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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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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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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십장 칠할강변 1

DUMMY

십장 칠할강변


-시간은 어느새 칠년이 흘러 있으니.-


천하팔절이라 함은······.

검절 매포벽

수절 남궁전

조절 박포보

도절 혁련호석

창절 한지극

권절 황보장명

암절 대원철

지절 공음

무림인들은 천하팔절의 이름을 말할 때 존경심을 담아 말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궁극에 도달한 무인들이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이름을 말할 때 무림인들은 오히려 조심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공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판으로 찍어낸 듯 비슷하게 생긴 두 병의 남자가 모닥불을 쬐고 있다.

두 명의 남자들은 허리춤에는 귀두도를 차고 있고, 머리에는 붉은색 두건을 두르고 있다. 한 가지 차이라면 두건에 대(大)와 장(長)라는 글자가 적혀있다는 점뿐.

장도가 팔뚝을 긁적이며 대도에게 말을 건넨다.

“형님.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장도의 말에 대도는 바로 되묻는다.

“어떤 소문?”

장도는 팔뚝을 긁는 것을 멈추며 뜸을 들인다.

마치 누군가 자신들의 말을 들을까 걱정하는 모습인데, 우습게도 바로 옆의 나무그늘에 우두커니 서있는 장발의 괴인을 눈치체지 못했다.

그의 기도는 자연스럽고 또 미약한 구석이 있어서, 대도와 장도는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괴인의 정체는 바로 조백.

“검절이 이번에 검절의 자리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그래 나도 들었다. 아무래도 칠 년 전에 입었다는 부상이 문제였던 걸까.”

검절. 그리고 칠년.

두 단어는 메아리처럼 조백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조··· 가장이라는 곳에서 아무래도 검절이 개입했다가 부상을 입은 것일까?”

대도의 말에 장도는 고개를 흔든다.

화산파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자세한 사정이 알려질리 없다.

하지만 천하제일인이 돌연 은거해버렸으니 소문이 안돌래야 안 돌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최신의 무림정세에도 조백은 다른 잡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잠깐이었으나, 칠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인생의 무상함을 느낄 법도 하건만, 조백의 머릿속의 생각은 전혀 다른 종류였다.

‘그 노인이 검절 매포벽이었나.’

조백은 최근. 아니 칠년 전 우연히 본 비질을 하던 늙은 노인을 떠올린다. 동시에 종남파의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별 볼일 없었다.”라는 말을 연이어 떠올린다.

‘천하제일인을 지척에서 보고도 모르다니. 아쉽군.’

조백은 잠시 한숨을 쉰다.

그렇게 지난 칠년의 공백을 아무런 감흥 없이 넘기고는 대도와 장도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조백은 그들의 대화에서, 이곳이 섬서성이 아니라 강서성이며, 포양호 인근의 야산인 것을 알게 되었다. 조백은 칠년의 공백보다는 거리적 괴리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때 조백의 감각을 속이려 드는 기척이 느껴졌다.

바람소리에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서서히 퍼지는 땅거미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존재.

두 눈구멍만이 뚫린 석가면 을 쓴 괴인이 조백, 아니 대도와 장도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조백은 조용히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석가면의 괴인을 관찰한다,

석가면 은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모닥불로 던진다. 모닥불에서 한 가닥의 향기가 솟아오르며 대도와 장도가 쓰러지고 만다.

조백은 몰려오는 졸음에 석가면 이 쓴 것이 수면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조백은 기이하게도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졸려도 눈을 감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조백이 그렇게 졸음을 견디고 있을 때, 석가면 은 조용히 다가와 대도와 장도가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능숙하게 모닥불 옆의 숨겨진 통로를 연다.

석가면 은 아래쪽으로 나있는 통로를 통해 사라졌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통로에서 나왔다.

조백은 석가면의 행동에서 어쩐지 짜증이 난 것을 느꼈다. 석가면의 움직임은 좀 전처럼 자연스럽지도, 은밀하지도 않았다.

숨겨진 통로 주변을 헛되이 도는 발걸음에서는 아쉬움이. 대도와 장도의 손목을 분지르는 모습에서는 경멸이 느껴졌다.

조백은 이러한 것이 수마(睡魔)에 대항하려는 자신의 착각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석가면 이 모습을 완전히 감출 때가 돼서야 조백은 졸음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조백은 천천히 꺼져가는 모닥불로 다가가 대도와 장도를 살핀다. 그들은 손목이 부러진 것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고 들어간 숨겨진 통로는 조악한 것 그 자체였다.

허리를 숙이고 나아갔을 때, 조백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숨죽여서 울고 있는 소녀.

조백은 소녀의 심장박동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음을 느꼈다.

말 몇 마디에 진정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잠들어라.”

조백의 눈이 붉게 빛난다.

낙혼구유안법으로 인해 소녀는 금방 잠에 빠져든다.

조백은 우선 소녀의 맥을 짚어 상세를 확인하려는데, 소녀의 상처 입은 손이 눈에 띈다.

무엇을 심하게 할퀴었는지 몰라도 검지와 중지의 손톱이 거칠게 꺾여 있었다. 조백은 우선 이 장소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소녀를 끌어와 들춰 안는다.

바로 그때 조백의 감각에 무엇인가 감지된다.

그것은 벼락이 치고 나서 천둥이 울려 퍼지기 직전의 감각과 같은 것이었다.

어둠속에서 누군가를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손가락과도 같은 느낌. 조백은 이 죽음의 손가락이 자신을 향할 것을 직감한다.

실제 흐른 시간과 조백이 느낀 시간은 똑같이 찰나와 같다.

조백의 의지와 무관하게 혈마잔양신공이 요동을 치며 솟구쳐 오른다. 그것에 반응하여 조백이 의식적으로 한상기공을 끌어올려 주요혈도를 보호한다.

이미 전신에 퍼져있던 혈마잔양신공은 격렬히 거부를 했지만, 한상기공은 무덤덤하게 혈마잔양신공속에 스며든다.

그리고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조백의 가슴팍을 관통한다. 혈마잔양신공의 호체결이 상처를 방지하고, 한상기공이 내부로 스며드는 경력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외부에서 전신으로 퍼지는 충격은 조백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조백은 충격에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조백은 어깨를 향해 한 번 더 내리꽂히는 충격에 결국 정신을 잃고 만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백은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았다.

조백은 섣불리 내공을 일으키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낮은 천장 덕에 완전히 설 순 없었으나, 움직이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조백이 통로에서 뛰어올라 벗어나려는 그 순간 그를 향해 주먹이 날아든다.

‘광풍권인가. 인중을 향해 날아들고 있으니, 이어지는 공격은 팔꿈치로 턱을 올려치고 복부를 차겠군.’

조백의 예상은 적중했다.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조백의 인중을 때렸으니,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따라붙은 팔꿈치가 조백의 턱을 올려친다.

그 충격에 조백의 몸은 더 빠르게 허공을 향해 치솟고, 정체불명의 권법가는 원앙각을 펼친다.

조백은 턱을 맞은 시점에서 기절을 하였음으로,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들어맞는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정신을 차린 조백은 눈을 뜨기도 전에 어떤 생각이 들었다.

‘자주 기절을 하는군. 또 몇 년이 흐른 건 아니겠지.’

조백을 기절시켰던 권법가는 대도와 장도의 시체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가벼운 걸음걸이에, 약간 왜소한 체구. 탁한 황색의 옷은 펑퍼짐해보였다.

‘여자인가.’

몸을 일으키려던 조백은 그제야 자신의 몸이 묶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허벅지와 어깨 부근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으로 볼 때 점혈까지 당한 상태.

조백이 점혈을 인지하자, 혈마잔양신공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혈마잔양신공이라면 기해혈에서 폭발한 기운이 단숨에 해혈을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조백은 익숙한 한상기공을 끌어올린다.

한상기공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점혈된 혈도로 뻗어나간다. 침자결과 습자결이 동시에 발동되며 혈도를 차지하고 있던 기운은 서서히 무너지며 사라져버린다.

조백은 해혈 되자마자 힘으로 밧줄을 끊는다.

투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권법가는 대도와 장도의 시신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조백은 권법가를 제압하기 위해, 단흔일선보로 다가가 소수마공으로 뒤를 공격하는 생각을 한다. 두 무공의 조합에서 오는 은밀함이라면, 권법가는 눈치체지도 못하고 척추가 부러져 즉사할 것이다.

그 순간 조백은 자신이 권법가의 뒤에 우두커니 서있음을 알게 되었다.

혈마가 주입시켜둔 무공이 조백의 생각으로 인해 여과 없이 발동되는 것이다. 이는 강제적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한 사소한 부작용 같은 것.

조백은 여기서 이 여자를 죽여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생각은 ‘정면으로 승부해도 충분히 제압가능하다.’였다.

그런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권법가는 이내 기절하게 된다.


조백은 우선 대도와 장도의 시신 쪽으로 다가가 살핀다. 그들의 상반신은 칼자국으로 난자되어 있어 매우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상태였다.

대도와 장도는 서로가 상잔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석가면의 괴인이 이 둘을 잠재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조백은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조백은 석가면 에 의해 부러졌을 대도와 장도의 손목을 살핀다. 그리고 장도의 손목에 유독 많은 칼자국이 있음을 깨달았다.

팔뚝이 연속적으로 베인 상처였는데, 유독 조백의 눈에 띄었다.

상흔은 도에 베인 것 같았고 유독 깊게 베여서 출혈도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 듯 했다.

조백이 상처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장도의 손목을 들어 올렸을 때, 그들의 손목이 접골된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았다.

조백은 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한걸음 물러서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우선 대도와 장도의 상체에 난 도상(刀傷)을 손으로 따라 그어본다. 딱히 조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공은 없었다.

조백은 자신의 손이 장도의 손목에 난 도상을 따라할 때 가 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꼈다.

“도법이 아니다.”

조백은 수도를 거두고 손가락을 내뻗는다.

처음엔 검지만을 뻗었다가, 중지와 약지까지 뻗는다.

“지풍인가. 누군가 칼날 같은 지풍을 도처럼 속인 것인가.”

검지부터 약지까지 세 개의 손가락에서 뻗어나가는 칼날 같은 지풍.

혈마가 조백의 머리에 심어놓은 지식 중에서. 어떠한 무공도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

“팔뚝의 부상을 감추기 위해 이러한 일을 벌였단 소린가. 그것도 엄청난 수준의 고수가 자신을 속이기까지······.”

대도와 장도의 상잔이 사실은 꾸며진 것이라는 점. 엄청난 지법의 고수가 무엇인가를 감추려고 했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어째서.”

시체들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조백은 권법가와 소녀를 번갈아 쳐다본다.

한쪽은 조백을 막무가내로 기절시키고 포박해둔 것으로 보아 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다. 반면 소녀 쪽은 겁을 먹었을 테지만, 분명 이 사건의 중심인물.

“일어나라.”

조백의 명령에 소녀는 홀린 듯 일어난다. 그가 걸어둔 낙혼구유안법은 아직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조백의 두 눈에 혈광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었지?”

“저는 소양촌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녀가 뜻밖에도 자신이 태어난 곳을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주 어릴 적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

조백은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낙혼구유안법을 풀어버린다.

정신을 차린 소녀는 혼란스러운 듯 조백을 쳐다본다. 조백은 다시 한 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는데, 소녀가 조백의 뒤를 가리킨다.

조백의 뒤통수를 노리는 광풍권의 매서운 파공성.

조백의 머릿속에서는 광풍권을 막아낼 수 있는 수십 가지의 방법이 폭발적으로 떠오른다.

심적 충격으로 조백은 비틀거렸는데, 우습게도 덕분에 광풍권을 피해낼 수 있었다.

“내 시비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권법가의 날카로운 고함과 그에 어울리는 광풍권의 초식이 조백을 향해 쇄도해 온다.

조백의 머릿속에서 또다시 수십 수백 가지의 광풍권을 막아낼 방법이 떠오른다.

순식간에 가슴팍을 수십 대 얻어맞은 조백은 한 걸음 물러선다. 입가에 피가 맺히고, 미약한 통증에 정신이 차린다.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몸을 움직여야지.’

조백은 목구곤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자세를 잡는다.

그의 손끝이 허공을 한번 점한다.

그가 가장 익숙한 무공.

빙설검법의 빙설낙도가 펼쳐지려 한다.


작가의말

이 세계관에서 황보세가는 강서성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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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5 4 13쪽
»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0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4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1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2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4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0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3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8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39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5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6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1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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