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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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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951

작성
19.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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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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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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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삼장 명약관화 2

DUMMY

“두 분은 볼일이 있으시다면 서 외출하셨습니다.”

귀빈원을 관리하는 늙은 하인의 말에 조백은 인상을 찌푸린다.

안타까워하는 조백을 대신해 소혜가 대신 묻는다.

“그럼 단대협이나 목진인은 계신가요?”

소혜의 물음에 늙은 하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소혜와 조백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으음. 목진인은 식사를 하러 가셨고, 단대협께서는 뒤뜰에서 무공을 수련중이십니다.”

조백은 늙은 하인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소혜는 조백의 옆구리를 푹 찌르며.

“공자님!”

조백이 화들짝 놀라 소혜를 바라본다. 소혜는 웃으며 늙은 하인의 말을 전한다.

“단대협께서는 뒤뜰에 계시대요.”

조백은 언제 침울해했냐는 듯 경쾌한 걸음걸이로 귀빈원의 뒤뜰로 향한다. 소혜는 그 모습을 보며 소리 없이 웃고는 역시 뒤를 따른다.


당대 화산파(華山派)의 성세는 천하제일이다.

그나마 당대 화산파의 명성에 대등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백 년 전 모든 것을 바쳐 의기천추(義氣千秋)한 남궁세가 정도일 것이다.

화산파의 유수한 역사는 구대문파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고, 정묘하게 갈고닦은 무학의 정수는, 태산북두라고 불리는 소림, 무당과 마찬가지로 박대정심하다.

하물며 검절 매포벽이 화산파 출신이다. 확실하게 검으로서는 당대 화산파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검도 명문인 화산파의 검법은 수백 수천 개인 줄 착각할 수도 있으니 실상은 오직 열 개의 검법만이 존재한다.

육합검법과 태을검법으로 입문하고, 대라검법과 현천검법으로 심화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매화검법까지 익혔을 때 비로소 매화검수가 되는 것이다.

매화검법을 모두 익혔다면 태허구검과 백화검법을 익혀 완벽을 가한다. 일부 여제자들은 옥녀검법이나 천류무궁검법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오직 화산파의 장문인만이 배울 수 있다는 칠절매화검법까지 합쳐서 십종의 절세검학이 있는 것.


그중에서 단일찬이 펼치고 있는 것은 백화검법(百花劍法)이다.

매화검법(梅花劍法)이 허공을 검봉(劍鋒)으로 점하고, 그것으로 매화꽃을 그리며 상대를 현혹하는 환검(幻劍)이라면, 백화검법은 커다란 동작으로 백화요란한 꽃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만검(慢劍)에 가깝다.

매화검법에서 주를 이루는 종(縱)의 변화를 횡(橫)으로 바꾸고, 공격이 주를 이루는 방식을 방어로 변환하는 것이다.

매화검법을 몰라서는 백화검법의 수련에 임할 수 없으며, 백화검법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매화검법의 성취가 오르게 된다.

단일찬의 백화검법은 완숙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동작에 막힘이 없고 부드럽다. 속도의 완급조절이 완벽 그 자체. 한참을 보고서야 조백은 단일찬의 검속이 몇 번이나 변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것은 기병의 묘에 집착하던 선풍수와도 다르고, 상대의 피륙을 파하는 파쇄도법과는 더더욱 달랐다.

그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춤과 같고, 이러한 모습이 조백이 가고자 하는 길을 명약관화하게 해주었다.

‘내가 갈 길은 검에 있다.’

검으로서 빠름(快)을 추구하고 환(幻)으로 변화하며, 흩어짐(散)과 무거움(重)을 표현한다. 검에 부드러움(柔)과 기교(技)를 섞어 낸다. 필요하면 이어(連環)나가며, 또한 끊어(絶)낸다.

조백은 확연한 표정으로 눈빛을 반짝거린다.

스스로의 마음에 확신이 서자 조백의 어깨가 당당히 펴지고 자세가 유연해진다. 아직 첫 걸음도 내딛지 않았지만, 이 길을 걷게 되면 지금의 이 마음을 되새기며 절대 굽히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상대방이 연공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은 무림의 금기(禁忌)다. 그 과정에서 문외불출의 비전이 알려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단일찬은 백화검법의 초식들로 몸을 푼 것에 불과하다. 연공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불문율로서 꺼려지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단일찬은 얼굴을 굳히고 조백쪽으로 성큼 다가온다.

다만 조백의 지척까지 다가온 단일찬은 곧바로 그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얇지만 짙은 눈썹, 얼굴에 아직 홍조가 남아있지만 갸름한 선은 각진 턱으로 이어진다. 젖살만 빠진다면 그의 형 조위홍과 거의 닮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위홍이 영휘의 제자니 나에겐 사질(師姪)뻘 인가.’

단일찬은 자신의 사제인 오영휘를 살짝 떠올린다. 그러는 와중에 소혜가 조백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앗! 그게. 저······.”

조백이 무슨 말을 할 줄 몰라 버벅거리자 소혜가 재빨리 작게 중얼거린다.

“화산파의 고명한 검술을······.”

“화산파의 고명한 검술을 구경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단일찬은 담담하게 웃으며 조백과 소혜를 두루 쳐다본다.

“그래서 감상이 어떤가.”

“예?”

“본파의 고명한 검술을 본 감상이 어쩠냐는 말이야.”

의외의 질문에 조백은 잠시 고민을 하시 시작한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는 게 좋겠다 싶어 품었던 포부를 제외하고는 입을 연다.

“굉장히 방어적인 검법인거 같더군요. 주종(主從)······. 아니 본부(本附)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백이 백화검법의 의의를 단숨에 짚어내자 단일찬은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소질(小姪)이 맞게 봤네. 내가 펼친 검법은 백화검법으로, 매화검법의 연장선상에 있는 무공이지.”

단일찬은 그렇게 말하고는 연무장의 중앙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전혀 다른 검법을 하나 펼치기 시작한다.

검끝이 날렵하게 상단을 점하고 경쾌하게 내려 벤다. 그리고는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며 내려뜨린 상태로 하단 부를 연속적으로 찔러댄다.

이것은 육합검법(六合劍法)의 낙수천석(落水穿石)이라는 초식이다.

초식의 모습을 선보인 단일찬은 조백에게 자신의 검을 건넨다.

“틀려도 괜찮으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봐.”

조백은 검을 건네받고는 주춤거리다가 한쪽에 우두커니 선다.

단일찬의 진검은 조백이 가지고 있던 패검과 무게는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서슬 퍼런 진검에서 전해져오는 묵직함은 조백을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당당한 포부가 주춤하자 처음 검을 들어 상단을 찍는 동작조차 부자연스럽다.

힘없이 상단을 점했던 검은 삐뚤빼뚤하게 허공을 배면서 내려오고, 바로 한 걸음 내딛는데 보폭이 너무 넓어 찌르는 동작에 조백은 자신의 발등을 찌를 뻔 했다.

조백은 자신의 실수를 일목요연하게 목도하자 진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다.

단일찬이 슬며시 다가와 조백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조백은 알 수 없었지만, 단일찬의 청심기공(淸心氣功)이 은밀하게 조백의 내부를 훑으며 몸과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시 검을 쥔 단일찬은 이번엔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서있는다.

그리고 경쾌하게 들어 올리며 손과 검의 손잡이는 턱 아래. 검봉은 시선이 닿는 일직선상에 놓는다.

단일찬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혔다가 팔을 쭉 뻗으며 몸을 비튼다. 그의 상체는 다시 앞으로 숙여지며 검을 연속적으로 찌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조백은 단일찬이 몸을 비트는 동작을 보며 짧은 탄성을 내지른다. 그의 지식 내에선 와류절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

영사출동(靈蛇出洞)의 초식을 펼친 후에 단일찬은 조백에게 검을 재차 건넨다.

자신이 아는 것이 나왔기 때문인지 조백은 단일찬과 꽤 흡사하게 영사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단일찬은 가볍게 박수를 쳐주며 곧바로 맨손으로 육합검법의 다른 초식들을 연거푸 펼친다.

조백은 제법 훌륭하게 육합검법의 나머지 초식들을 펼친다. 마지막 초식인 청룡파미(靑龍波尾)까지 펼치자 조백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좋군! 좋아. 이번엔 낙수천석부터 청룡파미까지 연달아 펼쳐 보거라.”

조백은 살짝 긴장을 했지만 겁을 먹은 표정은 아니다. 그리고 처음 펼칠 때보다 한결 매끈하고 유려하게 육합검법의 초식들이 흘러나온다.

물 흐르듯 초식이 이어지고 청룡파미에 이르자 아주 작은 [쩡!]하는 소리가 검에서 들려온다.

정작 검을 휘두른 당사자인 조백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 소리가 들리기 직전 눈앞이 캄캄해지며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검경(劍經)의 일종이었다.

연환하는 초식 속에서 검에 힘이 실리고 청룡파미의 초식을 통해 검이 뻗어나가면서 축척된 힘이 경으로 변하여 방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백은 우연히 검경을 발동한 것이고 의식하지 못한 체 잠력을 격발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눈앞이 깜깜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 것.

훗날 조백이 검법을 펼치며 스스로 호흡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원활하게 검경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이렇게 기진(氣盡)현상을 유도하여 내공에 입문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단일찬은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았다.

단일찬은 조백이 앉은 채로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며 검을 집어 든다.

우연일 테지만 처음부터 검경을 사용한 것은 예사의 자질이 아니다.

단일찬 역시 검경자체는 육합검법에 입문할 때 단번에 발동시켰었다. 다만 당시의 단일찬은 청심기공을 익히던 중이였고, 검경을 완벽하게 발동시켰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백 역시 검경을 완벽하게 발동시켰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 조위홍의 자질도 범상치 않거늘.’

단일찬은 ‘터가 좋은가?’ 따위의 실없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조백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이마의 땀을 소맷자락으로 닦아주고 있는 소혜를 발견한다.

“걱정하지 말거라. 너무 흥이 돋아서 주체를 못한 것이지 잠깐 쉬면 괜찮아 진다.”

소혜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자 단일찬은 그녀에게 검을 건넨다.

단일찬의 직접 해보면 안다는 눈빛이 통하자, 소혜는 검을 잡고서 조백마냥 한쪽 구석에 선다.

소혜가 검을 들고 육합검법을 펼치기 시작하자, 단일찬은 자신도 모르게 실없던 생각을 중얼 거릴 수밖에 없었다.

“터가 좋은가 보군.”

검을 수려하게 펼치는 것은 조백에 비할 바 아니었으나 검속이 배는 빨랐다. 거기에 소혜가 펼치는 육합검법은 정확도가 굉장히 뛰어났다.

조백과 소혜는 동년배.

근력이야 남자인 조백이 뛰어날 테지만, 유연함과 선천적인 날카로운 감각이 남달랐다.

‘전문적으로 쾌검을 연마하면 대성할 아이다.’

단일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육합겁법을 모두 펼친 소혜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엔 내가 시키는 그대로 해보 거라. 양손으로 검을 잡고 높이 치켜 올려서······.”

소혜는 단일찬이 시키는 대로 하기 시작한다. 곧바로 이어서 호흡을 조절하다가 숨을 멈춘 순간 치켜 올렸던 검을 내려찍는다.

날카롭게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단일찬은 감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무학의 갈래 중에서 내공과 쾌속함만큼은 일조일석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공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고, 쾌속함은 개개인의 감각과 재능에 기대는 편이다.

무공을 수련하다보면 쾌속함을 보충하기 위해 많은 수련법들이 존재한다.

하나 선천적으로 그러한 감각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상당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단일찬은 소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입을 열려는데 한쪽에서 노성이 터져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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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40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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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7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3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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