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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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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094

작성
22.1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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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1)

DUMMY

9시 수업이었지만 이 세 사람은 8시40분, 수업보다 20분을 일찍 도착하였다.

강의실에는 5명 정도밖에 없었다.

“맨날 9시 맞춰서 들어온다고 몰랐는데 고작 20분 일찍 왔다고 사람이 이렇게 없어···?”

한종팔은 거의 매번 사람이 다 와있었던 강의실에 들어가곤 했다.

“아마 한 10분정도 남았을때부터 사람들 몰려올 듯?”

진다훈이 말을 마치자마자 몇 명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원래는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장기자랑 얘기를 꺼내며 멋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 받는 건 살면서 처음이네···. 뭔가 기분 좋은데?’

[좋은 관심은 아주 맛있는 법이지.]


“여~ 지코 삼형제~.”

안태양이 아주 활기찬 모습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 박정무도 따라 들어 왔다.

“지코 삼형제? 지코 삼형제, 큭큭. 그게 뭐냐?”

박정무가 안태양에게 킬킬대며 물었다.

진다훈은 이 두 명을 학교에서 보니 또 다시 상대적으로 소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성격이 그렇게 쉽사리 휙휙 바뀌는 게 아닌 듯 했다.


“지코 삼형제 모르는 사람도 있냐? 저기 지코를 쏙 빼닮은 진다훈, 한종팔, 이생망을 보고 사람들이 지코 삼형제 라고 부른다고!”

안태양이 들으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놀린다거나 하는 악의는 없어보였다.

“말 되긴 하네. 하긴 진짜 지코 빙의한줄. 너네 진짜 잘 놀더라. 우리도 꽤나 무대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한 수 접었다.”

박정무가 따봉을 날리며 자리에 앉았다.

안태양과 박정무가 앉은 자리는 강의실의 가운데 줄, 뒤에서 두 번째 자리.

맨 뒷자리에 옆으로 쪼로록 앉은 진다훈, 한종팔, 이생망의 앞 자리였다.

자리에 앉은 안태양과 박정무는 뒤돌아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 가면무도회, 너희도 가냐?”

‘너희도’ 그말즉슨 안태양과 박정무는 간다는 뜻이었으리라.

“어? 어, 가면무도회 우리도 가기로 했다.”

“오오! 역시 지코 삼형제! 전에 가본 사람있어?”

지코 삼형제는 고개만 가로 저을뿐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3년 전에 한 번 가봤었는데 그때 진짜 개재밌었어!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랄까. 그때 말도 처음 타보고. 그 말이 수컷이었는데, 거기를 딱 봤는데 크기가 내 팔꿈치······.”


안태양은 3년 전 다녀온 가면무도회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댔다.

지코 삼형제는 홀린 듯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강의실에 학생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어! 이수지!’

진다훈은 이수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와, 어떻게 저래 이쁠 수가 있노···.’

진다훈의 시선이 한동안 이수지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것을 눈치 챈 안태양이 진다훈의 시선을 따라가보았다.

그러고는 이수지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다시 진다훈에게 말했다.

“아~, 찐사랑이다. 찐사랑. 저번에 고백하고 어떻게 됬냐? 수지한테 내가 물어봐도 말 안해주던데. 사귀는거야?”

진다훈이 급하게 이수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아, 아니···. 그냥 선후배사이로 지내기로 했다···.”

한종팔과 이생망이 진다훈을 바라봤다.

“언제 얘기했냐? 카톡으로?”

한종팔이 왜 얘기 안했냐는 듯 추궁했다.

이생망은 진다훈을 쳐다보는 척 배아린을 스리슬쩍 훔쳐 보고 있었다.

“어···. 그냥 알바 같이 할 때 말했다.”

“알바를 같이해? KFG에 이수지도 알바해?”

한종팔이 화들짝 놀랐다.

안태양도 알바 같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층 더 흥미를 보이는 듯했다.

“오올···. 같이 알바하면 좀 친해졌겠다?”

떠보듯 물어보는 안태양.

“아니, 시간대가 안맞을 때도있고, 맞더라도 완전 다른데서 일하기 때문에 거의 인사만 하는정도?”

“그럼 친한 선후배로 지내자고 한 얘기는 언제한건데? 마치고?”

안태양이 집요하게 물었다.

“그건 휴게시간때 얘기했지.”

“그 얘기는 수지가 나한테 안하던데. 뭐, 어쨌든 잘 마무리 했네?”

안태양은 이수지와 연락을 하는걸 일부러 언급했다.

“수지도 가면무도회 간다던데···? 그래도 처음엔 다 가면 쓰고 있어서 누군지 알 수가 없지.”

“그게 가면무도회의 묘미지.”

옆에서 박정무가 한 마디 했다.

안태양은 키득거리며 돌아서서 수업준비를 했다.

교수님이 들어왔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오늘 늦은 오후부터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가면무도회.

거기서 혹시 운이 좋게 이수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진다훈.

가면을 쓰고 있어서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가 우연히 가면이 슥 벗겨지게 되는데, 알고보니 이수지였다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수지처럼 이쁘면 엄청 잘 생긴 남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겠지만 모두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혼자 상상하며 씨익 웃는 진다훈에게 카사노바가 한 마디 했다.

[여자들은 단지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 이 정도는 너도 알지 않아?]

‘알지. 남자는 자신감 아이가! 그래서 자신감 있는 모습만으로 어필을 해보겠다는 기지!’

[좋은 자세다. 잘생긴애들은 몸에 베어있는 자신감이 있어. 아마 가면을 뚫고 나올거야. 전략 잘 세워보자.]

‘오케이!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는다! 핑계 따위 대지 않는다!’


*


지코 삼형제, 진다훈, 한종팔, 이생망은 각자 꾸밀 수 있는 최대한으로 꾸몄다.

어색했다.

머리를 만지는 것도, 젊은이들이 입는 옷을 입는 것도, 림밤을 바르는 것 등등 다 어색했다.

옷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하지만 이 셋은 웬만하면 찍지않는 사진을 찍어댔다.

차려입고 꾸며놓은 자신의 모습을 언제 또 보겠냐는 심정이었을까.

지코 삼형제는 현관문을 나서기전, 손을 모았다.

“모태!”

“솔로!”

“탈출!”

“어이!”

마지막 ‘어이!’ 부분은 세 명이 동시에 외치며 비장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장소에 다다르자, 음악소리가 들리고 불빛들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부터 시끌시끌했다.

말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삐까뻔쩍한 차들이 세워져있었다.

사람들이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었고,

벌써 취해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입구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좁은 입구에서는 걷다가 자꾸 멈춰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모바일초대권을 보여주니 팔찌하나와 가면을 하나씩 받았다.

그것을 쓰고 팔찌를 손목에 낀 다음 으리으리한 성의 입구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남녀할 것 없이 풀메이크업한 사람들 돌아다녔다.

입술이 시뻘건사람, 시꺼먼사람, 피부가 하얀 백인부터 까만 흑인까지 그라데이션 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 축제를 즐기러온 팔짱낀 커플들, 아마 방금 커플이 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다훈의 눈은 카사노바에 의해 움직이곤 했다. 드레스 입은 여인들에게로 꽂히는 카사노바의 시선.

등이 다 보이는 드레스,

젖꼭지만 가린 듯 젖이 거의 다 드러나는 드레스,

온갖 이쁘고 희한한 드레스들이 가득했다.

드레스 외에도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브라질에 쌈바축제를 연상케하는 코스프레도 있었고,

중세 기사, 마녀들도 있었다.

파라오와 클레오파트라가 키스하고 있었고

거대한 초록풍선 외계인이 사람을 납치하고 있기도 했다.


머리 위에는 품격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와

헬륨이 가득 담긴 알록달록한 풍선무더기가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넓지만 짧막한 복도를 지나니 동화가 펼쳐졌다.

음악은 더 강렬하게 고막을 흔들어댔다.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지만,

어딘가는 아주 어둡고 또 어딘가는 아주 밝았다.

곳곳에 계단으로 연결된 복층들이 보였고,

서커스팀을 고용한 것인지 하늘에선 천사들이 타잔흉내를 내며 날아다녔다.


한 마디로 광란 그 자체였다.

파티장 군데군데 있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댄스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은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또 멀리 반대편의 그랜드 피아노에선 누군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샴페인을 나발째로 들이키는 사람들,

난간에 올라가 춤추는 사람들,

중간중간 검은 양복을 입고 서있는 가드들.


정말 영화의 한 장면같이 느끼게 해준건 파티장 한가운데 있는 수영장.

큰 도넛 모양의 수영장, 그 가운데엔 작은 무대와 춤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며 쉬기도 하고

술 잔을 기울이기도 하며 물장난을 치기도 했다.

턱시도를 입고 다이빙 하는 사람도 있었다.


멀끔히 차려입고 허리를 꼿꼿히 편 웨이터차림의 사람들.

그들은 칵테일이 서너 잔 올려져 있는 쟁반을 한 손으로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7단 8단으로 쌓여 있는 케익들,초콜릿 분수대, 그리고 칵테일 분수대.

여기저기서 계속 터지고 있는 폭죽들과 폭설처럼 내리는 파티가루는 마치 울긋불긋한 나비들이 한가득 날아다니는 느낌을 들게 했다.


지코 삼형제는 마치 모든 것이 처음인 아기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말이 되냐?”

한종팔의 열려있던 입에서 말이 나왔다.

“말이 안나온다.”

“실로 형용할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구려···!”

[정말 이렇게 성대한 파티는 처음이로군.]


그러고 또 한참있으니 카사노바가 말했다.

[일단 저거 한 잔 하고 시작하자고!!]

진다훈이 정신을 차렸다.

‘저거? 그냥 갖다 마셔도 되는거임?’

칵테일이 올려져있는 쟁반을 한 손으로 옮기고 있는 웨이터.

[그런 것 묻지 말고 그냥 마셔!]

한껏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카사노바가 진다훈의 몸을 움직여 칵테일을 한 잔 가로채 입으로 쏟아부었다.

그걸 본 한종팔과 이생망은 진다훈을 따라 목구멍을 적셨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리저리 춤추다가 몇 잔 걸치니 알딸딸했다.

가면을 쓰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니, 누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거나 재거나 하지 못했다.

그저 음악과 유희와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아무나 손을 잡고 춤을 춰도 상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가 하나인듯했다.

모두가 친구가 된 것이다.

[이게 가면무도회다! 이것이 진정한 가면무도회다!]

카사노바도 어떠한 격식도 없는 이 자리가 신선했다.

흔들고 뛰고 돌고 찌르고 웃었다.

지코 삼형제는 여자의 손도 잡아보고 허리도 잡아보았다.

술도 들어갔겠다, 가면도 썼겠다, 여자 공포증이 사라진 듯 했다.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아아! 꿈이면 어떻고 생시면 어떠하리!”

이생망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진다훈과 한종팔의 입꼬리도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광란의 즐거움을 즐기다보니 어느덧 저녁만찬의 시간이 되었다.

신나는 노래가 끝이나자 발랄한 노래와 함께 방송이 나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곧 저녁만찬이 시작됩니다. 바로 옆, 레스토랑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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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극복과 영광 22.12.31 26 0 12쪽
23 가면무도회(10) 22.12.30 27 0 11쪽
22 가면무도회(9) 22.12.29 31 0 12쪽
21 가면무도회(8) 22.12.23 34 0 11쪽
20 가면무도회(7) 22.12.22 34 0 11쪽
19 가면무도회(6) 22.12.21 37 0 11쪽
18 가면무도회(5) 22.12.20 39 0 11쪽
17 가면무도회(4) 22.12.19 37 0 11쪽
16 가면무도회(3) 22.12.18 34 0 11쪽
15 가면무도회(2) 22.12.17 34 0 11쪽
» 가면무도회(1) 22.12.16 37 0 11쪽
13 근육 22.12.15 36 0 11쪽
12 움직임이 전부다 22.12.14 33 0 11쪽
11 하고자 하는자는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은자는 핑계를 찾는다 22.12.13 50 0 11쪽
10 굼뱅이의 저주 22.12.12 39 0 11쪽
9 고강도의 고통 22.12.05 36 0 11쪽
8 가르마펌 22.12.02 33 0 11쪽
7 근육통 22.12.01 35 0 11쪽
6 여자 목소리 22.11.29 48 0 11쪽
5 지불 22.11.28 40 0 11쪽
4 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22.11.27 40 0 11쪽
3 얽히고 섥히다 22.11.27 43 0 11쪽
2 뭔가 이상하다 22.11.24 58 0 12쪽
1 지아코모 카사노바 +1 22.11.22 1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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