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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효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십이신법 (修羅十二身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영효
작품등록일 :
2018.03.25 20:07
최근연재일 :
2018.06.13 1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0,670
추천수 :
2,201
글자수 :
270,942

작성
18.04.26 15:25
조회
1,074
추천
40
글자
11쪽

은밀하게 움직이다 - 2

DUMMY

***



굵은 빗줄기를 헤치며 어딘가를 향해 급히 몸을 놀리는 제갈평의 얼굴은 항상 마음을 다스리며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던 때와 다르게, 울긋불긋 성난 사람처럼 붉어져 있었다.

무림맹의 총군사인 제갈평이 바람과 동반되어 서쪽에서 불어와 얼굴을 세차게 때려대는 빗줄기를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해 당도한 곳은 무림맹의 맹주인 남궁호경이 기거하는 집무실이었다.


“들겠습니다. 급한 용무입니다.”


제갈평은 남궁호경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음에도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무슨 일이기에... 비를 훔뻑 맞으셨구만!”


“송구합니다. 시급한 일이라...”


제갈평은 남궁호경의 말에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정갈한 성격답게 매사 옷매무새를 단정히 갖췄던 자신의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에 빗물로 인해 맹주의 집무실을 물방울로 더럽히고 있었다.


“앉게 일단 따뜻한 차라도 드시려나?”


“아닙니다.”


제갈평은 급히 손을 저었다. 차를 마시며 한가하게 나눌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남궁호경의 얼굴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그것이... 아무래도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상찮은 일?”


“아무래도 적강과 마교의 잔당들이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 무슨 그런 낌새가 없다지 않았는가?”


적강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 벌써 3년 전이었다.

적강과 숨어있던 마교의 잔당들이 규합할 것을 대비해 무림맹의 정보를 담당하는 비운대의 모든 정보망이 동원되어 적강과 마교의 잔당들의 대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중원곳곳으로 보내졌지만 작은 단서조차도 찾기 힘들었다.

어디로 숨은 것인지, 꽁꽁 숨어버린 적강과 마교의 잔당들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자 ‘개방(開方)’에 도움을 청했었다.

하오문과 더불어 손에 꼽히는 정보망을 구축한 개방은 중원이라면 그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개방(開方)’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자들 ‘거지’들로 이뤄진 개방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만큼, 그들의 정보력은 하오문보다 어쩌면 위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런 개방의 도움에도 적강과 마교의 잔당들의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디로 숨어든 것인지... 분명 중원 어딘가로 향하는 것 까지 파악했던 것을 놓치고 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작은 단서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제갈평은 3년 동안 고요하게만 흘러가는 세월동안 적강이 세력을 규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직감, 그리고 그동안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에 그

직감이 확고해지려했다.


“아무래도 정보를 담당하는 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비운대가 말인가?”


“아닙니다. 비운대가 아니라... 개방입니다.”


“그.. 무슨 개방이라니?”


“그동안 비운대와 함께 움직이던 개방의 정보원들의 위치가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니 거지와도 같은 자들이, 무공도 거의 모르는 자들이지 않나?... 파악이 되지 않는다니?”


개방에 속한 자들은 대개 무공을 모르는 자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그들에게 살수를 뿌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든 있는 자들이기에...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변장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조용하고 은밀히 모습을 감추고 움직이는 것이 옳은 것이었다.

사실 그들을 죽인다 하여 따라올 후폭풍이 두려워 그리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림을 통틀어 개방에 속한 정보를 나르는 자들의 수가 파악조차 힘든 만큼 그들에게 살수를 뿌리게 되면 죽을 때까지 그 뒤를 쫓기게 된다.

그 많은 자들을 모두 도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쉬이 살수를 뿌리지 않는 것이 정석처럼 자리한 것이다.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것보다, 더러워 피하는 것과 같은 격이었다.


“어디서 노닥거리느라 그러는 것이겠지, 그자들이 원래 그런 자들이 아닌가?”


“벌써 보름입니다. 하루 이틀 정도야 그렇다손 쳐도, 보름동안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름동안 그럼 정보가 끊겼단 말인가?”


“비운대가 아직 움직이고 있습니다. 곧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보고가 올라오겠지만, 일단 개방의 방주를 한번 만나 지금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찾아뵈었습니다.”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보니 문제가 있긴 한 것이니 내 만나보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집중해 달라 일러주십시오. 아무래도 곧 움직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하겠네”


제갈평이 포권을 취한 뒤 맹주의 집무실에서 나가자, 남궁호경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급히 신석용을 찾았다.


“지금당장 개방의 방주를 모셔오거라!”


“충”


남궁호경의 명에 신석용이 몸을 돌려 사라지자, 의자에 기대앉은 남궁호경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13년 전

자신을 향해 날아온 전서구를 받아 든 그때, 심장이 요동쳤던 그 순간 적강을 다 잡았다 생각했다.

수라의 무덤을 찾았다던 적강을 손에 넣으면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가문의 앞날에 황금빛 날개가 날아들 줄 알았던 그때, 적강을 놓쳤다며 돌아온 남궁지우의 말에 받았던 충격은 한 갑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던 그 순간까지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절망이었다.


“그때 내 직접 처리했어야 했던 것을...”


뒤늦은 후회로 인해 자신에게 찾아올 황금빛 날개가 다시 날개 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적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이번에는 기필코 잡아 황금빛 날개를 다시 되찾을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빛내는 남궁호경은 두 눈을 감고 입맛을 다셨다.


무림의 권력은 무공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위에 존재하는 것은 정보를 다루는 능력,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소유한 자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파악하지 못하면, 눈먼 칼에 죽기 십상, 그러니 아주 작은 규모의 문파를 이루는 곳이라 해도 정보를 다루는 것에 만큼은 공을 들이기 마련, 적을 상대함에 있어 정보에 따라 승리를 가져다준다.

그 진리는 세력에 몸담고 있는 글을 모르는 무식한 자라도 아는 사실이므로, 정보를 이용해 적을 혼돈을 주기도 하고, 정보를 추려, 적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그것을 가장 잘하는 이는 단연 제갈평

하지만 지금 제갈평의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존재자체가 무림맹에 위협이 되는 적강!

적강으로 인해 그동안 평온했던 무림맹 내부에서도 파발이 나눠질 정도로 적강의 대한 일은 민감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수라의 장보도를 손에 거머쥐려 무던히도 애썼던 무림맹의 고위급 인사들은 아직도 적강의 대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기 위해 자신들의 세가의 힘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개방에서 조차도 그들의 행보는커녕,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보가 다르게 흘러갔거나, 차단되었거나, 그도 다니면,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정보를 가지고 주무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무림맹의 모든 힘과 같은 정보가 차단된다면, 무림맹의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른다.

제갈평은 한심할 정도로 적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들의 얼굴을 대면하고 싶지 않음에 그동안 미뤄왔던 것을 이제 밝힐 때가 되었다. 생각했다. 그들도 이제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쉽게 받아들일지 그건 미지수였다.

수 십년 아니 500년이라는 세월동안 그토록 원했던, 것에 대한 정보를 듣는 다는 것은 또 어찌 나올지... 머리가 지끈거려오고 있었다.


“아버지”


“그래! 뭔가 온 것이냐?”


“그것이 아니옵고, 조금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옷이 다 젖으셨어요. 일단 안채로 드셔서 잠시라도 쉬었다. 오셔요.”


“되었다. 지금 그리 한가한 때가 아님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네가 그런 말을 해야 쓰겠느냐?”


제갈평은 자신을 걱정해 한 말임을 알고 있지만, 그것보다 지금 현제 파악되지 않는 개방의 정보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시급했다.


제갈소은은 자신의 아비인 제갈평의 깊은 고뇌를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안달을 한다고 해서 찾아올 정보가 아니 오는 것도 아니고, 오지 않을 정보가 오는 것도 아닐진데, 저리 안절부절 못하는 제갈평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필요함을 느껴 꺼낸 말이 무시되자,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적강! 그자의 용모파기를 매일 보다시피 하는 제갈소은은 그의 대한 모든 정보를 이미 파악한 상태였으므로,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꼭 마주했던 사람처럼 익숙했다.

제갈평이 그동안 고심하던 순간마다 함께 했던 만큼,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제갈소은도 적강이 움직이려 한다. 생각했다.

정보를 이용해 싸움을 먼저 시작했다. 판단한 제갈소은의 얼굴은 의문이 가득한 채 제갈평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얼굴인 것이냐?”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그들이... 아니옵니다.”


“어허! 말을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한다. 그리 일렀거늘!”


“그것이 아니옵고, 적강이라는 자를 돕는 자가... 그러니까... 책사 정도의 자가 곁에 있는 것이라 판단 하셨잖아요? 그자가 누구라 생각하시는 지요.”


“책사... 라...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마교의 잔당들이라 해봐야... 책사의 버금가는 자가 없는 자들 뿐 모르겠구나! 그것만이라도 안다면 이리 답답하지 않을 진데...”


“제 생각으로는... 저희가 모르는 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무인이 아닐 수도 있고...”


너무 어이없는 말을 내뱉었다. 생각한 제갈소은은 급히 뒷말을 흐리며 얼굴을 붉혔다.


“무인이 아닌자... 아닌자... 아닌자라..”


“송구합니다. 그저 그런 생각이 스쳐서...”


“아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는 일이거늘...”


“네?”


제갈평의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제갈소은이 놀라 물었다.


“그럴 수도 있다. 만약... 무인이 아닌 자와... 그렇담... 누구란 말이냐... 늙은 노인뿐이라 했거늘... 설마.. 아닐 것이다. 그저 늙은 노인이라 했다.”


“강우적을 말씀 하시는 것이지요?”


“그래... 강우적 그런데 그자는 그저 촌부의 지나지 않은 자다.”


“그렇지요... ”


강우적이 책사가 되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제갈평과 제갈소은은 앞으로 강우적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겼다. 그들에게 다가올 운명은 그렇게 한순간의 방심에 저울에 올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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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꽃과 나비 그리고 음모 - 1 18.05.07 946 34 11쪽
42 그들의 움직임 - 3 18.05.06 963 34 10쪽
41 그들의 움직임 - 2 18.05.03 1,054 35 11쪽
40 그들의 움직임 - 1 18.04.30 1,054 33 12쪽
39 검마(劒魔) - 2 18.04.30 993 39 11쪽
38 검마(劒魔) - 1 18.04.28 1,085 37 13쪽
» 은밀하게 움직이다 - 2 18.04.26 1,075 40 11쪽
36 은밀하게 움직이다 - 1 18.04.25 1,057 41 11쪽
35 수라신교(修羅新敎) -3 18.04.24 1,099 42 13쪽
34 수라신교(修羅新敎) -2 18.04.23 1,114 46 11쪽
33 수라신교(修羅新敎) -1 18.04.22 1,186 44 12쪽
32 제갈평 18.04.21 1,230 43 14쪽
31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3 18.04.20 1,201 40 14쪽
30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2 18.04.19 1,242 44 13쪽
29 독마(毒魔) 그리고 지마(指魔) -1 18.04.18 1,301 43 14쪽
28 백련 - 3 18.04.17 1,332 50 12쪽
27 백련 - 2 18.04.16 1,354 47 10쪽
26 백련 - 1 18.04.15 1,456 45 11쪽
25 혈비수(穴緋殊) - 2 18.04.14 1,451 50 11쪽
24 혈비수(穴緋殊) - 1 18.04.13 1,479 52 13쪽
23 살문(殺門) - 2 18.04.12 1,544 47 14쪽
22 살문(殺門) - 1 18.04.11 1,550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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