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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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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951

작성
19.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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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칠장 일일연마 1

DUMMY

칠장 일일연마


-무공의 연마는 날을 걸러서는 안 된다.-


조백은 멍한 표정으로 조수형을 바라본다.

조수형이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조백의 귀에는 그저 소음으로 들리고 있었다. 덕분에 조백에게는 검절 매포벽에 대한 소개도, 금족령에 대한 말도 이명밖에 되질 않았다.

조수형의 말이 끝났을 때도 조백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또한 기화홍에게 대들었다는 마음에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한 것인데, 조백이 내공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공을 연마하는 기술을 내공심법(內功心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마음을 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막 내공에 입문한 경우 스스로 내공을 조절하기 힘들고, 감정에 따라 내공이 휩쓸려 내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 내공에 입문할 때는, 사부의 지도하에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입문한다. 혹은 탈이 나도 무방할 정도로 안정적인 내공심법을 연마하게 마련이다.

조백이 익힌 한상기공은 다행히도 설산파를 대표하는 신공. 본연의 성질이 음유하여 부작용이 적긴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백이 계속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내공을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주화입마를 겪고 폐인이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조백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인들 속에서 매포벽이 유일했다.

매포벽은 조용히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러자 한 가닥의 미약한 검기가 뻗어나가며 조백을 관통한다.

이토록 검기를 사용하는 것은 매포벽처럼 절정검도를 완성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확하며, 또한 자연스럽다.

심지어 조수형의 집무실에 모인 이들 중에서, 아무도 매포벽의 검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말은 매포벽이 마음만 먹으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아무도 모르게 몰살 시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폐부를 지나는 미약한 충격에 조백은 잔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린다.

음습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조백의 두 눈에서 총명함이 빛나려 한다.

순간 조수형과 기화홍의 모습이 조백의 시야에 들어왔는데, 그 때문인지 음습한 기운의 일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깊숙이 숨어버린다.

조수형은 조백을 향해 천천히 다가와 눈을 마주친다.

“얼굴색이 좋지 않구나.”

사실 정신이 들긴 했지만, 조백은 금세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조수형과 눈이 마주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한다.

조백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였으나 한상기공의 음유함이 등줄기를 타고 한차례 솟구치며 그런 기세를 가중시킨다.

조금이지만 깊어진 눈빛.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조백은 의젓하게 답한다.

“괜찮습니다.”

“정 힘들면 방으로 돌아가 쉬어라. 따로 말하기 전까지 본장의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된다.”

조수형의 말에 조백은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집무실을 나간다.


조백이 집무실을 나서자 조수형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혼란을 일으키려는 무리가 있다고 하셨소?”

조수형은 매포벽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어떠한 목적인지 모르겠으나 조가장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무리가 있소이다. 그들이 인근에서 일어난 도박꾼들의 납치범일 것이오.”

“돈 때문이겠지.”

조수형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입을 다문다.

사실 조수형의 이러한 태도는 상당히 무례한 것이다.

아무리 그가 무림의 생리를 모른다고는 해도, 매포벽은 조위홍의 사조. 그만한 예우를 갖춰 대해야 하는 것이다.

조위홍은 조수형의 이런 모습에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정작 매포벽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니. 오히려 매포벽은 조수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는 내심 감탄한다. 천하제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매포벽을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행동하며, 누군가 조가장을 노리고 있다는 말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위홍아. 너라면 어찌하겠느냐.”

마침내 조수형이 입을 열어 조위홍에게 의견을 묻는다.

조위홍은 당장 하고 싶은 말을 간신히 억눌러 삼키며 입을 연다.

“아버님께서 이미 금족령을 내리지 않으셨습니까?”

“위험이 있으면 몸을 사려야지. 하지만 내가 묻는 것은 너의 의견이다. 너라면 어찌 하겠느냐.”

“금족령이 발동되면 일부 하인들을 제외하면 외부와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그러느냐.”

“너무 수동적으로 대하면 피할 재난도 과하게 당하기 때문입니다. 소자라면 경계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을 것입니다.”

조수형. 그리고 기화홍의 얼굴에 약간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달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도 있다면, 자유롭게 말해 보거라.”

“유사시에 아버님의 호위는 여전히 그 두 분이 맡고 계십니까?”

조위홍은 용의영과 남관을 말하는 것이다. 조수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위홍은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그 두 분을 보화표국으로 보내 다른 일을 맞게 하는 겁니다.”

알 수 없는 자들이 조가장을 노리고 있으니 호위를 강화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조수형은 조위홍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 챘다.

“밖에서 보기엔 이 일을 내부적인 일로 보게끔 하자는 소리 같구나.”

조수형의 말에 조위홍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천하제일인이 본장에 와있으니······.”

외부적으로는 가족문제로 비춰지면서, 동시에 전력으로는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또한 혼란을 피우려는 자도 매포벽이 조가장에 머물러 있는 한,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본장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천하제일인을 부릴 돈이 있을지는 모르겠소이다.”

매포벽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조가장과 화산파의 결속을 강화하고자 그가 온 것 아닌가.

“모든 일이 돈으로 되는 일은 아니지요.”

“누추한 곳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소. 악대협 매노사(老師)를 귀빈원으로 모시게.”

조수형의 태도는 일관되게 무덤덤. 아니 무례한 것이었으나, 당사자인 매포벽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위홍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을 뿐.

이윽고 매포벽과 악종기가 집무실을 떠나자, 이곳엔 조수형, 기화홍, 조위홍만이 남게 되었다.

그제야 조위홍은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토로한다.

“아버님. 그분께서는 저의 사조이십니다.”

“화산파는 본장의 영향력을 원하는 곳이기도 하지. 내가 동업자들에게 어찌 대하는지 잊었느냐.”

실제로 온전히 조가장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조가장 한 곳 뿐이다.

조수형이 동업자들과 나누는 것은 오직 수익뿐이다.

“훗날 네가 조가장을 운영하게 되거든 그때는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조수형이 넌 저시 말하자 조위홍은 갑자기 정색한다.

“저는 조가장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조위홍의 말로 인해 집무실 안이 정적으로 가득 찬다. 정적을 깨트린 것은 기화홍이었다.

“네가 물려받지 않는다면 누가 물려받는단 말이냐.”

“조백이 물려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아버지가 물려준다고 하면 아들로서 물려받아야지.”

“어머니. 제가 화산파에 입문할 때 이미 조가장은 조백이 물려받기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째서 최근에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정녕 생각해보신 적 없단 말씀이십니까?”

조위홍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기화홍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조수형은 좀 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묻는다.

“어째서 조가장을 물려받고 싶지 않은 것이냐.”

“돈을 굴리는 일은 소자의 천성과 맞지 않습니다. 소자가 가야할 길은 무공에 있습니다. 화산파는 제 마음의 고향이고, 또한 평생 몸담을 곳입니다.”

조위홍의 말에 조수형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기화홍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버리고, 조위홍은 의아함에 조수형의 말을 기다린다.

“너의 동생 역시 무도를 걷기로 마음먹었다. 닮은 구석이 없는 줄 알았더니.”

“소자가 듣기로는 조백은 아버님의 친우이신 목선배에게 설산파의 무공을 전수 받는다 들었습니다. 소자 보다는 조백이 좀더······.”

“그만.”

조위홍의 뒷말인 “조가장을 물려받기에 좀 더 자유로운 몸이다.”라는 말은 조수형에 의해 막혀버린다.

“너는 이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언행을 조심하라는 말에 조위홍은 입을 다문다. 그리고 아버지인 조수형의 말을 경청한다.

“내 이미 한번 너의 갈 길을 막으려 했었다. 그러니 더 이상 가고 싶은 길을 막지 않으마.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입 밖으로 토해낼 때 조심해야 한다.”

조수형은 그렇게 말하고 상석에서 일어나 조위홍에게 다가간다.

“나도 너의 신념을 꺾고 싶지 않다. 하지만 네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지천명이 되어도 지금과 같은 마음일까?”

조위홍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으나, 그때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되뇐다.

“너의 사문에서 왜 너를 특별히 여기고 비전을 베푼다고 생각하느냐. 거기에 조가장의 이름값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조수형은 조위홍의 어깨위에 손을 살며시 얹는다.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아집을 부리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

조수형이 할하는 요지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니 미리 어리석은 결정을 짓지 말라는 뜻이다.

“조가장을 물려받을 자는 공석으로 해두겠다.”

조수형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상석으로 돌아가 앉는다. 조위홍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집무실을 나간다.

“물려주지도 못할 애물단지만 제대로 키워왔군.”

조수형은 그렇게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여보.”

기화홍의 목소리에 조수형은 인상을 찌푸린다.

짧은 말이지만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그 많은 뜻 중 절반은 조수형에 대한 잔소리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소.”

“아무도 조가장을 물려받지 않게 되면 조가장은 공중분해 되고 말거에요.”

“나도 알고 있소.”

조수형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뜻. 하지만 그 때문에 조수형은 기화홍의 흉흉한 표정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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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40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4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8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7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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