 시범사업이기에 그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아주 위험한 수술이다.


승부사답게 플로리안을 선택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단정하기란 그 역시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노련한 협상가라기 보다 수술을 앞둔 허약한 소년일 뿐이다.


수술 후 선수로 복귀해 피치 위를 건강하게 달리는 게 그의 소망이자 나의 바램이다. 그의 성공이 곧 나의 바램이고, 나의 성공이 곧 라이올라의 거래 조건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뜻밖의 인연으로 묶여 있었다.


잠이 든 그를 두고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이제 그는 힘든 수술을 이겨내야 하고, 난 그녀를 막아야만 한다.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이동해, 쉬고 있는 두 사람을 방으로 불렀다.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온 브라이언은 나의 표정을 보더니 멈칫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해. 빨리 말하라고.”

“브라이언. 조금 기다려. 물 한잔은 마시자.”


물컵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그들에게 간호사에 대한 신상정보와 그녀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특징적인 외모와 근무하는 시간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녀의 비밀까지.


“뭐! 그러니까 심장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외모는 키가 큰 금발?”

“알코올 중독자가 환자와 병원을 속이고 수술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네요.”

“네. 의도적이진 않겠지만, 위험한 수술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죠.”

“키가 크고 금발이라면 쉽게 찾을 수도 있겠는데요. 근데 병원에선 그녀가 알코올 중독자인지 왜 모르고 있는 거죠?”

“이봐. 로멜루. 자기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떠벌리는 사람 봤어? 당연히 숨기고 일을 했겠지.”

“아 그렇긴 하네요.”


간만에 브라이언이 어깨에 힘을 줬다.


“우선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무턱대고 수술실 앞에서 그녀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코올 중독자라면, 술을 즐긴다는 뜻인데. 퇴근 무렵 그녀를 미행해 다음날 병원으로 가지 못하도록 납치를 하는 건 어떨가요?”

“뭐 납치?”

“그건 안됩니다. 강제성을 띠면 안됩니다.”


강하게 말을 하고 미간을 찡그리자, 나를 쳐다보던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별안간 로멜루의 얼굴을 보자 프랭키의 말이 떠올랐다.


[귀엽게 잘 생겼잖아. 여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야.]


“저기 로멜루. 혹시...”

“네. 무슨 기가 막힌 방법이라도 떠오릅니까?”

“..... 아. 아닙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이야기하죠.”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어쩌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어 왠지 내키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후 두 사람이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들이라 고개만 흔들었다.


“일단 내일 병원으로 가서 그 간호사를 확인합시다. 그리고 난 후 작전을 세워도 늦지 않을거예요.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봅시다.”


월요일 아침. 우리는 일찍 식사를 끝내고 호텔를 빠져나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우선 그녀를 확인하는 게 첫 번째 과제다.


플로리안의 병실이 있는 병동과 주변은 내가 맡았고, 브라이언과 로멜루는 병원 전 층을 돌아다니며 키 큰 금발 간호사를 찾기 시작했다.


심장 병동 1층부터 샅샅이 뒤지며 3층으로 올라가자, 플로리안의 어머니가 병실에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또 오셨네요.”

“네. 플로리안의 수술 결과를 보고 돌아갈 예정입니다.”

“네.”

“잠시 플로리안을 보고 가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하얀 커튼으로 둘러싸인 그의 침대로 다가섰다.


“어서와요. 라이올라.”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게 쑥스러운지, 한쪽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컨디션은 좀 어때요?”

“계속 누워만 있어 지겨울 뿐이지.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요.”

“다행입니다.”

“브라이언과 로멜루는?”

“네. 지금 병원 곳곳을 다니며 간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럴 필요 없는데. 조만간 약을 가지고 그녀가 나타날 거에요.”



“플로리안.”


촤아악!


별안간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고, 동시에 침대를 빙 둘러싼 하얀 커튼이 힘있게 젖혀졌다.


“.....”


바로 그녀였다.


다리가 바닥에 박히기라도 했는지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이는 바로 그 간호사였다.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오게 되면 알게 될 거라더니 정말 말처럼 되어 버렸다. 그동안 혼자서 전전긍긍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민망해졌다.


“누구세요?.”

“네. 전 플로리안의 축구팀 코치입니다. 여기 명함.”


짧은 순간 명함을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넣어두고 입을 열었다.


“지금 약을 먹어야 하니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의 얼굴과 키를 슬쩍 훑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알코올 중독자로 볼 수 없는 미모의 여자였다.


플로리안의 눈치를 살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그가 말한 금발의 간호사가 맞다는 의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행동을 살폈다. 약봉지를 뜯어 약을 건네고, 스테인리스 밧드에 있는 투명 물컵을 들자, 순간 미세하게 일렁거리는 물결이 보였다.


게다가 짧은 순간에 그 일렁거림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가 말한 알코올 증독 증상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뭐 하세요. 안 나가시고.”

“아 네.”


어쩔 수 없이 병실 문을 닫고 나오자, 급히 다가오는 브라이언이 보였다.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보내며 그의 팔을 끌고 복도 끝 방문자 대기석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병실 안에 우리가 찾는 간호사가 있어.”

“뭐! 어디?”

“쉿 조용히 해.”


뒤이어 로멜루도 올라왔고 같은 내용을 알려주자, 그 역시 놀란 눈으로 병실 쪽을 쳐다봤다. 잠시 후, 금발의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와 우리 쪽을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다음 병실로 이동했다.


“와우. 이쁜데요.”

“로멜루. 그따위 소리가 지금 나와?”

“.....”

“간호사를 확인했으니, 퇴근 시간을 기다려 그녀의 뒤를 미행합시다.”

“오케이.”


플로리안의 정보에 의하자면 그녀는 오늘 새벽 병원으로 출근했고 오후 4시 무렵이면 퇴근한다. 그리고 내일 새벽 병원으로 출근해 수술에 참여할 예정이다. 수술실 입장을 막아 낼 기회는 오늘뿐이다.


병원 주변에서 식사를 하고 정문이 훤히 보이는 정원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그녀를 기다렸다.


“왜 안 나오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잖아.”


브라이언의 말대로 그녀의 퇴근은 예정된 시간보다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삼십 분 전 답답해하던 브라이언은 병동으로 이동해 근무 중인 그녀를 확인까지 했다.


“다른 출구가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없어. 우리가 확인을 해잖아.”

“혹시 지하 주차장 입구가 따로 있는 건 아니겠죠?”

“뭐?”


그의 말에 브라이언은 부리나케 지하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순간 사복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정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로멜루가 확인했다.


“라이올라 저기 그 간호사가 나왔어요.”

“브라이언!”


다행히 로멜루의 외침을 들은 브라이언은 정문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확인하고 얼른 우리 곁으로 뛰어 왔다.


“에이 씨. 정말 여러 가지로 속 썩이네.”

“일단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갑시다.”


병원을 나온 그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금발에 까만 선글라스가 무척이나 어울렸다. 가슴 볼륨을 수줍게 드러낸 분홍색 실크 블라우스와 나풀거리는 랩스커트는 늘씬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저기 라이올라.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너무 섹시한데요. 하하하”


로멜루도 그녀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그녀가 방향을 바꿔 좁은 골목길로 사라지자, 우리도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쫓았다. 골목 안쪽은 노상 까페와 간이주점이 촘촘히 자리 잡은 식당가였다.


“저기 술집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그녀의 종착지는 술집이었고,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알코올 중독자답게 술이 고팠던 모양이다. 어쩌면 위험한 수술을 앞둔 그녀만의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기 로멜루. 잠시 이야기 좀 합시다.”


*


“라이올라 꼭 그 방법밖에 없어?”

“미안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애.”

“아니 저 여자가 로멜루를 싫어할 수도 있잖아!”

“노. 노. 저를 거절한 여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조금 전, 미안한 마음으로 나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달하자, 의외로 로멜루는 좋아했다. 자신도 이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잘할 수 있으니 두고 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브라이언은 못마땅해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최종 선택한 방법은 미인계가 아닌 미남 계다.


그녀가 술집으로 들어간 후 우리는 조금 더 밖에서 머물렀다. 30분 정도 지나자, 안으로 이동해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것도 나름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한 의도였다.


“저기 앉아 있네요. 혼자서 술을 즐기나 봅니다.”

“그러네요.”

“로멜루. 그녀가 거부할 경우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 절대로 일방적인 행동을 하시면 안 됩니다.”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거부 못 할 겁니다.”

“그럼 제가 먼저 가서 인사할 테니 손짓을 보내면 합석을 해주세요.”


그렇게 두 사람에게 말을 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 누구시죠?”


키핑을 해둔 술인지 술병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간단한 치즈 조각도 없이 떨리는 그녀의 손끝엔 스트레이트 술잔이 달려 있었다.


“저기 간호사님 맞으시죠? 심장 병동에 입원한 플로리안의 축구팀 코치입니다. 오늘 오전에 명함을 드리며 인사도 드렸는데...”

“아 이탈리아 아저씨. 근데 무슨 일이죠?”


이미 혀가 고부라져 말투도 흔들리고 있었다. 히죽히죽 웃음까지 보여 이 정도 상태라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괜찮다면 합석해도 될까요. 한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참 저기 일행들이 있습니다.”


간호사의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씩’ 한번 웃고는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좋아요. 함께 마셔요.”

‘오케이.’


급히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라이언입니다.”

“네. 반가워요.”

“전 로멜루입니다. 저희 모두 유스팀 축구코치죠.”

“네 반가워요. 어 근데 이 아저씬 대개 귀엽게 생겼네.”


로멜루가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웨이터를 불렀다. 이제부터 술을 마시며 그녀와 로멜루가 가까워질 분위기만 조성하면 된다.


“근데 다들 기혼인가요?”

“아 아닙니다. 저와 여기 브라이언만 기혼이고 로멜루는 아직 싱글입니다.”


나의 말에 브라이언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그보다 중요한 건 로멜루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루드를 쳐다보던 차수현의 눈빛과 같았다.


“Sante!”


즐거운 대화와 술잔이 한참 동안 오고 갔다. 로멜루는 특유의 농담으로 그녀의 시선과 미소를 이끌었고, 그녀의 눈빛 또한 점점 더 그윽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수술실로 가는 그녀를 막을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


따르릉! 따르릉!


휴대폰 울림에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잔뜩 취한 두 사람이 사이좋게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는, 나와 브라이언은 기분 좋게 손바닥을 마주치고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푸근한 침대에 몸을 던지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내일 아침 뿌듯한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 다짐도 했다.


지금 시간 새벽 4시 반. 그리고 발신자는 로멜루.


“네 로멜루.”

“저...기. 죄송합니다. 눈을 떠보니 안젤라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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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당신은 프랑스 축구의 미래입니다. 22.09.22 19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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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거래의 첫번째 조건 1 +3 22.09.15 237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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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프랑크 회장의 투자 제의 +1 22.09.09 248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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