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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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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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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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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장 화향취호 1

DUMMY

사장 화향취호


-꽃향기에 나비는 취한다.-


검과 도.

각종 날이 있는 병기가 한 사람을 향해 날아든다. 그 방향에는 상반신을 벗어재낀 흰 머리에 구릿빛 피부의 장년인(長年人)이 서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상반신에 힘을 모은다.

순간 그의 전신에 엷은 윤기가 흐른다.

놀랍게도 날아드는 병기들은 장년인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내지 못한다. 맨몸과 날붙이가 격돌했건만, 우습게도 맨몸의 장년인이 승리한 것이다.

장년인 남관이 익힌 철목진기는 외문공력 중에서도 손꼽히는 방어력의 기공이다.

외공이란 본래 신체의 외부를 강화시키는 종류의 무공을 말한다. 세월이 흐르며 외공은 본래 가지고 있던 의미는 퇴색하였으나, 살아남기 위해 내공을 받아들이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 이제는 외문공력(外門功力)이라고도 불리며, 남관의 철목진기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빼어난 것이다.

남관은 호탕하게 웃으며 사방을 누빈다. 뛰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걸어 다니면서 적의 병기를 파괴하고 다니는 것이다.

병기를 잃어버리게 된 흑사방의 방도들은 주춤거리며 물러선다. 남관은 병기를 잃고 물러서는 자들에겐 딱히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흑사방은 본래 동천에 자리 잡은 삼류 사파다.

이러한 사파는 마치 잡초와 같은 성격을 지녀서, 보일 때마다 뽑아낸다 하더라도 다시 삐죽이 머리를 내밀게 마련이다.

“또 덤벼볼 녀석은 없느냐!”

남관은 가슴팍을 손으로 거세게 두드린다. 마치 철공을 두들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의 커다란 목소리는 아직 남아있던 흑사방도들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린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 역시 있었다.

남관은 자신의 앞에 당당하게 선 세 명을 바라본다.


한편 멀찍이 떨어져서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걷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최근에 흑사방에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조가장에서 빚을 지고 도망쳐온 도박꾼들이다?”

용의영의 말에 은홍문주가 대답 없이 머리를 조아린다.

용의영은 가볍게 손을 한번 내저어 너무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보여주고는 다시 묻는다.

“그럼 저 자들이 그런 도박꾼들 중에 하나인가?”

“그렇습니다.”

“저 채찍을 든 친구가 섬혼수 흑웅의 친구고?”

“예.”

은홍문주는 그렇게 말하며 채찍을 든 남자를 비롯해, 맨손의 건장한 남자. 그리고 창을 든 청년의 별호와 내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용의영은 대충 그들을 훑어보고는 은홍문주의 설명을 한 귀로 흘린다.

‘딱히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군.’


용의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남관은 팔짱을 끼고는 가만히 있었다.

“후배들의 기도가 아주······.”

남관의 칭찬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맹렬한 파공성이 들려오며 암갈색의 채찍이 남관의 양 어깨와 등 쪽을 번갈아 휘갈겼기 때문.

남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양 어깨에 난 희끗한 자국을 보고는 중얼거린다.

“보통 채찍의 위력을 늘리기 위해 잡다한 짓을 한다 들었는데. 너는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남관의 말에 채찍을 든 남자는 이를 악다문다.

다시 한 번 맹렬한 파공성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채찍이 남관의 상반신을 전부 덮을 만큼 맹렬하게 움직이며 쇄도해 온다.

얼핏 보면 작은 돌 판이 날아온다고 착각할 정도.

남관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쭉 뻗는다. 격렬한 타격 음과 함께 채찍의 끄트머리가 남관의 손에 잡힌다.

이는 채찍의 변화를 파악하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남관 자신의 철목진기를 믿고 손을 뻗은 후, 잡히는 것을 움켜잡은 것이다.

남관은 별말을 하지 않고 잡았던 채찍을 놔준다.

채찍은 쇠함이 없는 파공 성을 날리며 이번엔 남관의 눈을 노린다. 남관은 눈을 보호하고자 고개만을 살짝 기울인다.

이번만큼은 채찍의 변화를 파악.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은빛 창날이 허공을 가른다.

창날은 매서운 기세로 남관의 두 눈을 찌르려 했고, 이제껏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그는 허리를 크게 뒤로 젖힌다.

그러나 채찍은 허공에서 한차례 변화를 일으키며 남관의 목을 휘감는다.

채찍을 든 남자는 온 힘을 다해 채찍을 당긴다. 남관의 상체는 어쩔 수 없이 창의 공세에 노출 된 것이다.

철판을 수 십 개의 바늘로 동시에 찌른 듯 한 타격 음이 사방으로 퍼진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은홍문주는 헛바람을 삼킨다. 그리고는 황급히 용의영을 쳐다보는데.

“어허 것 참. 노인의 눈을 공격하다니. 재치가 있는 녀석일세.”

은홍문주는 지금 용의영이 노안(老眼)을 이용한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억지로 하하 거리고 웃는다.

채찍을 든 남자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창을 든 청년을 쳐다본다. 하지만 창을 든 청년은 그와 같은 미소는 없고, 경악스러운 눈빛만을 흘리고 있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관은 양손을 들어 창날을 막은 것이다.

남관은 자세를 바로하고 목에 감겨있는 채찍의 일부를 풀어낸다. 그리곤 양 손바닥에 약간의 찔린 상처를 전방으로 내밀며 보여준다.

“창술이 제법 매서운 걸? 젊은 친구의 창이 이토록 매섭다니. 하지만 채찍을 든 친구는 조금 더 노력을 해야겠어.”

남관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청년의 창이 다시금 그를 향해 쇄도해 온다.

이번에는 목을 찔러오기에 남관은 주저하지 않고 목을 앞으로 내민다. 그리곤 목에 힘을 주는데 순간 그의 목이 두 배로 부푸는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날카로운 것과 피육이 부딪혀 [쾅!]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사람이 몇 걸음 물러서고 피도 흘렸다.

창을 쥐고 있던 청년의 두 손은 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남관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쳐준다.

“이 와중에도 창을 쥔 손을 놓지 않다니. 훌륭하군.”

그리고 남관이 박수를 치는 두 손을 채찍이 날아들어 휘감는다. 마치 포승줄로 양 손을 묶는 것 같은 꼴이 된 것이다. 남관은 조용히 다음 공격에 대비한다.

남관의 예상은 적중했는데 어느새 그의 등 뒤로 다가온 건장한 남자는 남관의 허리를 향해 주먹을 툭 하고 내뻗는다.

너무 힘없이 뻗어 나온 주먹에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러한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맞은 남관은 뜻밖에도 비틀거린다.

그 기세를 몰아 건장한 남자는 남관의 옆구리를 집요하게 두들긴다.

너무나도 힘없이 날린 주먹이었건만, 철탑같이 서있던 남관은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남관은 입에 고인 붉은 핏물을 뱉어내고는 묻는다.

“내가중수법?”

내가중수법은 외공의 천적과도 같은 것으로 상대의 내장을 전문적으로 공격하는 기술이다.

아마도 건장한 남자는 이것을 필승의 일격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남관은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연다.

“최심장이나 자오분심장은 아니고. 음풍단장수로군?”

남관의 말에 건장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도 의기양양한 얼굴의 채찍을 든 남자는 건장한 남자에게 말을 한다.

“뭐해! 끝장내!”

“아냐.”

“무슨 소리야. 어서 끝장을 내라고!”

“음풍단장수에 직격당하면 피를 한참을 토하게 된다고!!”

건장한 남자가 그렇게 고함치는 사이에 남관은 그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건장한 남자는 별다른 방비도 하지 못한 체 남관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스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자 건장한 남자는 그대로 구토를 하며 쓰러져 버린다. 남관은 그가 쓰러진 뒤에 숨을 제대로 쉬는지 살짝 확인 한 후에 입을 연다.

“내가중수법 정도야. 나도 쓸 수 있거든.”

남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창을 든 청년을 바라본다.

“진즉에 셋이서 연수합격 했으면 나는 금방 패퇴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내 외문공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다보면 깨지게 마련.”

남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바닥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네는 앞으로 각고의 수련을 하면 홀로 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것이야.”

창을 든 청년은 그 말에 따로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창을 내찌른다. 남관은 여전히 채찍에 묶여 있는 두 손을 그대로 뻗어, 창날을 양 손 틈에 집어넣고서는 살짝 비튼다.

창이 한차례 휘며, 청년은 창을 떨어뜨리고 만다.

“그리고 채찍 너. 너는 너무 빨리 승리를 확······.”

남관은 뒷말을 다 할 수 없었다.

채찍을 사용하던 남자는 빈손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 속도는 상당한 것이어서, 남관이 뒤쫓기에는 무리였다.

그때 날랜 바람이 남관을 스쳐지나간다.

채찍을 사용하던 남자의 경공은 상당한 수준이다. 그가 익힌 경공은 분명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경신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공으로 혁혁한 명성을 날렸던 풍운무영 용의영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한 수준.

늦게 달려 나간 자가 먼저 달려 나간 자를 따라 붙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용의영이 손이 질풍같이 움직이고, 채찍을 사용하던 남자는 상반신의 혈도를 모두 제압당한 체 짐짝처럼 끌려오게 된다.

남관은 은홍문주의 도움을 손에 감긴 채찍을 풀며 경쾌하게 돌아오고 있는 용의영에게 핀잔을 준다.

“나중에 나섰으면서 너무 으스대는 것 아닌가.”

“적당히 봐주다가 당한건 자네 아닌가.”

남관은 본전도 못 찾고 머쓱하게 웃는다.


자신의 채찍으로 묶인 남자는 무릎을 꿇은 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아마도 머릿속으로는 미리미리 합공을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남자와 다른 둘이 합공을 했다면, 당연히 남관과 용의영. 거기에 은홍문주까지 합세하여 대응했을 것이다. 남자는 그런 것까진 생각지 못하는지, 통탄스럽다는 표정이다.

용의영이 흑웅에 대해 물으려고 한걸음 내 딛자 은홍문주가 그 앞을 막아선다.

은홍문주는 의아한 눈길을 뒤로하고.

“부디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살살 하라니?”

“너무 때려서 혼절이라도 하면 이송할 때도 불편합니다.”

은홍문주의 말에 용의영은 단박에 눈치를 체고 맞장구를 친다.

“조금 때린다고 혼절이야 하겠나. 그리고 자네야 아랫사람한테 시키면 되는 것이고.”

“피칠 갑을 한 사람을 들춰 업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 있습니까? 부디 참으시죠.”

“어허. 이 사람이. 이빨 좀 뽑는다고 피가 그렇게 날 리가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렇게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네.”

용의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내가 바로 그런 무식한 사람이지.”

남관이 당당하게 말하자, 은홍문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이빨보다야 다리를 분지르는 게 좋지. 많이 맞아본 사람으로 다리가 동강나는 것만큼 아픈 것도 드물지.”

“하긴 그렇군요. 이빨이 모두 빠지면 발음이 새서 알아듣기도 ······.”

“불겠습니다!”

채찍에 묶인 남자가 황급히 말하자, 용의영이 상체를 살짝 숙이며 음산하게 웃는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러니. 요약해서 불게나.”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용의영은 흑웅의 평소 은신처나 행동양상 따위를 완전히 알아낸다.

그 후 혼혈을 눌러 채찍에 묶인 남자를 재우고는 은홍문주에게 묻는다.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아하니 다들 슬슬 도망치고 있는데.”

용의영의 말처럼 흑사방도들은 슬금슬금 도망을 치고 있었다. 잡혀있는 사람은 남관과 싸웠던 세 명 뿐. 그러나 은홍문주는 딱히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놔두는 쪽이 편합니다. 다행히 두 분께서 손속에 사정을 두셔서 사망자도 없고요.”

용의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본래 이런 일은 하던 사람이 하는 대로 놔두면 되는 것이다. 용의영은 더 이상 참견하지 않고 남자를 들춰 업는다.

“그럼 다음에 또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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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0 16 11쪽
»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2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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