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아무걔
작품등록일 :
2022.11.22 21:52
최근연재일 :
2022.12.31 2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58
추천수 :
1
글자수 :
121,094

작성
22.11.27 01:04
조회
42
추천
0
글자
11쪽

얽히고 섥히다

DUMMY

‘주술이라니..’

‘빙의라니..’


두 사람(정확히는 두 영혼)은 잠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다리 좀 풀어봐. 안저리냐?’

카사노바의 요청에 다훈은 가부좌를 틀었던 다리를 풀고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마음의소리에 집중했다.

‘근데 그 시대에도 오락실이랑 승마게임이.. 있을 리가 없지. 진짜 말을 타다가 떨어진거임?’

‘혼자 타다 넘어진 것이 아니고, 말이 쓰러져서 넘어진 것이지. 자네는 혼자타다가 넘어진건가?’

카사노바는 어느 정도 사태파악이 됬는지 침착해졌다.

‘아니 나도 혼자 타다 넘어진 건 아니고, 누가 날 BB탄총으로 쏴서 넘어졌지.’

‘BB탄총..? 나도 총에 맞을뻔 했다네! 공통점이 있군. 흐음.. 지금이 몇 년이라고?’

‘2022년.’

‘내가 미래로 온건가.. 이런 얘기를 들어본적은 있지만..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이고, 현실이라기엔 세상이 너무 다르니.. 거 참 희한한 세상일세.’

‘암튼 내가 보기엔 평행우주인지 머시기인지 잘 모르겠고 빙의된건 맞는거같음.’

카사노바는 다훈의 말투가 조금 거슬렸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빙의! 내 영혼이 자네 몸에 들러붙었단 얘기로군. 아, 베아트라제!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쟁취하는 순간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지?’

다훈은 카사노바의 말투가 조금 거슬렸지만 생망이의 말투에 익숙해져서 인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도 모른다. 굿이라도 해야하나..’

‘굿? 주술을 말하는 건가?’

‘뭐 비슷하지.’

‘당장 하러 가세.’

‘한 번도 안해봐서 모르는데..’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卍이란 글자와 만여보살이라고 쓰여져 있는 허름한 집에 이끌려 들어갔다.

무당으로 보이는 한 여자를 보는 순간 그 여자가 말했다.

“감겼네..얽히고 섥혔어.”

“안녕하..네..?”

“머릿속이 아주 시끄럽지?”

보자마자 알아차리는 것 같아서 놀랐다.

“네 어제부터..”


‘이 사람이 마녀인가? 마녀치곤 이쁘군’

‘뭐 그런셈이지?’

‘빨리 물어보게 어떻게 해야 주술을 풀 수 있는지!’


만여보살이 입을 열었다.

“너무 서두르지마, 이제 설명을 해줄테니까.그리고 마녀아니고 보살. 이쁜건 맞고.”

진다훈의 눈이 동그래졌다.

분명 마음속의 카사노바의 소리였는데 무당은 마치 다 듣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뭐야 이 사람도 내 말이 들리는거야?’

“아주 잘 들리다마다. 너가 악귀가 아니라서 이렇게 대화해주는 것이지 아니였으면 굿판 벌이고 난리났지.”

‘와, 카사노바야, 우리 잘 찾아온것같은데? 이 사람말만 들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다!’

“자, 내 얘기를 듣기 전에.”

그러고 무당은 반지를 하나 꺼냈다. 에메랄드색 알이 박힌, 이 무당집과는 다르게 상당히 서양적으로 생긴 반지였다.

“30만원.”

“예? 30만원..? 아 이거 30만원에 파신다고요? 저는 반지는 괜찮고, 그냥 얘기만 들을게요”

진다훈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다훈아..? 이거 사야 얘기를 들려줄거같네만.’

만여보살이 카사노바의 마음을 듣고는 진다훈을 보며 그게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30만원?! 너무 비싼데요!”

“굿 안하는걸 다행으로 여겨!”

“굿은 얼만데요?”

“300만원. 굿 할래?”

“반지살게요. 현금없는데..”

“계좌이체 되니까 걱정마.”

진다훈은 울상으로 폰을 두들겼다.


“굿~ 오케이. 그럼 이제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만여보살은 목청을 가다듬고 상체를 다훈쪽으로 기울였다.

카사노바에 의해 다훈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오늘부터 날이 지나기 전에 꼭 잠에 들고,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일어나서는 혼이 나갈만큼 땀을 내야해. 젊으니 달리기 같은 걸 하면 좋겠네.”

“혼이 나갈만큼이면.. 얼마나에요?”

“뭐..100m달리기 전속력으로 10번? 정도하면 정신나가지 않겠어?”

“몇 일..동안 하면 될까요?”

“그건 나도 몰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꾸준히 하루도 걸러선 절대 안돼. 하다보면 어느 때 느낌이 팍 올거야.”

“그리고 반지는 꼭 끼고 다니고.복채는 5만원..인데..”

복채얘기가 나오자 진다훈의 표정이 한 층 더 불쌍해졌다.

“아니다, 그냥 가라. 빨리 가버려. 마음 바뀌기 전에.”

그 표정을 본 만여보살은 좋은 인심 쓴다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만수무강 하소서 마녀보살님!”

들리는 게 영 시원찮은게 이름을 바꿀까말까 잠깐 생각한 만여보살이었다.


번지점프에 이어 무당집을 들러 순식간에 거지가 되어버린 진다훈은 알바를 더 많이 해야되나 생각했다.

‘잘해보세. 친구.’

‘내가 너보다 4살이나 많거든?’

‘나이가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하하.’


*


“안녕하세요.”

“어 다훈이 어서와.”

패스트푸드점 점장님이 진다훈을 반겼다.

‘오우 냄새 좋은데? 배고픈데 뭐 안먹나?’

카사노바 때문에 진다훈의 코가 한번씩 벌름거렸다.

‘일 좀 하다가 사람 별로 없으면 먹을끼다. 내가 배고프면 니도 배가 고픈가보네? 하긴 내가 보고 듣는 걸 똑같이 보고 들으니까..’


KFG 주방에서 정신없이 닭을 튀기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새로 들어온 알바에요. 잘 부탁드..어?!”

“어?!”

“수지? 너가 왜 여깄어?”

진다훈은 깜짝 놀람과 동시에 고백한 기억이 떠올랐다.

“다훈선배 여기서 알바해요?”

놀란건 이수지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하루전날 자신에게 대뜸 고백을 하고는 도망쳐버린 남자를 보았으니 아마 더 놀랐으리라.

“어..어! 여기서 알바한지 두 달 됬어..”

붉어진 얼굴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잠깐의 불편한 정적이 이어졌다.

“아..네 그럼 수고하세요..”

그 정적을 깬 건 이수지였다.


‘아.. 이건.. 기회인가..? 아니야 이미 망쳐버린 관계야. 좋아질 수 없다고.’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튀김옷을 입힌 닭조각들을 기름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음.. 저 아름다운 여인이 자네가 꼬시려했던 사람이로군.’

카사노바가 음흉하게 말했다.

“아니,뭐, 이.이젠 안좋아해”

당황한 나머지 입밖으로 소리를 냈다.

‘솔직하지 못하구만. 반지도 멋있는 거 꼈는데, 내가 좀 도와줘?’

이 소리를 들은 다훈의 눈이 번뜩였다.

‘맞네! 너 카사노바. 여자 꼬시는 걸로 유명하잖아! 좀 도와줘!’

‘음 아까 뭐랬더라? 뭐 이젠 좋아하지 않는대나~?’

‘아! 아니야! 나 아직 이수지 좋아하거든? 도와주라!’

‘흐흐, 그럼 어디 한 번 놀아볼까!’

호색한은 신이 났다.


“다훈아 지금 손님별로 없는데 밥 먹어~”

“네~”

“수지야 너도 같이 먹어~”

“네 점장님~”

다훈은 순간 수지와 같이 먹는다는 생각에 이게 왠 행운이냐며 벌써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훈. 이건 기회다. 이렇게 심장 떨리지말고. 심호흡해. 어깨펴고! 눈에 힘줘!’

“후우욱..후욱..”

카사노바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알바생들이 밥먹는 곳은 컴퓨터 옆 좁은 공간에서였다.

다훈은 자신이 먹을 햄버거셋트를 가지고 앉았다.

수지는 어떻게하는지 배웠지만 처음이라 헤메고 있었다.

‘다훈. 가서 수지 도와줘! 가라 진다훈!’

카사노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내가 도와줄까?”

“아 다훈선배, 괜찮아요 거의 다 된거 같아요.”

“아.. 그래..”

뻣뻣한 움직임으로 다시 와서 자리에 앉았다.

‘야 이 돼지같은! 왜 다시 돌아와!’

‘어..괜찮대, 거의 다 됬대..’

‘괜찮다고 돌아오면 어떡하냐! 말도 필요없고 그냥 도와주면 되는데!’

‘아니 괜찮대서..’

‘돼지 불알같은 놈이네!’


수지가 두리번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훈 옆에 앉았다.

“맛있게 드세요. 선배.”

“어 너..너도!”


그리고는 배달은민족 주문! 소리와 왁자지껄한 소리 등이 두 사람의 공기를 채웠다.


‘와.. 좋아한다면서 왜 아무말도 안하니?’

‘어..? 몰라.. 할 말이 없는데..’

[그래.. 너무 좋아하면 말이 안나오거나 헛소리를 할 때가 있지. 자 그럼 내가 하는 말 따라 말해.]

[맛있네 이거]

실제로 카사노바는 햄버거가 아주 맛있었다.

“마..맛있네 이거”

몸을 거의 웅크리고 말을 더듬으며 말하는 다훈을 경험한 카사노바는 심란해졌다.

“..”

이수지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이수지의 신경이 본인에게 쏠렸다는 것을 카사노바는 직감했다.

[아 원래 한 마디하면 상대도 한마디 해주는데..]

“아 원래.. 한 마디하..”

[야 이 돼지불알같은 놈아! 그걸 따라하면 어떡해!]

‘아 따라 하라길래 따라했지 난..’

“네?”

이수지가 당황하며 물었다.

[따라해! 아 원래..원래 한 번 베어먹기 시작하면 끝까지 먹게되지]

“원래 한 번 베어먹기 시작하면 끝까지 먹게되지.”

카사노바는 자기가 무슨 소릴 지껄인건지 당황했다.

[그만큼 맛있다고. 하하]

“그만큼 맛있다고. 하하”

끝에 웃음소리가 아주 인위적이었다.

[진다훈 잘 들어. 앞으로 따라해!라고 하는 말만 따라해야된다. 알았지?]

‘..알겠어!’

“하하..네.. 맛있네요.”

이수지의 목소리도 인위적이었다.

[그리고 다훈아, 어깨 좀 펴봐. 허리 세우고.]

이 작은 행동도 이수지에게는 불편해져버렸다.

[하.. 일단 작전상 후퇴다.]


그렇게 불편한 식사를 마치고 진다훈과 이수지는 각자의 일터인 주방과 카운터로 갔다.

‘카사노바, 그래도 수지랑 말은 섞어본 것 같다. 고맙다 덕분이다.’

[..그래. 근데 너, 여자랑 대화 안해봤냐?]

‘..거의 안해봤지.’

[그럼 연애는?]

‘거의 안해봤지..’

[연애를 거의 안한건 뭐야?]

‘혼자하는 연애..’

[하. 그래. 근데 가능하냐? 24살이라고 하지 않았어? 24년 살면서 여자랑 대화를 안해보는게 미래엔 가능하게 되는건가?]

‘..’

[아니 잠깐만, 그럼, 너 여자랑 자본 적도 없는거냐?!]

‘..아픈 곳을 꼭 찔러야겠나.’

[허! 이게 정녕 가능하단 말인가. 근데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냐?]

‘뭐.. 남중남고군대.. 남자만 있는 곳에 있었어서..아무튼 그렇게 됬다..’

[예쁜 여자들을 보면 그게 참아지냐? 진짜 궁금하네.]

‘안참으면 내가 어쩌려고.. 못생겼지, 키도 작고..’

[완전 루저구만?]

‘완전 루저지..’

진다훈이 침울해지자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는 카사노바도 덩달아 침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진다훈. 너같은 사람 내가 본적이 있지. 본인을 스스로가 깎아 내리는 사람들. 썩어 빠진 태도를 바꿔줘야겠군. 자 따라한다! 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루..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태솔로가 된 카사노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변화하는 두려움 22.11.30 43 0 -
24 극복과 영광 22.12.31 25 0 12쪽
23 가면무도회(10) 22.12.30 27 0 11쪽
22 가면무도회(9) 22.12.29 31 0 12쪽
21 가면무도회(8) 22.12.23 34 0 11쪽
20 가면무도회(7) 22.12.22 34 0 11쪽
19 가면무도회(6) 22.12.21 37 0 11쪽
18 가면무도회(5) 22.12.20 39 0 11쪽
17 가면무도회(4) 22.12.19 36 0 11쪽
16 가면무도회(3) 22.12.18 34 0 11쪽
15 가면무도회(2) 22.12.17 33 0 11쪽
14 가면무도회(1) 22.12.16 36 0 11쪽
13 근육 22.12.15 36 0 11쪽
12 움직임이 전부다 22.12.14 33 0 11쪽
11 하고자 하는자는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은자는 핑계를 찾는다 22.12.13 50 0 11쪽
10 굼뱅이의 저주 22.12.12 39 0 11쪽
9 고강도의 고통 22.12.05 36 0 11쪽
8 가르마펌 22.12.02 33 0 11쪽
7 근육통 22.12.01 34 0 11쪽
6 여자 목소리 22.11.29 47 0 11쪽
5 지불 22.11.28 39 0 11쪽
4 루저가 살아남기 제 1장 22.11.27 39 0 11쪽
» 얽히고 섥히다 22.11.27 43 0 11쪽
2 뭔가 이상하다 22.11.24 57 0 12쪽
1 지아코모 카사노바 +1 22.11.22 10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