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출령 님의 서재입니다.

회천삼국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오리형
작품등록일 :
2014.07.29 13:29
최근연재일 :
2018.01.18 17:30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1,264,467
추천수 :
18,256
글자수 :
720,632

작성
17.01.14 02:37
조회
5,268
추천
71
글자
11쪽

오비이락(烏飛梨落)

DUMMY

불, 불, 불, 장안의 구석구석에서 화마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살기위하여 뛰어다녔고 어떤이들은 주저앉아 하늘의 무정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가운데 조직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한의 주인이라 말하는 천자 그리고 그를 보필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불타오르는 황궁과 장안을 보면서도 그저 굳은 얼굴을 하며 군의 인도를 받아 황궁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황제는 눈물을 흘리며 유우에게 물었다.


"사도! 사도 백성들이 죽어갑니다. 이 못난 황제 때문에 죽어갑니다. 저들이... 꼭 죽어야하는 것입니까?"


유우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적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신념보다 황제를 우위에 둔 것이다. 자신이 입을 때는 순간 어떠한 말을 내뱉을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유우도 손을 부들부들 떨며 참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가시지요.”


“사도! 어찌 사도께서...”


유우에게 매달려 무엇인가를 해달라는 황제를 바라보는 유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유우는 핏빛이 어린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그의 눈에 놀라 깜짝 놀랐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의 광망이었다. 황제의 말에 유우는 마치 자책을 하듯 황제를 책망하였다.


“폐하! 폐하께서! 약하시기에 이런 일이 있는 것입니다. 폐하 저들은 폐하께서 약하기 때문에 이런 일에 내몰려 있는 것입니다. 한실의 힘이 강했다면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유우도 스스로에게 놀랐다. 자신이 어린 황상에게 이런 말을 했다니 말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미 내뱉어버린 말이고 그 말을 들은 어린 황제는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폐하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낙양으로 가는 것입니다.”


유우와 황제의 측근들이 황궁을 빠져나가고 불만이 그곳에 남았다.




병사들이 불을 끄기 위해 움직이고 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운데 장수가 악다구니를 쓰며 외치고 있었다. 그는 직접 몸을 움직여 가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거대한 물 단지를 들고 직접 불을 끄기 위해 뛰어다녔다.


화마에 의해서 얼굴에 숯 검둥이를 얼굴에 잔뜩 뭍이고 땀범벅이 되어있는 장수는 무거운 갑주를 입고 있음에도 양손에 물동이를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손에는 터질 듯한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물동이의 물을 전부 쏟아내고 모두 비어낸 물동이를 쥔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주변의 병사들은 그가 더 이상 무엇인가를 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놈의 불은 왜 이리 잡히지 않아!”


“기도위!”


장수는 자신을 부르는 쪽에 고개를 획 돌렸다. 그곳에는 종요의 휘하에서 일하는 병사가 그를 부르고있었다.


“무엇이냐?”


“위위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장수는 고개를 저으면서 손가락으로 화마를 가리켰다. 화마는 꺼지지 않고 가옥들을 태우면서 불타올랐다. 비명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도리어 화마를 잡으려는 병사들이 불에 먹혀 자리에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저것을 두고도 내게 위위가 있는 곳으로 향하라는 것이냐? 나는 지금 이곳이 더 바쁘다.”


“위위께서 동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장수는 부들거리는 팔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물통을 위로 들어 올려 바닥으로 내리쳤다. 쨍그랑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였고 종요가 보낸 이가 그의 뒤를 따랐다.


“왕릉! 예! 도위!”


“화마를 잡아라.”


“예!”


왕릉은 예를 취한 후 장수가 들었던 물동이 하나를 들려고 하다 한번 휘청하고 물동이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외쳤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장수가 분기에 씩씩 거리면서 종요의 집무실에 쳐들어갔다. 화마에 장안 온천지가 난리인데 종요의 집무실만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불이라고는 접근도 못하고 있었다.


“위위! 화마를 예측하고도 이렇게 있으신 것입니까?”


종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측했습니다.”


“그럼 막았어야지요! 장안이 불타고 있습니다! 주공이 저희에게 맡긴 일이 아닙니까!”


장수는 이를 갈며 종요를 씹어 먹을 듯이 말을 했다.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한다.) 이것을 저는 더 높게 본 것일 뿐입니다.”


“황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말입니까?”


“황제란 명분입니다. 검을 휘둘러도 그것을 정당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어쩌자고요! 이미 동문이 열렸다면서요!”


“내문이 열렸지 외문이 열린 것은 아닙니다.”


장수는 발을 구르며 종요를 재촉하였다. 그러나 종요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도위 기마를 이끌고 황제를 잡아오세요. 보국장군께서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황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이미 멀리간 인물들을 어찌 잡습니까!”


“불길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장수는 어이가 없어 종요를 바라보았다. 이자나 황제의 옆에서 장안에 불을 놓은 자나 모두가 미쳐있었다. 겨우 어리고 힘없는 황제하나를 차지하기 위하여 관중의 시작이자 번영의 땅이 될 이 장안을 불태우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시간이 없습니다.”


장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하겠는가? 자신은 여포를 따르는 인물이고 앞에선 인물 또한 여포를 지원하는 책사였다. 자신의 머리가 앞에 서있는 자보다 모자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우는 자신이 알고 있던 불길과 다른 길을 보며 놀랐다. 벌써 불길이 변하여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 잘못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는 선우형제에게 일러 길을 찾으라고 명했다.


“길을 찾아라!”


“예 주공!”


유우의 말에 황제가 무엇인가 걱정이 되는 것인지 유우에게 말을 건네었다.


“사도 무엇인가 잘못 된 것입니까?”


“아닙니다. 단지 불길이 너무 커서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니 걱정 마소서.”


그러자 황제는 시무룩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우는 길을 빙빙 돌아 드디어 중간 지점인 전주와 양수가 있는 지점에 도착하였다.


“주공,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유우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움직여야할 일이었다. 이 정도까지 일이 일어났는데 여포를 따르는 인물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특히 지금은 죽어버린 두 인물 왕윤과 왕굉을 따르는 인물들이 특히 문제였다. 종요, 윤묵, 한복, 김선 등의 패권적인 인물들과 맹달, 법정 등의 젊은 인물들이 여포의 그늘아래 계책을 만들어내었다. 그런 머리 좋은 자들이 자신들의 계책을 알아차리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사방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선우보가 유우에게 다가갔다.


“주공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벌써... 쫒아오는 것인가?”


유우는 급해졌다. 그때 충집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월기교위가 말인가?”


“예 기마를 이끌고 저들과 맞서 시간을 끌겠습니다.”


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도가 없었다.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이 어쩐지 쉬이 생각하게 된 그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쉬이 넘기었다.


“고맙네. 후일 청사가 그대를 기억할 것이네.”


충집은 황제가 탄 마차에 절을 하고 기마를 이끌고 나갔다. 유우는 이를 기점으로 빠르게 동문으로 강행하였다. 이탈하는 자들은 버려두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강행, 강행, 희생, 돌파 유우의 신념이 한번 꺾이자 거리낌이 없었다. 필요 없는 자는 버리고 살아남은 이들만 이끌고 동문에 도착하였다. 동문을 책임지는 오석이 깃을 휘두르자 빠르게 문을 열기위해 나섰다. 그때 양수가 나서 유우에게 말했다.


“사도, 아직 후방이 어지러우니 부군과 부디 후방을 맡아 주시겠습니까?”


유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동문에 왔는데 다른 문제가 있겠는가? 거기다 양표가 같이 하고 있었다.


“알았네.”


그러나 그것은 유우의 실책이었다. 양수의 비정은 도를 넘은 것이니 말이다. 양수는 비정한 웃음을 지었다. 양표가 유우와 함께 동문앞에서 황상의 군세를 챙겼다. 양표의 얼굴이 요상한 것을 발견한 유우가 그에게 물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황제와 오자란의 군세가 동문을 넘었으니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체념이 있었다.


“녹상서사, 어찌하여 그리 표정이 좋지 않습니까?”


“사도, 나는 말이오. 오늘 아들을 처음 보았소이다.”


유우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양수가 입에 달고 있는 인정이 대의를 흐릴 수 있다는 그의 표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표의 뒷말에 유우는 입을 닫았다.


“이미 사람이 아니더이다.”


“사람이 아니라니요.”


“악귀였소. 권력과 패악에 양심을 팔아버린 악귀 말이오.”


그리고 갑작스레 뒤에서 쿠구궁하는 소리와 함께 동문이 무너지고 있었다. 병사들이 깔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양수나 유우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양수의 차가운 웃음이 그들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였다. 유우는 이내 전주와 선우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유우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버려가면서 까지 이곳에 섰는데 결론은 이것이란 말인가?


유우는 불타는 동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을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 아니 뭐라 할 수 있는가? 유우에게 더 이상 비명도 화마의 불빛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동문의 밖에서는 소란이 났다. 선우보는 주공을 구해야 한다고 악을 질렀고 전주는 양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죽이시오.”


“내가 그대를 쓸 수는 없겠소?”


“그리하면 나는 오자서가 될 것이오.”


그러자 양수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하면 어쩔 수 없지요.”


양수는 칼을 뽑아 전주를 베어버렸다. 그를 기점으로 선우보가 사방에서 칼과 창에 찔렸다. 수십 차례 칼과 창에 찔려감에도 끝까지 유우의 자와 관직을 부르며 구해야한다고 읊조렸다. 가련한 충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차피 동생 놈은 안에서 죽었겠지. 이제 가십시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을 겁니다.”


환관들이 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황제의 마차를 몰았다.



천하의 비정은 인정을 그냥 두지를 않는 것 같구나, 비정만 살아남고 인정은 죽으니 이것이 사람이 사는 것이냐 아니면 사바(娑婆)에서 사는 것인가?


작가의말

오비이락이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양수는 참으로 쉬이 협천자를 할 수 있을 까요? 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천삼국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지록위마(指鹿爲馬) +12 17.03.01 4,020 77 12쪽
123 지록위마(指鹿爲馬) +6 17.02.26 4,105 71 11쪽
122 지록위마(指鹿爲馬) +4 17.02.23 4,334 77 11쪽
121 지록위마(指鹿爲馬) +2 17.02.18 4,463 86 12쪽
120 지록위마(指鹿爲馬) +5 17.02.12 4,904 84 13쪽
119 지록위마(指鹿爲馬) +2 17.02.11 4,908 74 11쪽
118 지록위마(指鹿爲馬) +1 17.02.08 4,835 72 12쪽
117 지록위마(指鹿爲馬) +3 17.02.04 5,187 80 10쪽
116 오비이락(烏飛梨落)-終 +6 17.02.01 5,133 82 15쪽
115 외화_왕하의 무력과 여포의 왕도 +7 17.02.01 5,048 58 4쪽
114 오비이락(烏飛梨落) +6 17.01.22 5,337 87 11쪽
» 오비이락(烏飛梨落) +3 17.01.14 5,269 71 11쪽
112 오비이락(烏飛梨落) +1 17.01.09 5,136 90 11쪽
111 오비이락(烏飛梨落) +3 17.01.06 5,139 104 15쪽
110 오비이락(烏飛梨落) +3 17.01.04 5,053 91 10쪽
109 오비이락(烏飛梨落) +6 16.12.29 5,115 94 9쪽
108 오비이락(烏飛梨落) +2 16.12.27 5,297 89 10쪽
107 오비이락(烏飛梨落) +1 16.12.24 5,583 97 10쪽
106 오비이락(烏飛梨落) +5 16.12.22 5,465 85 10쪽
105 오비이락(烏飛梨落) +9 16.12.20 5,493 97 11쪽
104 오비이락(烏飛梨落) +4 16.12.18 5,643 84 10쪽
103 오비이락(烏飛梨落) +3 16.12.18 6,077 86 10쪽
102 역린 +6 16.12.17 5,926 97 13쪽
101 역린 +6 16.12.14 5,700 94 10쪽
100 역린 +7 16.12.12 6,059 87 14쪽
99 역린 +12 16.12.11 5,798 88 11쪽
98 역린 +14 16.12.08 6,125 100 10쪽
97 그림자終 +3 16.12.04 6,026 88 12쪽
96 그림자 +4 16.12.04 5,904 98 11쪽
95 그림자 +6 16.11.27 6,151 10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