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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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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50
추천수 :
1
글자수 :
121,094

작성
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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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가르마펌

DUMMY

돌이키기엔 이미 이수지옆에 도착해버렸다.

이수지는 직원전용 휴게쿠폰으로 메뉴를 구매하는 단계에서 버벅거리고 있었다.

카사노바는 떨리는 진다훈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자, 침착하고, 따라해. ‘뭐 먹을거야?’]

“뭐 먹을거야?”

이수지가 흠칫하더니 대답했다.

“저..펜타킬 버거요..”

그리고는 진다훈은 생각보다 능숙하게 처리했다.

아까방금 자기햄버거를 고를 때 한 번 해봤기때문이었다.

“됬다.”

“고맙습니다.”

그러고서 진다훈은 쭈뼛쭈뼛 서 있었다.

더 도와줄게 없는지 최대한 뇌를 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으니까 다시 돌아가자]

“이제..크흠..큼..”

긴장한 진다훈은 따라하라는 건줄 알았다.

아니란 걸 뒤늦게 알고는 괜한 목청을 가다듬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콜라부터 시원하게 빨았다.

잠시 후 이수지가 옆에 앉아 주섬주섬 햄버거포장지를 까고 먹기시작했다.


[진다훈. 일단 침묵하고, 빵부터 먹자고]

사실 카사노바는 맛있는 햄버거를 맛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찬 듯 싶을 때 카사노바가 말했다.

[어색한 분위기에도 조금 익숙해 졌는데, 이제 슬 말 좀 걸어봐.]

‘뭐라고 걸어?!’

[고백한 거. 거절을 담담히 받아들이자고.]

‘조용하다가 갑자기 그 얘기를 해?’

[따라해. ‘저기, 저번에 내가 고백한 것 말인데.’]

진다훈은 어떻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고백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말을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러나 하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질러버렸다.

‘에잇! 모르겠다!’


“저기, 저번에 내가 고백한 거..”

깜짝 놀랜 듯한 이수지가 오물거리던 입의 속도를 늦추며 진다훈을 쳐다봤다.

[‘거절이지? 미안해. 대화도 많이 안해보고 친하지도 않은데 너가 너무 이뻐서 그랬어.]

“거절이지? 미안해...”

긴장해버린 탓에 진다훈은 그 다음말을 까먹어버렸다.

카사노바가 바로 눈치채고 프롬프터처럼 알려줬다.

[대화도 많이 안해보고 친하지도 않은데.]

“대화도 많이 안해보고 친하지도 않은데..”

[너가 너무 이뻐서 그랬어.]

“너가 너무 이..이뻐서 그랬어..”

[이런일은 이제 없을거야. 안심해도 돼.]

“이런일은 이제 없을거야. 안심해도 돼.”

[선후배로 잘 지내자.]

“선후배로 잘 지내자.”


몇초의 정적이 흐르고 이수지가 입을 열었다.

“네..”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는 듯 얼굴이 조금은 밝아지며 진다훈을 쳐다보고 다시 햄버거로 시선을 옮겼다.


진다훈은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하라는대로 말은 했지만 쉽지않았다.

일부러 카사노바의 당당한 말투를 따라하려 애를 써봤지만 아주 잘 되진 않았던 것같다.

이내 진다훈도 먹던 햄버거를 마저 먹었다.

“펌하셨네요?”

이수지가 진다훈에게 물었다.

진다훈은 자신이 들은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아드레날린 때문에 들리는 환청인지, 아니면 카사노바가 말한건지 놀란 눈을 뜨고 이수지를 보았다.

그러자 이수지의 입이 움직이며 소리를 내었다.

“가르마펌인가?”

맞았다.

이수지가 본인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오..? 뭐해! 대답해, 대답!]

“어? 어! 맞아, 가르마펌이야. 어제한거.”

카사노바가 알려준 대사가 아니였다.

하지만 이수지의 앞에서 그는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을 흉내내고 있었다.

다정하게 보이고 싶었으리라.


[무도회 얘기랑 장기자랑 얘기 해보자.

대신 다시 꼬실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말고.

그냥 가볍게 일상얘기하듯이 해보자고.]

“그.. 축제 할 때, 장기자랑이랑 무도회 나갈까 싶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봤어. 9만원이나 하더라고.”

[조금만 짧게 말해보자. 지금 좀 긴 것 같다. 그리고 돈 얘기는..아니다.]

장기자랑과 무도회를 간다고 얘기를 듣고 이수지는 깜짝 놀랐다.

“와! 장기자랑 나가세요? 뭘로요?”

이 사람이 도대체 무엇으로 자랑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나..노래..그.. 랩하려고.”

진다훈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아.. 힙합 좋아하시는 구나. 혼자서요?”

“아니, 그, 알지? 한종팔이랑 이생망.”

“아, 네, 아, 그분들이랑~”

“너는? 장기자랑 안나가지?”

“네, 전 딱히 관심이 없어서. 무도회는 갈지 안갈지 모르겠어요. 한 번도 안가봐서 궁금하긴 하네요.”

[한 번 가보라고 그래.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한 번 가봐. 재미있을 것 같던데.”

“그게 언제 한다고 했죠?”

“가면무도회.. 다음 주 수요일에.”

진다훈이 허공을 보며 날짜를 기억했다.

“아, 그러면 전 아마 못갈 것 같네요. 그때 등산동아리에서 등산가기로 해서..”

“등산동아리?!”

[등산동아리?! 여리여리한데 등산을 좋아하는구나. 하긴 가벼운 사람이 산타기 수월하긴 하지.]

“오.. 여리여리한데 등산을 좋아하는구나..”

진다훈은 카사노바의 말을 따라하려했다.

[야! 그 뒤엔 따라하지말고! 음.. ‘그래서 건강해보였구나.’라고 말해!]

카사노바는 이 말이 좀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건강해보였구나~”

“아, 그래요? 건강해보여요? 하핫.”

이수지가 건강해보인다는 칭찬같은 말에 웃었다.

그 웃음은 싱그럽고, 눈이 부시고, 아름다웠다.

진다훈은 자기 앞에서 여자가 이렇게 웃는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웃음소리를 들은 그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선배는 운동하는거 있어요?”

두 번째 이수지의 물음.

진다훈은 자꾸 물어봐주는게 너무 기분 좋았다.

어색한 분위기는 한층 풀어졌다.

“나는 따로 하는건 없고, 그냥 아침에 달리기 한지 이틀됬어.”

“오.. 러닝~”

그리고는 정적이 흐를려는 틈에 카사노바가 말했다.

[러닝에 대해 좀 얘기해! 100m달리기 10번 이런거!]

또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기 직전에 진다훈이 말을 꺼냈다.

“우리 학교에 100m달리기 하고 있어. 100m 10번.”

“100m달리기면, 전속력질주 아니에요?”

“어, 맞아. 되게 힘들어”

“와, 100m한 번 달려도 되게 힘든데, 그걸 10번을 한다구요?”

이수지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맞아. 10번!”

[‘8번째부터는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야!‘]

카사노바가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말했다.

진다훈은 눈치를 채고 최대한 카사노바처럼 익살스럽고 유쾌한 억양과 말투를 따라하려 애썼다.

“8번째부터는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야!”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지!‘]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지.”

거기에 진다훈이 애드리브를 쳤다.

“날아가고 싶을 때 한 번 해봐. 짜릿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흐름을 타며 재밌게 소화해냈다.

아마 카사노바의 유쾌한 말투에 흐름을 탔기 때문이아닐까.

그리고 머리빨에서 오는 약간의 자신감도 한 몫 했으리라.

“하하하핫.”

이수지가 웃긴 진다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마침 휴게시간 30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럼 다시 열심히 일하러 가볼까?’]

“그럼 다시 열심히 일하러 가볼까?”

“네!”

좋은 타이밍에 잘 마무리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각자 맡은 일을 했다.


[이욜.. 진다훈~, 짜릿해? 크큭. 그래. 짜릿하긴 하지. 아주 짜릿해서 날아가 버릴 것 같긴하지. 정신이.]

카사노바는 진다훈의 애드리브에 장난을 쳤다.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긴하지. 큭큭. 아, 참, 진짜 날아갈려고 하는 것 아닌가?’

진다훈은 자기가 생각해놓고도 만족스러웠는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아까 대화 아주 좋았다. 이거 하나 둘 배우니까 잘 흡수 하는구만?]

‘내가 아바타가 된 것처럼 그때그때 알려주는대로 따라하면 되니까 생각보다 쉬운데?’

[좋다. 이대로 가면 가면무도회에서 재밌게 놀 수 있겠어!]

‘형님. 고맙습니다!’

[하하하하, 내가 누구야~ 지아코모 카사노바야! 베네치아에선 모르는 이가 없다구? 하하하하]

[그런데 진다훈. 오늘 대충 감이 왔겠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겠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 웃긴거?’

[그것도 맞지. 그것도 맞고, 너가 뱉은 말 중에 답이 나와있어.]

‘음.. 무슨 말했지..? 다 까먹었다.’

이수지와 그렇게 대화를 했다는 것에 감격스러워서인지 여전히 흥분되어 있었다.

[장기자랑 얘기 했잖아. 경험이 많고 능력이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축제무대에 나간다는 건 자랑할 능력이 있다는 거지! 노래 잘하는 능력.]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건가..?’

[일단 상대가 놀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꺼낸다는건 좋은거야.]

‘그렇기는 하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을 이것저것 쌓게 되면 그만큼 할 이야기도 많아지지. 매력적인 이야기로 꼬시는거야!]

‘하긴.. 맨날 게임얘기빼면 할 얘기가 없었는데, 장기자랑 얘기 하니까 새롭긴 하더라.’

‘이래서 사람들이 경험을 많이 해보라는 거였나..’

[그런거지! 닥치는대로 해볼만한건 다 해보는거지! 승마도 배워봤다가, 수영도 배워보고, 농사짓는 것도 배워보고, 검술, 양치기, 글쓰기 다 배워보는 거야! 그러다가 여행도 훌쩍 떠나보고, 시도 써보고!]

‘검술..양치기는 뭐고..큭큭.’

진다훈은 뭔가 새로운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 느껴진 것 없었나?]

카사노바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다훈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뭔데?’

[확실히 머리스타일을 바꾸고나서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그런 것 같긴 해. 고딩 때부터 했던 머리스타일 하다가 큰 돈 주고 멋있게 꾸미니까, 가까운 친구들도, 점장님도, 수지도 그리고 내가 거울 한 번씩 볼때도.’

[어때? 짜릿해?]

이때다 싶어 비집고 들어오는 카사노바.

‘짜릿해. 큭큭. 사람들이 이래서 꾸미도 다녔던 거구나, 이해가 조금 되더라.’


9시간의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하, 수고했다.카사노바.’

[그래, 너도 수고했다. 근데 좀 억울하네. 수고는 두명이 한 것 같은데 왜 한 명 몫만 나오는거냐고..]

진다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그러네.’


진다훈은 집으로 돌아가 씻고 게임을 했다.

[..결국 또 게임이냐?]

‘오늘 새로운 경험 찾아서 떠나기엔 늦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아니, 좋다고. 큭큭.]

카사노바는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상대유저와 싸워 이기는 것.

이것은 카사노바 시대뿐만아니라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다만 차이가 조금 있다면 컴퓨터로 한다는 것이지, 남자의 승부욕과 우월감과 성취감을 맛보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다.


*


-딩딩딩~ 굿모닝~

딩딩.


진다훈이 알람을 껐다.

알람은 6시전인 5시55분에 맞춰져있었다.

왠일인지 잘 일어나서 껐고, 잘 자서 개운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제 일어나는 건 쉽네. 잠깐만 누웠다 일어나자..’

[잠깐만이다...]

진다훈과 카사노바는 아주 잠깐 10초정도 이 개운한 느낌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오만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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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가면무도회(3) 22.12.18 33 0 11쪽
15 가면무도회(2) 22.12.17 33 0 11쪽
14 가면무도회(1) 22.12.16 36 0 11쪽
13 근육 22.12.15 35 0 11쪽
12 움직임이 전부다 22.12.14 33 0 11쪽
11 하고자 하는자는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은자는 핑계를 찾는다 22.12.13 50 0 11쪽
10 굼뱅이의 저주 22.12.12 39 0 11쪽
9 고강도의 고통 22.12.05 35 0 11쪽
» 가르마펌 22.12.02 33 0 11쪽
7 근육통 22.12.01 34 0 11쪽
6 여자 목소리 22.11.29 47 0 11쪽
5 지불 22.11.28 39 0 11쪽
4 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22.11.27 39 0 11쪽
3 얽히고 섥히다 22.11.27 42 0 11쪽
2 뭔가 이상하다 22.11.24 57 0 12쪽
1 지아코모 카사노바 +1 22.11.22 10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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