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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8,754
추천수 :
343
글자수 :
155,951

작성
19.04.27 06:00
조회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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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7쪽

사장 화향취호 3

DUMMY

은홍문주 단정은 어색함에 찻물을 홀짝거린다.

조가장의 대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가 일면식도 없는데다가 상인들이기 때문이었다.

단정은 도망을 친 도박꾼들을 잡아 데려온 것이지만, 다른 상인들은 분기별로 득실을 보고하기 위해 조가장에 온 것이다.

혹시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대부분 돈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단정은 금세 질려서 귀를 닫기에 이른다.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가 그에게 아는 체를 한다.

“단문주 아니신가.”

단정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여운장을 관리하는 풍대인이 서있다. 그는 일면식이 있는 풍대인을 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덕분에 도망친 도박꾼들을 잡게 되었어.”

단정은 뜻밖의 이야기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사실 흑웅과 연관 있는 자들을 잡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그자가 숨어있을 만한 곳을 알아내긴 했지요. 하지만 풍대인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도박꾼의 말로라는 것이 한 손이 잘리고 나머지 손까지 다 잘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단정의 말에 풍대인이 웃는다. 단정은 그 웃음 속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음험함을 느꼈지만, 기우 갰거니 하고 넘긴다.

“어차피 다 대가를 지불하게 되어있지. 나는 그보다 바쁜 일이 있다네.”

풍대인의 의중을 몰라 단정은 잠자코 있었다.

“조만간 대공자가 돌아온다네. 이제는 아부를 두 명한테 해야 해서 제법 바쁠 것이라네.”

단정은 풍대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풍대인이 조위홍에게 아부를 한다는 것은 상인에게는 비교적 상식적인 일이다. 조위홍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조가장의 후계자이니 말이다. 단정도 그러한 일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둘이요?”

“아. 자네는 아직 모르나보군. 요즘에 조장주가 소공자에게 조가장을 물려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네.”

“헛소문이군요.”

단정이 짧게 답하자 풍대인은 살짝 소리 내어 웃는다.

“아부를 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두 명 모두에게 아부를 하는 것 정도야 감수할 만한 일이지.”

풍대인의 대답이후에 잠시 대화가 끊긴다.

어차피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소문들 중 하나지만, 풍대인이 말한 소문에 단정은 휘둘리기 시작한다.

“대공자가 화산파에 입문한지 오년 만에 매화검수가 되었습니다. 풍대인이 무림과는 인연이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본데, 천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일입니다.”

화산파의 매화검수들은 하나같이 전도유망한 이들이며, 동시에 상당한 고수이기도 하다.

단정은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 매화검수와 싸워 이길 자신은 없었다. 단정의 나이가 사십 줄이니 지금이야 조위홍 보다는 강할 것이다.

조위홍을 재치고 조백이 조가장을 물려받는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을 단정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볼 구석도 있다네.”

“무슨 말이십니까.”

“조가장은 아무래도 돈을 다루다보니 지척에서 일을 배워야 하지. 오년간 조가장을 떠나있는 대공자 보다야 소공자가 유리하지 않겠는가.”

단정은 달리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게다가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있고 해서 말이야.”

“소공자가 대공자에게지지 않으려고 무공이라도 배우려 한답니까?”

“그렇다네.”

단정은 그제야 제법 놀라 풍대인을 빤히 바라본다,

“조만간 목대협을 사부로 모시고 무공을 배운다고 하더군.”

단정은 설산진인 목구곤에 대해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설산파는 비록 지금은 멸문했지만, 그래도 유서 깊은 명문이다. 조백이 설산파의 무공을 이어받는다면, 매화검수라는 이름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말일세.”

풍대인이 뜸을 들이자, 단정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며 집중한다.

“소공자가 최근에 몇몇 전당포와 도박장을 들락날락했다고 하더군. 마침 내 여운장도 그중 한 곳이지.”

단정은 풍대인의 말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소공자 본인이 야망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그래서 소공자에게도 아부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풍대인은 피식 웃으며 주변의 상인들을 가리킨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소문을 알고 있지. 나라고 동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조가장이 어찌되었건 내 몫만 잘 챙기면 그만 아닌가.”

풍대인의 말에 단정은 자신도 모르게 역한 표정을 띄운다.

조가장이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어마 무시하지만, 그래도 조백은 열다섯. 조위홍은 스물이다. 젊어도 한참 젊은 나이.

이런 사탕발림에 당하지 않아도 될 나이다.

“아마도 조만간 소공자는 엄청난 선물 세례를 받게 될 걸세.”

“선물이요?”

“무공에 막 입문한다는데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겠나. 무공비급이나 병장기. 그리고 영약 같은 것이지.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이런 경우를 대비해 꿍쳐놓은 것들이 꽤 있을 걸세.”

단정은 허탈함을 감추며 풍대인에게 묻는다.

“그럼 풍대인도 무공비급을 선물할 작정이십니까.”

“그런 흔한 것보단 좀 다른 것을 생각중이긴 하지.”

단정은 풍대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풍대인은 그런 단정에게 슬쩍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내가 알기론 소공자는 술잔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더군. 그래서 귀한 술을 한 병 구해왔지.”

“눈에 띄기는 하겠군요.”


“아백은 아직 술을 마시기에는 어립니다.”

난데없는 여인의 목소리에 대회장 안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

그곳에는 아리따운 미부가 서있었다.

중년의 미부는 수수한 청록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었는데, 옷의 태가 제법 넉넉하고 펑퍼짐하여 수더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뒤로 모여 묶여있는 머리카락에서 흐트러짐 없는 냉정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입 꼬리만 살짝 말려 올라간 미소는 냉정함에 깊이를 더해준다.

“기부인.”

풍대인이 중년 미부에게 정중히 인사한다. 단정 역시 풍대인과 마찬가지로 정중히 인사를 올린다.

그녀는 바로 조수형의 둘째 부인이자 조위홍의 어머니인 기화홍이다.

“그 아이가 장난꾸러기 이긴 해도 벌써부터 향락에 젖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연유로 술을 선물하실 생각이셨는지 모르겠으나······.”

기화홍은 그렇게만 말을 하고 방안을 가로질러 상석에 앉는다. 그녀가 등장함에 따라 곳곳에서 들려오던 잡담들이 멎어가기 시작한다.

금세 회장 안이 고요해지자 기화홍은 주저하지 않고 입을 연다.

“지아비께서 볼일이 있어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기화홍은 그렇게 말하고는 상인들 중 한명을 쳐다본다. 그 상인은 잠깐 움찔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의 실적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한다.

단정은 마른 침을 삼키며 풍대인을 쳐다본다.

풍대인도 적지 않게 놀랐는지 다소 창백한 얼굴이다. 단정이 표정으로 “어디까지 이야기를 들었을까요.”라고 물었지만 풍대인은 따로 답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짧아서 죄송합니다.

다음주 토요일에 뵈요.


2019/4/28 - 기본적 맞춤법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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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6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40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4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1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20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8 16 11쪽
»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4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7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8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3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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