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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8,750
추천수 :
343
글자수 :
155,951

작성
19.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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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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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육장 오해중첩 1

DUMMY

육장 오해중첩


-오해는 무겁고 또한 쌓인다.-


목구곤의 장심이 조백의 등 한가운대에 닿는 순간, 한상기공의 음유한 기운이 조백의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목구곤의 활공(活功)으로 인해 조백의 심신이 안정되고, 근육에 쌓인 피로가 줄어든다.

조백은 벌써 빙설검법의 전반부인 다섯 초식을 모두 배웠고, 한상기공의 입문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는 목구곤이 조백의 무공광적 기질에 휩쓸린 탓이다. 하지만 배움을 갈구하는 제자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목구곤 역시 가르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조백은 단순히 설산파의 무공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물로 들어온 비급들 중에서 열권을 엄선하여 익히기 까지 했다.

목구곤은 손을 거두며 호흡을 조절한다.

본래 활공이 받는 쪽은 이로운 효과가 크지만, 하는 쪽은 여러모로 피곤하게 마련이다. 특히 지난 이십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내일은 빙설검법의 후반부 초식을 배웁니까?”

조백이 한껏 기대감에 차서 묻자 목구곤은 고개를 흔든다.

“오늘과 내일은 좀 쉬도록 하자꾸나.”

목구곤의 말에 조백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실망감이 새어나온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 본래 이렇게 촉박하게 할 생각도 아니었다. 돌아서 보거라.”

조백이 냉큼 돌아서자 목구곤은 한껏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이 시기가 무림인으로서는 가장 취약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양 손에는 힘이 넘쳐흐르고, 몸도 근질근질 하겠지. 손을 이리 줘 보거라.”

목구곤은 조백의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빙설(氷雪)이라고 쓰고는 그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포갠다.

“너의 실력은 아직 미흡한 것이다. 열정이 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열의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차례로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손바닥에 적힌 이 글자를 마음속으로 계속 떠올리며 냉정을 찾아야 함을 잊지 말거라.”

목구곤은 사실 이 조언이 쓸모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자신이 젊었을 적에도 그랬고, 수많은 젊은 무림인들이 열혈(熱血)이라는 것에 취해 좌충우돌 한다.

조백은 자신의 마음이 사부의 말에 동의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했기에 작은 다짐을 내뱉는다.

“오늘과 내일만큼은 절대 설산파의 무공을 펼치지 않겠습니다.”

목구곤은 말없이 웃는다.

조백은 잠시 멋쩍어 하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목구곤은 그런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별일 없을 겁니다. 소공자의 성격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목구곤이 앉아있는 정자 뒤의 기둥에서, 악종기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자네는 저 나이 때 어땠는가? 나는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온갖 사고를 일으키고 다녔지.”

목구곤의 말에 악종기는 자신의 십대시절을 떠올린다.

“제 직업에 충실해야 갰군요.”

목구곤과 악종기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조백은 어느새 조가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이끌려 홀로 조가장을 벗어난 것이다. 이십일 만의 외출이니 당연한 일.

조백은 습관적으로 악종기를 부르려다가 멈칫한다.

“악형의 호위 없이 나가는 것은 처음인거 같은데.”

조백은 멈칫하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잠깐 바라본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조백은 감출 수 없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내를 향해 달려 가버린다.


노파는 능숙하게 번철에 기름을 두른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날 때 면두부 두 장을 잽싸게 올리고는 노릇하게 익힌다. 이동식 노포의 주변으로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갈 때, 노파는 어떤 시선을 느꼈다.

노파는 본능적으로 노포에 매달린 방망이쪽으로 손이 간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시선의 주인공은 노파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노인장.”

“소공자께서 어쩐 일 이십니까요?”

조백은 노파가 자신을 알아보기에 군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요 근래에 별다른 일이 없습니까?”

“있지요. 그 뚱보 풍가놈이 며칠씩 자리를 비운 상태랍니다.”

노파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운장이 문을 열어야 내가 장사를 하는데 말이야.”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조백은 품속에서 은전 두 개를 꺼내 노파에게 건네며 말을 이어받는다.

“그 뚱보 녀석이 자리를 비우고는 기부인께서 여운장을 재단장 중이라더군요. 덕분에 제 장사도 공치고 있지요.”

이런 작은 노포라면 여운장과 여운장에 딸려있는 주루에 오는 손님들의 영향이 클 것이다.

조백은 말없이 품속에서 은전 하나를 더 꺼낸다.

“복래객잔에 젊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다고 하더군요. 이틀 전에 도착해서는 딱히 도박도 하지 않고 그저 모여만 있다고 하더군요.”

젊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다는 말에 조백은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별 생각 없이. 아니 약간은 기대하면서 노파에게 인근의 소문을 물은 것이었다.

조백은 멋대로 또래의 무림인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서로 검을 맞대고 무를 논하여 우정을 새기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그러한 상상의 나래를 말이다.

조백이 급히 몸을 돌리려는데 노파가 손을 뻗어 조백의 손을 조심스럽게 만진다.

“저희 같은 작은 상인들은 누가 조가장을 물려받아도 관계가 없지요. 하지만.”

조백은 곧바로 노파의 뒷말을 끊어낸다.

“조가장은 형님이 물려받는 것이 맞는 일이죠. 저한테 까지 기회가 오진 않을 겁니다.”

조백은 그 말과 동시에 복래객잔으로 뛰어가 버린다.

노파는 조백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노파의 눈빛에서는 세월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쌓인 담대함이 묻어나온다.

그 때문인지 노파는 잠시 후 악종기가 나타났을 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눈을 마주친다.

“복래객잔에 묵고 있다는 무림인들에 대해 달리 아는 것은 없습니까.”

“종남파라는 것 말고는 잘 모릅니다.”

노파의 대답에 악종기는 황급히 조백의 뒤를 쫓는다.

노파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자신의 본업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조백은 복래객잔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이마와 머리에 맺힌 땀 을 양 손바닥으로 대충 쓸 듯이 닦고는 천천히 복래객잔 안으로 들어간다.

평소의 조백이라면 복래객잔이 지나치게 한적하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보통 정오가 지났을 즘에는 지난 밤 대박을 친 도박꾼들이 술판을 벌리다가 쓰러져 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가장 인근의 객잔이라면 흔한 모습이다.

조백은 객잔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는 간단한 요리를 시켜 깨작거리면서 객잔의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한다.

때마침 이층에서 이남 일녀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점원에게 몇 가지 요리를 시키고는 먼저 의자에 앉는다. 이십대 초반의 두 남녀는 뒤이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조백은 막상 처음으로 무림인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다가가서 인사를 해야 하나?’

조백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진짬을 흘리고 있을 무렵 이남일녀는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이곳은 조용하군요.”

곽전석은 자신의 사매인 문의화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사매. 일전에 현사형이 말해준 적이 있었지. 조가장이 있는 이곳 동천은 그야말로 용담호혈과도 같다고 말이지.”

문의화는 작게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돌린다. 실제로 그녀와 그 일행은 조가장이 있는 동천으로 오면서 정말 아무런 일도 겪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무림초출인 문의화로서는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는 노릇.

그런 모습을 보며 현우사는 사제인 곽전석의 말을 거든다.

“조가장이 상가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 그간 쌓아온 무력 또한 얕잡아 볼 수 없다. 은홍문의 홍화무궁 단정이나 보화표국의 맹조 역우마 같은 자들은 결코 쉽게 볼 자들이 아니다.”

문의화는 그 두 이름을 다 들어보았는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은홍문과 보화표국이 둘 다 조가장의 휘하에 있다는 것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잘못했으니 그만들 하세요.”

문의화의 목소리가 살짝 날카롭다. 곽전석은 그녀의 다소 무례한 행동에 고개를 흔들고, 현우사는 그러한 모습들을 고깝게 보지 않았기에 한차례 웃고 만다.

“사형의 생각엔 정말 검절이 움직일 것이라고 보세요?”

문의화의 물음에 현우사는 탄식을 흘리며 쉽사리 입을 때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러리라 본다. 조가장은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니까 말이지.”

“그래도 고작 상가에 압박을 넣고자 검절이 움직이다니. 명성보다는 경망스럽네요.”

현우사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본다. 그 시선에서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문의화는 마른침을 삼킨다.

“나는 일전에 검절을 한번 본적이 있다. 그는 마치······.”

“태산 같았나요? 한 자루의 검과 같았나요?”

문의화가 참지 못하고 재촉하자, 현우사는 뜻밖의 말을 내뱉는다.

“별 볼일 없었다.”

문의화와 곽전석은 의아한 표정을 내비친다. 심지어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조백마저 토끼눈을 한다.

“그는 내가 본파에 입문할 때 이미 검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그러한 고수가 별 볼일 없어보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현우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나간다.

“검절 매포벽은 이미 반박귀진이나 노화순청과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이미 검의 경지가 극에 달해 오히려 순해진 것이란 소리지. 그가 검을 들어올리기 전에는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자들은 몇 없을 것이다.”

문희화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다가 묻는다.

“그럼 검절이 검을 펼치는 것도 보셨나요?”

“봤지. 사부님께서 삼초 만에 패하셨다.”

삼초라는 말에 곽전석과 문의화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둘 모두 천하팔절의 위명만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 실제로 체감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우사의 말은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그럼 그때도 본파와 화산파는 앙숙관계였었나요?”

“아니다. 오히려 그때는 지금까지의 다툼들이 유야무야 된 상태였지.”

“어째서 본파는 화산파와 이토록 골이 깊어졌을까요.”

문의화의 물음에 현우사는 고개를 흔든다.

“알 수 없지. 처음에는 좋은 경쟁관계였을 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이 치고 나가면서 골이 깊어진 것일까. 하늘이 본파에 검절과 같은 이를 보내주지 않아서일까.”

현우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남쪽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곳에 화산파가 있고, 또 종남파가 있다.

“너희들도 정진하여 종남파의 이름을 빛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힘을 키워 대등해진다면 두 문파 사이의 골을 메울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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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40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4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1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8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7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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