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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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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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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094

작성
22.12.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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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가면무도회(4)

DUMMY

[진다훈. 우리 어쩌면 그 날이 오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지금일지도 모르겠다. 니가 다시 니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그 날이···!’


진다훈이 낀 에메랄드 반지가 순간 반짝거렸다.

“어? 방금 반짝거리는 거 봤어요?”

오피스룩녀가 진다훈의 몸을 컨트롤하게 된 카사노바에게 말했다.

“네? 방금요? 반지가요?”

“네. 갑자기 번쩍하던데. 오, 근데 반지 되게 묘하게 이쁘네요.”

“아하하하, 고마워요. 저번에 번지 점프하고 나서 기념으로 하나 샀어요. 근데 지금보니까, 그쪽이 이 반지끼면 더 이쁠 것 같은데···?”

카사노바가 반지 끼는 것을 오피스룩녀에게 권유하는 듯 했다.

“하하핫, 그럼 한 번 껴봐도 돼요?”

오피스룩녀는 번지점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안되죠! 이거까지 끼면 너무 아름다워서 제 눈이 멀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큭큭. 이게 뭔 개소리야?’

진다훈조차 과하다고 느낀 말이었다.

그러나 오피스룩녀의 반응은 좋았다.

“하하하하, 뭐야~”

싫어하는 듯 하면서도 표정은 웃고 있었다.

[이미 이미지가 좋게 만들어지고 나한테 호감이 생기면 어떤 말을 해도 좋게 본다구.

말을 하는 사람이 이미 자기마음에 들었다면, 대화의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는거지.

그렇게 되면 이제 이렇게 농담하면서 놀아주면 되는 거라고!]

어깨펴고 힘있게 움직이고, 유머러스 하고, 자신감있게 상황을 리드 하고 있었던 카사노바.

저녁만찬시간에 이러한 것들을 대화나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를 좋게 보고 있었고, 이젠 어떤 말을 해도 재미가 있었다.


“낭자! 그럼 말들의 향연을 보러 가보시겠소?”

이생망이 하얀티셔츠녀에게 말했다.

“우리도 슬슬 야외로 움직이시지요.”

이생망이 이번엔 나머지 4명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


야외로 나오니 은색 중세풍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은색 중세풍 안장과 갑옷을 입고 있는 말들을 타고 있었다.

몇몇은 손에 모형 창을 들고 있었다.


[와···. 이젠 정말 내 세계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군.]

‘저런거 해본 적 있음?’

[나 저렇게 해서 안토니오랑 마상 창 시합하다가 안토니오가 총을 말에 맞히는 바람에 떨어져서 이 세계로 온거야.]

카사노바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와 멋있다. 신사씨! 말 타본 적 있어요?”

유채은이 카사노바를 보고 뭐라 호칭해야 할지몰라 ‘신사’씨라고 불렀다.

“말도 마세요. 맨날 탔었죠. 어릴 땐 집에 두 마리정도 있었죠.”

이 말을 듣고는 다들 놀랬다.

“우와! 집에 말이 있었다고요?!”

오피스룩녀가 눈이 휘둥그레 져서 말했다.

“큭큭. 생망아, 쟤 말하는 거 들었냐? 오늘 아주 날아다니는데!”

한종팔이 웃으며 이생망에게 말했다.

“하하하. 짐도 가끔 궁궐에 행사가 있을 때, 대신들과 함께 말을 타고 사냥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가 그리워지는구려. 하하하하.”

이생망이 보이지 않는 수염을 쓸며 말했다.

그 옆에 있던 하얀티셔츠녀는 웃기다면서 이생망의 팔뚝을 툭툭치며 깔깔댔다.


사람들은 다들 야외로 나와 철갑을 두른 기마병들이 깃발과 창들을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감탄하며 보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잘 즐기고 계신가요? 지금부터 승마체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응모한 사람들의 모바일 초대권에 있는 번호를 추첨하여 호명했다.

몇몇은 만취와 말타기 불편한 복장으로 인해 당첨 됬어도 체험하지 못했다.


“와! 한 번 타보고 싶다!”

유채은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같이 타러 가볼래요?”

카사노바가 유채은에게 말했다.

“좋죠! 당첨이 되어야할텐데.”

카사노바와 진다훈은 지금 당첨이 되든 안되든 어떻게 해서든 타야만 했다.


-“99번! 당첨 되셨습니다! 99번! 앞으로 나와주세요!”

“꺄아악! 저 당첨 됬어요!!”

유채은이 당첨 됬다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 때 카사노바가 꾀를 하나 내었다.

방방 뛰는 유채은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갔다.

‘앗···.’

진다훈은 유채은의 부드러운 손이 느껴졌다.


-“99번이신가요? 앞으로 나와주세요~”

승마 준비를 하며 진행자가 드레스가 허벅지까지 오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거나 말을 타본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다.

승마체험은 2인용 안장으로 뒤에는 숙련자가 타고 앞에 당첨자가 타면서 체험하는 식이였다.


그 때 카사노바가 진행자에게 가서 말했다.

“수고 많으십니다.진행자님. 방금 당첨된 99번이 저의 여자 친구인데요, 제가 어릴 때부터 승마를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는 말 타는게 처음이라 걱정돼서 그러는데 제가 같이 타도 될까요? 여자친구가 워낙 겁이 많아서요. 기좌가 약하면 중심을 잡기 어려워 낙마할 위험도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일반인 두 명이 같이 승마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재밌는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을겁니다. 말의 이름이 무엇······.”

그러니까 요약하면 있어보이는 승마용어로 말을 잘 탄다는걸 어필하면서 같이 타게 해달라는 내용이였다.

진행자는 다른 관계자들과 의논하는가 싶더니 흔쾌히 허락을 했다.

-“이번에는 말을 아주 잘 타시는 분들이 오셨는데요! 색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신다고 합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와···.나도 말 처음 타보는데! 니 잘 할 수 있냐?’

[여기선 자동차를 타지만 거기선 말을 타고 다닌다고. 당연하거라고 보면 되니까 걱정마라.]

카사노바는 유채은의 뒤에 앉아 천천히 말을 몰기 시작했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되노? 설마 또 말에서 떨어져야 되는 건아니겠지···?’

진다훈이 오락실에서 했던 승마게임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왓! 근데 이거 확실히 오락실에 있던 플라스틱 말이랑 완전 다르네!’

진다훈은 새로운 경험에 아주 신나있었다.

“꺄악! 흐흐흣! 하하하하!”

앞에 타고 있던 유채은도 아주 신이 났다.

그 때 유채은이 자신의 어깨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 말했다.

“근데 아까 저보고 여자친구라고 하셨는데···. 저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거든요? 흐흣.”

카사노바는 유채은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요? 그렇게 말한적 없는데.”

“뭘 그렇게 말한적이 없어요! 바로 옆에서 다 들었어요!”

“다 들었구나. 그럼 어쩔 수 없죠.”

카사노바는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유채은은 말을 처음 타서 경속보를 할때도 심장이 뛰었다.

그런데 이젠 ‘히랴’라면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진다훈 또한 유채은과 같은 처지였다.

‘끄아아아악! 빠르다! 달리다가 넘어질거가? 많이 아플텐데?!’

진다훈은 겁이나면서 신도 났다.

[큭큭큭. 이게 뭐가 빠르다그러는 거야. 그리고 넘어지면 너만아픈게 아니라 나도 아프거든?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쪽팔려.]

카사노바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동안 정이 들어서인지 진다훈이 다치는 게 신경쓰였다.

그리고 지금 혼자 자빠진다고 내동댕이 치게되면 말을 탈줄 모르는 유채은 또한 위험할 게 뻔했다.

진행자와 약속한 것도 있었고, 여러모로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미룬 것이다.

[그리고 말에서 떨어진다고 100%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재밌게 놀자고!]

그리고는 더 박차를 가해 말의 속도를 올렸다.

“꺄아아악! 말 세워줘요!”

유채은은 신나면서 겁이 났다.

“내 여자친구 할래, 나랑 밥 먹을래!”

카사노바가 유채은을 향해 소리쳤다.

“말 세워, 빨리!!”

말의 속도가 점점 빨리지자 유채은의 목소리도 커졌다.

“내 여자친구 할래, 나랑 사우나 갈래!”

“알았어, 알았어! 여자친구 해줄테니까 멈춰!”

“앗싸 가오리!”

카사노바는 말을 멈추며 말했다.

하지만 ‘앗싸 가오리’라는 말은 진다훈이 너무 기뻐서 뱉은 말이었다.

[앗싸가오리가 무슨 뜻이냐?]

‘나도 몰라. 그냥 니 기억이랑 합쳐져서 나온 말같은데? 옛날에 쓰던 말들 아님?’

진다훈은 그나저나 상당히 기뻤다. 상대방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겠다는 대답을 들었기때문.

‘근데 이제 나도 그럼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긴건가?!’

진다훈은 너무 기뻤다.

24년을 살면서 일생일대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승마체험을 마치고 말에서 내렸다.

사람들은 말타고 달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카사노바와 유채은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진다훈에게 이것은 마치 첫 연애를 축하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지금 진다훈은 첫 연애를 시작한다는 설레임에 잔뜩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까 테이블에서 같이 앉았던 무리를 찾아 돌아갈 때 유채은이 입을 열었다.


“아까 왜 멈추라고 할 때 안멈췄어요?!”

살짝은 삔또가 상한 듯한 목소리였다.

“아, 그야 내 여자친구 재밌게 해주려고 그랬지!”

카사노바가 장난이었다는 듯 말했다.

“여자친구···? 우리 헤어져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헤···헤어져···? 우리 이제 사귄지 10분도 안지났는데··· 헤어진다고···?’

진다훈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약 2년 전, 22살 때의 일이었다.

진다훈은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신앙심도 없었지만 교회를 다녔다.

거기 사람들은 진다훈을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었고 그 중에는 그가 좋아하게 된 여자도 있었다.

3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그는 용기를 내어 고백을 했었고, 그 여자는 그 고백을 받아들였었다.

진다훈은 정말 온 세상을 가진 듯이 기뻤다.

‘드디어 22년차 모태솔로를 탈출했고, 내게도 남들처럼 여자친구가 생겼다!’

하지만 그 기쁨은 하루살이 기쁨이었음을.

바로 다음 날 그녀는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하였던 것이다.

장문의 메시지.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너는 좋은 사람이지만,

여자친구, 남자친구로 지내기보다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

고민 많이 해봤는데 솔직하게 빨리 말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전한다.’

진다훈은 받아들이지 못 했었다.

전날 그녀가 웃으며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었었고, 심지어 포옹도 한 번 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는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듯 허겁지겁 카톡을 짧막한 문장 일곱여덟개를 쏟아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싸늘했다.

그제서야 진다훈은 실감을 했다.

그 충격때문인지 아얘 그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카톡으로 영화‘맨인블랙’에 나오는 기억을 제거하는 장면인 뉴럴라이저 장면을 던지고는 그녀와의 카톡채팅방을 삭제했다.

그와 더불어 그의 기억에도서도 삭제가 된 것이다.

그 삭제된 기억이 불현 듯 트라우마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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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면무도회(5) 22.12.20 39 0 11쪽
» 가면무도회(4) 22.12.19 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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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르마펌 22.12.02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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