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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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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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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094

작성
22.1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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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6)

DUMMY

이생망은 가면도 쓰고 있고 아직 술기운도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차분하게 연주를 했다.

이생망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자 아무런 감정이 없던 공간에 멜로디가 가득 찼다.

순식간에 그 공간에서는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반년을 연습한 결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이생망의 손가락은 그의 의식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곡만 연습해서였을까, 그 곡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몸짓, 아주 소중한 것을 매만지는 듯한 그의 손끝.

그것과 어울려 울리는 피아노의 작아지고 점점커지고 부드럽게 느려졌다가 순식간에 빨라지며 요동치는 선율.

이생망과 피아노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다.

피아노에 몰입되어 연주하는 이생망의 모습은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독립된 공간에 이생망과 피아노, 그 둘만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몰입된 그들의 속삭임은 듣는 사람들의 집중을 흡수해버리기 충분했다.

피아노소리에 덩달아 빠져든 이생망의 친구들과 청중들은 아주 조용히 그 속삭임을 엿듣고 있었다.

비록 진짜 피아니스트처럼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그에게서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생망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하얀티셔츠녀는 그의 음미하는 듯한 표정과 몸짓과 춤추는 손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놀라움에 입을 가볍게 벌린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젖히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아주 천천히 손가락에 감았다.


이생망의 단독콘서트가 끝이 나자 군데군데서 박수갈채가 들렸다.

“와···.”

카사노바는 그저 감탄을 하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이야···. 저렇게 잘 치는 지는 전혀 몰랐네! 브라보! 브라보!”

박종팔이 두쪽팔이 떨어져라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쳐댔다.

‘하긴 시끄럽다고 한 뒤로 이어폰 꼽고 혼자서 들었으니까 우리야 저렇게 잘 치는지 알 수가 없었지.’

진다훈이 이어폰을 꼽으며 구석에서 벽을 보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이생망을 회상했다.

‘몇 달을 미친 사람처럼 피아노 붙잡고 있더니만, 저런 무기를 갈고 닦았었네···. 브라보···!’

“우와! 저 분 피아니스트였어요? 진짜 멋지다!”

오피스룩녀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앵콜! 앵콜! 한 곡 더요!!”

유채은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더 쳐달라고 보챘다.

이생망은 딱 한곡, 이 곡만 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전자 피아노를 산 이유는 단 한가지, 오직 이 곡을 본인의 손으로 느끼고 싶다는 이유였다.

인생의 회전목마를 완주 한 이생망은 피아노에게 즐거웠다는 인사를 하는 듯 잠시 여운을 느끼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며 마주친 하얀티셔츠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몇 번 연습이라도 한 듯 왼팔은 뒤로 보내고 오른팔로 가볍게 반원을 그리며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곧 공연이 시작되니 무대에서 내려가주십시오.”

그 때 마침 관계자가 무대 위에 있던 이생망과 하얀티셔츠녀에게 정중히 내려가달라고 부탁했다.

일부러 그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으리라.


카사노바가 박종팔을 따라 브라보를 연신 외치며 돌아오는 이생망을 향해 존경을 표했다.

[얼굴이 잘 생긴 것이 아닌데 잘 생겨보일 때가 있지.

잘 생기지 않은 스포츠 선수가 아주 우수한 성적을 냈을 때 라던지,

잘 생기지 않은 연극배우가 아주 멋진 역할을 잘 소화해냈을 때 라던지,

저렇게 잘 생기지 않고 돼지같은 이생망이 저런 말도 안되는 예측 불가능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라던지.]

카사노바는 또 독백을 시작했다.

‘어디 한 번 지껄여봐라. 들어나봅시다.’

아랑곳 하지 않고 카사노바는 말을 이어갔다.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라네.]

이젠 중세톤까지 써가면서.

[첫 눈에 반할만큼 아주 이쁜 여자라 할지라도 그 행동과 말이 괴팍하거나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그 이쁜 느낌이 사라지기 마련이지.

반대로 처음에는 아얘 관심도 가지않을만큼 못생긴 여자라 할지라도 그녀가 갖고 있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자리잡는 순간이 있지.

그렇게 되면 나는 눈으로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그녀를 보게 된다네.

그녀가 아주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그녀의 손동작 하나하나, 부드럽게 뜨고 있는 눈, 살짝 올라가있는 입꼬리.

그런 여자는 정말 흔하지가 않지.]

카사노바는 한 여인을 떠올렸다.

[시각적인 것, 아름다운 것들에 약한 남자들도 빠져들게 하는 그런 여자도 있는데,

하물며 청각적인 것, 달콤한 말에 약한 여자들을 유혹하는 데는 남자의 얼굴은 크게 중요하지가 않아.]

그러자 진다훈이 발끈하며 말했다.

‘개소리마라! 여자들이 잘생긴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당장 영화배우들이나 가수들만 봐도, 그 남자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 전혀 모르면서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물론 잘생기면 너무 좋지. 내가 얘기 안해줬나? 나처럼 키186cm에 잘생기면 아무 말이나 막 던져도 여자들이 재밌다고 깔깔댄다고.

그렇지만 진다훈. 니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질 수 없는 걸 자꾸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루저가 살아남기 제3장 기억하나?]

진다훈은 다시 배움의 자세로 돌아갔다.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

[못 생겼다는 핑계로 여자친구 만드는 걸 포기할거야? 아니잖아. 그 누구보다 간절하잖아.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야지. 이생망을 보라구. 저 ‘잘생겨진’ 친구를.]

카사노바가 이생망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 더 잘생겨져 보이는 이생망을 보았다.


6명의 무리는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보기에 아주 좋은 자리를 선점하였다.

영화관처럼 되어 있는 좌석이어서 1렬로 쭉 앉았다.

유채은 옆에 진다훈 옆에 오피스룩녀 옆에 한종팔 옆에 이생망 옆에 하얀티셔츠녀.

연주중 아주 조용한 객석이었지만 이생망과 하얀티셔츠녀는 무슨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는지 가끔 속닥대며 웃곤 했다.

하지만 이생망이 하얀티셔츠녀에게 한 마디 했다.

“낭자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아주 즐거우나, 오케스트라 연주가들이 우리들을 위해 아름다운 연주를 해주고 있으니 지금만큼은 음악에 심취해보는 것이 어떠하오?”

하얀티셔츠녀는 이생망의 사회성과 리더쉽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스트라의 아주 멋진 공연이 끝나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정말이지 멋진 공연이군.]

카사노바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하려했다.

‘야! 뭐해! 전부 다 앉아서 박수치는데 왜 혼자 일어나서 박수치려고 그래?’

진다훈은 민망해지는 상황이 예상되며 심장을 졸였다.

[응? 다른 사람이 일어나든 안일어나든 무슨 상관이야? 내가 저 연주가들한테 찬사를 보내고 싶다는데!]

‘아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야 덜 민망하지···, 만약에 혼자 일어섰는데 아무도 안일어서면···.’

진다훈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그렇게 되면 진다훈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혼자 서 있는 그에게 신경이 쏠릴 것이고,

그는 그 민망함이 견디기 힘들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연주를 나에게 들려준 저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잘 못 된 건 아니잖아.

저 연주가들도 관객이 한명이든 여러명이든 자신들에게 찬사를 보낸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없지···.’

진다훈이 한 수 접었다.

[단지 혼자서 어떤 걸 함으로써 시선을 집중 받는 다는데서 오는 민망함 때문에 너의 행동이 제약된다면, 그런 겁쟁이를 멋있게 보는 여자가 있겠어?]

‘겁쟁이라고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번엔 카사노바가 한 수 접었다.

[그래,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 겁쟁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런데 말이야.]

카사노바는 진다훈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야겠다.]

일어서서 힘차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때였다.

“브라보!! 이게 진짜 전문가들이구나!”

이생망이 일어나 박수를 치는 진다훈을 보더니 문득 기립박수가 생각이 났는지 벌떡일어나 오케스트라에 찬사를 보냈다.

카사노바에 이어 이생망도 일어나 기립박수를 하니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일어났다.

그러다가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도미노처럼 일어나 연주자들에게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의해 일어나 기립박수를 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엔 유채은과 한종팔이 그랬다.

“하암~ 잘 잤다!”

이 두 명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몸을 쭈욱 펴고 나서 한종팔은 군중을 따라 일어나 박수를 쳤다.

유채은은 이제야 끝났구나 라는 표정으로 핸드폰의 비행기모드를 해제하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까지 아주 열정적이고 멋진 연주를 해주신 교향악단의 연주가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한층 커졌다가 잦아들었다.

-“그럼 곧이어 오페라 공연이 있겠습니다!”


오페라 공연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화장실도 다녀오고 담배도 피는 등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한종팔이 친구들에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나도 다녀오리다!”

이생망과 하얀티셔츠녀도 같이 나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심히 보고 있던 유채은이 오피스룩녀에게 말했다.

“넌 안가냐? 난 바람이나 좀 쐬고 올게.”

“어, 다녀와~”

“잘 다녀와요, 유채꽃씨!”

오피스룩녀는 카사노바와 단둘이 있게 된다는 데 신경이 좀 쓰이는 듯 했다. 긍정적인 신경쓰임이었으리라.

카사노바는 고개를 돌려 오피스룩녀를 보며 말했다.

“정말 클래식은 영원하군요. 이걸 여기서도 듣다니···.”

“되게 좋으셨나보네요. 기립박수도 가장 먼저 치시고.

저도 너무 좋았어요. 확실히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실제로 듣는 것이 현장감과 생동감이 있네요.”

“이 좋은 음악에, 옆에는 이렇게 이쁜 여자가 있으니 이 곳이 바로 천국이군요. 너무 즐겁습니다. 하하.”

카사노바가 웃으며 말했다.

‘윽···. 카사노바야 그런 멘트 너무 구식아니냐···?’

진다훈은 여자의 반응이 안좋을 것같았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진다훈이었을 때의 기억때문이었으리라.

“흐흐흣, 자꾸 그러시면 부끄러워요~”

콧소리를 앙큼하게 내며 오피스룩녀는 애교를 부렸다.

[구식이든 신식이든 못생겼든 잘생겼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잘생겨보이게 하는 것이, 멋있어보이게 하는 것이, 이 남자가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 중요허다! 이말이야!]


그러면서 카사노바는 그렇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듯이 오피스룩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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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극복과 영광 22.12.31 25 0 12쪽
23 가면무도회(10) 22.12.30 27 0 11쪽
22 가면무도회(9) 22.12.29 31 0 12쪽
21 가면무도회(8) 22.12.23 34 0 11쪽
20 가면무도회(7) 22.12.22 33 0 11쪽
» 가면무도회(6) 22.12.21 37 0 11쪽
18 가면무도회(5) 22.12.20 39 0 11쪽
17 가면무도회(4) 22.12.19 36 0 11쪽
16 가면무도회(3) 22.12.18 33 0 11쪽
15 가면무도회(2) 22.12.17 33 0 11쪽
14 가면무도회(1) 22.12.16 36 0 11쪽
13 근육 22.12.15 36 0 11쪽
12 움직임이 전부다 22.12.14 33 0 11쪽
11 하고자 하는자는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은자는 핑계를 찾는다 22.12.13 50 0 11쪽
10 굼뱅이의 저주 22.12.12 39 0 11쪽
9 고강도의 고통 22.12.05 36 0 11쪽
8 가르마펌 22.12.02 33 0 11쪽
7 근육통 22.12.01 34 0 11쪽
6 여자 목소리 22.11.29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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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22.11.27 39 0 11쪽
3 얽히고 섥히다 22.11.27 42 0 11쪽
2 뭔가 이상하다 22.11.24 57 0 12쪽
1 지아코모 카사노바 +1 22.11.22 1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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