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시대

12화 - 연합 전선(2)

이렇게 한강이 제니에게 농민군을 이끌고 합류하면서 제니와 레오간의 세력은 백중지세가 되어 어느 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슈스키 내부에서 악수를 두는 일이 발생했다. 1580년 4월 22일. 스완 시티에서 있던 일이다.

당시 민심이 흉흉하던 스완 시티 내부는 레오를 물러나라는 시위가 군데군데 빗발쳤다. 잘못하면 황궁이 있던 내성이 공격당할 처지에 놓였었다. 백성들은 여러 광장과 시장에 모여 군중시위를 벌였다.

“물러가시오!”

“레오 이 역적 놈! 어서 물러가라!”

레오는 당시 거의 병이 호전 되어가고 있었다. 당시 호출로 돌아온 강신은 물론이고 바르란도 켄넨부르크의 포위가 풀리자 2달여 만에 다시 수도로 돌아와 있었다. 그 자리에는 강신의 어린 아들인 동인도 있었다.

“숙부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많이 호전 되었다. 의원의 말로는 이번 달 안에는 정무를 봐도 된다고 하더구나.”

“다행이십니다.”

“그런데 밖에 소식을 듣자하니 백성들이 난리라면서?”

“예. 밖에 수만의 군중이 모여 우리 가문을 물러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칙한 놈들!”

비티는 레오를 진정시켰다.

“폐하. 무지한 백성들입니다. 참으시옵소서.”

강신은 비티에게 상황을 물었다.

“비티 공작. 저번에 곡식을 남부지역에 보내지 않았던가요?”

“나라에서 곡식도 보내고는 있사옵니다만 이 스완시티 일대가 흉작인 바람에 빵이나 밀가루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돈이 없어 못 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는 여기가 문제라는 말씀이오?”

“예. 폐하. 소신도 이 길을 해쳐나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바르란은 아니나 다를까 강경하게 말했다.

“폐하. 백조 기사단을 보내 시위 군중을 해산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강신은 반대 의견을 냈다.

“백조기사단으로는 민의에서 나오는 시위를 오래 버티지를 못합니다. 그런 방법은 좋지가 않습니다.”

“대공은 그래서 탈입니다! 백성들은 잡을 때는 잡아야지요!”

바르란이 소리치자 강신은 레오에게 말했다.

“숙부님. 우리는 잘해도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말을 들을 겁니다. 그런데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 이 시국에 백성들을 힘으로 누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긁어 부스럼 되는 일이옵니다.”

“원성이 자자하다니요?! 어느 놈들이 우리에게 불만을 표출한다는 겁니까?”

“백조 기사단 일부가 거리에 민가를 털어가더니 대낮에 수도 거리를 활보하면서 이권을 행사한다는 소문입니다. 백성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가진 기사단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데 기사단의 사령관이라는 분께서 그런 사실도 모르고 계셨다는 말입니까!?”

“아... 아니 이 사람이! 지금 그런 소문 따위로 나를 모욕 하는 겁니까! 강신 대공!”

레오는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말렸다.

“으음!! 그만들 두시오! 짐이 직접 나가 보겠소. 의자를 준비해 주시오.”

“아니 되십니다. 백성들이 폐하를 보면 더욱 흥분할 것입니다.”

비티가 말리자 레오는 기어코 나가서라도 군중을 잠재우려고 했다.

“비티. 나는 괜찮소. 어서 준비를 해 주시오..”

“예.. 폐하.”

하지만 레오가 내성 성벽에 나오자 백성들이 더욱 성을 냈다. 백조기사단은 나팔을 크게 불어 백성들을 진정시킨 뒤 레오가 말할 수 있게 했다.

“나의 백성들이여. 그대들의 요구 조건이 무엇인가?”

“대역적 레오! 그대가 빼앗은 황제 자리를 제니 황제께 바치고 물러나기를 바라오!”

“그렇소! 당신이 죽기를 바라오! 그길 만이 선황제께 지은 죄를 씻는 거요!”

바르란은 그 말에 놀랬다.

“뭣이라?! 이놈들이! 감히 근본도 없는 놈들이 황제 폐하께 무슨 무례인가?!”

“닥쳐라! 이 간사한 놈아! 네놈의 백조 기사단 때문에 얼마나 고생인지 아냐?! 우리는 너의 간을 씹어도 시원치 않을 거다!”

민심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바르란은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욕을 먹었다. 백성들은 곧장 황궁을 향해 맞추지도 못할 돌을 던졌지만 그 돌은 민심의 악화를 상징했다. 그러자 바르란은 분개했다.

“비티 공작께서는 어서 황제 폐하를 모시고 들어가십시오!”

“뭘 어쩌시려고요?”

“공작께서는 지금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무지한 백성들은 겁을 줘야 정신을 차립니다! 우리에게 도전하는 대가가 어떤지를 제대로 보여줘야죠!”

강신은 너무나 놀랐다.

“바르란! 그럼 당신이 백성들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그리라도 해야지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강신은 레오에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숙부님! 피로써 세운 자리를 한 순간에 빼앗기시려고 하십니까? 어서 공작을 말리십시오!”

하지만 레오는 정신이 혼미했다. 그의 판단력은 그 등의 상처로 인해 해이해진지 오래였다.

“알아서들 하거라....”

“비티 공작께서 말려 보십시오!”

“저는.... 황제 폐하를 모시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겠습니다.”

비티가 레오를 데리고 들어가 버리자 그 사이 바르란은 성문 까지 가버렸다.

“뭣들 하느냐! 어서 성문을 열어라!”

강신은 수문장들을 말렸다.

“누구라도 성문을 여는 자들은 내가 목을 벨 것이야!”

“어서 문을 열어라! 나는 너희들의 사령관이다! 어서!”

그러자 강신은 병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감히 누가 내 명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나는 황제 폐하의 가문인 슈스키 가문의 당주이니라! 성문을 여는 자는 내가 용서치 않으리라!”

바르란과 강신은 쉼 없는 말싸움을 하였다. 때 마침 비티도 나왔다.

“대공! 나를 막지 마시오!”

“강신 대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대화로 푸실 생각을 하셔야지 이게 무슨 짓이랍니까?”

“조용히 하세요! 비티 당신도 똑같이 나약한 말을 하는군요!”

“바르란 공작! 어찌 이게 나약한 소리란 말이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겁니까? 백성들을 살육하겠다는 그런 무지한 생각이 어디서 나왔습니까!”

강신은 민심이 동요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두려움을 느꼈다.

“조용히 하시오! 내가 하는 일을 막지 마시오! 이건 나의 권한이오! 백조 기사단의 사령관인 나의 권한이라는 말이오!”

“그게 어째서 공작만의 권한이라는 겁니까?! 폐하와 우리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는 말입니다! 당신이 기사단을 이끌고 나가 백성들을 죽이면 우리는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