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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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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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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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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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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가면무도회(10)

DUMMY

“하나! 둘! 셋!”


모두 가면을 벗었다.


“어···? 이수지···?! 너가 왜 여기서 나와···?”


다들 밖에서 한 잔 더 하면서 친해지고 번호교환도 해서 앞으로 계속 알고 지낼 것을 기대를 했다.

그런데 가면을 벗고 보니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


서로를 알아본 진다훈, 한종팔, 이생망, 이수지 그리고 배아린.

체육학과인 유채은은 여자들끼리만 알고 있었다.

철학과 5명은 서로를 보며 굳어있었다.

마치 목격한 사람은 돌로 변해버린다는 메두사의 얼굴을 본 것처럼.

밤6시 저녁만찬 때부터 밤10시가 넘게 함께 붙어 있었던 이들은 갑자기 그 4시간동안 있었던 일들이 빠르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저녁만찬에서 합석을 하게 된 6명, 앉자마자 소중한 닭다리와 토마호크스테이크를 내어준 남자들.

유쾌하고 맛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식사, 승마퍼레이드와 말달리기 체험, 이생망의 피아노연주,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그리고 무도회.

사실 어떤 유흥거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그것은 단지 수단일뿐, 이들이 즐거웠던 이유는 함께 웃고 떠들고 농담하고 때론 삐지고 짜증도 부리며 재밌었던 옆에 있는 호감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이었다.


가면뒤에서 초롱초롱했던 오피스룩녀의 눈망울은 완벽하게 이수지의 눈망울과 일치했다.


이생망은 믿겨지질 않았다.

몇시간 내내 자기 옆에 붙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던 아름다운 하얀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좋아했지만 말도 걸 수 없이 바라만 보았었던 배아린이었다는 사실이.


가면을 벗고 서로 당황한 채 몇초 동안의 침묵을 깬건 드레스를 입은 유채은이었다.

“뭐야? 다들 아는 사이야? 와,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지네. 근데 무슨 상관이야?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면 더 좋은거 아니야? 빨리 나가서 한 잔 하자고!”

그러면서 유채은은 앞장서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뒤에 따라오는 기척이 없어 돌아보니 5명은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 듯 얼어있었다.

“다들 뭐해? 움직이지 않고. 내가 메두사냐? 왜 나 빼고 다 꼼짝않고 있는거야? 저기요~”

유채은은 신사씨 카사노바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움직여지질 않아···.]

카사노바는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정말로 돌처럼 굳어버린듯했다.

‘어버버······.’

진다훈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인듯했다.

고백을 했는데 가차없이 자신을 차버린 이수지와 몇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농담도 하고 긴 대화도 하며 즐겁게 웃기도 했다는 것에서 괴리감이 생겨버린 것이다.


갑자기 고백공격을 받은 후 일그러진 이수지의 표정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진다훈은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수지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내가 진다훈이란 걸 알았으니 또···.’


“어···, 수···.수지야, 아린이도 있었네. 와, 신기하다. 여기서 너네를 만날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다훈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 네! 다훈 선배일줄은 저도 진짜 상상도 못 했어요.”

이수지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아! 그리고 한 잔 하는거는 다음에 해야될 것 같다. 가면무도회 끝내고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진다훈이 걸어 나갔다.

[야! 뭐해! 한 잔 해야지! 집에 가도 할 것 없잖아!]

카사노바는 사실 조금 이해는 되었다.

몇 시간을 함께 떠들고 재밌는 시간을 보낸건 진다훈이 아니었다.

진다훈의 몸을 빌린 카사노바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사노바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진다훈은 다시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말투와 억양 등 모든 말과행동이 달라진 것이다.


“아! 나도! 갑자기 생각이 났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미안하다 다음에 또 보자, 얘들아! 내일 같은 수업이네. 내일 보자!”

한종팔도 진다훈을 따라 쭈뼛쭈뼛 나섰다.

“···낭자.”

이생망이 하얀티셔츠를 입고 있는 배아린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는 ‘아린아’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혹스럽구려.”

이생망은 배아린에게 오래전부터 좋아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가면을 벗고 난 이후 그녀의 분위기가 살짝 바뀐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지금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배아린은 자신과 몇 시간을 즐겁게 보낸 사람이 같은 학과 선배인 이생망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난 후,

과연 그녀는 이생망의 생각처럼 가면을 쓴 이생망과 쓰지 않은 이생망을 다르게 보고 있었을까.

아마 다르게 보고 있는 건 이생망이 아니었을까.

가면 뒤에 숨어서 익명의 자유를 느낄 때,

어쩌면 그 모습이 진짜 본인의 본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가면을 벗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본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판단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두 명의 친구는 이미 떠나버린 상황에 놓인 이생망.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다음에 한 잔 하도록 합시다.”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일까.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이생망은 뚝딱거리며 이미 멀리 가 있는 두 친구를 따라 배아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세 얼간이, 진다훈,한종팔,이생망은 말없이 자취방에 돌아왔다.


진다훈은 가면을 쓴 이수지에게 뽀뽀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문제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카사노바의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하···.”

“휴···.”

“흠···.”

[에혀···.]

세 얼간이들의 한숨에 이은 카사노바의 한숨소리.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한종팔이 말했다.

“나를 싫어하던 이수지가 나와 그렇게 즐겁게 몇 시간을 떠들었다니···.”

진다훈은 뭔가 속임수를 쓴 것만 같았고, 그 댓가를 이제 받는 것같았다.

그는 카사노바가 아닌 진다훈이었기 때문에 술자리를 갖는다고 해도 상대가 금방 실망했을 것이라고, 안가길 잘했다고 위안했다.

“그냥 한 잔 하고 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종팔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소.”

이생망이 미간을 찌푸려 골똘히 생각하고서 말했다.

“근데 어떻게 걔네들이었을까. 여자친구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가면무도회간다고 머리하고 옷사고. 돈 좀 썼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버렸네.”

한종팔은 뭔가 허탈한 느낌이었다.

가면을 벗기 전까지만 해도 빨리 술 한 잔 하러 가자! 친해지자! 여자친구 만들어보자! 나도 이제 커플 되는 건가! 싶었던 것이었다.

“진짜 아는 여자라고는 그냥 지나가면서 인사정도만 하는 같은 학과애들 뿐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면무도회에 왔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을 해봐도 확률상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확률이었다.

“여자랑 술 한 잔 3억년만에 하나 싶었는데···, 나도 커플 될 수 있나 싶었는데!

아니지! 커플이 뭐야, 그냥 친하게 지내는 여자사람친구 한 명 만들 수 있나 싶었는데!!!”

한종팔은 난리를 쳤다.

“3년 만에 개최되는 커플제조무도회가 이렇게 끝이 났군···.”

지코 삼형제, 아니, 세 얼간이가 있는 방은 참으로 침울했다.


“······.”


“···근데 우리 존나 재밌게 놀았다아이가?”

진다훈의 말이 두 명에게 날아가 꽂혔다.

“정말 재밌긴 했지.”

한종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서 이생망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이야~, 생망아! 너 피아노 끝내주더라? 옆에 배아린이 아주 반해버린것같던데?”

이생망은 그 말을 들으니 연주를 하고 있을 때 자기 옆에서 귀기울여 듣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배아린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내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고는 하나.”

이생망의 말을 끊고 한종팔이 쏘아붙였다.

“와, 근데 너 진짜 지독하다. 사극톤이 그냥···, 너 그냥 조선시대 사람이 빙의 된 거 아니냐?”

이생망은 자신을 나무라는 한종팔을 향해 대응했다.

“어허! 무엄하도다! 짐이 지금 말을 하고 있지 않느냐!”

“큭큭큭큭, 컨셉 지독하다 지독해. 너 그냥 우리 웃길려고 그러는거아니냐?”

이생망은 자신의 독백에 집중하려는 듯 대답하지 않고 찡그렸던 표정을 풀며 이어서 말했다.

“내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고는 하나, 얼굴조차 제대로 몰랐던 그녀를 연모했다네.”

“브라보! 브라보!!”

한종팔이 이생망을 향해 박수갈채와 찬사를 보내며 비아냥댔다.


“내 진짜 잊혀지지 않는게 하나 있는데.”

진다훈이 아주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하니 스포트라이트는 진다훈에게로 옮겨갔다.

“무도회에서 춤출 때.”

“무도회에서 이수지랑 춤출 때.”

한종팔이 진다훈의 대사를 받아 좀 더 구체적으로 고쳤다.

현실을 자각하라는 뜻이었을까.

“그래, 무도회에서 이.수.지.랑 춤출 때, 걔가 나한테 얘기한다고 바짝 붙은 적 있거든?”

관객 한종팔과 이생망은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듯이 숨도 참은 채 진다훈에게 집중했다.

“그때 걔 가슴이 느껴지는데, 개좋더라.”

“야이! 야이 미친놈아!”

한종팔이 욕을하면서 벌떡일어나 앉아있는 진다훈을 내려다보며 잠시 뜸을 들이고 한 마디 더 했다.

“······개부럽다!”

한종팔의 진심으로 부러워해서 나온 말을 들은 친구들은 깔깔댔다.

그리고 자신도 진심을 말한 것이 조금 민망했는지 씨익 웃었다.


“근데 재밌게 잘 놀았고, 피아노 잘 쳤고, 말도 잘 달렸고.”

한종팔이 말하는 가운데 이번엔 이생망이 끼어들었다.

“맞다, 진다훈 공, 승마는 도대체 언제 배웠단 말이오?

나는 내 두 눈으로 그것을 보고도 믿겨지질 않았소이다.

어떻게, 아침에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면 자동적으로 터득하는 것이오?“

한종팔도 궁금했다.

그러나 진다훈은 이걸 말하기가 곤란했다. 하지만 승마에 관해서 이수지와 열띤 강의를 한 카사노바덕분에 조금은 알게 되었다.

“뭐, 어릴 때 좀 배웠던거지. 크흠. 큼.”

한종팔과 이생망은 엄지를 치켜올려 진다훈에게 동시에 보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진실을 짚고 가자면, 가면무도회 내내 재밌었다는거지. 여자애들도 재밌어했고.”

한종팔이 뭔가 결론을 말할 것 같이 빌드업을 했다.

“그래서?”

“그래서 또 만나서 재밌게 놀면 되는거아니야?”

“또 만나서 놀자고?”

진다훈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맞는 말이네. 우리 그래도 나름 머리스타일이랑 옷도 멋지게 할줄 알고,

나름 농담도 주고받을 줄 알고, 생망이는 피아노도 칠 줄 아는 남자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주고 받을 줄 아니까.

오케이. 내일 같은 수업이니까 같이 놀자고 하자.”

진다훈이 힘있게 말했다.


[이야, 자신감 뭐냐구, 진다훈. 근데 대화주고 받은건 너가 아니라 나 아니야?]

‘니가 말했지만 나도 거의 직접적인 경험을 했으니까. 확실히 말하는게 다르더만. 카사노바. 많이 배웠다. 큭큭’

[그래그래, 근데 오늘 너의 몸을 내가 완전히 컨트롤 했는데, 어떻게 4시간이나 한거지···?]

카사노바와 진다훈은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고는 동시에 말했다.


‘가면···?!’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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