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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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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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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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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칠장 일일연마 3

DUMMY

조백은 악종기가 자신을 착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팽배해진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목구곤에게 묻는다.

“제가 어떻게 악형과 겨룹니까?”

“당연히 혼자서는 무리지. 소소저와 함께 겨룬다.”

“둘이서 악형과 겨루면 승산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조백의 질문에 목구곤은 고개를 흔든다.

“어림없는 일이지, 그래서 악대협에게 한 가지 제한을 두려고 한다.”

목구곤의 말을 듣고 있던 악종기가 나직하게 묻는다.

“어떤 제한을 말하는 것입니까.”

“자네가 이 둘 보다 한참 고수 아닌가. 당연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정도는 돼야지.”

“그리 공평하진 않군요.”

악종기의 말은 모호하여 두 가지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조백도 내심 자신의 유리한 쪽으로 공감한다.

“저한텐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조백의 물음에 목구곤은 실소를 터뜨린다.

“처음으로 상인처럼 말하는군.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와 싸우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목구곤의 말에 조백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이러한 경험은 돈을 주고서라도 경험해야 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백의 마음속에 약간의 공포심 또한 있었는데, 악종기가 평소 자신의 적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조백이 갈등하고 있을 때 매포벽이 슬쩍 나선다.

“어린 친구의 마음에 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조백은 그제야 매포벽을 바라본다.

“나는 늦은 나이에 화산파에 입문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벽이란 사람일세.”

매포벽의 말에 단일찬이 피식 웃는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노선배께서도 화산파의 고수셨군요.”

매포벽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품속에서 책을 한권 꺼내든다.

“사실 내가 우연히 얻은 비급이 있는데 이것을 상으로 걸고 싶군.”

비급이라는 말에 조백의 눈이 반짝거린다.

“월영검법이라는 비급이지.”

월영검법(月影劍法)이라는 말에 조백의 눈에서 반짝거림이 사라진다.

그것은 무지에 의한 것으로, 조백은 목구곤을 슬쩍 쳐다본다.

“월영검법은 암야살왕의 검법이다.”

조백은 다시 매포벽을 바라보는데, 두 눈에는 의아함이 담겨있다.

“왜죠?”

“선배된 도리라고 해두지. 지척에서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의외로 흔한 일이 아니라네.”

조백은 별 대답 없이 바로 소혜에게 다가가 작전모의를 시작한다.

“전 무공같은거 배우기 싫어요.

“나는 배우고 싶어.”

조백의 대답에 소혜가 인상을 쓴다. 아니 단순히 인상이 아니라 날카로운 기세 같은 것이 살짝 느껴질 정도다.

조백은 그런 소혜의 모습에 맑게 웃으며 말한다.

“좋아. 그 마음으로 내 뒤에 그림자처럼 있다가 틈이 보이면 찔러.”

“예?”

“알게 될 거야.”

조백은 그렇게 말하고는 악종기의 앞에 당당히 선다. 조백은 양손으로 목검을 잡고 악종기를 향해 쭉 뻗는다.

바로 조금 전 중검을 펼칠 때와 같은 모습.

악종기는 조용히 거치도의 손잡이를 잡는 것으로 조백의 공격에 대비한다.

조백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 앞으로 전진 하며 찌르는 선인지로의 초식. 악종기의 거치도가 뽑히며 도의 넓은 면으로 조백의 목검을 막아낸다.

조백의 목검이 악종기의 거치도와 격돌하는 그때, 조백의 등 뒤에서 소혜의 검이 호선을 그리며 악종기를 찌른다.

순간 악종기의 도가 아래쪽으로 슬쩍 움직였다가 위쪽으로 끌어당겨지듯 올라간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조백의 목검에 하중이 쏠리며 바닥을 뒹굴고, 소혜의 목검은 위쪽으로 튕겨져 올라가 버린다.

꼴사납게 바닥을 구른 조백은 방금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다.

하지만 소혜는 방금 전의 실패를 개의치 않는지 검을 연속적으로 찌른다.

악종기는 조용히 분수막막을 펼쳐 소혜의 공격을 막아낸다.

쾌속함은 호각. 그러나 초식의 운용에 있어서는 소혜가 악종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한편 조백은 악종기의 초식에서 특이한 동작을 감지하였다. 그것은 바깥쪽으로 슬쩍 움직였다가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톱질과도 같은 동작이었다.

늑대의 이빨처럼 톱니가 달린 거치도의 특성. 악종기의 단순한 동작.

이 두 가지가 조백의 머릿속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조백의 생각의 이어짐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선풍수의 와류절로 이어지고, 이윽고 빙설검법의 빙설점과 낙도인으로 이어진다.

선풍수의 와류절은 선풍수의 모든 초식에 담겨있는 무리(武理)다. 악종기의 톱질과도 같은 동작역시 파쇄도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빙설검법의 근간은 바로 빙설점과 낙도인.

허공을 점하고 거둘 때 상대의 공격을 당겨서 끊어낸다. 이것이 한상기공의 침(浸)자결, 습(濕)자결과 결합하여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조백은 눈앞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무공의 초식들이 조금 더 크고 상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뒤로!”

조백이 외치자 소혜는 거짓말처럼 빠르게 뒷걸음질 쳐 조백의 곁으로 온다.

“안 먹히잖아요.”

“어차피 못 이겨.”

조백의 말에 소혜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실력 차가 월등한 상대이니 말이다.

“아까와 똑같은 방법으로 갈 거야. 대신에 살짝 뛰어올라서 위에서 아래로 공격해줄래?”

소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백은 다시 한 번 악종기 앞에 당당히 선다.

똑같은 선인지로가 펼쳐지고, 악종기는 톱질과도 같은 간단한 동작으로 조백의 검을 아래쪽으로 밀쳐낸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조백이 바닥을 나뒹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밀쳐내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이 조백의 목검에 강한 압력을 생성시켰다. 이것이 조백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 된 것이다.

조백의 목검이 콰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가고, 소혜는 조백의 등을 밟고 뛰어올라 악종기의 정수리를 찍어 누른다.

예사 위력이 아님을 느낀 악종기는 거치도를 들고 있는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든다. 손잡이의 머리 부분으로 소혜의 공격을 막을 생각인 것.

순간 악종기는 무릎 쪽에서 작고 가는 것에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깜짝 놀라 자신의 무릎을 쳐다보니, 조백의 손가락이 닿아 있었다.

[딱!]

폭음과 함께 조백은 이번엔 순전히 자의로 바닥을 구른다.

그리고 냉큼 일어나 악종기 쪽을 쳐다본다.

소혜의 목검이 악종기의 정수리를 강타했지만, 악종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이 좋아 목검이지 사실상 둔기와 다름없다. 하지만 악종기의 내공과 근성이 소혜의 공격을 이겨낸 것.

오히려 놀라고 당황한 것은 소혜였다, 소혜는 전의를 잃고 목검을 쥔 손에 힘을 풀면서 물러선다.

조백은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의 기습은 확실히 괜찮은 수준의 것이었다.

악종기는 거치도를 거두고는 목검을 주워 소혜에게 돌려준다. 그런 모습을 본 조백은 곧바로 그런 생각을 부정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애초에 악종기가 제자리에 서있는 것을 기반으로 한 기습이었다. 악종기가 두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완전히 다른 싸움이었을 것이다.

“아쉽게 되었군.”

조백은 똑바로 서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그리곤 매포벽의 말에 대답을 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매포벽은 비급을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는다.

“언젠가 암야살왕의 검법을 다시 구경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조백의 말에 매포벽이 웃으며 답한다.

“본파 에서도 그런 날을 고대하고 있겠네.”


*** *** ***


풍대인은 침통한 표정으로 서있다.

그가 있는 곳은 일체의 장식이 없는 석실이었다. 창문은커녕 문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빛이 없으니 당연히 어두워야 하지만, 풍대인의 앞에 놓여있는 향로에서 은은한 혈광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음산하게 밝히고 있었다.

향로 안에는 붉은색의 액체가 가득 담겨있다.

피보다 묽고, 맑았으며, 빛까지 내뿜고 있었다.

“수년에 걸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군.”

풍대인의 목소리에서는 처연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그때 누군가 풍대인의 뒤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잔양지기를 구현한 잔양혈수인가.”

잔양지기(殘陽之氣)는 혈마잔양신공을 익힌 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극악한 암경의 일종이다. 잔양지기에 적중당하면 상대는 온몸이 녹아내려 한 줌의 핏물로 변하고 만다.

풍대인은 자신의 뒤에 서있는 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풍대인의 말대로라면, 잔양지기의 기운을 물에 녹여낸 것이 잔양혈수일 것이다.

풍대인은 석실의 한 쪽을 가리킨다. 그쪽에는 몇 구의 시체가 놓여있다.

“실패로군.”

그 시체들은 모두 잔양혈수를 마시고 죽은 자들.

잔양혈수가 잔양지기의 특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면 시체가 남아서는 안 된다.

“일전에 분명 성과가 있다 하지 않았었나?”

“그랬지. 소량으로 정제했을 때는 성공이었지.”

풍대인은 살집이 좀 있어 비대한 몸집이고, 얼굴 또한 둥글둥글한 편이다. 하지만 혈광의 일렁임으로 그의 얼굴엔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그것이 풍대인을 피곤해보이게 만들고, 초췌해 보이게 만들고 있다.

풍대인의 뒤에 서있던 깡마른 복면인은 재차 묻는다.

“그래도 독으로서는 효과가 있나보군.”

풍대인은 복면인을 돌아본다.

“그들은 잔양혈수를 먹고 죽은 것이 아니라네.”

풍대인의 말에 복면인은 시체 쪽으로 다가가 눈으로 대강 살핀다.

시체들은 하나 같이 가슴팍이 터져있었다.

아마도 풍대인이 격분하여 모조리 쳐 죽인 것이리라.

“그럼 잔양마검의 파괴는 수포로 돌아간 것인가.”

복면인의 물음에 풍대인은 고개를 흔든다.

“하는 수 없지. 전통적 방법을 행하는 수밖에.”

“하. 돌고 돌아 결국은 전통적 방법인가.”

풍대인은 복면인의 말속에서 비웃음을 느꼈다. 풍대인의 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복면인은 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넘기며 말을 이어나간다.

“조가장은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어. 어쩌다 마교와 엮여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복면인의 입에서 조가장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풍대인이 뿜어내던 살기는 씻은 듯 사라져 버린다.

풍대인은 품속에서 작은 영패 하나를 꺼내든다.

“검혼사자는 번뇌령에 복종하라.”

검혼사자(劍魂使者)는 잠자코 풍대인. 아니 번뇌령(煩惱令)의 명령을 기다린다.

“조가장의 멸문을 명한다.”

풍대인의 단호한 말이 끝나자, 번뇌령이 허공을 날아 검혼사자의 손아귀로 향한다. 검혼사자는 번뇌령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은 후 품속에 조심스럽게 갈무리한다.

검혼사자의 모습이 석실에서 사라져 버린다. 어둠속에 녹아버린 것처럼 사라진 것.

그때 석실의 한쪽 벽이 통째로 움직이며 열리기 시작한다. 석실의 바깥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부복(俯伏)하고 있었다.

풍대인이 석실을 나서자 부복한 수백 명의 사람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마교천하!”

풍대인은 품속에서 거무튀튀한 반지 하나를 꺼내든다. 그는 고마환을 왼손 엄지에 천천히 끼워 넣는다.

그러자 부복한 자들은 다시 한 번 크게 외친다.

“마교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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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5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2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4 10 9쪽
»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0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6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2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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