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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효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십이신법 (修羅十二身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영효
작품등록일 :
2018.03.25 20:07
최근연재일 :
2018.06.13 1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0,663
추천수 :
2,201
글자수 :
270,942

작성
18.05.07 14:49
조회
945
추천
34
글자
11쪽

꽃과 나비 그리고 음모 - 1

DUMMY

***


익숙한 풍경이 다가옴에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듯 뚱한 얼굴로 윤기가 흐르는 흑색의 명마 위에 앉아 세월아 내월아 길을 잡고 있는 사내를 향해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시선이 쏠렸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겝니까?”


“뭐... 그다지..”


“헌데 왜 얼굴이 그리... 어두우십니까? 곧 세가에 당도할 것인데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래도.. 뭐.. 그다지..”


묻는 말에 뚱한 답만을 고집하는 사내를 향해 묻던 중년사내는 포기한 듯 자신의 뒤를 따르는 무리들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 굳이 지금...”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귀를 집중하는 자들을 향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인 남궁지후의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지 말고 말씀을 해보십시오.”


“조금 속도를 높이지요... 얼른 도착해야지 몸이 근질거려 아니 되겠습니다.”


여전히 뚱한 얼굴로 말을 내뱉은 남궁지우가 말의 고비를 세차게 흔들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느끼는 듯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잘생긴 얼굴을 바람에 내맡긴 남궁지우의 얼굴은 햇살에 반사되어 무지개가 피어날 듯 형용색색의 빛이 발해졌다.

잘난 얼굴로 그동안 여인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남궁지우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그것은 한 여인 때문이었다.


제갈평의 여식인 제갈소은을 향한 마음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하지만 매사에 빈틈이 없는 성격에 꼿꼿하게 서있는 콧대를 꺾어보려 가진 애를 써보았지만, 비운대의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멀리하기만 하는 제갈소은에게 지쳐 찾아간 ‘설미각(雪美閣)’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들이 즐비한 그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남궁지우의 마음을 설레게 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음에 발길을 끊으려했다.

제갈소은에게 향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무공연마에 열을 올리던 그때 찾아왔던 하북팽가의 ‘칠풍선뢰(七風線雷)‘ 팽결후’로 인해 찾아간 설미각에서 찾은 평온함, 그건 한 여인을 만나면서였다.


“이번에는 진짜 대단한 여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그러니 얼굴을 좀 펴시게...”


어깨동무를 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팽결후를 쳐내지 못하고 또다시 몸을 밀어 넣은 설미각 내실에 자리를 잡은 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쓰디쓴 화주를 연거푸 마셔대던 그때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선 여인

제갈소은이 청초하고, 맑은 하얀색의 소국과 같다면, 눈앞에 옅은 미소를 짓고 고운 이를 살짝 보이고 있는 여인은 강렬한 색의 붉은 장미와 닮아있었다.

고운자태는 제갈소은과 비슷했으며, 어딘지 모르게 살짝 제갈소은을 닮은 듯도한 여인에게 시선을 빼앗긴 남궁지우는 자신이 제갈소은이 아닌 다른 여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설화라 하옵니다.”


연한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듯 주위를 휘젓자, 남궁지우가 설화라 자신을 소개한 여인에게 손을 뻗었다.


“설화... 아름다운 이름이구나! 그래 이리로...”


“드디어... 짝을 만나셨구만! 그럼 난 매화나 만나러 가볼까나~~”


큭큭 웃는 낫으로 자리에 일어선 팽결후가 여인에게 눈짓을 보낸 뒤 내실에서 나가자, 설화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남궁지우가 술을 권하듯 술잔을 들어 여인에게 건넸다.


“한잔하련? 술은 좀 하느냐?”


“조금... 독한 화주는 잘 마시지 못하옵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 일부러 내지르는 다른 여인들과 달리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콧소리에 남궁지우가 술을 따르며, 여인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아댔다.

조심스레 머리를 여인에게로 조금씩 옮기며 혹시 자신이 코를 쿵쿵대지는 않는지 살피며... 다가서자 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향이 좋구나! 그래 독주는 잘 마시지 못한다고 하니, 좋은 술로 내오도록 하거라!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갈 생각이니 밖에 있는 자를 데려오도록 하고”


“하오면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설화가 미닫이문을 나서자, 잠시 술잔을 내려다 본 남궁지우가 생각에 잠겼다.


‘그래... 어차피 소은과 이뤄질 수 없다면야... 후~ 헌데 정말 많이 닮았구나!’


어쩌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설화에게서 제갈소은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보려, 독한 화주를 다시 넘긴 남궁지우가 자신의 호위무사인 ‘경한’이 들어서자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갈 것이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마.”


“네 소가주님”


경한이 포권을 취해보인 뒤 나가고, 사람들을 대동해 술상을 다시 마련해 들어서는 설화를 바라본 남궁지우는 그렇게 하루, 이틀. 설화를 향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빠져들고 말았다.

매일같이 찾아가 설화를 향한 마음을 내보이자, 설화 또한 자신을 기다리며,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손짓을 하는 설화에 빠져든 지도 어느덧 반년

그 동안 정도 많이 쌓인 만큼 속의 말까지 서슴없이 풀어놓을 정도의 관계까지 발전한 두 사람은 미래를 약속하기 이르렀다.


“내 이번에 조금 멀리 다녀와야 해.”


“어디를 말씀입니까?”


“세가에 다녀와야 해.”


“세가라고 하시면..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성까지 가신단 말씀이셔요?”


“그래... 아무래도 시일이 걸릴 듯한데...”


“그동안 그리워 어찌합니까? 흐흑”


“조금만 참아 곧 올 테니”


“그런데 어찌 가시는 것이어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그게.. 아무래도 일이 터진 것 같아 별건 아닐 것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날 보내시려는 거지”


“그럼... 다른 분들도 함께 가시는 거 에요? 결후님이나.. 다른 분들 말이에요.”


“응... 다들 세가로 가는 것이지만 걱정 마, 매화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그렇지 않아도 요즘 뜸 하시다고, 매화가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게... 일이 있어 그런 것이니 설화가 잘 말해두라고.”


“네... 흐흑”


눈물을 보이며, 착 안겨오는 설화를 끌어안은 남궁지우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번에 자신의 아버지인 남궁호경이 직접 내린 명이었으니...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이참에 설화를 세가로 데려가 허락을 받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방의 몸이 묶여있는 설화, 뭐... 그것이야 자신의 능력으로 어찌해 보면 되는 일이지만, 만약 세가에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한 번도 ‘실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남궁지우에게 세가의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왔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고 있었으므로..

지금 생각해 보면 남궁호경의 호감으로 인해 제갈소은에게 마음을 주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남궁지우의 마음에 이젠 설화라는 여인이 가득 차 제갈소은을 향한 마음을 정리한 것이 오래였기에 어떻게든 설화를 향한 구색을 맞춰놓아야 했다.

기방의 기녀가 아닌, 어엿한 여인으로...

평범한 여인으로 소개를 하게 되면 그리 크게 문제가 불거질 것 같지 않다 생각한 남궁지우가, 설화에게 말을 꺼냈다.


“설화 이제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게 무슨...”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멀리 떠난다는 말에 말을 잊지 못했던 설화가 돌연 놀란 표정을 하고 되물었다.


“그리 놀랄게 무에 있어... 나랑 혼인하려면 기녀보다는 평범한 여인으로 보이는 것이 설화에게도 좋을 것 같아 그래”


“혼인이라니요... 설마요. 저 같은 년이 감히... 아니 됩니다.”


“그럼 이대로 이리 지내? 난 싫어! 설화를 내 정인이라 생각하며 지금껏 만나왔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 아냐?”


“하지만... 전... 소가주님의 여인이 될 수 없는 사람임을 아시잖아요..”


“내가 이해를 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럼 다녀오시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오늘은 그냥 이리 있고 싶어요.”


더 이상 무거운 문제를 논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안겨오는 설화를 끌어안으며, 남궁지우가 살포시 설화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향긋한 꽃내가 풍겨오는 설화의 아마에서 입술을 뗀 남궁지우가 설화의 몸 위로 떨어져 내렸다.


말을 거세게 몰아치며, 달리는 남궁지우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설화의 모습 한들, 한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긴 듯 자신에게 몸을 내 맡겼던 설화의 얼굴의 붉게 물들었던 달짝지근한 숨소리...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설화를 생각하며, 심란한 마음을 다잡으려 말을 몰아가던 남궁지우가 드디어 자신의 세가에 도착했다.


“소가주! 어서 오시게~ 이게 얼마만이야.”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자신을 마중을 나온 세가의 사람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남궁지우가 자신의 집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남궁세가로 들어섰다.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 반면, 사람들의 얼굴이 살짝 얼어있다는 느낌을 받은 남궁지우가 자신의 머릿속에 가득한 설화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걸음을 떼어 자신의 처소로 들어섰다.


“모두 그대로 일걸... 아마도,”


“호야! 오랜만이구나! 이 녀석”


“아니 그 나이되도록 장가도 안가고 도대체 뭐 하고 있담요? 전 벌써 애가 셋이나 됩니다, 형님~ 아하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헌데.. 애가 셋이라니? 설마 또?”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남궁호’ 남궁지우의 작은 아버지의 장자인 남궁호는 자신보다 두 살 아래인 26살에 벌써 인연을 만나 가족을 이룬 남궁호를 바라보는 남궁지우의 눈빛에 부러운 빛이 묻었다. 사라졌다.


“뭐.. 나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야!”


“오~ 누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누굽니까? 이쁩니까? 설마 소은? 아하하하”


“소은은 혼인 같은 것에 관심도 없는 사람인 걸 ‘호‘네가 더 잘 알잖아”


“그렇죠. 소은이는 잘 있죠? 아차! 오시는 길이 피곤할 터인데 그만 쉬십시오. 너무 오래 잡고 있지 말라 다짐을 받고 온 터라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형님”


“그래...”


홀로 자신의 처소에 들어선 남궁지우는 짐을 대충 정리 한 뒤, 먼지로 가득한 몸을 씻기 위해 처소를 나섰다.


"소가주님"


나섰던 걸음을 붙잡는 목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선 남궁지우를 향해 호위무사인 경한이 다급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소가주님 맹주님의 전서입니다.”


“뭐?”


급히 받아든 전서를 본 남궁지우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다시 길을 잡을 것이라 전하라! 시급한 일이니 서두르라 이르라”


“네 소가주님”


남궁지우의 머릿속에 자리한 설화의 생각을 모두 지워 버릴 정도로 시급함을 담아내고 있는 전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지금 당장 하북팽가로... 아무래도 위험한 듯하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네가 있음에 하늘이 도왔음이니. 지금당장 하북팽가로 가 사정을 파악한 뒤 연통을 바란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세가의 지원을 받아 떠나도록하거라 제갈군사의 말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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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복수의 시작 - 1 18.05.16 876 30 12쪽
45 꽃과 나비 그리고 음모 - 3 18.05.10 913 32 11쪽
44 꽃과 나비 그리고 음모 - 2 18.05.09 818 33 9쪽
» 꽃과 나비 그리고 음모 - 1 18.05.07 946 34 11쪽
42 그들의 움직임 - 3 18.05.06 963 34 10쪽
41 그들의 움직임 - 2 18.05.03 1,054 35 11쪽
40 그들의 움직임 - 1 18.04.30 1,054 33 12쪽
39 검마(劒魔) - 2 18.04.30 993 39 11쪽
38 검마(劒魔) - 1 18.04.28 1,085 37 13쪽
37 은밀하게 움직이다 - 2 18.04.26 1,074 40 11쪽
36 은밀하게 움직이다 - 1 18.04.25 1,057 41 11쪽
35 수라신교(修羅新敎) -3 18.04.24 1,099 42 13쪽
34 수라신교(修羅新敎) -2 18.04.23 1,114 46 11쪽
33 수라신교(修羅新敎) -1 18.04.22 1,186 44 12쪽
32 제갈평 18.04.21 1,230 43 14쪽
31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3 18.04.20 1,201 40 14쪽
30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2 18.04.19 1,242 44 13쪽
29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 -1 18.04.18 1,300 43 14쪽
28 백련 - 3 18.04.17 1,331 50 12쪽
27 백련 - 2 18.04.16 1,354 47 10쪽
26 백련 - 1 18.04.15 1,456 45 11쪽
25 혈비수(穴緋殊) - 2 18.04.14 1,451 50 11쪽
24 혈비수(穴緋殊) - 1 18.04.13 1,478 52 13쪽
23 살문(殺門) - 2 18.04.12 1,544 47 14쪽
22 살문(殺門) - 1 18.04.11 1,550 52 12쪽
21 천라지망(天羅地網) - 3 18.04.10 1,649 53 14쪽
20 천라지망(天羅地網) - 2 18.04.09 1,625 53 13쪽
19 천라지망(天羅地網) - 1 18.04.08 1,828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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