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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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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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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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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십장 칠할강변 2

DUMMY

정도의 구대문파.

사도의 사절십방

속가의 오대세가.

현 무림의 정세는 이 스물 네 개의 문파로 인해 돌아가고 있다.

구대문파의 경우 높은 명성에 비해서는 활동이 적은 편이다. 천하팔절중에서 구대문파에 속한 고수가 둘 밖에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일방(一房), 이림(二林), 삼곡(三谷), 사회(四會)로 대표되는 사절십방(邪節十方)의 경우 자신들끼리 싸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소속된 곳의 명예는커녕, 소속감조차 없는 편이다.

그러나 오대세가는 다르다.

오대세가에게 소속감은 핏줄에 흐르는 황금과도 같은 것이며, 명예는 그 찬란함을 보여주기 위해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심장과도 같은 것이다.

오대세가는 자신들의 눈 아래서 벌어진 일에 개입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것이 불의한 일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황보세가의 외원(外院).

황보목명은 지나가는 청년을 불러 새운다,

“바쁘지 않거든 소안(素雁)의 소식을 알아다 줄 수 있겠느냐. 쟁권당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쟁권당(爭拳黨)은 황보세가의 노고수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황보목명은 쟁권당의 당주이기도 하다.

황보목명의 말에 청년은 먼저 공손히 인사를 올린다.

“백부님을 뵙습니다.”

백부라는 말에 황보목명은 청년을 빤히 쳐다본다. 청년은 황보목명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웃으며 자기소개를 한다.

“용격대의 옥학입니다.”

옥학이라는 말에 황보목명은 그제야 아는 채를 한다.

“너의 아비인 산명과는 늘 많이 다투었었지. 그 때문에 모른 체를 한 것은 아니다.”

황보목명의 말에 황보옥학은 맑게 웃는다.

“제가 알기로 소안은 며칠 전부터 그 살인마의 종적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둘이 말하는 살인마는 바로 절수귀(絶手鬼)를 말하는 것이다.

절수귀는 최근 포양호 인근에서 출몰하는 살인마로, 자신이 죽인 사람의 손을 잘라간다는 흉측한 소문 때문에 그러한 별명이 붙었다.

황보세가에서는 정체불명의 살인귀가 날뛰는 것을 막고자 상당한 전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황보세가의 중요전력인 삼당사대(三黨四隊)중에서 용격대와 호격대가 투입된 상태였고, 쟁권당 역시 이제 막 개입하려는 상황인 것이다.

“절수귀가 그토록 종적이 신출귀몰하단 말이냐.”

“예. 단순히 저희 용격대와 호격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겨 추영당으로 가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쟁권당은 전투력으로는 황보세가의 으뜸인 반면, 추영당의 근간은 추종술에 있다.

“추영당의 힘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인가.”

황보목명은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그가 알기로 추영당의 천라지망은 마교와의 싸움 이후로는 거의 사용된 적이 없었다.

“지금 용격대의 대주가 누구냐.”

“접니다.”

황보목명이 강렬한 눈빛으로 황보옥학을 바라본다.

황보옥학은 그 시선이 자신의 부족함을 질책하는 것 같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황보목명의 질책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용호(龍虎)의 쌍격(雙擊)은 본가의 젊은 피로 이루어져 있지. 그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본가의 전통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용격대주가 용격대원의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단 말이냐.”

황보목명이 뜻밖의 것으로 질책하자 황보옥학의 얼굴빛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그에겐 충분한 변명거리가 있지만, 황보소안의 거취는 전적으로 용격대주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제가 대주로서의 그릇이 작은 탓인지······. 소안은 반년 전에 용격대를 탈퇴하였습니다.”

황보목명은 처음 듣는 소리였는지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황보옥학의 말에 황보목명은 짧은 한숨을 내쉰다.

좀 전의 탄식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천방지축 같은 기질은 어딜 가질 않는구나. 너는 장명의 젊을 적 별호를 아느냐.”

권절 황보장명의 옛 별호는 주마권성이라는 것을 황보옥학도 잘 알고 있다.

달리는 말위에서 들리는 주먹소리라는 뜻이니, 황보장명이 젊었을 적을 그대로 함축한 별호다.

황보옥학은 조용히 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

“절수귀가 그토록 신출귀몰하다면, 소안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을 지도 모른다. 추영당으로 앞장서거라. 내가 바로 뒤에 서있으마.”

황보옥학은 군말 없이 추영당으로 향한다. 다만 한 가지 군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생각이란 바로 ‘권절의 무남독녀를 손쉽게 상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였다.


포양삼도는 이름처럼 포양호 인근에서 활동하는 삼형제로, 무공실력보다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하길 좋아해서 쌓인 명성이다.

그중에서 막내인 쌍도 장이환은 지금 온몸이 밧줄에 묶여있는 체로, 바닥에 누워있었다.

본래 그는 두 형제들과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르던 중이었으나, 황보소안에게 붙잡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무공실력이야 황보소안이 장이환보다 몇 배는 앞서지만, 강호의 경험으로 따지면 장이환에게 황보소안은 상대가 되질 않는다.

소매에 달린 철장식과, 장이환의 이빨이 동원되는 복잡한 과정이 벌어진다. 손에 묶인 밧줄은 이내 끊어져버리고, 발목을 묵고 있던 밧줄은 풀어져 버린다.

장이환은 몸을 일으키려는데 황보소안에게 맞은 부위가 욱신거렸다.

“무슨 놈의 권법이 그따위로 날카롭데.”

그는 팔뚝에 나있는 얇고 긴 멍자국을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확실히 황보소안의 권법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장이환은 황보소안이 손에 비수를 들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난폭하고.”

황보소안의 첫 일격이 그에게 닿았을 때, 장이환은 양손의 칼을 놓쳐버렸다.

도객이 칼을 놓쳤으니 무력화 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황보소안은 기세를 몰아 장이환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장이환역시 진심으로 싸웠다면 첫 공격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가상의 이야기.

설사 장이환에게 황보소안과 같은 실력이 있다고 해도, 강서성에서 살고 있는 이상 황보세가외 척을 질 순 없었다.

하물며 황보소안은 권절의 무남독녀다.

“그냥 쳐 맞고 말지.”

강서성 사람이라면 만에 하나라도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장이환은 마을 쪽을 바라본다.

‘도망칠까.’

장이환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황보소안이 올라간, 자신들의 형제가 대자로 뻗어있을 쪽을 바라본다.

바로 그때 한 가닥 음산한 목소리가 장이환의 귓가를 스친다.

“쌍도 장이환?”

어느새 나타난 석가면의 괴인은 한손으로 장이환의 목을 잡아 들어올린다.

“네놈들이 맡은 일을 잘한다는 소문은 헛소문인 것 같더군.”

장이환은 석가면의 목소리를 기억해 냈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석가면은 금방이라도 장이환의 목을 꺾어버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석가면의 안광이 번뜩이고, 장이환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기침을 토해낸다.

“팔의 그 멍 자국.”

석가면은 장이환의 팔뚝을 가리키며 묻는다.

“그녀가 근처에 있나?”

간신히 호흡을 조절한 장이환은 적의를 담아 석가면을 올려다본다.

석가면은 고개를 들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의 표정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장이환은 등줄기로 뱀이 기어가는 것과 같은 꺼림칙함을 느꼈다.

장이환의 머릿속은 두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첫째는 자신의 형제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점. 둘째는 자신도 오늘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적의는 너무나도 쉽게 살의로 바뀐다.

“그녀의 주먹은 보았나?”

순간 장이환은 느꼈다.

석가면은 장이환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목소리는 독백이었으며 회상이었다.

장이환을 길가의 돌멩이보다 못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장이환이 품었던 살의는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자는 위험한 자다.’ 라는 감각이 그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든다. 공포가 살의를 죽이고 뜻밖에도 이성이 제자리를 잡는다.

“나의 형제들은 어떻게 되었지.”

장이환의 목소리에 석가면이 그를 바라본다.

“손목이 부러져서 죽었다.”

석가면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이환은 번개같이 손을 뻗는다.

그의 손목에서 수전(手箭)이 쏘아져 나간다.

수전은 석가면을 향해 쏘아져가고, 장이환은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시의적절한 기습이었고, 장이환의 판단역시 나쁘지 않았다.

단지 나빴던 것은 장이환의 예상보다 석가면의 실력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수전은 석가면의 손에 잡히고 만다.

아니 마치 수전의 목표가 석가면의 손위였던 것처럼 그 위에 놓여있다. 석가면은 한 걸음에 몇 장이나 되는 거리를 뛰어넘어 장이환의 앞을 막아선다.

장이환은 이게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았지만 도망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돌리려는 찰나 석가면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는다.

장난 같은 이 일격으로 장이환은 절명하고 만다.

석가면은 아무런 말도 없이 품속에서 밧줄을 꺼낸다. 그는 조용히 죽어버린 장이환을 묶고, 주변의 흔적을 정리한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장이환이 난동을 피운 흔적이 말끔히 사라진다. 석가면은 잠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는가 싶더니 유유히 사라져버린다.


조백의 손끝에서 빙설낙도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게 펼쳐진다.

조백의 손끝과 권법가 황보소안의 주먹이 격돌한다.

조백은 빙설낙도를 펼쳐 황보소안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끌어들여 자세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지금의 조백이라면 빙설점과 낙도인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통의 상대라면 눈치도 체지 못하고 바닥을 구를 것이다.

그러나 황보소안은 당겨지는 힘까지 이용하여 돌격해온다.

이어지는 수십 번의 무차별한 권격에 조백은 급히 손을 거두며 요설무무의 초식으로 황보소안의 공격을 흘려낸다.

한 차례의 격돌로 인해 조백과 황보소안은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선다.

조백은 온전하게 ‘어째서 공격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생각을 시작했고, 황보소안은 조백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두 번째 격돌의 시작은 역시 황보소안이었다.

그녀의 광풍권이 세차게 뻗어 나와 조백의 전신에 내리 꽂힌다. 조백은 차분하게 똑같이 요설무무의 초식으로 공격을 흘린다.

순간 황보소안의 주먹이 거둬지고 발이 뻗어 나와 조백의 팔뚝을 찬다.

조백은 회선퇴에서 곧바로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팔을 빼려했다. 그러나 황보소안의 다리가 살짝 굽혀지며 조백의 오른손을 옭아 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한다.

어찌할 세도 없이 조백은 회전에 휘말려 허공으로 튕겨져 나가버린다. 간신히 두발로 착지한 조백은 급회전의 여파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을 때 황보소안은 바람처럼 돌격해온다.

날카로운 기세의 광풍권.

조백이 오른손에 힘을 주려는데 미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주 미약한 통증이었지만, 조백은 순간 주저하고야 만다.

이 작은 빈틈으로 인해 황보소안의 주먹이 조백의 가슴팍을 강타한다.

간신히 끌어올린 한상기공으로 권력을 해소하는데 성공한 조백.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공격들을 막기 위해 가슴팍으로 한상기공을 한껏 모았다.

그러나 조백이 예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광풍과도 같은 연속공격은커녕 황보소안은 매서운 눈빛을 하고 뒤로 물러서 상황을 살핀다.

“어째서 여자들을 납치해 죽이고 손목을 자른 거지?”

황보소안은 조백을 절수귀로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황보소안은 절수귀의 악명이 자자하다고는 해도, 혼자 활동하는 살인마.

황보세가의 그물망에 절수귀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보소안의 시비를 납치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 황보세가의 지척에서 황보소안이 아끼는 시비를 납치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다.

이를 테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인 것이다.

황보소안역시 그 도발에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다.

물론 조백은 이러한 상황을 모른 체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

‘어째서 한 번의 권격으로 멈춘 거지.’

방금 전의 격돌에서 조백은 거의 무방비로 광풍권에 얻어맞았다.

황보소안이 회선각에 이은 다리로 상대를 봉쇄하는 형식의 변칙공격에도 능하다면, 조백의 낭패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조백은 빠르게 두 번의 격돌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결론을 내린다.

아직 조백의 전신에 충만한 한상기공으로 인해 차갑고 희게 빛나는 눈빛.

확신의 눈빛.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린 지금. 희게 빛나는 눈빛은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든다.

조백은 나직한 목소리로 황보소안을 도발한다.

“와라.”


작가의말

써놓고보니 이전화랑 구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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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0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6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2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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